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경기남부집회 ♠11월13일 촛불열차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 전태일...추모문화제 (산본역3출구 분수대광장, 6시30분)

[잎혹은여름비]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 전태일......

..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나는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  (1970.8.9. 일기에서)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의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쉬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에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오늘 11월13일 '촛불열차'는,

전태일 열사의 삶과 사랑에 대해 돌아보며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짚어보는

테마촛불로 달린답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조촐한 낭송문화제로 준비해보았습니다.  

많이 오셔서 함께 촛불열차 타고 달려보아요.

지난 몇달간의 '촛불의 삶'을 돌아도 보고... 신명나게 춤도 추고...^^

♠촛불열차11회 - 전태일열사를 기리는 낭송문화제

 - 일시: 11월13(목), 4호선 산본역 3출구 분수대광장, 6시30분-9시

- 프로그램 (낭송과 공연 그리고)

  6시30분: 초에 불 밝히기, 사진전시, 피켓 쓰기, 풍선불기 

  7시20분 추모문화제 시작 :  (낭송과 나레이션을 마치신 님들은 국화 한송이씩 헌화를...)

    □ 추모 묵념  

    □ 전태일 열사의 일기 낭송 (청루)

    □ '전태일 열사는 나의 삶에 어떤 의미였나' (소금사탕)     

    □ 시낭송1 (노을)

    □ 청년 전태일의 삶-나레이션 1,2 (구름, 보이)

     *

    □ 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향기 (군포청년)

    □ 마임공연 - '후이넘의 기억2' (예기-예플러 이름없는공연팀)

    □ 시낭송2 (봄)

    □ 내 이름은 비정규직 (산하아빠)                        

    □ 시낭송 3 (청루)  

    □ 촛불의꿈- 나레이션 3,4 (별, 비)      

     * 평화행동단과 함께 추는 춤- 촛불의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4박자춤           

11월 13일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1970년 그날, 평화시장 얼어붙은 거리로 불덩이가 달려나오며 외친 그 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마라!

불꽃으로 산화해간 님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로 다시 살아나 살아나......

38년 전 평화시장 거리거리에 뿌려졌던 전태일 열사의 눈물은 2008년 오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와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공황은 세계를 뒤흔들며 실물공황으로 번지고 있는데,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요동을 칠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벼랑끝 삶을 이어가게 될지 생각해보기조차 두렵습니다. 

그래도 또 오늘은 촛불을 켜들 수 있기에, '위기는 곧 기회다' 란 말을 되새기며 한발 한발 내딛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 전태일!

스물두 해를 살다 가신 님의 짧은 삶에는 많은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구도자의 모습이, 투쟁하는 예수의 모습이, 절망하며 절규하다 끝내 다시 일어서는 노동자의 모습이.....

또한 님의 삶에서, 온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정신을 봅니다.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란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전태일열사를 만나던 날, 나의 가슴은 한없이 떨렸고, 그리고, 곧 잊었습니다. 잊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거룩한 님의 삶이, 님이 남긴 향기가, 내겐 너무 버거웠으니까요. 

그러나 때때로 생각나곤 했습니다. 전태일의 정신은 촛불의 정신이고, 그의 삶은 사랑과 성찰과 실천의 길이었노라고. 

오늘도 청년 전태일은, 나에게, 우리 촛불들에게, 나즈막히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 성찰, 실천, 없는 '껍데기'는 가라!  

[잎혹은여름비]

토란잎 이름을 쓰다가 바꾸게 되었어요. 시간 되시는 촛불님들 많이 오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