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이하 라이트)의 국내 위탁생산(CMO)은 어디쯤 와 있을까? 러시아가 세계 처음으로 등록한 '스푸트니크V'는 2차례 접종을 받아야 하는 백신이고,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스푸트니크V'의 첫번째 접종 성분인 인체 아데노바이러스26(Ad26형)을 기반으로 개발된 1회 접종용이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소식은 ㈜제테마의 기술 이전 발표다. 제테마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의 자회사 '휴먼백신'과 국내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국코러스의 모회사 '지엘라파'와 스푸트니크V·라이트 백신의 원액 생산을 위한 3자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RDIF는 러시아 스푸트니크V·라이트 백신의 해외 생산및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 국부펀드다.
러시아측의 최종 품질 검수를 받기 위해 생산한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의 선적을 준비하는 한국코러스 공장/사진출처:한국코러스
제테마의 3자 계약 소식은 한국코러스 주도의 컨소시엄 참여업체로서는 2번째다. '이수앱지스'가 지난 4월 RDIF, 지엘라파와 3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첫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제테마의 이번 계약은 이수앱지스와 달리, RDIF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형식은 아니다. RDIF의 100% 자회사 '휴먼백신' (ВАКЦИНА ЧЕЛОВЕКА)와 계약했다. 신속한 기술 도입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한국코러스 측과 실무협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러시아측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한국코러스의 주도로, 스푸트니크V·라이트의 벡터(전달체)인 아데노바이러스의 배양, 정제및 생산 기술 등이 이전될 전망이다.
RDIF와 가장 먼저 러시아 백신 위탁 생산계약을 맺고 개발사인 '가말레야 센터'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코러스는 '스푸트니크 백신'(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 완제품을 러시아로 보내 러시아 보건당국의 마지막 품질 검수를 받고 있다. 이 절차가 끝나면 한국코러스는 '메이드 인 코리아' 스푸트니크 백신을 세계 시장에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앱지스도 러시아측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끝낸 상태로 알려져 있다.
국내 2번째 휴온스 컨소시엄의 실제적인 움직임은 한국코러스 측에 비하면 더딘 편이다. RDIF측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에 대한 러시아 측의 공식 확인도, 기술 이전을 위한 러시아 기술진의 방한 소식도 아직 전해지지고 않고 있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고위인사 발언으로만 보면 '기술 이전' 자체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휴온스글로벌의 러시아 백신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캡처
휴온스글로벌이 RDIF와의 스푸트니크V 백신 기술 이전 계약을 시장에 알린 것은 지난 4월 16일. 컨소시엄에는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가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또 컨소시엄은 이 계약에 따라 백신 생산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아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휴온스글로벌은 밝혔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났다. 가장 화급한 것은 생산시설 구축과 기술이전이다. 생산시설 구축은 8월 시생산에 맞춰 현장에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기술이전을 담당할 '가말레야 센터' 기술진의 방한은 늦어도 7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이는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휴온스글로벌의 윤성태 부회장이 직접 언론에 확인한 바 있다. 윤 부회장은 서울신문(6월 27일자) 인터뷰에서 “7월 중에는 기술 이전을 위한 러시아 기술진이 방문한다”며 “기술 이전이 끝난 9~10월 중에는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성태 부회장의 인터뷰를 실은 서울신문 6월27일자 캡처
윤 부회장을 인터뷰한 조선비즈 5월 26일자 캡처
앞서 윤 부회장을 인터뷰한 조선비즈는 지난 5월 26일 "6월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CMO)를 위해 기술 이전을 도울 러시아 기술진이 내한한다. 다음 달(6월) 백신 생산을 위한 배양기 설치 등 장비를 도입해 8월에는 상업생산 전 막바지 단계인 '밸리데이션'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한달 사이에 러시아 기술진의 방한이 6월에서 7월로 미뤄졌지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백신의 생산 개시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을 가장 먼저 만난 언론 매체는 매일경제다. 이 신문은 5월 2일 윤 부회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윤 부회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V 수요가 늘면서 RDIF가 먼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에 원액 생산을 요청했고,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라며 컨소시엄 구성의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RDIF측으로부터 생산 타진을 받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박소연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가진 뉴스토마토는 5월 31일 "현재 진행 중인 RDIF 기술이전이 완료되면 연간 10억 도즈 이상 공급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라고 했다.
러시아 RDIF가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게 보낸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용 세포 바이알/사진출처:휴온스글로벌
메디컬 옵저버 6월 29일자 캡처
휴온스 측은 지난달 RDIF측이 보내온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용 세포 바이알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의학전문 '메디컬 옵저버'는 6월 29일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를 인용해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 생산을 위한 세포배양용 세포와 바이러스도 이미 확보했다"며 "오는 7월 러시아 기술진이 방한해 스푸트니크 V와 라이트에 대한 기술이전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언론 보도를 뜯어보면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6월중 기술이전이 시작돼 7월 중 러시아 기술자 방한, 8월 시생산, 9월이후 본격적인 생산이라는 윤곽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기술이전일 것이다. 휴온스 측이 언론을 통해 알린 러시아 기술진의 방한 시점인 7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인천(서울)~모스크바 항공편이 주말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러시아 기술진이 어제 오늘 방한하지 않았다면, 오는 30일~8월 1일(도착일 기준) 항공편이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코러스는 지난 2월 '가말레야 센터'측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데 3주가량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온스측이 8월중 시생산이 가능하려면 늦어도 8월 초까지는 러시아 기술진은 한국에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월 러시아 RDIF-가말레야 센터 기술진의 방한시, 국내 많은 언론이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 기술진의 방한에 대한 휴온스측의 공식 발표도, 언론 보도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러시아 기술진 방한일정이 연기된 것일까? 조만간 방한 발표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