《쾌락은 기대에서 나온다》
울산에 사는 의사 지인은 취미가 낚시 다.
아산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해외 원정 낚시를 다니더니, 결혼전엔 기어코
낚섯배까지 샀다.
오죽하면 방어가 많이 잡혀 방어진이란 이름이 붙은 곳에 개원까지 했을까.
그는 낚시가 바다 에서 하는 '가차(.확률형 뽑기 게 임)'라고 했다.
낚싯대를 끌어 올릴 때까진 어떤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지 모르 기에 즉석 복권을 굵듯
운을 시험하는 재미가 크단다.
잡은 고기도 보통은 놓 아 준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런 행동 은인간 본능에 가깝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저서 '행동'에서 쾌락 호르몬 도파민은 쾌락이
아니라 쾌락의 기대에 반응해서 분비 된다고 주장했다.
낚시 상황에 대입하자 면, 큰고기를 잡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큰고기를 잡을 거라
기대하며 낚싯줄을 던질 때가 휠씬 더 재밌다는 것이다.
낚 시는 여기에 확률적 요인까지 겹친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에 따르면 파블로 프의 개'처럼 종을 칠 때마다 밥을 주는
것보단, 종을 칠 때마다 확률적으로 보상을 주는게 더큰 의존성을 만든다.
최근 유행하는 탐조(치) 취미도 마찬 가지다.
국내에선 생소한 취미였던 탓에 유행의 원인을 묻는 이들이 늘었으나, 실은 이것도
물에서 하는 낚시에 가깝다.
쌍안경을 들고 공원이나 습지를 방문하면, 새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확률적인 마주
침이 똑같이 반복된다.
잡은 고기를 놓아 주듯, 실제로 새를 잡을 필요는 없다.
숨은 새를 포착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 취미가 엽사(해)의 전통이 강한영미권에서 오래 각광받은 이유다.
울산 지인은 최근 아이를 낳곤 시간이 없어 통 낚시를 못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탐조는 동네 뒷산에만 가도 쉽게 할 수 있다.
쌍안경이 없으면 스마트폰카 메라로도 충분하다.
마침 가을은 탐조에 최적의 계절이다.
평소에 동네에 살던 텃 새만이 아니라, 겨울을 나러 이동하는 낯선 철새들이 동네에
출몰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주말엔 철새를 찾 아보는 건어떨까.
[글쓴이 /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