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고 못 되고는 장담 못하는
오늘, 그중에도 지금은 삶의 중심이다. 오늘을 잘 살다 보면 어제가 되고 또 내일이 다가오면서 오늘이 된다. 그런데 어제는 이미 지나간 흔적이면서 확정이 된 것이므로 마음대로 고치거나 바꿀 수 없는 과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내일은 틀림없이 오늘로 다가오지만 아직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불확실성이 있어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적으로 그냥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시간에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시간 그 자체는 변화가 없겠지만 내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고 다시 내일로 물결처럼 이어지며 깜냥껏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지금은 현실이라고 한다.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바라는 것은 이상이면서 희망이고 기대하는 것으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은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하지만 지금인 현실은 미룰 수 없는 현장이다. 시간과 함께 밀려나면 그만큼 처리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했다가 잘못되면 고스란히 내 몫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잘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슬그머니 넘어가도 잘못된 것은 꼬치꼬치 당장 문제가 되면서 두고두고 원망과 후회가 따라다닐 수 있다. 끝까지 꼼꼼하면서 신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으며 노력해도 능력 여하에 따라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오늘이나 지금이 선명하게 눈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구분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적 매듭이 지어지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빨라도 안 되고 늦어도 안 되고 시간을 잘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 기본이 신용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이나 날짜에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급하고 늦고 선후가 있게 된다. 그 순서란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는 바둑판에서는 수순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생사가 뒤바뀔 때가 허다하다. 그만큼 승패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똑같은 일을 똑같이 해도 수순 따라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나는 바보, 한낱 바보다. 바보 아닌 사람이 있는가 싶다. 아는 것도 많지 않고, 가진 것도 많지 않고, 자랑할 것도 많지 않고, 나는 바보다. 바보가 편하다. 아웅다웅 다투지 않으며 씩 웃어도 된다. 무턱대고 욕심만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바보가 편하다. 시시비비 구설수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냥 있는 대로 살아간다. 그것이 내 몫이려니 하면 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만큼 고마운 것이다. 어디 오늘만 날인가. 나에게도 내일은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작해도 부지런히 성실하면 된다. 모든 것은 오늘 지금부터다.
나는 농투성이이다. 길가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찮은 들꽃이다. 그러나 민초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고 얕잡아보지 마라.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 생각보다 높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허름한 잡초다. 그 속에 진귀한 약초도 섞여 있다. 아무렴 어떠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란다. 마음 편히 살며 하고 싶은 것 하면 된다. 이웃에게 못 할 짓을 안 하면 된다. 비록 그들이 외면해도 내가 손을 내밀만 한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은가. 오늘을 잘 살면 된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된다. 오늘만큼 지금만큼 귀중한 시간도 드물다. 기분 좋은 오늘이다.
곡식은 가꾸면 어떻게든 여물어 거두게 된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지나치게 욕심내지 마라.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화근이 될 수 있다. 초목은 태어난 곳에서 군소리 없이 주위의 여건에 맞춰가며 살아간다. 바람을 두려워 않는다. 온몸으로 바람에 대들지 싶어도 요령껏 살짝 비틀고 숙이며 바람의 길을 터준다. 고집부리며 맞섰다가는 부러지고 넘어진다. 바람은 바람대로 곧장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가로막고 잡아두거나 되돌려 보내지 못한다. 사람은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노력하고 성실하면 어느 정도 뜻을 이룬다. 하지만 잘되고 못되고는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