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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호 근 (서울대 사회학) I. 정보복지: 쟁점과 시각 정보사회가 풀어야할 여러 가지 쟁점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 중의 하나가 정보불평등(information inequality) 혹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정보사회론자들은 정보불평등이 산업사회에서의 불평등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산업사회에서의 불평등은 재산, 권력, 위신 등의 불균등 배분에 따른 계층화를 지칭하였다면, 정보사회의 불평등은 여기에 더하여 정보기기의 소유, 정보기술과 지식의 질과 양, 정보접근과 활용능력의 격차가 가세하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에서 지식과 정보는 그 자체 생산력의 주요 요소이자 결과적 산물이다. 정보와 지식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에서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보를 가진 자(haves)와 못 가진 자(have-nots), 정보자원에 접근하는 기회와 활용능력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사이에 대단히 복합적인 경계선이 형성된다. 정보 보유량과 정보활용능력이 새로운 계층화와 불평등구조를 창출하는 과정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정보사회가 성숙할수록 생산과정에서 지식전문가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정보활용 능력에 따라 가치창출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보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산업사회의 불평등이 정보의 개입양식에 의하여 굴절되어 질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보인다. 흔히, 정보불평등은 정보통신기술과 기기, 인터넷과 고속정보망과 같은 통신네트워크, 각 기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등의 핵심적 정보화 자원에의 접근기회와 활용능력의 격차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경제적 결과(consequences)를 지칭한다. 정보화 과정을 정보 부자와 정보 빈자간의 분해과정으로 파악하는 쉴러(강현두, 1990, 1996)나, 정보화가 심화될수록 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될 것을 예견하는 카스텔(Castells, 1989, 1996) 역시 가치창출의 자원으로서의 정보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 부자와 정보 빈자의 분해과정은 단순히 산업사회에서의 불평등구조가 증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유형, 정보활용능력, 접근기회에 따라 대단히 복잡한 다중적 분절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면, 직업, 사회적 지위, 학력, 성별 차이로 수렴되었던 기존의 불평등구조가 정보기술 수용능력과 정보통신망에의 접근가능성 등에 의하여 미세하게 분절되어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층화 현상(stratification)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두 가지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다. 첫째, 정보기술과 정보산업의 발달은 불평등의 결정과정에서 핵심적 비중을 차지하던 전통적 요인들의 비중을 낮추었으며, 역으로, 정보활용능력이 예를 들면, 학력, 직업, 성별 차이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의 정도를 완화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하였다. 둘째, 정보사회의 불평등을 구획하는 분절선은 산업사회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유동적이며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유동성이 높다는 점은 정보기술의 변화가 그만큼 빠르다는 점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렇다고 해도 양극화가 중단되거나 와해되는 것은 아니어서, 거시적 수준에서는 정보 부자와 빈자간의 양극화가, 미시적 수준에서는 내부의 미세한 분절선이 정보기술의 변화와 활용여부에 따라 빠르게 재편되는 그런 구조로 보면 적합할 것이다. 정보불평등이 기존의 불평등구조를 증폭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것 때문에 선진국들은 정보의 보편적 서비스와 공적 서비스 기능을 확대하여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취지의 계획을 이미 몇 년 전부터 수립하고 국가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하여 왔다. 정보사회의 초기씨스템 구축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한 국가정보기반(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비젼이 미국(1993)을 비롯하여 유럽연합(1994), 일본(1994), 영국과 캐나다(1996), 독일(1989, 1994) 등의 국가에서 추진되었다. 국가정보기반 비전이 제안되었던 초기에는 대체로 정보통신기술과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보편적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집단의 수용(inclusion)과 정보의 질과 효용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정보산업 육성을 기초로 ‘국가경쟁력의 증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두 개의 축을 구성한다. 여기서 정보화를 통한 시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후자의 목표가 이 논문과 관련하여 주목을 요한다. 미국의 상무성에서 1999년 출간한 정보화관련 보고서는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디지털 기회’(digital opportunity)의 확대 및 균등분배를 강조하고 있으며, 유럽국가들은 보편적 서비스가 일단락 됨에 따라 고속정보망과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한 정보복지서비스의 확대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1996년 발표한 <정보 2000: 정보사회로 가는 독일의 길>에서 교육과 학술통신망의 구축을 포함하여 텔레마틱의 응용, 통신망을 통한 의료복지의 증진, 환경보호, 인적자원관리, 사회적 재난으로부터의 보호 등의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서이종, 1998). 이런 관점에서 덴마크는 아예 정보화와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정보복지사회’(information welfare society)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정보화를 통한 복지서비스의 효율화를 국가정책의 목표로 설정했다 (Kahin과 Wilson, 1997; 서이종, 1998에서 재인용). 말하자면, ‘정보복지’(information welfare)는 선진국들이 국가정보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보화의 부정적 양상들과 사회적 폐단을 극복하는 동시에 복지서비스의 보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자 정보사회가 지향해야할 최선의 목표로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정보복지는 정보가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한 정보사회에서 시민들의 정보리터라시(information literacy)와 문화리터라시(cultural literacy)를 증진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나아가서는 정보화와의 연계를 통한 복지혜택의 다양화와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겨냥한다. 그것은 산업사회의 부작용과 사회적 전치현상(social displacement)을 치유하는 최선의 발명품으로서의 ‘복지국가’(welfare state)로 하여금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한 정보사회에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날 수 있도록 적응력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그렇지 않아도 복지국가는 1980년대 초반 이후 현재까지 여러 형태의 위기현상에 직면하여 왔던 터였다.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 정부 확대(government expansion), 정부 부담의 증가(government overload)로 대변되는 복지국가 위기론은 복지제도의 확대와 관용성이 임금생활자의 도덕적 해이현상을 부추기고 급기야는 시장기제의 교란을 초래해서 저성장-인플레-재정적자라는 결코 달갑지 않은 三災를 선진국에 안겨주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과 복지제도의 관용성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복지국가 위기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많은 반론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면, 복지국가와 三災간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거나, 저성장과 고실업의 원인은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지 않은 산업구조의 재편 탓이지 결코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견해 등이 그것이다 (Fligstein, 1999; Pfaller, Gough, Therbon, 1991). 그러나,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국제자본의 유동성 증대와 시장통합을 촉진하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전면적인 재구조화 과정으로 진입하였는데, 그 대체적인 방향은 복지국가의 축소(retrenchment) 내지 합리화(rationalization)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송호근, 2001; Pierson과 Castles, 2000; Pierson, 2001; J. Stephens와 E. Stephens, 2001). 선진복지국가들이 지난 20년 동안의 복지국가 재구조화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선택하였는가를 살펴보면, 우선, 자유주의적 전통이 대단히 강하고 오랜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적 기조 하에서 복지제도의 전면적 축소를 단행하였음에 반하여, 이른바 코포라티즘적 전통이 강한 사민주의국가들은 축소 대신 합리화와 현대화의 길을 밟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국가들도 세계화의 외압 속에서 복지서비스의 관용성 완화와 자격요건의 강화, 고용을 복지수혜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하는 근로연계복지(workfare)의 도입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정도는 다르지만, 세계화와 그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는 세계 도처에서 복지제도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임금생활자들에게 소득불안정, 고용불안정, 소득불평등, 신기술적응에의 압박감 등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시장경쟁력이 열악한 반숙련, 미숙련,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취약계층과 빈곤계층의 제도적 보호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졌다. 복지국가에 가해지는 세계화의 이런 부정적 효과를 치유하려면 ‘작은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큰 정부’가 필요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요구된다고 로드릭은 주장한다(Rodrik, 1997). 신자유주의적 이념의 영향력 하에서 복지국가의 축소론이 위세를 떨치는 현재의 상황에서 복지국가의 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로드릭의 주장은 대단히 신선하게 들리지만 그것이 현실정치에서 얼마나 큰 반향을 얻고 있는지는 사뭇 의문이다. 아무튼, 복지국가는, 정도의 차이를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하향조정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면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정보사회론에서 제기된 정보복지 개념은 복지국가의 쇄신(renewal)에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적어도 하향조정의 속도를 늦추고 제도효율성을 회복하는 데에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해두고 싶다. 정보복지는 복지국가 위기론의 세 가지 요점에 각각 대응하는 처방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첫째, 정보망과 정보기기의 접근기회를 확대하고 정보활용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들은 임금생활자들의 직무수행능력과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데에 공헌한다. 그것은 정보산업의 기반확대와 인적자본의 향상을 동반한 것이어서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개연성을 줄여준다. 둘째, 정부확대(government expansion)의 문제이다. 복지국가는 불가피하게 공공부문의 확대를 초래한다. 공공부문은 독점적 지위에 따른 경쟁부재, 도덕적 해이, 지대추구행위 등의 폐단을 안고 있는데, 정보화는 정보공개와 공유, 폐쇄적 조직의 개방화, 기업간 상호연계, 직무위계의 수평화 및 분산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독과점적 특성을 희석시킨다. 정보화는 복지업무의 생산성을 촉진한다. 셋째, 정부의 과부담(government overload)문제이다. 복지행정과 전달체계에 고속정보망을 도입하면 정부의 과부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우선, 다양한 서비스관련 컨텐츠를 보다 많은 대상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자격요건의 심사, 수혜의 판정, 서비스전달 등의 일련의 복지행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게 해준다. 또한 복지서비스 및 수혜자의 유형을 분류하여 민간부문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데에 출구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의 세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정보화와 복지국가를 결합하는 정보복지 또는 정보복지국가(information welfare state)의 가능성과 정책방안을 논의하려 한다. 복지국가의 위기론에 대응하는 대안으로서의 정보복지를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정보의 복지(welfare of information), 정보화된 복지(informationized welfare), 정보에 의한 복지(welfare by information)를 논의의 초점으로 설정할 것이다. ‘정보의 복지’란 정보격차 혹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지칭하고, ‘정보화된 복지’는 복지서비스를 컨텐츠화하는 것을 말하고, ‘정보에 의한 복지’는 복지전달체계의 정보화를 가리킨다. 이는 곧 정보복지를 정보활용능력과 접근기회의 확대에 한정시키는 정보사회학적 시각을 넘어서 복지국가 일반론과 결합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II. 정보격차: 새로운 불평등 한국이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는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빠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PC보급률은 1998년 100인당 15대에서 2001년에는 xx대로 증가하였으며,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1년 말 2000만 명을 돌파하였고, 이동전화 가입율도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정보매체의 확산과 정보망에의 접근율이 급증하고 있다. PC, 이동전화 등의 정보매체 이용자와 인터넷 이용자를 국제 비교한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의 정보화 속도는 세계 역사상 유례 없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비교는 부록의 그림 참조). 이와 더불어,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전자비즈니스, 지역정보화, 가상공동체 활동, 전자화폐, 전자결제시스템 등의 도입은 한국사회를 정보강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여기에는 한국이 정보화 기간산업인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과 정보화가 한국 국민의 정서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설득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보화에는 뒤쳐지지 않겠다는 현 정권의 의욕과 시의 적절한 정책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보화는 정부가 1983년을 ‘정보화의 해’로 지정하고 과학기술처 주관으로 정보산업 육성계획안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990년에 체신부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보사회종합대책’을 마련하고, 1994년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 확정, 1996년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 등을 통하여 가속화되었다. 이어 1999년 3월 입안된 ‘Cyber Korea 21' 프로젝트는 한국을 정보선진국으로 만든다는 취지의 의욕적 기획이었다. 그밖에 전자정부를 구현한다는 의지와 정책들,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한 지역정보화사업, 민영방송의 도입과 위성방송국 개국, 정보화촉진을 이한 각종 투자와 제도정비 등의 작업이 정보사회의 성숙을 앞당기는 역할을 담당했다 (강상현, 1997). 정보화의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정보격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말해, 정보매체의 확산, 인터넷을 통한 정보활용과 상호소통, 전자상거래 등이 늘어나면 정보격차는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그다지 간단치 않다. 정보격차는 정보매체의 보유 및 활용능력, 접근기회의 불평등을 뜻하는 그 자체 정보사회의 새로운 불평등이라는 점에서 복지제도의 관심대상이다. 에스핑앤더슨의 개념처럼, 복지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자원의 배분과 활용에 관한 계층체계(system of stratification)이며, 그 속에 내재된 불평등구조를 완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정보격차는 정보복지가 극복해야할 대상이다(Esping-Andersen, 1990). 언뜻 보아, 정보화 지표가 증가하면 정보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보화의 단계와 정보매체의 유형, 그리고 각국 국민들의 생활양식과 관습에 따라 내부 사정이 현격하게 달라진다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보매체의 도입 초기에는 확산 속도가 느리다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critical mass)이 늘어나 어떤 표준을 형성한다면 급격히 빨라지는 이른바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S 곡선을 그린다. 정보매체들도 유형과 기능에 따라 시장에서 활용을 서로 촉발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서로 밀어내는 것들도 있다. 전화, 팩스, 인터넷호스트는 활용을 서로 부추기는 매체들이며, 이동전화와 비디오텍스, TV와 라디오페이징은 서로를 밀어내는 상품이다(서이종, 2001). 정보화의 선도국가인 미국의 경우, 컴퓨터 보급가정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인종별, 학력별, 소득계층별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2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가구와 7만5천 달러 이상 고소득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격차는 1984년 20%정도에 불과하였는데, 1997년에는 60%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백인과 아시아인의 보유율은 1998년 각각 46.6%, 55%에 이르는 반면, 흑인(23.2%)과 히스패닉(25.5%)의 그것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US Census Bureau; 권태환 외, 2000). 학력별 격차 역시 점차 벌어져서 1984년 중졸 이하/대졸 이상 집단의 보유율 격차가 15%정도였던 것이 1998년에는 60%정도로 벌어졌다. 이런 현상은 보유율뿐만 아니라, 컴퓨터 이용률과 인터넷 활용율도 같은 추세를 보인다. 미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1만 5천 달러 이하와 7만5천 달러 이상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격차는 64.2%, 인터넷 이용률 격차는 62.6%인데, 백인만을 별도로 관찰했을 때 그 격차는 더 늘어나서 소득계층간 보유율 격차는 71.9%, 인터넷활용율 격차는 64.5%에 달하고 있다 (서이종, 2001). 이것은 정보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정보격차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며, 이에 따라 정보격차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불평등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정보격차의 추세에 관하여는 세 가지의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확산이론, 지식격차가설, 결정적 다수론(theory of critical mass)이 그것이다(최두진 외, 1996). ‘확산이론’은 앞에서 잠시 소개한 S형 곡선에 해당하는데, 개혁 초기의 급격한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는(비스듬히 누운 완만한 곡선)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하면 보유/활용의 격차는 자연스럽게 좁혀진다는 주장이다(Campaine, 1988). ‘지식격차가설’은 대중보다는 선발주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혁신에 의하여 출현하는 뉴미디어는 항상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소득층과 상류층만이 접근이 가능하며, 일반서민들은 그것이 대중화되어 가격이 하락한 후에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뉴미디어의 보유와 활용 면에서 상류층과의 격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즉, 신정보기술은 기존의 정보격차가 완화되기도 전에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결정적 다수론’은 뉴미디어의 초기채택자가 이득을 보려면 후기채택자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채택자의 대중화와 뉴미디어의 시장화 여부가 초기채택자의 손익을 결정한다. 다시 말해,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결정적 다수가 있어야 보편적 매체로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초기채택자가 항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순차적 의존성(sequential interdependency)이라 한다면, 뉴미디어의 성공 여부는 선도자가 아니라 ‘결정적 다수’의 형성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결정적 다수가 형성되는 경우에는 보편적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보격차는 줄어든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식격차가설은 정보부자와 빈자간의 정보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보고, 확산이론과 결정적 다수론은 시장수요의 팽창을 전제로 정보격차의 자연적 감소를 진단한다. 여기서, 시장수요는 가격과 관계없이 한 사회의 경제적 능력과 직결된다고 보면, 이 세 가지 시각은 정보화가 정보격차를 수반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서 공통이다. 한국은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극복과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우선적인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격차에 관하여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해야 한다. 그 결과, 정보화의 초기적 면모인 대단히 큰 폭의 정보격차가 나타났으며, 그것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욱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의 정보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은 여러 기관의 조사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인터넷매트릭스와 한국인터넷정보쎈터가 실행한 전국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PC보급률의 경우, 25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2000년 8월 84.1%에서 2001년 3월 91.9%로 증가한 반면 15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50.3%에서 55.9%로 증가해 불과 8개월만에 격차가 2.2%포인트 늘어났으며, 지역별로도 대도시/군 지역의 보급률 차이도 동기간에 1.7%포인트 커졌다. 한편 인터넷접속가능 가구비율은 고소득층이 63.3%에서 79.8%, 저소득층이 29.4%에서 33.4%로 각각 증가하고, 대도시는 45.8%에서 57.7%로, 군 지역은 31.1%에서 38%로 증가하여 각각의 격차가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표 1>은 소득계층과 지역별로 PC보급률, 인터넷접속가구비율, 인터넷이용률의 조사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이 표에 의하면 한국의 정보격차에 관한 두 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첫째, 정보격차가 전통적인 불평등 구조와 중첩되어 나타나며, 둘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같은 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재확인된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 변수 이에도 학력별, 성별, 주거형태별로도 큰 폭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격차가 전통적 불평등 구조와 중첩된다는 것은 정보화와 함께 기존의 불평등 구조가 더욱 증폭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보편적 서비스를 증대하는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정보화는 전통적 불평등선을 더욱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 더욱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 서울과 다른 도시간의 정보화도 심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5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대상으로 정보화 수준을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여타 도시간 정보생산과 전달부문에서는 격차가 크고, 이용 면에서는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한 분야는 격차가 줄어드는 반면,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에서는 격차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규한, 임창규, 1998). 그리하여, 이 연구는 정보화의 서울집중현상에 주목하면서 “정보화 과정에서 실제 지역 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정보격차를 포괄적으로 측정하는 종합지표를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 정보문화쎈터의 지표가 포괄성과 객관성의 측면에서 돋보인다. 정보문화쎈터는 정보생활실태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11개의 변수 군을 4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정보불평등지수를 구성한다. 그것은 정보인식지수(정보사회의 이해와 수용정도), 정보접근지수(통신망과 네트워크에의 접근성과 정보기기 보유여부), 정보역량지수(컴퓨터이용능력), 정보이용지수(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정도)이다. 가장 우수한 집단의 값을 100으로 하고 비교집단의 수치를 상대화하여 불평등지수를 계산한 결과가 <표 2>에 집약되어 있으며, <그림 1>은 불평등지수를 로렌츠곡선으로 그린 것이다.
출처: 한국일보, 2001년 4월 10일자.
출처: 유지열(2002); 한국정보문화쎈터(2000:209-218).
*가로축은 조사대상인원, 세로축은 개인별 정보불평등지수의 누적합; 불평등계수값은 인식 0.27, 접근 0.41, 역량 0.61, 이용 0.73임 출처: 유지열(2002); 한국정보문화쎈터(2000:219-220) 위의 통계로부터 정보격차에 관한 다음과 같은 관찰이 가능하다. 첫째, 직업별, 학력별, 연령별 격차가 크고, 소득계층별, 성별, 지역별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소득계층별, 지역별 격차가 작은 것은 컴퓨터 보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직결되며, 불평등지수 중 인식지수와 접근지수가 작은 것도 이와 관련된다고 할 것이다. 둘째, 직업별, 학력별, 연령별 격차가 크고, 역량지수와 이용지수의 불평등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의 정보격차가 주로 활용능력의 측면과 활용도(이용시간 및 용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바로 정보격차의 극복방안을 정보화 교육과 활용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정보접근과 활용이 정보사회에서 새로운 불평등을 창출하는 기제라는 점이 이 장의 출발점이었다. 정보불평등은 정보활용에 의한 계층화를 촉발한다. 복지가 중요한 재화의 계층간균등분배를 지향한다면, 정보의 복지(welfare of information)를 증진하는 방안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우선, 직업별, 학력별, 연령별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직업으로는 농어민과 생산직노동자의 불평등이 두드러지고, 저학력자와 50대 이상 기성세대가 네 가지 지수에 있어 매우 낮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들을 정보화에 관한 한 주변계층 또는 주변집단이라고 규정한다면, 정보화 사업이 이런 직업/인구집단에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내용별로 보면, 인식지수와 접근지수보다는 역량지수와 이용지수의 불평등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위의 집단에 초점을 맞추되, 주로 정보활용의 능력(역량)과 활용도(이용)를 높이는 교육에 역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1)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군(농어민, 생산직 노동자)은 정보화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직업특성상 정보매체를 활용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계층이다. 저학력자와 고령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저학력자들의 직업은 정보화와 거리가 먼 것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정보매체의 이용도가 지극히 낮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이런 상태로 방치한다면, 정보빈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정보화가 성숙되면 될수록, 그리고 정보화가 경제활동의 핵심적 수단이 되면 될수록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많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정보접근의 기회를 확대하고 정기적인 정보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마을회관에 정보교육장을 신설하고 컴퓨터를 설치 운영하는 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좋다. 농한기와 겨울철을 이용하여 이들에게 집중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주변계층으로서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 (2) 마찬가지로, 고령자의 경우 주민자치제도를 활용하여 주민정보화실 또는 위에서 언급한 정보교육장을 마을마다 개설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주민자치쎈터가 각 읍면동 단위로 개설 중에 있으므로, 이를 정보교육의 쎈터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컴퓨터 보급률이 늘어나면 인식지수와 접근지수는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역량지수와 이용지수는 단기간에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교육에 정보화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여 청소년의 정보역량과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평생교육체제를 도입하여 주부와 고령자를 상대로 역량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수의 컴퓨터전문가와 정보교육전문가가 필요해지는데, 대학과 전문대학 졸업자 중 정보교육을 담당할 요원들을 선발하여 각 동단위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교육전문가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면, 군입대 대상자 중 정보교육이 가능한 자를 동단위의 정보교육장에 배치하여 일정 기간 근무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공익요원 제도를 정보교육요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4) 정보매체 이용가격의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쟁점이자 풀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정보격차가 주로 저소득직업군, 저학력자, 고령자의 문제라는 것은 이들이 정보매체를 활용할 의욕이 있어도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점과도 관련된다. 인터넷 접속비용과 초고속통신망의 사용료, 전화접속료, 데이터베이스 사용료 등을 감당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불평등지수는 쉽게 작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변계층을 대상으로 정보매체의 이용가격을 낮춰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화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런 보상 없이 정보이용의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 그래서, 일정 소득 이하의 계층에게는 정부가 정보활용을 위한 보조금을 주는 방법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접속싸이트와 포탈싸이트를 개설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다. 특히, 65세의 고령자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대상자, 동사무소에 등록되어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공공싸이트 접속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면제해주어 정보활용의 비용이 생활 자체를 위협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III. 정보컨텐츠와 정보화된 복지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은 현금과 현물공여, 사회보험, 공공서비스로 구성된다. 현금은 미국의 AFDC와 같이 일정액의 수표로 제공되거나 부양할 유아가 있는 가족에게는 Food Stamp와 같이 식료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식권이 제공된다. 사회보험은 위험, 재난, 실업,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장치이다. 그것은 무료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실업보험과 같이 일정액의 수당, 사회적 재난으로 노동력을 상실했을 경우 일정 비율의 임금을 제공한다. 공공서비스는 주택보조, 공공사업, 직업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전직을 원하는 사람들과 최소한의 생계비를 마련할 능력이 없는 빈곤계층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런 유형의 재화와 보호기제를 복지국가가 제공하는 구체적인 혜택의 형태라고 한다면, 정보사회에서 정보컨텐츠는 그 자체 효용성을 갖는 복지혜택에 해당한다. 생계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현금이나 현물은 아니더라도 제공되는 정보의 내용이 소득증진, 기회확대, 권리향상에 공헌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내용 뿐아니라, 컴퓨터로 매개된 의사소통(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CMC)은 단절되었던 개인들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 시민적 권리를 증진하고 상호감시와 견제, 그리고 의견수렴을 통하여 제도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게 해준다. 그것은 곧 사회적 자본의 증진과도 직결된다. 그러므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정보가 활용되는가의 여부는 정보사회에서 복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즉, 정보컨텐츠와 그것의 활용양식이 ‘정보복지사회’의 ‘복지혜택’(welfare benefits)인 셈이다. 이를 ‘財貨로서의 정보’ 또는 ‘정보화된 복지’(informationized welfare)로 규정하면, 그것은 사회적 자본의 증대, 정보컨텐츠의 다양화, 정보매체를 통한 참여기회의 확대(epolitics, 또는 전자민주주의)로 구성된다. 네트워킹: 사회적 자본 정보사회의 핵심은 컴퓨터로 매개된 의사소통(CMC)이다. CMC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던 기존의 의사소통 양식에 일대 변혁을 일으켜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양식을 창출하였다. CMC가 현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어서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을 구분하는 가장 본질적인 변화에 해당한다고 할만하다. CMC의 특징은 여럿이다. 우선, 정보전달의 매개과정과 여과과정을 생략하고 자유롭고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CMC는 특정한 포탈사이트에 진입한 사람들간에 무한대의 대화를, 그것도 일방적 대화가 아니라 쌍방향의 대화, 그리고 일대 다수의 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둘째, 산업사회에서의 의사소통은 일정한 장소와 시간을 필요로 하였는데, CMC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지구촌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말하자면, 의사소통의 거리장벽과 시간장벽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셋째, 개인적 취향과 정보욕구에 따라 의사소통의 대상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되었으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 정보취득의 비용이 절감되었다. 넷째,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증폭되었다는 점이다. 각 기관과 사회조직, 기업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양질의 정보를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황주성 외, 2002). 가상공동체는 CMC가 만들어낸 정보사회의 새로운 공동체에 해당한다. 새로운 공동체란 정보사회에서 정보매체로 상호 연결된 개인들의 집합체이지만,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특정한 취향과 목적으로 결성되어 독자적인 규칙과 규범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이다. 사이버커뮤니티, 온라인공동체, 전자공동체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는 정보사회의 꽃이자 개인들의 생활공간과 의식공간을 확대하고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의 양식을 변혁하는 질적으로 새로운 조직유형이다. 라인골드는 가상공동체를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통신망상에서 충분한 인간적 감정을 가지고 개인적 관계들의 망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동안 사이버공간에서 공적인 토론을 수행할 때 출현하는 사회적 집합체”로 정의한다 (Rheingold, 1993; 도준호 외, 2000에서 재인용). 온라인 공동체는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구분되어 특정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자유로운 진퇴가 가능한 경우로 나눠진다. 후자의 경우는 참여자의 익명성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감시비용이 소요되고 무임승차를 억제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런 폐단에도 불구하고 정보제공과 활용의 이점 때문에 가상공동체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중요한 점은 온라인 공동체가 제공하는 정보는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CMC 역시 대화상대간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정보취득과 정보융합을 가능케 한다. 마찬가지로 가상공동체 역시 정보생산에의 기여여부와는 상관없이 누구라도 필요에 따라 생산된 정보를 활용하고 융합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내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공공재 증진을 촉진하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 공동체가 익명성, 책임부재, 제재방식의 결여 등의 한계 때문에 오프라인 조직보다 상호간 연대형성이 어려우며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결점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이다(Jones, 1997; Kitchin, 1998). 그러나, 가상공동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 그리고 온라인 공동체를 통하여 참여자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점은 바로 사회적 자본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산업사회에서 네트워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았으며, 네트워크의 형성과정은 사회적 지위, 연고, 성, 소득계층, 학력, 직업 등 구조적 변수의 영향을 받았다. 베버가 정의하듯, 산업사회에서의 네트워크는 생활양식(life style)이 유사하고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지위집단(status group) 내부에서, 또는 기껏해야 사업상의 목적이나 친교의 목적과 같이 어떤 뚜렷한 공통적 명분이 있어야 형성되는 것이었다면, 정보사회의 네트워크는 그런 전통적인 경계선의 의미가 퇴색하는 대신 개인들의 사적, 공적 목적과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확대될 수 있는 그런 유형의 것이다. 개인이 속하거나 형성하고 있는, 그리하여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동원 가능한 네트워크는 그 자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동원 가능한 친교의 양, 또는 정보와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줄 수 있는 신뢰관계의 총체를 지칭하며, 사회적 차원에서는 개인간의 거래, 갈등해결, 계약을 촉진하는 제도적, 비제도적 자산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은 또 협력적 행위를 촉진시켜 사회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집합적 자산이다 (Putnam, 1994; 안청시 외, 2000:281).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해체를 사회적 자본의 감소로 설명하는 퍼트남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개별 성원이 공동체와의 연대와 개인상호간의 신뢰를 상실하여 원자화되는 ‘개인화 가설’로 집약한다. CMC를 통하여 의사소통이 아무리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보사회에서의 개인은 고도로 정보화된 감시기제와 통제기제 때문에 원자화의 위험에 빠질 우려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가상공동체의 출현과 증폭현상,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통한 네트워크의 폭증은 오히려 개인화보다는 공동체화를 촉진하는 경향이 크다고 할 것이다. 라인골드는 온라인 공동체를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으로 규정하고 개인들을 훨씬 더 다양한 공동체로 결속시키는 접착제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도준호 외, 2000: 20). 네트워킹으로 증대되는 사회적 자본은 거래비용(transaction)을 줄이고 상호간의 신뢰를 싹트게 한다는 의미에서 복지사회가 추구하는 공공재에 다름 아니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는 개인들이 흔히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회주의와 배반의 전략(shirking)을 억제하고 사회계약, 규범, 규칙의 준수와 실행에 있어 감시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네트워킹을 통하여 촉진되는 상호신뢰(trust)는 복지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장 최선의 가치라고 한다면, 네트워킹과 사회적 자본의 증진은 정보화가 선사하는 복지혜택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정보컨텐츠의 다양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복지국가가 제공한 복지혜택은 현금, 현물, 공공서비스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복지국가와 정보매체의 결합은 복지혜택의 유형을 증폭시키고 혜택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해주는 기능을 발휘한다. 초고속정보망, 지역정보망, 가상공동체 등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인구집단에 따라 다양화된 복지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국가는 직업훈련과 전직훈련에 필요한 교육을 사이버공간을 활용하여 훨씬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전달, 심사,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평생교육과정에 도입되고 있는 사이버대학(cyber university)은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교육복지의 기제이다. 사이버몰(cyber mall)은 주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국가가 복지혜택을 필요로 하는 특정 집단들-저소득계층과 빈곤계층-을 위하여 운영한다면 그들에게 풍부한 정보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의 정보화는 그러한 예이다. 의료복지에 원격화상진료를 도입하면 고령자, 장애인,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의료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의료의 정보화는 그 뿐만 아니라 의료지식을 환자들에게 손쉽게 제공함으로써 의사와의 직접적 대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인과 근로자들을 위한 컨설팅, 취업정보의 제공, 소비생활에 필요한 상품 소개와 전자상거래, 영상문화/오락/게임/여가정보, 그밖에도 육아에 필요한 지식, 아동교육과 교육기관정보, 노인문제의 해결 등등 실생활에 필요한, 그러면서 복지국가가 제공했던 복지혜택들과 공적서비스를 정보화함으로써 복지효과를 배가하는 길이 열렸다. 정보컨텐츠의 다양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다. 정보컨텐츠의 복지기능을 증대하는 것과 기존의 복지혜택을 정보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정보사회에서 정보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재화이자 복지상품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인터넷과 정보망을 통해 얻는 정보와 포탈사이트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는 기존의 복지혜택에 버금가는 이익을 제공한다. 정보컨텐츠가 복지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들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취업정보와 직업훈련 정보 ② 건강 및 의료정보, 원격진료시스템 ③ 자선단체와 시민단체의 복지서비스 및 구호프로그램 ④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사이버대학 ⑤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정보망을 통해 문화, 오락, 여가프로그램과 영화 및 영상자료를 제공 ⑥ 노인/유아/여성복지를 위한 정부프로그램의 홍보 및 혜택제공 ⑦ 빈곤계층을 대상으로 한 빈곤탈출의 방법과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프로그램 제공 등. 한편, ‘기존의 복지혜택을 정보화하는 것’은 사회보험과 공적서비스의 정보화를 지칭한다. 선진복지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은 산재보험, 의료보험, 실업보험, 국민연금의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국민들에게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부여하고 일정한 자격요건이 갖춰지면 사회보험 혜택이 자동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전산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수혜자들은 자신이 접속한 복지 포탈싸이트를 통하여 자신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검색할 수 있으며,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되면 직접 정부에 보험혜택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정보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복지혜택의 정보화에 있어 은행을 통한 텔레뱅킹과의 연계망 구축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적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침체가 장기화되어 공적부조의 범위를 늘려야 할 때, 또는 공공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는 복지프로그램의 정보화를 통하여 실행의 효율성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4장에서 고찰할 복지행정 및 전달체계의 효율화와 직결된다. epolitics: 전자민주주의를 통한 주권의 실현 시민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이자 목표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궤적에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증진하는 방식에 관한 여러 형태의 시도가 발견된다. 계몽주의자들의 견해처럼, 주권(sovereignty)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데, 그것은 정치권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의 직접적인 참여이다. 다시 말해, 참정권의 완전한 실현이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가 강조해온 중요한 덕목이자 개개인의 권리증진을 추구하는 복지사회의 전제조건이다. 에스핑앤더슨은 현대사회에서의 복지를 사회적 권리(social right)로 규정하는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국가로부터 인간다운 생활 또는 평균적인 삶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뜻하는 이 개념은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의 실현 위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Esping-Andersen, 1990; Marshall, 1964). 정보사회는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할 것인가? 정보매체로 활성화되는 개별 성원간의 의사소통과 인터넷의 확산, 그리고 정치적 공론장(political public sphere)의 변화는 과연 산업사회의 정치가 갖고 있었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 이른바 정보기기와 정보매체의 활용에 힘입은 전자민주주의(teledemocracy)의 형성은 산업사회에서의 참정권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전자민주주의(또는 정보민주주의, 원격민주주의, 인터넷 민주주의, 디지털 민주주의 등으로 불린다)는 복지의 핵심적 구성요소로서의 참정권을 증진하는가, 혹은 침해하는가? 전자민주주의는 정보기술과 정보매체의 활용을 통하여 시민들의 정치참여 행위가 이루어지는 정보사회의 민주주의를 지칭한다 (강정인, 1998; 황주성 외, 2001; 권태환, 조형제, 1997).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 구성, 정치인의 선출, 정책결정, 그리고 사회의 중요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 모든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다수의 의사를 최종 선택하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아고라민주주의(agora democracy)는 사회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의 팽창과 분화에 따라 민주주의는 선출된 정치인이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로 정착하게 되었다. 정당과 선거가 대의민주주의의 중요한 정치기구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을 갖는데, 시민의 의사대변의 구조와 이익집단의 갈등해결의 구조를 기준으로 민주주의는 다원민주주의(plural democracy)와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로 구분된다. 20세기 민주주의의 최선의 형태로 불려지는 사회민주주의에서도 시민들은 정당과 선거기제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개개인의 주장과 의견이 정치과정에 반영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현대민주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회의와 반성이 일어나게 된 것도 정치제도로 매개되는 주권이 계몽주의자들이 바라던 바의 이상과 멀리 떨어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였다. 하버마스가 의사소통행위를 바탕으로 한 토론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중요성을 주장하게 된 것도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한계, 또는 주권의 물화현상(reification of sovereignty)과 직결된다(Habermas, 1981). 전자민주주의는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성원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사이버 공론장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권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선다. 전자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너무도 다양하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들의 상호의사소통, 정책발의와 토론과정의 정보화, 원격투표, 정치인들의 화상토론, 정보토론장을 통한 정당정책의 공개 및 결정과정에서의 문호개방, 사이버 국회와 사이버 정당의 등장, 정보공간을 통한 시민단체의 의견확산과 시민들의 참여 확대, 시민사회운동의 정보화 등등의 새로운 변화들은 정당과 선거기제에만 의존했던 주권의 실현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기존의 것을 ‘폐쇄된 주권’이라고 한다면 전자민주주의는 그것을 개방적 주권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민주주의가 반드시 계몽주의자들이 바랐던 이상적 형태의 주권을 실현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정보사회에 대한 미래전망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전자민주주의와 주권실현에 대한 관계도 두 개의 상이한 시각으로 나뉜다(강정인, 1998). 그것은 정보화가 시민사회의 구조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화가설(diversification hypothesis)과 파편화가설(fragmentation hypothessi)로 구분되는 것과 일치한다(윤영민, 1998). 다양화가설은 정보공간의 확대와 분화에 힘입어 개인간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형성되어 다자간, 쌍방간 의사소통의 기회가 확대되고 사이버 공론장이 다양화되는 점에 주목한다. 공론장의 확대는 곧 개별성원들이 공적인 쟁점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그것이 최종적인 정책결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정보공개와 참여확대로 인한 감시와 견제는 정치제도로 매개된 주권의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 파편화 가설은 정보매체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취향과 취미, 기호와 감각, 목적과 명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여 공론장이 오히려 분산, 분할되는 양상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오히려 참여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성원들의 목소리와 주장이 왜곡되고 굴절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도의 정보기술을 독점한 기관의 정보조작가능성과 감시가능성이 가세하면 전자민주주의는 개인을 파편화, 원자화하는 기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시도되는 전자민주주의의 실험들은 ‘복지로서의 참정권의 실현’에 한발 다가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예를 들면, 타운을 거점으로 한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네트워크와 지역정보망의 구축은 이런 시도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 시민토론>은 지역정보망을 활용하여 기업, 시민, 시민단체, 학교, 행정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정책의 결정과정을 열어놓고 있다. 미네소타 주에서 시도하고 있는 전자민주주의 프로젝트도 그러한 예이다. 트윈시티 프리넷(Twin-cities Free Net)을 구축하여 시민들이 지역현안과 발전정책, 정치적 사안과 정책적 사안들을 결정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권태환 외, 2000). 한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이버국회와 사이버정당, 지역정보망, 전자정부 등도 주권의 실현이라고 하는 복지 이념적 구상에 근접한다. '정보화된 복지'의 증진방안 정보화된 복지를 증진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접근기회의 확대,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사이버 공론장에의 참여를 저해하는 장해 요인의 제거, 그리고 권력, 지식, 자본의 힘을 이용한 독과점행위에 대한 시민적 감시와 법적, 제도적 정비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한 바 있으나, 복지의 증진이라는 이 장의 주요 논지와 관련하여 정책적 함의를 몇 가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이버 공간을 복지증진, 주권 실현이라는 공적 명분과 목적에 맞추어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덕목인 시민윤리와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덕목이 시민윤리였다고 한다면, 이에 더하여 시민들이 정보매체의 이용과 정보공간에서의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요구되는 정보윤리를 함양하는 것이 우선적 전제이다. 교양시민의 존재는 정보사회가 성숙할수록 더욱 중요한 가치이다. 둘째, 정보망이 상업적 이해관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정보공간이 자본의 논리로 분할되거나 이윤추구적 행위에 의하여 공공재의 증진이라고 하는 보편적 목적이 침해될 우려가 항존한다. 시민들이 정보제공주체와 데이터베이스, 토론장에 접근하는 기반시설인 초고속통신망이나 ADSL을 구축하는 데에는 막대한 자본이 든다. 따라서, 정보사회는 정보망을 장악한 대자본 간의 시장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자본의 이해관심에 의해 정보소비자의 행위가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 - 개인의 자유침해, 사익추구행위, 정보의 독점과 조작가능성, 소비자 취향과 기호의 편향적 형성 -를 사전에 차단하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진보와 정보매체의 확대는 자유시장적 경쟁원리에 의하여 촉진된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인 만큼, 시장왜곡을 낳고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과도한 사익추구행위로 굴절시키는 독과점의 폐단을 제어할 수 있는 도덕적 권력의 조제는 더욱 절실하다. 균형감각을 겸비한 국가의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며, 제 3의 권력, 즉 시민단체와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정보공개를 촉진하여야 한다. 한국은 1996년 정보공개촉진법을 제정하여 사이버공간의 참여와 정보공유를 권장하는 법적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정보공개는 ‘복지로서의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균등배분의 원칙에 공헌한다. 정보소유의 유무, 소유한 정보의 질, 정보활용능력과 접근기회가 정보사회의 계층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소유와 활용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정보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저작권의 보호는 정보기술의 발전과 정보생산에 대단히 주요한 인쎈티브가 되지만, 그것은 곧 이윤추구적 행위로 연결되어 앞에서 지적한 사이버 공론장의 파편화 내지 소득계층별 디지털격차를 촉발할 위험이 많다. 그러므로, 신정보와 신기술은 투자된 자본과 일정 비율의 이윤이 회수되는 기간이 지나면 공동체의 공유자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윤리와 법적 기제가 필요하다. 정보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복지사회가 타파하고자 하는 대상인 불평등사회, 또는 정보격차로 분할된 사회로 귀착될 우려가 많다. 카피레프트 운동(copy left movements)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넷째, 정책결정, 정치적 사안 결정, 선거와 투표 등과 같은 공적 쟁점과 문제에 관한 정보공간은 모든 사회성원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공정보망(public information network)을 구축할 것이 요구된다. 이른바 프리넷(Free net)으로 불리는 무료정보망을 구축하여 공적 쟁점의 토론과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일반 정보망은 민간기업에 의하여 운영되기 때문에 공적 성격을 높이기가 대단히 어렵다. 사이버정당의 운영, 공적 쟁점의 결정, 지방단체장 선거, 교육제도 개선에 대한 주민발의 등등이 국가가 운영하는 프리넷을 통해 이루어질 때 전자민주주의의 장점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IV. 복지전달체계로서의 정보화 정보화는 복지전달체계의 획기적인 개혁을 가능케 한다. 복지국가는 거미줄처럼 얽힌 복지행정기구로 이루어져 있다. 스웨덴의 예를 들면, 사회보험청과 노동시장국을 정점으로 전국의 흩어진 283개의 지역사무소가 복지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복지업무 인력도 더불어 증가해서 국가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복지국가는 경기변동이 임금생활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시의 적절하게 수립하는 것을 생명으로 하지만, 일단 수립된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정책의 시의성 만큼이나 중요하다. 복지전달체계는 복지수요를 파악하고 수요자의 자격을 심사하며 자격요건을 갖춘 자들에게 적절한 혜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관장하는 것이 복지행정이며, 복지국가의 정책영역과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복지행정 역시 팽창하여 왔다. 그러나, 복지기구들간의 상호협력과 조정이 어느 정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 또는 복지수요자들에게 복지혜택이 정확하게 전달되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복지기구의 증가와 복지업무 종사자들의 양적 팽창은 곧 비용증대로 이어져 전달체계의 문제가 복지국가 위기론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기에 이르렀다. 복지국가 위기론자들이 지적하는 공공부문의 과도한 팽창 속에는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복지업무종사자들의 양적 확대가 포함된다. 공공부문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시장경쟁에 노출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급기야는 시장기능 왜곡과 생산성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진복지국가에서 추진하여 왔던 공공부문의 민영화 논의 속에는 복지업무의 민영화도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의료보험과 고용보험이다. 국가가 의료시장과 의료행위를 통제하는 공적 의료보험은 의료수혜의 평등을 기하는 데에는 기여하였지만, 고도의 의술과 장기적 입원을 요하는 중질환의 치료에는 경쟁력을 상실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의료수혜자의 요구를 곧 바로 충족시키는 대응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그리하여, 공공보험을 바탕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민간보험을 도입하는 방안들이 제안되고 채택되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의료복지업무도 부분적으로 민간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보험을 관장하는 노동시장기구들 역시 날로 급증하는 실업자문제, 재교육과 직업훈련의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태여서 부분적으로 민간기업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시장업무 역시 민간기업과의 네트워크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복지수요의 다양화와 양적 팽창을 감당하기 위하여 공적 복지체제에 사적 복지기구를 접목시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정보화는 국가의 과다한 복지업무 부담을 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복지행정의 효율성을 기하는 데에 결정적인 전환점이라는 사실에 주목을 요한다. 한마디로 말해, 정보화는 복지국가의 인력부담과 재정부담을 줄이고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기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를 정보화를 통한 복지(welfare through information) 또는 정보기반을 활용한 복지로 정의하면, 그것은 바로 전달체계의 정보화에 기초한 ‘정보복지국가’를 말한다. 정보복지국가는 복지국가 위기론을 촉발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복지국가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적극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복지행정의 정보화는 복지수요의 정확한 파악을 가능케 하고 복지수혜자의 감독과 관리에 효율성을 높여준다. 복지국가는 최근 세계화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복지수혜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심사절차를 세분화하여 복지수혜의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복지행정의 정보화는 이러한 작업에 소요되는 인력과 재정을 절감하는 데에 기여한다. 한편, 복지혜택의 내용과 신청절차, 전달과정을 복지수혜 대상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데에 정보망을 활용함으로써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행정의 정확성을 기하게 해준다. 둘째, 인력과 재정낭비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복지국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복지국가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 재정적자라고 한다면, 정보화는 기반구축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 셋째, 복지행정은 여러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노동시장정책, 교육정책, 빈곤정책, 실업정책, 환경보호 및 개발정책, 사회보험 등등의 영역은 소관부처에 따라 별도의 행정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럽처럼, 이 중 몇 개의 정책영역을 하나의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복지 영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분리된 분산형 복지행정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4대 사회보험만 하더라도 그것을 관리하는 4개의 기관이 존재하며, 각각의 기관은 별도의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하나의 정보망으로 통합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어떤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자격요건과 수혜의 종류를 검색하여 제도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고 수혜자의 범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정보화는 복지행정의 체계화와 상호조정을 기하는 데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다시 말해, 복지정책 결정과 개발, 그리고 수혜자 관리에 종합화를 기할 수 있으며, 중첩된 영역을 조정함으로써 재정낭비를 줄이는 길을 마련해준다. 넷째, 한국의 경우, 복지정책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정책영역간 충돌과 중복을 정비하는 일이다. 정책효과의 상호충돌은 소관부처간 협력과 조정의 결여에서 비롯되는데, 복지행정의 정보화는 정책영역간 상호비교와 검열을 통하여 상호충돌 가능성을 제거하고 중복수혜의 낭비를 없애준다. 복지국가로 발돋음하려는 한국의 정책현실을 고려할 때, 복지행정의 정보화를 통하여 정책의 상호조율과 조정을 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다섯째, 복지국가의 정책적 수단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는 시민단체와 자선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정보화는 복지사업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면서 공공복지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기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의 복지네트워크는 곧 정보망을 통하여 완성된다. 이를 국가복지정보망과 연계하여 운영한다면 복지전달체계의 선진화에 기대치 않은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복지전달체계로서의 정보화는 다음과 같은 원칙 하에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1) 복지정보망의 종합체계 구축과 운영: 주지하다시피, 복지정보망은 정책영역과 소관부처에 따라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노동부간의 복지행정은 분리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일원적으로 통합하여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종합적인 복지정보망에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포괄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보험을 위시하여 실업정책 및 빈곤정책을 포괄하는 공적 복지정보망에 민간단체 중심의 사적 복지가 합해진 종합체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국가복지종합정보망은 복지수혜자라면 누구든지 무료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프리네트(Free net)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프리네트는 국가가 운영주체가 되며 운영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적 정보망이다. 이는 도시지역을 비롯하여 농어촌, 산간마을까지를 포괄하는 전국 네트워크여야 한다. (3) 복지종합정보망에는 복지정책의 유형과 혜택의 종류, 자격요건, 전달과정 등이 상세하게 소개되어야 하며, 수혜자의 이해를 돕고 신청과 수혜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프로그램을 가동하여야 한다. 복지프로그램도 경기변동과 경제적,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 많으므로 그때그때 변동상황을 알리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4) 복지업무를 총괄하는 사령탑이 필요하다. 복지행정이 원스톱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각 부처가 제공하는 다양한 유형의 복지정책을 관할하는 총괄기구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 기구로 하여금 복지종합정보망의 운영을 담당케 하는 것이 좋다. 이는 곧 복지행정의 전면 개혁을 전제로 한다.
V. 결론: 정보복지국가 구축-정책대안 요약 정보화는 복지국가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복지국가의 기능을 한 차원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는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었다. 복지국가는 복지정책을 수혜자들에게 알리고 합당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로 하여금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업무를 수행한다. 정보화는 이런 과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한다. 정보화는 비용절감의 이점뿐 아니라 복지정책의 내용과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시켜 수혜자들로 하여금 무임승차나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지 않도록 감시하는 효과를 창출한다. 그것은 곧 복지행정과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정보가 곧 재화인 정보사회에서 다양한 정보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복지혜택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고 한다면, 정보망을 통한 복지국가의 운영과 관리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에 해당한다. 중요한 사실은 정보화와 복지국가가 결합한 ‘정보복지국가’의 등장은 복지국가 위기론을 촉발한 요인들을 상당 부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복지국가론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복지국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봉착하였다. 우선, 외부적 요인을 관찰한다면,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의 원리를 강제하는 세계화의 공세 앞에서 복지국가는 시장개입의 정책효과를 점차 상실하였으며, 자본시장의 개방과 투기자본의 유동성 때문에 케인스주의적 정책수단이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 요인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복지혜택의 점진적 증대는 복지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연결되었으며, 세금인상을 통해 재정적자를 해결하려 했던 복지국가의 시도는 그것이 초래할 경기침체의 공포 때문에 중단되었다. 복지수혜자의 도덕적 해이는 노동시장을 불균형상태로 만들어 일자리-인력의 시장 경쟁적 조응을 교란시켰다. 이런 상태에서 생산성 하락은 오래 전부터 예측되었던 필연적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국가가 임금생활자의 생활안정에 기여하고, 이는 다시 직무헌신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복지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끔 되었다. 복지국가론자들이 던졌던 “복지국가는 과연 경쟁적인가?”(Can the welfare states compete?)라는 질문은 부정적 답변으로 귀결되거나, 기껏해야 경제침체와 복지국가와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우회적 답변에 도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Phaller, Gough, Therbon 1991). 복지국가와 경제성장간의 정합적 관계(positive-sum relations)가 점차 영합적 관계(zero-sum relations)나 부정적 관계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복지국가의 위기론과 축소론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글의 가장 중요한 논지는 정보화와 복지국가가 결합된 정보복지국가가 복지국가에 가해지는 위기론과 우려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부식시키면서 복지국가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복지국가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새로운 계층체계이며 사회적 연대감의 기제라는 에스핑앤더슨의 개념을 갱신해주는 여러 가지의 중요한 계기를 정보복지국가에서 발견한다. 그것을 이 논문에서는 세 가지 차원으로 조명하였다. 정보가 곧 재화라는 의미에서 정보의 균등배분과 접촉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둔 ‘정보복지’(welfare of information), 정보컨텐츠의 다양화를 통한 ‘정보화된 복지’(informationized welfare), 그리고 정보기술의 발전과 정보망의 구축에 기반을 둔 복지전달체계의 정보화, 또는 ‘정보화를 통한 복지’(welfare through information)가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세 가지 차원의 특성은 복지국가 위기론의 세 영역에 각각 대응한다. 그것은, (1)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복지정보의 제공과 정보격차의 해소는 정치화된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정부실패의 가능성을 줄인다. 정책의 중첩과 일관성 결여가 정책간의 상호충돌을 낳고 급기야는 시장경쟁을 왜곡하는 효과를 누적시켰다는 것이 ‘정부실패’의 원인이었다면, 정보화는 정책간 상호조율의 공간을 높여 충돌과 모순의 여지를 줄여주고, 복지수혜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이 예측 가능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예측 가능한 행동을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왜곡을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정보부자와 정보빈자 간의 격차는 그 자체 계층 간 불평등이기도 하며, 완전경쟁을 교란하는 저해요인이기도 하다. (2) 정보컨텐츠의 다양화를 통한 ‘정보화된 복지’는 복지국가의 위기요인인 정부 확대(government expansion)의 문제를 해소한다. 우선, 정보컨텐츠를 다양화하여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제공함으로써 보편적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인구집단에 따라 다양화된 복지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복지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이 현금, 현물, 공공서비스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정보복지국가의 그것은 복지혜택의 유형을 증폭시키고 혜택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성격의 것이다. 한편,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야말로 정보화된 복지가 선사하는 무형적 자산이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동원 가능한 친교의 양, 또는 정보와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줄 수 있는 신뢰관계의 총체를 지칭하며, 사회적 차원에서는 개인간의 거래, 갈등해결, 계약을 촉진하는 제도적, 비제도적 자산을 의미한다. 네트워킹으로 증대되는 사회적 자본은 거래비용(transaction)을 줄이고 상호간의 신뢰를 싹트게 한다는 의미에서 복지사회가 추구하는 공공재이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는 개인들이 흔히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회주의와 배반의 전략(shirking)을 억제하고 사회계약, 규범, 규칙의 준수와 실행에 있어 감시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시민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이자 목표인데, 정보화를 통한 전자민주주의의 형성은 모든 성원들에게 정치적 권리의 실질적 행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보복지의 또 다른 측면이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하고 참정권의 완전한 실현을 가능케 하는 통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복지사회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의의를 갖는다. (3) ‘정보화를 통한 복지’는 전달체계의 정보화를 지칭한다.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정보망의 결합은 복지국가의 인력부담과 재정부담을 줄이고 복지행정의 효율성을 기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복지국가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복지행정의 양적 팽창이 일어났는데, 이는 곧 인력과 재정의 부담의 증대를 야기하였다. 공공부문의 확대문제는 비단 공기업의 존재뿐만이 아니라 복지행정을 담당하는 정부기구의 비대화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국가의 정보화는 공공부문의 확대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여주고 복지수혜자의 관리와 자격요건의 심사, 그리고 혜택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다. 다시 말해, 전달체계의 정보화는 재정적자에 주목하는 복지국가 위기론자들의 우려를 부식시킬 수 있는 탈출구이다. 정보화의 이러한 복지기능을 분석하면서 이 논문은 정보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정책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정보화의 역기능을 억제하고 순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의 정책대안들은 이미 기존의 연구들로부터 무수하게 많이 제안되었다. 그러므로, 이 논문에서 제안하는 방안들이 그것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이 논문에서 제안한 방안들 중 중요한 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표 2> 정보복지국가: 정책의 초점
정보사회와 복지국가의 결합은 21세기의 국가운영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복지국가의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복지국가의 전면적 구조재편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보화를 복지기능과 접목시키는 일이야말로 공공선에 기여하는 국가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의 시대’가 요구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이념형이 정보복지국가에서 찾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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