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뜨겁던 태양도 오후가 되어 구름사이로 가려지고 혹시나 비가 오면 어찌하나 우려의 마음을 하늘
도 읽었는지, 두물머리 강변 미사가 끝날 무렵, 빗방울이 떨어져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게 됩니다.
미사 뒷정리를 하면서 두물머리 미사가 내 삶의 여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곰곰히 되짚
어 보게됩니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라는 낙산사 한 어귀에 걸려있던 문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낙산사를 찾았을 때 인상 깊게 마주친 화두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불에 타고나서
인지 건물과 경관이 그리 예스럽지 않았지만 동해의 웅장한 바다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
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수 관음보살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멀고 깊은 바다만 바라 보고 있고 속세의 우리네는 그 앞에
정성스레 절하며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화두처럼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해수 보살이 쳐다보는 먼 바다와 깊은 하늘을 한참동안 바라 보다 왔습니다. 지금
그곳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성공회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시 한수 받아 읽고
또 읽다가 새삼 그곳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도 무슨 연유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천년의 시간
천년된 고찰로 향하는
가파른 숲속 길로 힘겹게
오르다 멈추어 서서
하늘의 푸른 깊이를 마신다
천년 인고의 세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러지고
다시 부활하여 하늘을 닮은
영겁의 시간이련가
뜬 듯 감은 듯
지상의 순간과 천상의
영원한 시간을 관통해온
관음보살의 미소는
천년의 향기를 내 뿜는데
하늘을 닮아가다 이윽고
스스로 하늘이 되어버린 이들의
깨달음의 적막한 숨소리 놓칠세라
긴 호흡에 바삐 담는다.
4대강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476일, 사백 일흔 여섯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
는 인천교구 범박동 성당 한의열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 정연섭 신부님, 장동훈 신부님, 서울대교구
나승구 신부님, 작은형제회 유이규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장동훈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사계절이라는 자연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
이 속삭이고 있는데 내 편의와 무감각에 의해서 혹은 상황에 의해서 그런 소리들, 그런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 못한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신경써야 될 것은 그분의 마음이 또한 우리의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마음은 들리지
도, 보이지도 않지만 그 예민함은 우리들 주위에 있는 초록, 우리의 주위에 있는 사람, 또 우리들
주위에서 겪고 있는 여러가지 고통속에서 계속 편지 쓰여지고, 말이 건네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수성심성월입니다. 예수 성심성월은 우리 각자, 각자 못난것 많고 보잘것 없고, 가끔은 추하고
가끔은 표리부동한 그래도 가끔은 사랑스럽고 귀엽고 또 안아주고 싶은, 그런 우리 각자의 가슴
에 와닿는 이야기, 그렇게 가슴에 말을 하나, 둘씩 건네고 계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기억 하는 성월입니다. 우리들 어떤 이심 전심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어떻게 그 편지와 말에 귀 기울여야 될지
생각해보는 미사 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천교구 모래네 성당, 범박동 성당, 가톨릭 환경연대, 레오 가족을 비롯한 스무 명의 교우들께서
부활 제7주간 화요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해주셨습니다. 강물이 흐르는데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렇게 흘러가는 두물머리 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