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서 한국 축구가 그야말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축구의 종주국 영국을 그것도 개최국 홈그라운드에서 비록 승부차기 끝에 거둔 승리이긴 하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승부였기에 국민 모두는 지금 집단적 흥분상태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오늘은 브라질과의 4강전이다. 새벽 3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이 경기를 보기위해 어제 저녁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에 잠이 깼다. 일본과 멕시코의 4강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경기가 끝나면 한국과 브라질의 4강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 게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올라온 일본은 그야말로 이변이요 돌풍이요 파란이었다. 그런데 그들 특유의 짧은 패스와 기동력이 오늘은 보이질 않는다. 결국 일본은 멕시코에게 3대 1로 패하였다.
이어 벌어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 한국의 초반 공격은 과연 기대대로 눈부셨다. 쩔쩔매고 있는 폼의 브라질은 더 이상 세계 최강의 팀이 아닌 듯 보였다. 어느 팀이 브라질 팀이고 어느 팀이 한국 팀인지, 오히려 두 팀이 뒤 바뀐 듯싶었다. 그러나 영국과의 경기에서 보여 주었던 멋진 결정적 슛이 지동원의 발에서 나와 주질 않았다. 브라질은 한국 팀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듯 보인다. 압박이 느슨해지고 헐거워진 공간을 개인기 좋은 브라질 팀이 침투해 한 골을 손쉽게 가져갔다. 그런데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저 정도 슛 정도는 충분히 막아 냈어야 했던 골이었기 때문이다. 또 후반 들어 당연히 얻어냈어야 했을 페널티 킥을 놓친 것도 중요한 승부처의 한 분수령이 되었다.
그래도 승부사 홍명보 감독은 흥분하고 있지 않았다. 목표가 메달 권 진입에 있었지 금메달은 아니지 않은가? 미래를 향한 가능성만 타진했다면 이젠 여력을 남겨 두어야 했을 것이다. 드디어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놓고 격돌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결승전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세계 언론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한 차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다가오고 있다.
201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