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여행, 직관적 경험
12161216 이혜빈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는 것이 먼저였다. 어떤 프로젝트나, 행동이나, 하루를 보내는 것도 아침마다, 시작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항상 머릿 속으로 세웠다. 계획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잘 없었지만, 계획을 항상 세우고 시간에 쫓겨가며 하거나 못했다고 낙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한 삶이 되어버렸고 할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날은 계획대로 시행하는 날뿐이었다. 즉, 친구들이랑 놀거나 혼자 노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을 해야하는 날은 대부분이 좌절과 우울함으로 뒤덮였다. '직관적 경험'을 생각해보는 것은 이런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내가 항상 실행할 능력과 의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계획을 세워온 것이 항상 생각하던 '재미없는 삶'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직관적으로 행동했던 경험이 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태국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2명과 무려 16일간 세개의 도시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미리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도시간의 이동에 대한 교통수단과 각 도시별 숙소를 예약했다. 이 예매도 내가 전부 다 알아보고 물어봐서 진행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어디가 좋은지, 어떤 비행기를 타야지 제일 싼지, 버스는 어디서 타서 어떻게 가면 되는지 이런 것들을 다 검색해서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괜찮은지 물어보고 내가 결제하고 전부 다 했었다. 하지만, 자세한 계획을 혼자서 짜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이미 저 예매들을 하면서 지쳐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무계획으로 가자 했을 때 수락하고 떠났다. 그렇게 떠나는 비행기에서도 나는 여행 책을 읽었고, 방콕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서도 쉬는 시간마다 그 곳에 있는 여행 책들을 읽었다. 전날 저녁마다 다음날의 계획을 짜고, 친구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온 신경에 집중을 다했다. 결국 매일 계획 짜는 것에 지쳐버리고,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것이 모두 계획을 짜는 내 탓을 하는 것만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거기에다, 한명의 친구가 두번째 여행지에서 현지에서 병원을 갈 정도로 배가 아픈 상황이 터지자 모든 것을 망쳐버린 기분이었다. 세번째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결국 셋이서 따로 다니자를 선언했다. 매일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것에 지쳤고, 계획을 혼자만 짜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같이 다녀야지 라던가 결국 친구들끼리 여행을 같이 가면 싸워서 그렇게 따로 다니게 된다 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대성공이었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친구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즉흥적으로 찾아서 하였다. 그들이 원했던 무계획여행이었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오늘 어디가지 생각하며 동네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 맛집이었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가 너무 뷰가 이쁜 카페였다. 한 친구는 스쿠터를 빌리는 것이 계획에 없었음에도 (심지어 면허도 없던 친구였다) 워낙 교통이 안좋은 곳이고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 동네다 보니 한 번 빌려봐야겠다 하며 빌린 후, 길도 잘 모른채 여기저기 다녔었다. 그리고, 우연히 들렀던 길이 야경 최고의 명소였고, 그 친구는 인생 최고의 야경을 봤다고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후,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는 세번째 여행지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한다. 꼭 무엇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직관적으로 했던 여행이 최고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나의 여행은 계획없는 여행을 했다. 아직까지는, 숙소도 예약안하는 대범함을 펼치진 못하지만 숙소만 예약하고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첫 해외여행 이후, 나는 태국을 2번이나 더 갔었다. 작년 여름 세번째 방문했던 태국은 내 태국여행 인생의 최정점이었다. 하루하루 뚜렷한 계획이 없었고, 다음날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친구들에게 조언을 듣고 가보기도 하고, 처음보는 친구와 명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주변 투어사에 우연히 들어가서 흥미있어 보이는 것을 예약하고 바로 출발한 적도 있었다. 밥도 유명한 식당을 찾은 것은 2번정도일분뿐, 모두 길거리를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곳에서 먹고, 술을 마시고 즐겼다.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직관대로 걸어보고 먹어보고 느껴보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