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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침같은 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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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국립대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홍익대 교수로 있다. 고분자화학과 미술재료의 화학적 연구에 관심이 많다. ‘알고 쓰는 미술재료’(1996), ‘생활은 화학이다’(2000), ‘색의 비밀’(2003), ‘미술관에 간 화학자’(2007년) 등을 저술했다. |
역사소설은 위대하고 재미있는 오답이다
- 『바람의 화원』의 이정명
[도서] <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저 / 밀리언하우스
『바람의 화원』의 초고와 완성된 작품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요?
초고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했어요. 정조와 신윤복의 형 영복의 역할이 컸죠.
그런데 이런 미스터리적인 것이 강할수록 내가 하고자 했던,
신윤복과 김홍도라는 걸출한 두 화가의 이야기가 헐거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미스터리적인 것을 덜어내고 예인(藝人)의 삶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바람의 화원』 2권을 보면 정조와 영복이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집니다.
초고를 수정하면서 이들의 분량이 많이 잘려 나갔어요. 그 대신 김조년과 정향의 비중이 커지지요.
작품이 난삽해지지 않기 위해 형식적인 결함을 감수한 셈입니다.
『바람의 화원』에 등장하는 정향이나 영복 같은 인물도 그렇고,
『뿌리 깊은 나무』에 나오는 채윤과 소희, 가리온과 같은 인물도 그렇고,
작가님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소설로 드러내려고 애쓰시는 것 같습니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인물들에게 애정이 깊어요.
그리고 이 인물들은 거의 100% 제가 창조해 낸 인물들이기도 하니까요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지요.
또, 역사를 다르게 보고 싶은 욕망도 있고요.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의 이야기인데,
세종의 입으로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나온 책과 다를 게 없잖아요.
월탄 박종화 선생님이 쓰신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 있지요.
그래서 그 시절에 가장 낮은 사람들, 세종에게 오히려 적대적이기까지 한 사람이 서서히
세종의 내면을 알게 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채윤이 『뿌리 깊은 나무』의 주인공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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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무렵에 아버지가 피우시는 담배곽에 신윤복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그림을 자주 봤는데, 저는 그 그림이 당연히 여자가 그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미술 시간에 신윤복이 남자라는 걸 배우고 많이 놀랐지요.
그때부터 ‘신윤복이 여자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했어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작품으로 쓸 수 있을 때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문제에서 많이 부딪쳤습니다.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김홍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서양에는 쌍벽을 이루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많잖아요.
베토벤과 모차르트,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우리 예술은 서양보다 뒤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열등의식이나 맹목적인 서양 추종도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예술가의 명예와 그들의 빛나는 예술 세계를 지켜주는 데 다들 무심했습니다.
우리 예술가들 하면 빛나는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궁핍하게 살다 간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잖아요? 그런 점이 싫었어요.
우리 예술가에 대해, 한 시대를 풍미한 개성 넘치는 두 천재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써보고 싶었어요.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데요. 어떠신가요?
원작자로 이 점은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신지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연출도 무척 훌륭합니다.
드라마가 원작을 잘 살려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는 아주 행복한 원작자입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도 내년 하반기쯤 드라마화될 예정이고,
올 12월에 정동극장에서 연극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역사소설을 쓰면서 자료가 부족해 고생하진 않으셨는지요.
역사소설은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있어야 하니까 자료를 많이 봐야 하는데,
특정한 주제에 대한 출판물이 너무 적습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꽤 있지요.
선택의 폭 자체가 너무 좁으니까요. 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찾아보면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인데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도 왕왕 눈에 띕니다.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사선택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수백 건을 몇 년에 걸쳐 읽어도 필요한 자료는 그중에 몇 건에 불과해요.
그것을 찾기 위해 읽는 셈이지요. 너무 많은 자료를 읽어서 오히려 상상력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설을 쓰시면서 어떤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소설의 구성 요소를 다 골고루 신경 씁니다. 한국에선 문장을 잘 쓰는 소설을 높이 평가하는데,
저는 문장은 하나의 구성 요소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출판계와 문학계는 문장에 대한 경도가 좀 심한 듯해요.
소설에서 문장도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나 주제의식, 인물의 형상도 중요하지요.
제 소설은 ‘문장이 거칠다’는 평을 종종 받습니다만, 저는 제 문장에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소설은 미문이 아니니까요. 문장이 아름다운 소설이 가지지 못한 어떤 점을
제 소설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소설은 굉장히 자유로운 장르인데,
그것을 ‘문장’의 층위에 묶어놓는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건 ‘재미’입니다.
그래서 제 소설에는 ‘추리’의 기법이 많이 쓰입니다. 독자들의 주의를 끌고,
끝까지 흥미를 갖게 하면서 책을 읽게 하는 데 제일 효과적인 테크닉이 추리적인 기법이니까요.
역사소설은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요,
선생님은 소설을 쓰면서 사실과 상상력 사이에서 갈등하시진 않으시나요?
저는 그런 건 없습니다. 소설은 소설이니까요. 『뿌리 깊은 나무』에는 연표가 들어가 있습니다.
소설과 역사의 기록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지요.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이 여자라는 것을 밝히는 소설이 아닙니다.
‘신윤복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통해 역사를 풍성하게 하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과 당대의 진실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씌어진 역사로만 과거를 보아야 한다면 우리한테는 몇몇 불완전한 기록밖에는 남는 게 없습니다.
어떤 기록도 진실과 일치하진 않습니다. 기록은 누락되고, 재단되고, 검열됩니다.
의도가 있든 없든 글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역사소설가는 그렇게 누락된 진실들을 자료를 통해 유추하고 상상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진실을 구현합니다.
역사소설은 상상력으로 누락되었던 역사의 진실을 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사실을 잣대로 역사소설을 평가한다면 『바람의 화원』이나 『뿌리 깊은 나무』는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다 걸립니다.
우리가 사실로만 역사를 만난다면 역사 소설은 씌어질 수 없습니다.
역사 소설이 없다면 우리의 과거는, 우리의 역사는 얼마나 빈곤할까요?
저는 역사소설은 일종의 오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하고 재미있는 오답이지요.
정답은 하나지만 오답은 수백 가지입니다. 그 수백 가지의 오답이 과연 쓸모가 없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 때 단숨에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오답을 분석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게 가지 않습니까?
신윤복이 여자라는 건 역사적으로는 오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역사소설은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를 살아 움직이는 환상으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단 두 줄의 기록만을 남기고 역사에서 사라진 신윤복
베일에 싸인 그의 삶과 그림의 미스테리
베토벤과 모차르트, 고흐와 고갱, 피카소와 마티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천재의 삶은 늘 매력적이다.
조선 후기 궁중화원 김홍도와 신윤복 또한 18세기 정조 시대의 혁신적 화풍을 이끈 천재화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궤적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
궁중화원으로 활동하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다.
'도화서(회화를 관장하는 국가기관) 화원이었으나, 속화를 즐겨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후문만 떠돌 뿐 오세창(吳世昌 · 1864~1953)의 근역서화징(1928)에 나오는 두 줄이 유일한 기록이다.
신윤복. 자 입보(笠父). 호 혜원(蕙園), 고령인(高靈人). 부친은 첨사(僉使) 신한평(申漢枰).
화원(畵員).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화원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을까?
천재적 재능을 가진 그가 왜 도화서에서 쫓겨났을까? 그는 왜 항상 여인들을 화폭에 담았을까?
신비로운 미소의 "미인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작가는 단 두 줄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화석처럼 오래된 그림에 소설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그 속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두 천재 화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예인으로서의 모든 것을 건 대결이 작가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진다.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 소녀'보다 매혹적인 신윤복 '미인도'의 비밀
『바람의 화원』은 역사와 예술 작품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킨 예술소설이다.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신윤복,
최고의 화원이었으나 제자인 윤복과의 만남으로 흔들리는 김홍도,
부친인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슬픔을 간직한 젊은 왕 정조,
부와 권력에의 야심 때문에 아들마저 희생시키는 화원 신한평,
자신의 영달을 위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시전 행수 김조년,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껴안고 사는 기생 정향 등
역사 속의 인물들이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치밀한 플롯과 강렬한 캐릭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들을 빨아들이고
섬세한 내면 묘사와 거듭되는 반전은 롤터코스터처럼 감동을 증폭시킨다.
그림 속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놀라운 추리력과 탄탄한 구성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베스트셀러 『뿌리 깊은 나무』 작가 이정명 최신작!
『바람의 화원』은 소설 『뿌리 깊은 나무』로 ‘한국형 팩션’의 새 장을 연 작가 이정명의 최신작이다.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7일 전 경복궁에서 벌어진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뿌리 깊은 나무』는 ‘최고의 한국형 팩션’으로 자리매김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뉴웨이브 문학의 가능성을 내보이며
출간 1년 만에 35만 부를 돌파했다. 또한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
교보, YES24, 인터파크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작가가 1년 만에 선보이는 『바람의 화원』은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으로
천재 화가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 또 한 번의 열풍을 예고한다.
시대를 풍미한 천재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
같은 시대의 화가였지만 신윤복과 김홍도의 화풍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다르다.
김홍도가 서민들을 주로 그린 반면, 신윤복은 양반들을 주로 그렸다.
김홍도가 주로 남자들을 그린 반면, 신윤복은 여자들을 그렸다.
김홍도의 필치가 단순하고 힘 있는 먹선 위주인 반면
신윤복은 세련되고 섬세한 필치로 화려한 채색화를 그렸다.
이처럼 극적으로 다른 화풍의 두 화가였지만 놀랄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있다.
같은 인물과 풍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르게 표현한 그림들이다.
김홍도의 '빨래터'와 신윤복의 '계변가화',
김홍도의 '우물가'와 신윤복의 '정변야화'를 비롯한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림들은 제목은 물론, 등장인물의 숫자와 위치, 동작까지도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그들은 왜 제목과 등장인물조차 같은 그림을 다른 방식으로 그렸을까?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을 통해 그 호기심과 의문을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