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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신선봉 정상에 오르니 3명의 주자가 급수를 하고 있다. 물 한잔 얻어먹고 구간기록을 확인하니 작년보다 15분이나 늦었다. 거리상으로는 반도 안 되지만 시간상으로는 반이 넘는 지점이다. 섭-3가 가능한지 머릿속으로 시간계산을 해봐도 답이 없다.
마을까지 내려가서 계산을 하기로 하고 북사면의 하산코스로 달려 내려간다. 곧바로 앞 주자를 가볍게 추월하고 내려가니 여성주자(2위 입상자)을 포함하여 5명이 줄지어 내려가고 있다. 내리막에 약한 주자들을 재껴야 한다. 서서히 그리고 집요하게 한명 한명씩 제쳐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가속을 해야 되는데 전날 내린 비로 인하여 주로가 미끄럽다. 동금대가 지나고 임도 구간이 나타나니 곳곳이 진흙탕이다. 이리저리 피해가며 뛰지만 신발은 수렁에 빠져 만신창이가 되고 다리와 등짝은 꺼먼 진흙물이 튀어 수를 놓는다.
5명중에 간신히 1명 추월하니 4명은 저만큼 도망갔다. 처진 한명을 추월한 것이다. 헛다리 짚었다. 선두주자를 보며 뒤쫓아야 되는데 주로가 좋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잠시 시멘트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곧이어 학현마을 간식지점이다. 여기서 미숫가루나 오이 또는 바나나로 에너지를 적당히 보충한다. 배고픔에 갈증에 너무 먹지 말아야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
구간기록을 확인하니 전년도에 비해 4분여나 늦은 기록이다. 섭-3도 물 건너갔다. 조금은 맥 빠지게 시멘트포장이 되어있는 농로를 따라 중고개를 향한다. 2명이 추월해가는 데도 아무 생각이 없다. 고개를 넘으니 주로 상태가 또 수렁이다.
모래재가 다가오면서 주로상태는 좋아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왼쪽으로 오르다 보면 작은동산이다.
힘든 구간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거리기 때문에 조금씩 힘이 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한명씩 추월해간다. 반항(?)하는 주자도 가끔 있지만 지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순순히 길을 열어준다.
내리오르막이 몇 번 반복되다가 목장길을 따라 외솔봉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내리막 암릉구간이다. 좌측으로는 도착지점인 청풍랜드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충주호반에서는 동양최대라고 하는 분수줄기가 솟아오르고 있고 관광유람선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고 있다.
아꼈던 힘을 쓰기로 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마음속으로 ‘힘!‘을 외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중고개에서 추월해간 주자들을 재추월한다. 마지막 내리막에서 미인봉구간에서 추월해간 청년부선수를 재추월한다.
도로에 내려서니 주로에는 3명의 주자가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목표는 모두다 추월이다. 바로 앞 주자는 뒤를 힐끔 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속도가 느려진다. 가볍게 추월한다.
내리막이 지속되다 오르막을 만나면 서서히 몸을 적응시켜야한다.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힘도 더 들고 몸놀림이 둔해진다.
2번째 주자가 1번째 주자를 추월해가는 모습이 포착 된다. 팔치기를 더 강하게 하여 보폭을 늘려본다. 제법 스피드가 나는 것 같다. 한사람 추월하고 마지막 추월을 위해 피치를 올려본다. 언덕위에서 어깨를 맞대 본다.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추월을 허용하는 것 같다. 잠시 동반주를 하고 만남의광장 우회전 직전에 가속을 한다.
환영아치를 통과하며 뒤가 궁금했지만 예를 지키기 위해 뒤 돌아 보지 않는다. 응원하는 박수소리를 들어도 어느 정도 뒤에 오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추월 당 할 염려는 없다. 안심이다. 점점 더 가속을 하여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 내려가니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곧 이어 결승점이다. -sbc-
그리고....
-꼭달이, 카우보이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물어보니 안 왔다더라!
-종합순위로 50위 안쪽은 되는 것 같다.
-목표대로 기록을 냈으면 장년부 7위에 입상기록이다.
-주로상태가 좋지 않아 입상자들의 기록이 작년보다 저조한 편이다.
-8월 훈련량 120km로 기록도전은 무리였다..
-풀코스 썹-3주자도 내 뒤에 몇 명 들어왔다.
-풀코스 2:40분대 보유자는 나보다 4분 빠르게 들어왔다.
-1위기록은 2시간 12분( 작년은 2:08분)
-단체전은 1위 청주마라톤, 2위 런다잠실팀
-참가자가 넘 많아 기록도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년에 58멍에서 단체전입상을 하려면 썹쓸 기록 주자로 구성해야 가능하다.
-신선봉코스로 등산을 권한다. 멋진 코스다.
-내년에 산악울트라마라톤(40km이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금수산 산악 마라톤대회는 올해로 8회를 맞이하며 8회 연속 참여를 해오고 있는 산악대회이다.
간단히 금수산산악코스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거리는 22km(‘03년도부터 대회장 변경으로 1km이상 줄음)로 등산로와 임도가 19km 일반도로가 3km정도 된다. 일반도로도 산길에 가까운 경사와 굴곡을 자랑하고 있는 난코스이다.
코스는 청풍랜드(175m)를 출발하여 영아치재(250m) ~ 족가리봉(579m) ~ 미인봉(596m) ~ 학봉(774m) ~ 신선봉(845m) ~ 동금대 ~ 상학현(365m) ~ 중고개(500m) ~ 모래재(445m) ~ 작은동산(545m) ~ 외솔봉(481m) ~ 청풍랜드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특징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암릉에서 내려다보는 충주호 주변 전망은 일품이다.
금수산대회는 날도 잘 잡는다. 하늘에서 축복을 내려주는 것 같다. 대회를 8회 동안 치루는 동안 날씨가 계속 좋았다. 오늘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참가인원은 1,2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여명 이상 많은 인원이 참여를 했다. 참가단체도 55개 이상 동호회가 참가를 했으며 산악단체는 겨우 3개 단체만 참가했을 뿐이다. 전국 최고라고 하는 산악축제가 도로마라토너들에게 안방을 내준 격이다.
올해의 특징은 상금과 입상을 노린 전국의 고수들과 연합단체 그리고 신규단체들이 대거 참여를 했다. 적정인원보다 배 이상 많은 참가로 곳곳에 병목현상을 빗기도 했으며 전날 많은 비로 인해 코스상태는 최악이었다. 입상단체와 선수들도 대거 바뀌었다.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국내최대높이(62m)의 번지점프장과 암벽연습장이 있고 충주호수가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청풍랜드가 대회장소이다. 많은 인원으로 대회장소가 너무 협소한 느낌이다. 스트레칭도 걸리작 거려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출발선 옆쪽으로 쭉 빠져 간단한 워밍을 한다.
갑자기 함성이 들린다. 얼떨결에 앞쪽에서 출발한다. 출발과 동시에 200여m 오르막을 힘차게 뛰어 올라 주차장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 82번 지방도로(제천~수산)를 따라 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코스는 좌측 오르막길이며 길이가 600여m나 되는 영아치 고개로 2단기어를 넣어야 오를 수 있는 경사다. 삼거리에서 고개정상까지 70여m고도를 올려야 하며 쉬지 않고 오를 수 있으면 상당한 실력자(?)로 봐도 될 정도로 심한 고갯길이다.
넘어갈 듯한 거친 숨소리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빠르지 않는 페이스조절능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매년 오버페이스를 한 주자들의 걷는 것을 목격하곤 했는데 올해에는 걷는 주자들이 없다. 그만큼 고수들이 많이 참가를 했나보다. 고개를 넘기도 전에 땀이 뒤범벅이다.
고개를 넘고 내리막 질주하니 추월해가는 주자들이 많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난다음 우측으로 꺽여 내려가고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산길로 오르는 입구가 왼쪽이다. 시간을 보니 작년보다 10여초 빠르다. 초입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산속으로 들어가니 답답하다. 뛸 수 있는 구간도 아니다. 앞뒤로 줄줄이 사탕이다. 앞으로 치고 오를 수 도 없다. 추월할 빈공간도 보이지 않는다. 거친 숨소리만 요란 할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버페이스 한 선두그룹의 주자는 포기했는지 주저 앉아있다.
호흡이 좀 가라앉으니 페이스가 너무 느리다. 추월구간은 보이지 않으니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이 급해진다. 추월구간을 목격하고 지름길로 치고 올라가 3명을 한꺼번에 재낀다. 계속 추월구간이다. 2명을 추월하고 또 2명을 추월하여 7명을 추월한다.
따라서 호흡도 순식간에 거칠어진다. 한번 올라간 심장박동은 내려올지 모른다. 점점 힘들어지고 다리가 둔해진다 했더니 추월당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추월당하기는 죽어도 싫고 안간힘을 쓰니 더 죽을 맛이다.
산악마라톤대회에서는 2명이상 한꺼번에 추월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순간적으로 무산소운동에 가까운 힘을 써야하므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요인이 된다. 결국은 힘들게 추월하고 쉽게 추월당해 버린다.
본격적으로 능선을 탄다. 간간히 뒤돌아보니 충주호로 삼면이 에워싸여 있는 비봉산(매봉:531m)은 비상을 준비하는 것만 같다. 여기서부터 추월해도 늦지 않았는데 초반에 너무 급했다.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앞주자 뒤만 보고 따라 붙는다. 급한 나머지 초반에 갑자기 추월을 시도하는 바람에 족가리봉(일명 까리봉)까지 내내 고생했다.
발음도 심상치 않은 족가리봉 (학현계곡의 여근석과 서로 맞보기)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신선봉 주능선을 타고 간다. 괴암과 분재같은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등산로이지만 사고가 자주 목격되는 험한 코스다. 지형에 따른 적절한 자세와 발디딤을 주의 깊게 해야 한다.
족가리봉 정상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마시고 시계를 보니 ‘어라! 먼가 잘못됐네!’ 세팅을 다시 한다. 작년보다 늦은 시간인데 얼마나 늦었는지 궁금하다. 만회 할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웬수(?)를 갚기 위해 내리막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2명을 재추월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앞에 2명이 또 가고 있다. ‘양보! 양보!!’를 외치니 뒤로 힐끔 쳐다보고 비켜주지 않는다. 선두그룹에서는 여간해서 양보가 없다. 모두다 입상 또는 기록을 위해 뛰는 주자가 많은 까닭이다. 할 수 없이 불안전한 추월을 하고 보니 또 호흡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기분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재추월 맛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지쳤는지 1명이 홀로 가고 있다. 추월을 허용치 않으려고 의도적인 행동을 보인 주자다. 양보를 안 하면 밀고 추월할 수밖에 ‘어~ 윽!’ 하면서 바위에 물팍 부딪치고 말았다. 아프다. 진짜다. 이를 악물어본다. 그래두 아프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까진 데는 없다. 정통으로 부딪친 것 같다.
다시 오르막이다. 무릎의 통증은 있어도 참을 만하다.
미인봉(저승봉 : 90년도 중반에 미인봉으로 개명)으로 오르는 중간쯤에 우측(남쪽) 하산길이 있다. 5~6분 내려가면 조망이 최고라는 천년고찰 정방사가 자리 잡고 있다. 4계절 멋진 풍광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다. 충주호반위에 월악산이 들어오고 그 뒤로는 장엄한 백두대간 눈금이 수를 놓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가고 있는데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난다. ‘양보!’를 외친다. 얼른 피해주며 인상착의를 보니 청년부다. 호흡소리로 봐서는 초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너! 임자 만났다!’ 무조건 따라붙는다. 얼마 가지 못해 놓치고 만다. 아직은 초반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여기까지 오면 어느 정도 실력대로 줄을 서게 된다. 나보다 페이스가 늦으면 처지고 나보다 빠른 주자(추월)는 잡히고 만다.
미인봉에서 학봉까지는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타나고 오르내림도 반복되는 구간이다. 좌측으로 탈출로(등산로)가 2군데 있는데 괴암괴석이 즐비한 코스다. 느려진 선행주자가 있으면 추월을 감행해야 한다. 학봉에 오를 때 또 한번 거친 숨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앞주자는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나도 같이 신음소리로 박자를 맞추어 본다.
학봉에 오르면 손바닥 바위 뒤로 펼쳐지는 멋진 전망을 감상 할 수 있다. 운해가 낮게 잔잔히 깔리는 날에는 신선이 따로 없는 구간이다. 소위 신선대구간이다.
학봉에서 수직절벽있는 곳까지는 최고의 험로구간이며 네발을 모두 써야 지날 수 있다. 아니 다섯발을 써야 된다. 혓바닥까지 동원해야 된다.
밧줄 잡는 곳은 정체구간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암릉으로 된 바위능선으로 세미클라이밍이 필요한 구간으로 재밌기도 하고 긴장감이 들기도 하는데 곳곳에 안전 로프가 설치되어있다.
마지막 로프구간인 직벽구간에 도착하니 대기선수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동안 한번도 줄을 서 본적이 없었다. 한숨이 나온다. 오늘 기록도전은 꽝!이다. 체념한다. 맥이 풀린다. 뒤를 돌아보니 줄줄이 밀려있다. 내 차례가 왔다. 코스 중 최고의 맛을 만끽하며 바위를 타고 오른다.
암릉구간이 끝나고 오르막에 무덤이 나오는데 쥐가 나는 선수들로 파스냄새가 코를 찌른다. 물한모금 마시며 무릎에 파스를 뿌려본다. 봉사요원들은 ‘신선봉정상에 다 왔다‘고 격려해준다. 거짓말이다. 그 이후로도 오르고 내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여야 신선봉정상에 설 수 있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첫댓글 재밌다.다음 것두 빨리 올려! 이섭 수고했다~
이섭아 수고혔다 ㅎㅎ그맛 참으로 죽을맛일거다 ㅎㅎㅎ 대단하구나 싱글주로를 달린것 같은데 몇번을 가본사람이 오버 페이스를 했구나 싱글길을 잘알고 있을턴데 말이야 담에 보자
맛~있다..경산달리기는 오르내림이 없는 그저 막막함뿐~~~이었는데 마저 먹게 해~도
내가 진짜 산악을 달리는 기분이다. 수고 많았다. 그리고 이섭아. 2002년 춘마 골인사진있으면 한번봐라. 네 뒤에 있는 넘이 바로 나여.
이섭아 수고했다. 경산 갔다 오며 제천을 지났는데 자네 생각 나더라구. 토요일 시간되면 평창으로 오게. 송어 먹으러 말이지.
이섭에 작년에 그대회 나갔는데 입구에서 순위가 거의 멕여지더라. 금수산 대회가 좋은 것은 산에 송이가 많아서 달리는 내내 송이냄새 맡아 좋더라. 특히 같이간 동료들이 송이 20여개를 따서 돌아오는 길에 소주랑 송이랑 맛 죽여줬지. 니도 몇개 건졌냐
장하다~~ 이서비~~ 내년엔 나두 델꼬가~~잉?
참가 신청하고... 경산에 멍들 보러갔다...우리 1주년 모임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