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8>
5. 고원의 절벽(絶壁) 도시 론다(Ronda)
누에보 다리 / 론다 투우장 앞에서 / 허큘리스 동상(안달루시아 문장)
말라가(Malaga)주 북서쪽 내륙 고원에 있는 도시 론다(Ronda)는 평균 고도 700m가 넘고 말라가에서 113km 떨어져 있다. 열차를 타고 가면 2시간 정도 소요되고 차비는 1인당 12유로이다.
열차는 깊고 푸른 계곡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듯 달리는데 터널도 연속으로 나타나서 마치 등산열차를 타고 고산(高山)을 오르는 기분이다. 이따금 작은 시골 역에서 정차하면 등산객들이 무리 지어 내리는데 건너편 계곡의 좁고 아슬아슬한 절벽 오솔길로 줄지어 트레킹(Trekking)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론다(Ronda)는 기원전 6세기 켈트(Celt)족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기원전 3세기, 로마 제국의 장군이자 정치가인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가 건설한 요새화된 마을이고, 기원전 1세기 들어 로마의 지배를 받을 때 로마 황제로부터 시(市)의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이곳은 스페인의 투우 발상지로도 유명한데 지금도 투우장이 잘 보존되고 있어 경기를 관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투우장이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투우장인 셈이다. 투우장 앞의 광장에는 황소와 투우사 조각상, 허큘리스 동상(안달루시아 紋章) 조형물도 있다.
공원 입구에는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Hemingway) 부조(浮彫)도 있는데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이곳에서 집필했다고 한다. 투우장 바로 근처 절벽 위에 전망대에서 왼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지척에 누에보(Nuevo) 다리가 보인다. 또 절벽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벌판에는 올리브 농장도 보이고 푸른 채소밭도 보이는데 그 너머로 겹겹이 둘러싼 고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도시 변두리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 도시로 들어오는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는 1759년에 착공하여 1893년에 준공되었다니 134년이나 걸려서 완공한, 200년이나 오래된 다리인 셈이다. 다리를 건너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누에보 다리와 멋진 절벽 위의 도시풍경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나는 밑바닥까지는 너무 멀어서 못 가고 중간쯤 내려갔다가 되돌아 왔는데도 힘이 들어 헉헉거렸다.
누에보 다리 난간에 기대서서 내려다보는 아득한 산과 들판, 아찔한 절벽은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