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5장에서 홍해를 건넌 후에 모세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을 노래했다. 그런데 가나안 입구인 모압 땅에서 다시 한번 모세는 노래한다. 그의 신명기 32장의 노래는 마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처럼 노을 지는 강가에서 듣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명곡처럼 쓸쓸하다.
(신 32:1) 하늘이여 귀를 기울이라 내가 말하리라 땅은 내 입의 말을 들을지어다 (신 32:2) 내 교훈은 비처럼 내리고 내 말은 이슬처럼 맺히나니 연한 풀 위의 가는 비 같고 채소 위의 단비 같도다 (신 32:3) 내가 여호와의 이름을 전파하리니 너희는 우리 하나님께 위엄을 돌릴지어다 (신 32:4) 그는 반석이시니 그가 하신 일이 완전하고 그의 모든 길이 정의롭고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시니 공의로우시고 바르시도다
얼마나 바라고 소원했던가? 얼마나 조심하고 살얼음을 걷듯이 가슴 졸였던가? 그러나 한 번의 실수로 그처럼 바라던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아직도 눈은 밝고 귀도 또렷했으며 능히 가나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육체적인 힘은 남았지만 이마의 주름은 오늘따라 더 깊어 보였고 그의 목소리는 더 허스키하게 느껴졌다. 세월 속에 묻어 나는 경륜이 음파를 타고 젊은 세대에게 슬픔이 섞인 촉촉한 노래가 되어서 잔잔하게 전달되었다.
(신 32:9) 여호와의 분깃은 자기 백성이라 야곱은 그가 택하신 기업이로다 (신 32:10)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이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의 눈동자 같이 지키셨도다 (신 32:11) 마치 독수리가 자기의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자기의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의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의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 (신 32:12) 여호와께서 홀로 그를 인도하셨고 그와 함께 한 다른 신이 없었도다
다시 사십 년 전으로 돌아가라면 이 완악한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을 시도할 수 있을까? 얼마나 자주 그에게 나와서 불평하고 원망하고 때론 돌을 들어서 치려고 했던가? 얼마나 자주 그의 지도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덤볐던가? 그러나 이제 모두 지나간 추억일뿐 일백이십 살 모세에게는 회한도, 미움도, 섭섭함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저녁노을처럼 그의 눈이 붉어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결정은 언제나 옳았다고 고백한다.
(신 32:48) 바로 그 날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신 32:49) 너는 여리고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아바림 산에 올라가 느보 산에 이르러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기업으로 주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라
아바림, 느보, 비스가 산은 같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산맥을 다른 것은 산봉우리로 이해된다. 그래도 모세에게 그가 들어가고자 했던 바로 그 가나안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젖과 꿀이 흐른다던 그 땅을 내려다 볼 때 모세의 심정은 어땠을까? 멀리 야자수가 즐비한 여리고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편으로는 지중해의 물결이 넘실거리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북쪽 헤르몬산에서 흘러내린 시원한 물줄기가 요단을 타고 내려 오면서 만든 요단 들녘은 여호와의 동산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아쉬움과 서글픔이 가슴에 밀려와 노인의 눈시울을 적시는 순간 모세의 눈에 갑자기 이 죄로 타락한 세상의 가나안의 모습이 사라지고 죄로 물들지 않은 하늘 가나안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날에 다시 한번 하늘 유리 바닷가에서 모세의 노래 어린양의 노래를 불러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 땅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하늘 가나안을 영안으로 본 모세는 소매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조용히 잠들었다.
(계 15:3)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 어린 양의 노래를 불러 이르되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하시는 일이 크고 놀라우시도다 만국의 왕이시여 주의 길이 의롭고 참되시도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도 언젠가 이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비록 이 땅에서는 우리가 우리의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겠지만 그날에 모세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양 곁에서 이 웅장하고 장엄한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이 가나안 길이 멀고 피곤해도 포기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주님의 놀라우신 은혜가 크고 의롭다고 참으로 감격스럽다고 큰 목소리로 찬양할 때까지 이 길에서 벗어나기 않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