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내 사물함을 정리하다가 초등학교 시절의 통지표(성적표)를 발견했다.ㅋㅋ
그런데 . 모아둔 통지표 중에 구멍이 뚫린 하나를 발견했다.
이게 왜 이렇지.....?
자세히 드려다 보니 "크크...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말로 잊지 못할 추억의 성적표이다..
왜? 이냐구요....ㅋㅋㅋㅋ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성적표에 얽힌 사연이다.
이때만 해도 통지표를 받으면 학부형란에 부모님의 도장을 받아와서 다시 선생님께 제출 해야만 했던시절이다.
다른 과목의 성적은 그래도 보아 줄만은 했는데. 음악 점수가 30점.ㅋㅋㅋㅋ
집에 계신 아버님께 보여 드리기도 전에. 이미 혼 날것이 두려워 겁을 미리 먹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
이것 저것 방법을 찿아 잔 머리를 굴리던 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ㅋㅋㅋㅋ(그래// 30을 80으로 고치면 되는 거야..ㅋㅋㅋㅋ)
그래서 .고쳤지요.. 30점을 80 점으로
근데 ....이 시절엔 볼펜이 귀하던 때라 어렵게 구해서 고치기는 했는데....
그것이 그만 파란색 볼펜이라니...이게 웬 날벼락입니까...(통지표엔 검정색...)
다시 검정색 볼펜을 구해 통지표를 들여다 보니. 파란색 볼펜 자욱을 지울길이 막막......
하는 수 없이 손가락 끝에 침을 조금 발랐지요..그리고는 살살....문질렀어요.ㅋㅋㅋ
한겹 두겹.....
지워지는가 싶던 통지표에 그만 얼룩과 함께 구멍이...뽕....
하는 수 없이 당시에 국회의원이던 (최 익규 달력)을 쬐끔 오려 밥풀로 붙이고 나서보니 그렇듯 하였습니다.ㅋㅋㅋㅋ
내친김에 6등 이였던 학급성적 순위도 1 등으로 고치기로 맘을 굳히고는 같은 방법으로 해결 하였네요...
감쪽 같았지요ㅋㅋ(아이들 눈 높이로 봤을 때는.ㅋㅋㅋ)
그날 저녁 .
늦게까지 밭일을 마치시고 들어 오시는 부모님을 향해
등에서 지겟짐도 내려 놓으시기 전에. 크게 외쳤지요
"아버지 . 저 이번에 일뜨으 했어요"...
아주 의기양양 했고.그렇게 말 하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저녁 상을 물리신 아버님께서 "준기 성적표를 갖고 넘어 오너라..."하셨다.
성적표를 가져가 아버님께 드리는 순간 . 내 모습은 새 파랗게 질렸지요...
왜냐구요?....
밥풀로 땜빵을 하였던 성적표가 밥풀이 바르면서 온통 쪼글쪼글.......
순간.//그것을 펴려고 몇번인가 문지르고 나니 종이 땜빵이 그만 떨어져 버리네요......
아버님께서 구멍뚫린 통지표를 보시고 그 사연을 모르실리가 있겠습니까 .....
하지만 저는 혼날 것이 두려워 끝가지 우겼습니다
"다님 선새이 잘 못해서/ 선새이이 고모양으로 만드렀따구요......"
어이가 없으셨는지 아버님은 "그럼 .낼 선생님께 가서 확인서를 받아 오너라....."하셨다
안방으로 넘어와 겨우 한숨을 돌리는 순간.// 형이 와서 하는 말....
"니..고쳇째....?"
" C8 머이 고체//내가 앙그랫따고오...선새이 그랬따니까......" 하며 악을 박박 쓰며 우기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학교를 향하는 나의 발걸은 매우 무거웠고. 또한 매우 정중하였다...
그리고.어린나이 답지않게 깊은 생각에 빠져야만 했다...
(통지표는 내야하는데......아버님 도장을 받아 오지 못 하였으니....)
에라....이왕에 이렇게 된것//(사실은 선생님 보다도 아버님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 교무실로 가서는
."선생님 // 어제요// 지베 가다가요// 상처니가 내 통지표오르 이모야아로 만들었는데요.//
우리 아버지가요// 구머이 낫따고 다시 해 오래요"
.................!!!!!!!!!
그 통지표를 받아든 선생님께서 어찌 그 속에 숨겨진 사연을 모르실리가 있겠습니까...
한참을 바라 보시던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책상 서랍 속에 있던 학급전체의 성적표를 꺼내시어 제게 주시면서 제 성적표를 과목마다 읽으라 하셨다.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갔다....국어100. 산수100.사회.자연.....
음악80쩌엄//(왜냐하면 지금 선생님은 고쳐진 내 통지표를 들고 계시기 때문이다)
........///////
이크.이번엔 반대다//
이번엔 내가/ 구멍난 내 통지표를 보고 선생님께 점수를 불러 드려야 한다.
국어.수학....으막 30쩌엄.....
........!!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생각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아버님께 확인서를 써서 주셨다.
(물론.음악은 80점 .학급석차는 1뜨응....)
이 선생님께서 어찌 저의 그 속내를 모르셨겠습니까...
하여간..의기양양 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와
선생님께서 새로 써 주신 통지표를 아버님께 보여 드렸습니다.
웬일인지 아버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고.
새로 쓴 통지표는 보지도 않으시고. 대신 구멍뚫린 통지표에다 도장을 찍어 주셨지요.....
이때 부터 나는 음악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것이 오늘. 내가 음악을 전공하게된 동기가 된것 같네요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네요
..........!!
이 선생님이 작고 하신 (김 기만 선생님)이 십니다.
초등학교 시절
6 학년 초에 선생님께서 중등교사로 임명되어
갑자기 자리를 옮기게 되셨을 때의 기억이 문득 난다.
어린 나이에 선생님을 떠나 보내기가 아쉬워서
여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눈물 바다가 되었었고.
우리들은 선생님께 차비라도 보태어 드린다고 고사리 손으로 모금을 했던 기억도 새롭다....
..............!
졸업 30주년 행사 때의 일이다.
김 기만 선생님을 모시고자 하여. 용지각 부근의 자택에 선생님을 찿아 뵈었다.
매우 반가워 하시며 우리의 손을 잡아 주셨는데.
선생님 모습은 병환으로 시름하시어 매우 힘들어 보이셨다.
늦게 찿아 뵙게되었음을 죄송스럽게 말씀드리고.
"이번 30주년 행사를 선생님을 모시고 하겠다"며 말씀을 드렸다.
행사 당일..
............
김 기만 선생님을 모시러 갔을 때.
자택 문 앞엔 많은 신발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꽤 많은 손님이 오셨는가 싶었다.
"선생님" 하고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
사모님께서 말슴 하셨다.
"오늘.선생님의 장례식을 치르셨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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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의 졸업 40주년을 맞으며 ..준기 올림
첫댓글 아련하게 그 시절이 그려집니다 늘 문제를 만들면서도 꼭 추억에 남아있는 사람이 낙화~~~~~~
아련한 추억이군요... 정겨운 내용이 마치 나의 과거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