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는 경제 위기를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 꽃’에 비유했다. 우리나라가 겪은 위기만 하더라도 1997년 말 외환위기, 2002~03년의 신용카드 사태(신용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1년에는 유럽 발 글로벌 재정위기를 겪었다. 저자는 경제 위기를 다년생 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라고 표현한다. 왜냐하면 각설이는 죽지도 않고 또 오니까.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수시로 다가올 경제 위기에 대비하는 상시적 위기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출구전략 이후의 세계 경제 향방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돈을 그만 풀겠다는 폭탄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어디까지나 전망에 입각한 예상 스케줄이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신흥시장국 금융시장 불안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서 투자자들은 FRB가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그리는 세계 경제와 금융은 어떤 모습일까?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돈의 흐름이 바뀔 수밖에 없다. FRB가 푼 3조 달러가 넘는 돈이 새로운 투자처를 향해 움직이는 ‘머니 무브(Money move)’가 시작되면서 향후 추가 상승이 예상되거나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주식 또는 부동산 등으로 몰려갈 것이다. 특히 출구전략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마르기 전에 고수익 또는 시너지가 예상되는 기업과 헐값에 나오는 알짜기업을 인수하려는 글로벌 인수·합병이 공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두 번째는 돈이 국경을 넘나들면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신흥시장국의 경우 머니 무브 과정에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주가와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반면 환율이 급등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식의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일부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약해진 재정과 정부 부채로 인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불거져 나올 것이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인플레이션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미국 등 주요선진국들의 경우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 모드로 진입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신흥시장국들의 경우 선진국으로부터 유입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국내 유동성이 줄어들어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미 풀릴 대로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데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게 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언제 오나?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바와 같이, 주요 7개국(G7)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추이를 보면 1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4만 달러가 되기까지 평균 27년. 1만 달러당 평균 9년이 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만 달러(1995년)에서 2만 달러(2007년)까지 가는 데는 12년이 걸려 G7 평균에 비해 3년 정도 뒤처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마이너스 성장에다 환율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2007년에다 9년을 더한 2016년이면 3만 달러, 여기다 또 9년을 더하면 2025년에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1~2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고, 중간에 큰 위기를 겪는다면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일부 전문가들도 아직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불과 2-3년 후면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7년에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빠르면 2020년대 초반, 늦어도 중반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축적의 시대에서 자산관리의 시대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자산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가게 될 것이다. G7 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소득 1~2만 달러 시대가 자산을 모으고 저축하는 자산축적(資産蓄積)의 시대라면 소득 3~4만 달러 시대는 모은 자산을 굴리고 이용하는 자산관리(資産管理)의 시대로 바뀌었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뒤돌아봐도 상대적으로 못 살던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예금을 늘리느냐 하는 축적의 시대였지만 어느 정도 살기 시작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로 초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줄이고 금융자산은 늘린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에서 부동산 비중이 고점을 형성하고, 늦어도 2만 달러대에 들어서면 부동산 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선진국의 부동산 비중은 미국이 34%로 가장 낮고, 일본이 43%, 독일과 영국·프랑스가 50%대를 보이고 있다.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해도 미국을 제외한 이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에서 부동산 비중이 고점을 형성하고 늦어도 2만 달러대에 들어서면 부동산 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비중은 1993년 76%에서 2001년 83%까지 높아졌다가 2006년 80%, 2013년 68%로 낮아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로 진입할 경우 이 같은 추세가 더 강화되면서 부동산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60% 초중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이 넘쳐날 때는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도 흥청망청하기 마련이지만,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면 누구나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익성과 안전성은 물론 위기 및 인플레이션(또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훨씬 더 꼼꼼하게 따지고 짚어보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 바뀌는 패러다임에 맞는 투자자산만이 각광을 받는 것처럼 바뀌는 패러다임에 잘 적응하는 동시에 차별화에 성공하는 개인과 기업,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