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비행기타고 김포공항 도착하니 아빠가 태균이를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예정대로 일요일 입원을 하고, 월요일 신장에서 지난번 다 제거하지 못한 결석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심장관련 지병이 있는 이상 약물복용은 불가피한 일이라서 이런 류의 신체 부작용을 앞으로 잘 대비해가야 합니다.
입원생활과 입원에 따른 부수적 작업들(주사비늘 장착, 항생제 알러지반응검사, CT촬영 등)은 능숙하게 대응하나 수술 전날 해야하는 관장 절차는 영 쉽지가 않습니다. 저번에도 하는 수 없이 생략했는데 이번에도 건너뛰기 할 정도로 항문에 관장약 주입은 이래저래 강한 반발이 나옵니다.
여기서 더 문제는 태균이의 묘한 책임감 강박. 한번 시도했다 실패한 의료적 처치나 절차를 다시 하겠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 필수처치는 반드시 해야하기에 다행이지만 굳이 안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들조차 반드시 수행하겠노라 강박 제스츄어표시를 반복합니다. 어제도 결국 삽입하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엉덩이에 좌약이라도 걸쳐보고는 관장 강박이 끝이 났습니다.
이런 강박적 책임의식을 학업이나 업무처리에 써먹었으면 얼마나 빛이 났을까요? 같은 기질도 뇌의 상태에서 결국 그 수준을 결정해버립니다. 삶의 질이라는 것은 훌륭한 DNA가 가득해도 그것을 수행해 줄 RNA가 같이 작동되어야 하듯 어떤 기질을 어떤 수준으로 써먹을 수 있는지는 그야말로 각자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루시'에서 보여주듯 잠재된 유전자를 모두 깨우고나면 우리 모두는 그야말로 슈퍼맨 슈퍼우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포스터에 써있는 것처럼 일반사람들은 뇌가 쓸 수 있는 역량의 겨우 10%만 가동하게 되는데요, 영화 속 루시는 100%를 가동하게 됩니다. 물론 그 상황은 특정 극단적 사건을 초능력으로 처리하고 자신은 파멸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진짜로 최대 10%만 사용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있는지도 모릅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쓸까요? 1%만 써도 성공아닐까요? 태균이를 보면서 잠재되어 있는 유전자들이 제대로 가동을 못해 이리저리 아우성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좋은 잠재유전자를 꺼내쓰려니 수단습득 (사고능력 언어 동작수행능력 등)이 안되는 구조이니 DNA는 좋은데 RNA가 고장난 부조화라고나 할까요?
병원에 오니 오히려 밤에 충분히 잠을 자게 됩니다. 여러 명이 쓰는 병실이라 동작과 소리를 최대한 낮춰가며 조심조심 행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찍소리없이 잘 있는 태균이 기특하기는 하나 방귀는 참지못하고 여러번 방출하는 실례를 범하긴 했습니다. 다른 침상의 어른들도 비슷한 실례를 하기에 다행이다 싶기는 한데 소리자체의 크기는 비교할 수가 없어 민망 그 자체입니다.
저의 실수이긴 합니다. 물만 마시기 심심해서 우유 1리터 큰 거를 사서 둘이 나누어 마셨으니 방귀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차싶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일찍 잠들어 푹 잘 수 있는 기회라서 둘이 어찌나 신나게 잤는지... 누군가 무심결에 꺼놓지못한 새벽알람이 계속 울려대는 바람에 다소 일찍 깨긴 했지만 이 정도의 수면량은 저에게는 간만의 일입니다.
아침식사 시간은 또 한번의 고비. 주변 사람들 시간맞춰 배급해 준 아침상이 태균이의 강박을 일깨웁니다. 사실 태균이는 병원에서 주는 식사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몫은 꼭 챙깁니다. 제가 집에서도 식사준비를 모두 마치고 다른 아이에게는 배급했는데 자신의 분량에 그게 빠져있으면 눈으로 손가락질로 열심히 항의를 합니다. 그런 식입니다.
한 20분 식사배급에서 제외된 자신의 권리를 애타게 하소연하다 계속되는 엄마의 설명에 설득이 된 듯 하지만, 사실 더 정확히는 모두 식사가 끝나고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음식냄새가 모두 빠졌기 때문입니다. 곱씹어보니 억울한 듯 추가 하소연과 더불어 떼가 가시지 않은 얼굴표정은 가관이네요. 누워 TV보라는 말에 순순히 따르는 것만 해도 기특합니다.
1시반이나 되어야 수술시간이니 그 때까지는 시시때때로 식사하고 싶다는 손가락 신호를 보낼 것이지만 지치지말고 또 열심히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조용한 순응이라면 다 컸다 싶기는 합니다.
이번에 수술로 신장에 박혀있는 큰 돌들을 처리하고나면 다시 축적되지 않도록 신경써서 관리해나갈 계획입니다. 작은 돌들이라면 얼마든지 배출도 가능하니 결석방지와 배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살빼기 위한 작업, 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긴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과제이네요.
첫댓글 태균씨, 수술 무사히 마치시고요. 차후 체중감량 일정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대표님도 고생 중 건강하시길 빕니다.🙏🍒
많이 많이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아드님 수술 잘 되길기원드리겠습니다.
서우는 보충제 먹은지 6개월이 지났는데 너무 안정적이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대표님께 늘 감사의 마음 안고 있어서 서우 안부도한번 알려봅니다.
워터파크ᆞ남해 바닷가ᆞ 강변킥보드타기ᆞ 등산은 꾸준히 하면서 매일 매일 운동으로 자연과 늘함께하고 있어요~ㅎ
간만의 소식이 너무 좋네요. 그리 노력하시니 더 좋은 소식들이 많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표님 글 보면서 100%공감하고 지역이 그쪽이라면 늘 함께하고픈 1인이예요ᆢㅎ
여전히 더위가 한창이지만 건강하게 하루 하루 승리하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