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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축구선수로 지난 6월 터키에서 열린 'U-20 이하 세계 청소년 월드컵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등 한국축구 차세대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는 건국대 조석재 선수의 모습 ⓒ ksport
2013년 6월 터키에서 열린 U-20 월드컵. 한국 U-20 대표팀은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아쉽게도 8강전에서 이라크와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보여준 U-20 대표팀의 경기력은 찬사를 받았고, 이들을 향해 축구팬들과 언론에서는 ‘숨어있던 한국축구의 유망주가 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 중의 한 선수로 손꼽힌 조석재(건국대 2학년).
프랑스 툴링컵 때부터 U-20청소년대표팀에 합류, 본선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조석재에게 U-20이하 청소년월드컵대회 참가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신갈고(용인시축구센터)를 거쳐 2012년 건국대에 입학한 조석재는 U-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U-20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파주NFC에 첫 소집훈련에 참가한 그는 이후 터키 전지훈련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광종 감독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U-18 청소년대표팀 때부터 함께한 기존 멤버들이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입지를 구축으로 5월 프랑스 툴링컵 국제친선대회에 참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광종 감독으로 부터 믿음을 얻어 ‘2013 FIFA 터키 U-20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올렸다. 대회참가 전 이광종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석재는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던 선수다. 가능성이 높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했다.
"대표팀에 뽑힌 그자체로만으로도 영광이었고 온몸에서 전율을 느꼈어요. 확실히 청소년대표팀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두 단계 위였어요. 솔직히 동료들과의 경쟁이 힘들었죠. 짧은 기간이지만, 많이 배우고 돌아온 것 같아요."
뒤늦게 뛰어든 축구선수의 꿈!... 중학교 2학년 때 입문

▲2011년 용인시축구센터 신갈고 소속으로 '2011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끈후 MVP와 득점왕을 차지한 조석재 선수 ⓒ 사진 이 기 동 기자
조석재는 용인 구성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 축구선수가 되는 방법을 몰랐다. 그냥 공부를 하다가 2005년 박주영이 뛴 청소년 월드컵을 보고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단다. 조용하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변한 것이다. 조석재는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 축구가 하고 싶어 가출까지도 했다. 배가 너무 고파 하루 만에 집에 왔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2학년 2학기 때 태성중으로 전학을 가 정식으로 축구부에 들어갔다. 겨울 동계훈련 때 후반 교체로 들어가 3골을 꽂아 넣으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부족한 기본기를 채웠다. 늦게 시작한 선수치곤 ‘제법 공 좀 찬다’는 소리를 들었다.
3학년이 되면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축구에 대한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기량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늦게 축구를 시작한 이유로 기본기에 대한 부족함은 늘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선수로 평가 절하됐다.
2011 신갈고 왕중왕전 챔피언...MVP와 득점왕 독식

▲2001년 용인시축구센터 신갈고 소속으로 '2011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와 득점왕을 차지한 후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석재 선수 ⓒ 사진 이 기 동 기자
중학교 때 축구에 대한 맛을 봤다면 고교축구무대에선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동료들보다 늦게 축구에 입문, 기본기부족으로 동료들보다 몇 배 더 많은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석재에게 희망을 준 사람은 유동관(현 대교 감독)감독이었다. 기본기가 부족한 조석재에게 유동관 감독은 특별훈련을 주문했고, 유 감독의 훈련프로그램을 충실히 실천한 결과 조석재는 고2 때부터 선배들의 경기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하고자하는 플레이도 되고요. 그 무렵에는 정말 운동에 대한 자신감이 저절로 생겼어요. 감독님이 제게 기회도 많이 줬어요. 정말 신났어! 축구를 했어요. 그렇게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변했어요.”
결국 조석재는 짧은 시간에 고교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고, ‘2011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전을 통해 고교축구 최고의 공격수까지 자리매김했다.
“늦게 축구를 한만큼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행히 신체조건이나 스피드와 순발력 등이 좋은 편이라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1년은 조석재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조석재가 고교축구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게 해준 2011년이기 때문이다. 조석재를 앞세운 신갈고는 '2011 대교 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정전 챔피언에 등극했다.
16강전에서 프로축구 수원 U-18 유스 매탄고와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 8강전에 진출한 신갈고는 8강 상대 수원공고마저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4강 상대 운봉공고를 맞아 조석재의 2골 활약에 힘입어 3-2 펠레스코어로 승리를 거두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섰다.
2011년 11월5일 오후 2시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결승상대는 프로축구 울산 U-18 유스 현대고였다. 전문가들은 현대고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신갈고는 비웃기라도 하 듯 후반 11분 조석재가 폭발적인 드리블에 이어 슈팅을 연결하면서 선취골을 뽑았고, 이후 차명훈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갔다. 이후 현대고에게 만회골을 내주면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2-1로 승리, '왕중왕전 챔피언'에 등극했다.
조석재는 대회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등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늦게 시작한 축구선수의 꿈을 단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정말 기뻤어요. 지금도 그 당시를 기억하면 얼떨떨해요.(웃음) 그때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을 밟아 본 것도 영광이었는데 제가 선취골을 넣는 순간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동료들이 달려와 골 세러머니를 함께 펼쳤는데 좀 더 멋있게 할 걸 하는 생각이 지금에 왔어야 생각 듭니다.”
조석재는 이 때 활약으로 유망주로 촉망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U-18 상비군후보 명단에 조석재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조석재는 실망하지 않았고, 건국대 공문배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12년 건국대에 입학했다.
대학 U리그를 통해 더욱 성장한 조석재

▲신갈고 졸업 후 12학번으로 건국대에 입학, 지난 8월 강원 태백에서 열린 '제44회 추계 전국대학축구연맹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조석재 선수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12학번으로 건국대유니폼을 입은 조석재, 그에게는 대학 U리그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아직 완전한 베스트멤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서서히 대학축구 무대에 녹아들고 있다.
“고교축구하고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선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힘과 체력이 안 되면 대학축구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또 선배들도 그렇고 동료들 역시 경쟁의식이 무척 강하고 경쟁에서 밀리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게 대학축구에요.”
건국대는 대학축구의 강호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팀 성적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웬만한 실력으로 스쿼드 한 자리를 꿰찬다는 게 쉽지 않다. ‘2013 카페베네 대학 U리그’ 중부 3권역리그 10승3무1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프로축구 ‘포철맨’으로 오랜 기간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던 공문배 감독이 팀을 새롭게 조련했고, 고교 유망주들을 대거 데려오는데 성공하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조석재 역시 건국대 축구의 부흥에 일조를 다짐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격 포지션에 고학년 형들이 많아서 결정적인 것을 많이 해줬는데, 청소년대표팀에 갔다 온 뒤에 주위에서 플레이가 성숙해졌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주위에서 그렇게 느끼신다니 기분 좋고요.(웃음) 대표팀도 좋지만, 팀에서 동료들과 뛰는 것도 즐거워요.”
“이제 팀에 복귀한 만큼 대학 U리그 챔피언십 우승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야죠. 지난해 준우승에 그쳤는데 올해는 선배들도 그렇고 동료, 후배들 모두 우승을 갈망하고 있기에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으로 믿어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조석재 드리블’의 독특함

▲U-20 이하 청소년 대표팀 당시의 조석재 선수의 모습, 그는 U-20 이하 세계 청소년월드컵대회 본선 대회 전 프랑스 툴링컵에 참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이광종 감독의 믿음을 얻어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 ksport
“석재는 특이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 스피드와 지구력도 모두 갖췄다. 특히 드리블은 상당히 독특하다. 드리블을 하는데 있어 다른 선수들보다 템포가 빠르다. 잔발로 드리블을 시도하니 수비수들이 붙지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된다.” - 건국대 공문배 감독
공문배 감독이 밝혔듯이 조석재의 드리블은 매우 독특하다.
볼을 툭툭 잔발로 치고 들어가며 순간적으로 방향을 꺾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상대 수비수로서는 템포가 빠른데다가 드리블을 치는 타이밍을 읽기가 힘들어 정면대결을 펼치는 것을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잔발을 활용한 빠른 드리블 스타일이란 점에서 ‘최근 한국축구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리블러’ 손흥민(레버쿠젠)과도 비교될 수 있다. 손흥민이 좀 더 화려한 드리블이라고 한다면, 조석재는 좀 더 전진해서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저도 어떻게 그런 드리블을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어떻게 연마했다기보다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웃음) 고교 시절부터 볼을 가지고 수비 쪽으로 치고 들어가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야 수비수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죠. 앞으로 향하는 드리블은 수비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 점을 많이 연구했죠. 특별히 드리블의 기술이라든지 리듬을 연마한 것은 없었어요.”
물론 조석재가 보완해야할 부분도 존재한다.
본인 스스로 털어놓는 약점은 정확한 크로스 능력. 아무리 상대를 제친다 해도 윙어라면 마지막 크로스가 정확해야하는 것은 불문가지. 마지막 순간에서 좀 더 정확한 킥을 해줄 필요가 있다. 공문배 감독 역시 “드리블이 좋지만 크로스와 킥은 좀 더 보완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은 천천히...대학축구 무대 평정하고 싶다!

▲지난 9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청 근처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석재 선수 ⓒ ksport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공부만 하던 평범한 학생이 6년 만에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심지어 전 세계 유망주들이 모이는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 나가는 주축 멤버였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은 지난 6월 터키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한국축구의 차세대 재목감으로 손색없는 조석재도 함께 했다.
이제 내년이면 대학 3학년을 맞이하는 조석재는 프로와 해외 진출보다는 대학축구 무대를 평정하고 싶어 한다. “일단은 대학에 온 만큼 대학축구 무대에서 제 존재를 알리고 싶고,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 다음 K리그나 또는 J리그와 유럽 빅리그에 도전하고 싶어요.”
최근 대학축구 유망주들이 해외로 일찍 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석재는 우선 대학축구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프로무대는 착실히 기량을 더 올린 다음 도전이라고 했다.
“저 스스로는 이번 U-20 청소년월드컵에 출전 이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소속 팀으로 돌아와 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대표팀에서 우스갯소리든, 진지한 이야기든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어느 정도 부담은 되지만 그만큼 더 준비를 잘하려고 해요.”
“이번 U-20이하 세계 청소년월드컵대회 출전은 제 축구인생에 있어 영광이었고, 또 청소년대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로 국가대표에 뽑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청소년대표팀의 일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그러다 보면 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도 있고요. 그렇게 가능한 많은 대회에 나가보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
그렇지만 조석재는 스스로 자신의 희망 사항을 ‘욕심’이라고 규정짓는다. 그리고 그 ‘욕심’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오로지 노력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아니라고, 진정한 ‘조석재’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한다. 깊은 속내에서 나오는 그 부탁이 믿음직스럽다.
“대학 U리그를 뛰면서도 소속팀 형들이 많이 도와줬어 그렇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어쩔 때는 이런 위치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게 ‘정말 운이 좋다, 감사하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될 정도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죠. 아직 부족한 점들을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보강하고 싶어요.”라며 긴 시간 인터뷰를 마쳤다.
[ksport TV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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