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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 나타난 아름다운 우리말
정순오
1. 고유한 우리말 알아보기 2.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3. 현덕 동화에 나타난 우리말 4. 권정생 동화, 동시에 나타난 우리말 5. 백석의 시와 동시에 나타난 우리말 6. 우리말을 살려야 하는 이유 |
1. 고유한 우리말 118가지
벗 - 친구/함초롬히 - 차분하고 곱게/가람 - 강의 우리말/휘영청 - 골고루 비치는 달 모양.
비각 - 물과 불처럼 두 물건이나 일이 서로 상극되어 용납되지 않는 일. '모순'과 같은 개념의 우리말이 곧 비각이다.
송아리 - 열매나 꽃 따위가 한데 잘게 모여 달린 덩어리./ 미리내 - 은하수의 순우리말.
매지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
떡비 - "가을에 내리는 비"를 의미, 가을에 비가 오면 떡을 해 먹는다는 의미에서 생긴 말
미르 - 용/ 가선 - 눈시울에 쌍꺼풀이 진 금이나 주름./ 다님길 - 사람이 다니는 길.
햇귀 - 해돋이 때 처음으로 비치는 햇빛./바람꽃 -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보얀 기운.
나래 - 논, 밭을 골라 반반하게 고르는 데 쓰는 농구./ 함박눈 -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열끼 - 눈동자에 드러난 정신의 당찬 기운./ 퍼석얼음 -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얼음.
칼잠 -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어깨를 모로 세워 끼워자는 잠.
파골집 - 돼지의 창자 속에 피를 섞어서 삶아 만든 음식. 순대
사그랑이 - 다 삭아서 못쓰게 된 물건.
거통 - 별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큰소리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
진갈매 - 갈매빛의 힘줌말, '갈매'는 갈매나무의 열매로 짙은 초록색임.
아스라히 - 흐릿하고 아득하게./ 볼우물 - 보조개
비나리 -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 원래 남사당패 놀이의 성주굿에서 곡식과 돈을 상위에 받아놓고 외는 고사문서 또는 외는 사람./여우별 - 궂은 날 잠깐 났다가 사라지는 별
아람 - 탐스러운 가을 햇살을 받아서 저절로 충분히 익어 벌어진 그 과실
하늬바람 - 서쪽에서 부는 바람./ 가랑비 - 가늘게 내리는비/ 아라 - 바다의 우리말
나들목 - 나가고 들고 하는 길목./막새바람 -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새녘 - 동쪽. 동편.
어섯 - 사물의 작은 부분, 완전하게 다 되지 못한 정도/ 쪽빛 - 푸른색과 자주색의 중간색.
바람칼 - 새가 날개짓을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날 때의 날개
붕장어 - 먹붕장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 길이가 두어 자 정도이며 뱀장어와 비슷함.
시나브로 -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자의누리 - 중심세계
해금니 - 물 속에서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냄새나는 찌끼, 또는 그 냄새
어름 - 두 물건의 끝이 하나로 닿은 자리, 또는 물건과 물건 사이의 한가운데.
아람치 - 자기의 차지가 된 것./ 마늘각시 - 마늘 같이 하얗고 반반하게 생긴 각시
느루 - 한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아서/ 갈맺빛 - 짙은 초록색
닻별 - 카시오페아 자리/ 타니 - 귀걸이/ 다솜 - 사랑/ 마루 - 하늘의 우리말
가람 - 강의 우리말/ 희나리 - 마른장작 의 우리말/ 샛별 - 금성의 우리말(개밥바라기별)
메 - 산. 옛말의 '뫼'가 변한 말/ 몽구리 - 바짝 깎은 머리/ 묏채 - 산덩이
버금 - 다음가는 차례/ 버시 -지아비. 남편. '가시버시'는 부부의 옛말/ 부룩소 - 작은 수소
살밑 - 화살촉/ 새벽동자 - 새벽밥 짓는 일/ 샛바람 - '동풍'을 뱃사람들이 이르는 말
서리담다 -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헤윰 -생각/ 도투락 - 리본/ 즈믄 - 천(1000)
나르샤 - 날다/ 벌 - 아주 넓은 들판, 벌판/ 한 - 아주 큰/ 온 누리 - 온 세상
달 - 땅, 대지, 벌판/ 시밝 - 새벽/ 꼬리별, 살별 - 혜성/ 별똥별 - 유성/붙박이별 - 북극성
여우별 - 궂은날에 잠깐 떴다가 숨는 별/ 잔별 - 작은 별/ 개맹이 - 똘똘한 기운이나 정신
가늠 -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리는 기준, 일이 되어 가는 형편
잠비 - 여름철에 내리는 비, 여름에 비가 오면 잠을 잔다해서 붙여진 말.
가래톳 - 허벅다리의 임파선이 부어 아프게 된 멍울/ 나릿물 - 냇물
가라사니 -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나 실마리/ 개골창 - 수챗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
갈무리 - 물건을 잘 정돈하여 간수함, 일을 끝맺음/ 곰살궂다 - 성질이 부드럽고 다정하다
개구멍받이 - 남이 밖에 버리고 간 것을 거두어 기른 아이(=업둥이)
개어귀 - 강물이나 냇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 구성지다 - 천연덕스럽고 구수하다
고수련 - 병자에게 불편이 없도록 시중을 들어줌
골갱이 - 물질 속에 있는 단단한 부분/ 눈꽃 - 나뭇가지에 얹힌 눈
곰비임비 -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겹치는 모양/구순하다 - 말썽 없이 의좋게 잘 지냄
굽바자 - 작은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얕은 울타리/ 그느르다 - 보호하여 보살펴 주다
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든 잠/ 기이다 -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다
그루터기 - 나무나 풀 따위를 베어 낸 뒤의 남은 뿌리 쪽의 부분
기를 - 일의 가장 중요한 고비/ 길라잡이 -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사람
길섶 - 길의 가장자리/ 길제 -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구석진자리, 한모퉁이
길품 - 남이 갈 길을 대신 가주고 삯을 받는 일/ 겨끔내기 - 서로 번갈아 하기
고빗사위 - 고비 중에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 꽃샘 - 봄철 꽃이 필 무렵의 추위
깔죽없다 - 조금도 축내거나 버릴 것이 없다/ 깜냥 - 어름 가늠해 보아 해낼 만한 능력
깨단하다 - 오래 생각나지 않다가 어떤 실마리로 말미암아 환하게 깨닫다
꼲다 - 잘잘못이나 좋고 나쁨을 살피어 정하다/ 꿰미 - 구멍 뚫린 물건을 꿰어 묶는 노끈
끄나풀 - 끈의 길지 않은 토막/ 아리수 - 한국의 한강(韓江)을 일컫는 순 한국말이다
배달 - 한국의 고대국가. 고조선(古朝鮮)이전의 국가를 일컫는 순 한국말이다.
2.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 KBS 방송문화연구원 설문조사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KBS 방송문화연구원에서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는 "미리내"가 뽑혔다.
미리내는 잘 알고 있듯이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서
우리나라 고어에 미리는 용을 뜻하고 내는 개울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있다.
따라서 미리내는 "용이 사는 개울" 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는 미리내(12.9%), 시나브로(8.6%), 사랑(6.3%),
가람(5.5%), 누리(3.3%)가 꼽혔다.
1. 미리내 : 은하수를 뜻하는 말/ 2.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조금씩
3. 사랑 :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부모가 자식을, 스승이 제자를, 신이 인간을 아끼는 것처럼 상위 존재가 하위 존 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4. 가람 : 강(江)의 옛 이름. 길고 넓은 내./ 5. 누리 : ‘세상1(世上)’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6. 하늘 :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
7. 미르 : 한자말 '용'(龍)과 영어 Dragon을 다듬은 순수 토박이 말.
8. 다솜 : 사랑의 다른 말/ 9. 아름다움 : 아름답다의 명사형
10. 우리 :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네티즌들이 뽑은 아름다운 우리말
미르 - 용 / 마루 - 하늘 / 가람 - 강
아라 - 바다 / 씨밀레 - 영원한 친구 / 샛별 - 금성
미쁘다 - 진실하다 / 아띠 - 사랑 / 사랑여우별 - 궂은 날 잠깐 났다가 사라지는 별
아람 - 탐스러운 가을 햇살을 받아서 저절로 충분히 익어 벌어진 그 과실
흰여울 - 물이 맑고 깨끗한 여름 /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터놓는 사이
비나리 -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 너울가지 -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
늘픔 -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 도담다담 - 어린 애가 탈 없이 자라는 모양
동살 - 새벽에 동이 터서 환하게 비치는 햇살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잘물결을 뜻하는 말
혜윰 - 생각하다 / 는개 - 안개비와 이슬비 사이의 가는 비
샘바리 - 어떠한 일에 샘이 많아 안달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
볼우물 - 보조개 / 느루 - 한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아서
고즈너기 - 슬그머니 / 가리온 - 털이 희고 갈기가 검은 말
까미 - 얼굴이나 털빛이 까만 사람이나 동물을 일컫는 말
깜냥 - 일을 가늠보아 해 낼 만한 능력 / 꼬두람이 - 맨 꼬리 또는 막내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 말 / 달보드레하다 - 연하고 달콤하다
뜬돈 - 어쩌다 우연히 생긴 돈 / 슬기주머니 -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
들 모임 - 들놀이, 야유회 / 띠앗머리 - 형제 사이에 우애하는 정의
온새미로 - 언제나 변함없이 / 아리아 - 요정
수피아 - 숲의 요정 / 다소다 - 사랑하다 / 푸실 - 풀이 우거진 마을
라온 - 즐거운 / 아토 - 선물 / 바오 - 보기 좋게 /이든 - 착한, 어진 / 숯 - 신선한 힘
그린 비 - 늘 그리워하는 남자 / 단미 - 달콤한 여인
◈아기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
1. 사랑 2. 엄마, 어머니 3. 아름답다, 예쁜. 4. 아빠, 아버지 5. 까꿍, 도리도리 6. 고맙습니다, 고마워 7. 안녕하세요 8. 감사합니다 9. 맘마 10. 건강, 튼튼 (동아일보 기사에서)
3. 현덕의 동화 살펴보기
현덕 ; 1912년 서울 출생, 대부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냄
193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고무신> 당선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남생이> 당선
‘소년조선일보’와 ‘소년’등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많이 발표하셨다.
작품으로는 동화집 <포도와 구슬>, <토끼 삼형제> 소년소설집 <집을 나간 소년> 소설집 <남생이>가 있다.
<너하고 안 놀아>는 작가의 유년 동화집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2 학년 아이들 이 읽을 수 있도록 쓴 이야기 이지만 3, 4학년도 5, 6학년이 읽어도 재미가 있고 중 고등학생들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집이다.
이 동화집은 아주 뛰어난 문학성을 보여주어서 유년동화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글 이다.
-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
1. 큰소리
골목 안 응달에 노마, 기동이, 똘똘이 세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사실 노마는 물구나무를 잘 서니까 그만한 재주가 넉넉할 것입니다.
나무통은 굵고 빤들빤들하고 도저히 똘똘이 자기 힘으로 당하지 못하겠습니다.
2. 암만 감아두
노마 집 들창 밖에 기동이가 와 노래하는 소리로 노마를 부릅니다.
3. 둘이서만 알고
담 모퉁이에 혼자 기동이가 있습니다./아주 정답게 어깨동무를 하고 갑니다.
기동이는 혼자서 아주 쓸쓸해졌습니다./배장수 광주리에서 배를 고르고 서 있습니다.
4. 조그만 어머니
초가집 문지방에 파랑 치마 영이하고 다홍 두루마기 아기가 앉아 있습니다.
- 너하고 안 놀아
제 1부 물딱총
<고양이> 살살 앵두나무 밑으로 노마는 갑니다.
<물딱총>
듬뿍 물을 재 가지고는 찌익찌익 아무데고 물을 뿜습니다.
“너희들은 팔매를 치고 난 물딱총으로 하구, 누가 멀리 가나 내기해, 내기해.”
노마는 새로운 설움으로 울음이 나오고, 그 눈물어린 눈으로 보면 부지깽이도 빨랫방망이도 기둥까지도 모두 물딱총으로 보이고……
<바람은 알건만>
길 위로 기름 장수 할멈이 꼬부랑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내려옵니다.
세 아이는 차례차례 묻습니다.
<옥수수 과자>
저고리 앞자락에 한 움큼 감추어 쥐고 하나씩 빼먹습니다.
돼지 입을 하고 넙죽넙죽 혼자만 먹습니다.
<새끼 전차>
모래 돈 다섯 닢 내고 종이표 사고 탑니다./ 두루루 기동이를 새끼로 말아 막 뭉깁니다.
<싸전 가게>
-싸구려. 사구려. 막 파는구려.
문지방 밑 응달에 노마가 싸전 가게를 벌였습니다./영이네 광엔 야금야금 쌀이 늘어납니다.
<맨발 벗고 갑니다>
돼지 우릿간 앞을 지났습니다./ 영이는 다시 개울 하나 건너 집 뒤 울타리 밑으로 갑니다.
<내가 제일이다>
-내가 제일이다. 어림없구나./ 모두 노마를 으뜸으로 보는 얼굴입니다.
다리를 옴질옴질, 두 팔을 훨훨, 그러다가 펄쩍 축대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아버지 구두>
활개를 치고 배를 내밀고 아주 뽐내는 걸음으로 아이들 노는 데로 갑니다.
-저리들 물러 나거라.
<과자> 기동이는 퍽 호기스럽습니다.
<귀뚜라미> 응달 축대 밑에서 조용조용 혼자서 웁니다.
<싸움>
똘똘이는 아까 영이하고 무슨 얘길 했는지 아주 까맣게 잊었습니다. 눈을 끔벅끔벅 생각하다가 “그건 말하기 싫어.”
<포도와 구슬> “이런 먹콩 같으니.”
<여자 고무신> 노마의 고무신이란 울이 미어지고 뒤축이 떨어지고 한 아주 해진 고무신입니다./ 이만하면 노마는 마음이 피었습니다./ 금방 노마는 얼굴이 실쭉해졌습니다.
뒤축이 너털너털한 바로 노마 고무신입니다.
<대장 얼굴>
똘똘이가 찾아가는 가게는 이렇게 유리구슬, 석필, 딱지 같은 것 밖에 없는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눈을 둘레둘레 동전 한 닢으로 바꿀 장난감을 찾습니다.
<토끼와 자동차>
머리에도 어깨에도 잔등에도 하얗게 내려앉습니다./ 노마, 영이, 똘똘이 옆을 달음박질로 돕니다./ 토끼가 뒤굴뒤굴, 눈 위에 넘어져 뒤굴뒤굴 구르는 시늉으로 노마는 눈 위를 뒤굴뒤굴 굴렀습니다.
제2부 기차와 돼지
<바람하고> 우물 두덩을 한 바퀴 돌아오던 길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차와 돼지>
큰 기차에 개미만한 사람이 조랑조랑 탔습니다.
꿀꿀꿀하고 세 마리가 나란히 사람이 모는 대로 곧잘 뒤룩뒤룩 갑니다.
<뽐내는 걸음으로> 노마나 기동이가 보아 주었으면 똘똘이는 갑절 뽐낼 것입니다.
<너하고 안 놀아> 조금도 못 보게 돌아앉아서 오곤조곤 혼자서만 놉니다.
고개를 삐뚜룸 입을 내밀고 보고만 섰습니다.
<잃어버린 구슬>
먼저부터 그런 것처럼 조끼주머니에는 노랑 구슬만 두 개가 도굴도굴.
노마는 돌래돌래 아무리 찾아도 구슬은 없습니다.
<의심> 아마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고 놀다가 흘렸나 하고 우물 두덩에도 가 보았습니다.
담 모퉁이를 돌아서 골목 밖으로 나갔습니다./ 기동이는 바로 을러메는데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만 노마는 얼굴이 벌게지고 말았습니다.
<강아지> 조그만 알록 강아지입니다.
잔등이를 쓰다듬습니다./ 다리에 기어오르며 연해 꼬리를 치며 합니다./ 달음박질도 합니다.
털에는 흙이 묻고 눈에는 눈곱이 제제하고 매우 가엾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강아지는 또 정말 사냥개처럼 풀섶을 헤치며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삼형제 토끼>
함박눈이 내립니다./ 작년에도 그러께도 이렇게 눈이 왔던지 조금도 모르겠습니다.
“왜 없어요. 엿이 한 단지, 밤이 한 함지나 있는데요.”
노마, 영이, 똘똘이는 기동이를 가운데 넣고 둘러서서 막 뭉기며 소리를 쳤습니다.
<고양이와 쥐>
기동이는 정말 고양이처럼 어떡하면 담 안의 숨은 쥐란 놈을 잡을 수 있을까 하고 눈이 동그래서 갸웃갸웃, 담을 뚫고 들어갈 무슨 틈을 엿보며 돕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니까 아주 앙큼스럽습니다./ 모두 큰 소리로 법석입니다.
앙앙앙 깔고 뭉기며 막 뜯어 먹습니다.
<실수> 노마는 얼굴에 비죽비죽 울음을 만드는 외에는 다른 도리를 몰라하였습니다.
<어머니의 힘> 이것은 응당히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요구이고, 그리고 어머니는 응당히 들어주어야 할 소청입니다.
<땜가게 할아범>
노마, 기동이, 똘똘이, 영이 조루루 몰려서서 할아범이 냄비를 때우는 구경을 합니다.
고만한 어리 안에서 병아리는 뿅뿅뿅 먹을 것을 찾습니다.
나룻배 할아범은 왼 종일 배를 부리고 땜가게 할아범은 왼 종일 땜일을 합니다.
*어리; 병아리를 가두어 기르기 위하여 채를 엮어서 둥글게 만든 것.
<조그만 발명가> 우선 가위로 상자갑을 이모저모로 오려냅니다.
<실망>
노마는 삼태기 하나를, 기동이는 밑 빠진 쳇바퀴 하나를, 그리고 똘똘이는 유리병 하나를 준비해 가질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노마는 사람이 걸쌈스러우니까 삼태기를 맡기에 적당합니다.
<동정> 고개를 기우듬히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비탈 아래 먼 길을 바라봅니다.
<우정>
영이는 어른처럼 치마를 올려 뒤로 동이고 또 바구니를 가졌습니다.
산에는 가지각색 나물이 수없이 많을 것이고, 또 그 산은 한없이 넓습니다.
물론 노마하고 똘똘이는 쾌히 승낙을 하였습니다.
노마하고 똘똘이는 영이보다 앞을 서서 활개를 치며 아주 활발한 걸음으로 발을 구르고 갑니다./ 가파른 언덕 밑을 왔습니다./ 손바닥과 무릎에 생채기가 나고 벌건 피가 흐릅니다.
위의 글에 나타난 흉내말
의성어 ; 킁킁, 앙앙앙
의태어 ; 빤들빤들, 살살, 찌익찌익, 꼬부랑꼬부랑, 넙죽넙죽, 두루루, 야금야금, 옴질옴질, 훨훨, 펄쩍, 끔벅, 실쭉실쭉, 둘레둘레, 뒤굴뒤굴, 조랑조랑, 뒤룩뒤룩, 오곤조곤, 빼뚜룸, 도글도글, 돌래돌래, 킁킁, 갸욱갸욱, 앙앙앙, 비죽비죽, 조루루, 뿅뿅뿅 - 총 26개
◈ 현덕의 동화는 유년동화에 걸맞게 의성어와 의태어 사용이 많았는데 그 중에도 의태어 사용이 월등하다.
4. 백석의 시와 동시 살펴보기
백석白石 (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년 평북 정주 출생
1929년 오산고보 졸업. 동경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 공부
1934년 귀국 후 <조선일보>에 입사
1935년 시<정주정>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데뷔.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판하였다. .함흥여생여고보 교원 역임
1942년 만주의 안동에서 세관업무에 종사
1945년 해방 후 북한에서 문필활동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모닥불>.<고향>.<여우난골족>.<팔원> 등 대표작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들이다. 토속적, 민족적이면서도 특이한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한 시인으로, 8 · 15 광복 후에는 고향에 머물렀다.
1963년을 전후해 협동농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사망연도가 1995년임이 밝혀졌다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
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이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 국을 끊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나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
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람벽 : 집안의 안벽.
때 글은 :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절은.
쉬이고 : 잠시 머무르게 하고 쉬게 하고.
앞대 :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지방. 멀리 해변가.
개포 :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이즈막하야 :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 이슥한 시간이 되어서
울력하는 듯이 : 전통적인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힘을 합하여 무보수로 남의 일을 도와주 는 협동 방식을 말한다.
여우난 곬족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 할머니 진 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넛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 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 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 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 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 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 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 싸움 자리 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가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여우난 곬족 - 여우가 난 골짜기 부근에 사는 일가친척들
진 할머니 - 아버지의 외할머니
포족족하니 - 빛깔이 고르지 않고 파르스름한 기운이 도는(화가 나서 토라지는 모양을 흉 내낸 말)
매감탕 - 엿을 고거나 메주를 쑨 후 솥을 씻은 진한 갈색의 물/ 저녁술 - 저녁밥
토방돌 - 집의 낙수 고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숨굴막질 - 숨바꼭질
오리치 - 오리를 사냥하는 평북 지방 특유의 사냥 용구/ 반디젓 - 밴댕이젓/
아르간 - 아랫간, 아랫방/ 화디 - 등잔을 얹는 기구/ 홍게닭 - 새벽닭/ 동세 - 동서
텅납새 - 처마의 안쪽 지붕/ 무이징게국 - 무와 민물새우를 넣은 국
매감탕 - 감탕이란 엿을 고아낸 솥을 부신 단물 또는 메주를 쑤어내고 남은 걸쭉한 물
토방돌 -토방에 쌓았거나 쌓기 위한 돌/ 반디젓 - 밴댕이젓. 반디는 평북방언.
오리치 -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오리를 잡는 도구/ 잔디 - 짠지/ 조아질 - 공기놀이
쌈방이 굴리고 - 평북지방에 방언. 토속적인 풍물을 굴리면서 노는 모습이다
바리깨돌림 - 바리깨는 주발 뚜껑.주발뚜껑을 가지고 노는 모습.
호박떼기 - 아이들이 차래로 앞에 있는 아이에 허리를 잡고 한 줄로 늘어앉아서 하는 놀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또 내 눈에 뜨거운 것이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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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유동'은 신의주 남쪽 지역에 있는 동네, 박시봉은 세 들어 산 집주인의 이름
*쥔을 붙이었다 : 세를 들었다 / *북덕불 : [북한어] 북데기에 피운 불.
*나줏손 : 저녁 무렵, 나주는 '저녁'의 평안 방언
*갈매나무 : 갈매 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 전국 어디나 자라지만 흔하지 않다
비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 두레방석 : 둥그스름한 방석.
청시
별 많은 밤/ 하늬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짖는다
연자간
달빛도 거지도 도적도 모다 즐겁다 /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볕도 모다 즐겁다
도적괭이 새끼락이 나고 /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개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 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 싸고
개들은 게모이고 쌈지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동구재벼 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 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 가고
대들보 위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두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여승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시집 『사슴』,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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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 / * 금전판 : 금광./ * 섶벌 : 재래종 일벌.
북방에서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촌이 멧돌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 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때 /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그 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옛 한울로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 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가즈랑집*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 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짐승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짐승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촌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몇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에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 메 산골에선 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옛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아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단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레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몇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아 하루 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 오래*를 설레다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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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즈랑집 : '가즈랑'은 고개 이름.'가즈랑집'은 할머니의 택호를 뜻함.
* 쇠메 : 쇠로 된 메. 묵직한 쇠토막에 구멍을 뚫고 자루를 박음. / * 깽제미: 꽹과리.
* 막써레기 : 거칠게 썬 엽연초. / * 구신집 : 무당집.
* 구신간시렁 :걸립(乞粒) 귀신을 모셔놓은 시렁. 집집마다 대청 도리 한구석에 조그마한 널빤지로 선반을 매고 위하였음.
* 당즈깨 : 당세기.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를 길고 둥글게 결은 작은 고리짝.
* 수영 : 수양(收養). 데려다 기른 딸이나 아들. / * 제비꼬리 - 회순 : 식용 산나물의 이름.
* 아르대즘퍼리 : '아래쪽에 있는 진창으로 된 펄'이라는 뜻의 평안도식 지명.
* 물구지우림 : 물구지(무릇)의 알뿌리를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것.
* 둥굴레우림 : 둥굴레풀의 어린 잎을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것.
* 광살구 : 너무 익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살구.
* 당세 : 당수. 곡식가루에 술을 쳐서 미음처럼 쑨 음식. / * 집오래 : 집의 울 안팎.
동뇨부(童尿賦)
봄철 날 한 종일 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레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
줌이 넓적다리를 흐르는 따끈따끈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여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 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 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 앞
에 밭마당에 샛길에 떠오는 오줌의 매깨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 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오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갖 퍼런 막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 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탕약(湯藥)
눈이 오는데/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六味湯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끊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 놓은 것은
아득하니 깜하야 萬年옛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 손으로 고히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옛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끊없이 고요하고 맑아진다
주막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 모알상이 그 상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 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흰 밤
옛 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어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모닥불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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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신창 :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 개니빠디 : 개의 이빨./ * 너울쪽 : 널빤지쪽./* 짖 : 깃./ * 개터럭 : 개의 털.
* 재당 : 재종(再從). 육촌./ * 문장 : 한 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 몽둥발이 :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물건.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 귀 혹은 능달 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룻밤 뽀노얀 흰 김 속에 접시 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 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 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어느 하룻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 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 났다는 먼 옛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재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히수구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 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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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이고 : 활발히 움직이고 / 김치가재미 : 김장 김치를 묻어두는 곳
양지귀 : 양지 / 능달 : 응달 / 분틀 : 국수틀 / 은댕이 : 언저리 / 사리워 : 담겨져
길여났다는 : 길러졌다는 / 큰마니 : 큰어머니 / 집등색이 : 짚을 짜 만든 자리
댕추가루 : 고춧가루 / 탄수 : 식초 / 아르궅 : 아랫목 /고담하고 : 속되지 않고 아취가 있는
외갓집
산비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 돌을 던지고 뒤울안배나무에 쩨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작은 솥 모주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거미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하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갓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려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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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제목은 '수라(修羅)'이다./* 싹다 : 삭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 가제 : 갓, 방금
오리 망아지 토끼
오리치를 놓으려 아베는 논으로 나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
에서 강아지처럼 아베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베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저버린다
장날 아츰에 앞 행길로 엄지 따러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
는 조르면 /아베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메지야 오나라 /--메지야 오나라
새하러 가는 아베의 지게에 치워 나는 산 山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맛 구멍 난 토끼 굴을 아베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어났다/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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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치--평북지방에 토속적인 풍물로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오리를
잡는 도구이다
아베--아버지/ 동비탈--동쪽에 비탈
동말랭이--동쪽의 등성이. 말랭이는 마루.(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
꼭대기)
시악--악한 성미로 부리는 악./ 엄지--짐승의 어미/ 매지--망아지
새하다--나무하다.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거나 주워 모으다./ 맞구멍--마주 똟린 구멍.
선우사膳友辭
_함주시초4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 벌판에서 물 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 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 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어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허준
그 맑고 거룩한 눈물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그 따사하고 살틀한 볕살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 당신은/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것이다
쓸쓸한 나들이를 단기려 온 것이다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 사람이여
당신이 그 긴 허리를 굽히고 뒷짐을 지고 지치운 다리로
싸움과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는 거리를 지날 때든가
추운 겨울밤 병들어 누운 가난한 동무의 머리맡에 앉어
말없이 무릎 우 어린 고양이의 등만 쓰다듬는 때든가
당신의 그 고요한 가슴 안에 온순한 눈가에
당신네 나라의 맑은 한 올이 떠오를 것이고
당신의 그 푸른 이마에 삐여진 어깻쭉지에
당신네 나라의 따사한 바람결이 스치고 갈 것이다
높은 산도 높은 꼭다기에 있는 듯한
아니면 깊은 물도 깊은 밑바닥에 있는 듯한 당신네 나라의
하늘은 얼마나 맑고 높을 것인가
바람은 얼마나 따사하고 향기로울 것인가/ 그리고 이 하늘 아래 바람결 속에 퍼진
그 풍속은 인정은 그리고 그 말은 얼마나 좋고 아름다울 것인가
다만 한 사람 목이 긴 시인(詩人)은 안다
'도스또이엡흐스키'며 '조이스'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일등/ 가는 소설도 쓰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어드근한 방안에 굴어 게으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 풍속을
사랑하는 어린 것에게 엿 한 가락을 아끼고 위하는 아내에겐
해진 옷을 입히면서도
마음이 가난한 낯설은 사람에게 수 백량 돈을 거저 주는 그 인정을/ 그리고 또 그 말을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는 크나큰/ 그 말을
그 멀은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사람이여
이 목이 긴 시인이 또 게사니처럼 떠곤다고/ 당신은 쓸쓸히 웃으며 바둑판을 당기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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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살 : 내쏘는 햇빛/한울 : 하늘/게사니 : 거위/떠곤다고 : 떠든다고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이
오늘은 정월(正月) 보름이다 / 대보름 명절인데
나는 멀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쓸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
로다 / 옛날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 날을 맞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 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일가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였만
나는 오늘 때 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 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 집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고 한 그릇 사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 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 먼 타관에 난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 날은 그 어느 한 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을 찾어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元宵)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안하지 않았을 것인가 /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 자손들도 /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을 외로이 타관에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로다 / 아, 이 정월(正月) 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탕탕 터지고 호궁(胡弓)소리 삘삘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엔 자꾸 이 나라의 옛 시인들이 그들의 쓸쓸한 / 마음들이 생각난다 /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나 이백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 아무려나 이것은 옛 투의 쓸쓸한 마음이다
귀농
백구둔白拘屯의 눈 녹이는 밭 가운데 땅 풀리는 밭 가운데/ 촌부자 노왕老王하고 같이 서서
밭 최뚝에 즘부러진 땅버들의 버들개지 피여나는 데서
볕은 장글장글 따사롭고 바람은 솔솔 보드라운데
나는 땅임자 노왕한테 석상디기 밭을 얻는다
노왕은 집에 말과 나귀며 오리에 닭도 우울거리고
고방엔 그득히 감자에 콩 곡석도 들여 쌓이고
노왕은 채매도 힘이 들고 하루 종일 백령조百鈴鳥 소리나 들으려고
밭을 오늘 나한테 주는 것이고/ 나는 이젠 귀치 않은 측량도 문서도 싫증이 나고
낮에는 마음 놓고 낮잠도 한잠 자고 싶어서
아전노릇을 그만두고 밭은 노왕한테 얻는 것이다
날은 챙챙 좋기도 좋은데/ 눈도 녹으며 술렁거리고 버들도 잎트며 수선거리고
저 한쪽 마을에는 마돝에 닭, 개, 즘생도 들떠들고
또 아이어른 행길에 뜨락에 사람도 웅성웅성 흥성거려/ 나는 가슴이 이 무슨 흥에 벅차오며
이 봄에는 이 밭에 감자 강냉이 수박에 오이며 당콩에 마늘과 파도 심으리라 생각한다.
수박이 열면 수박을 먹으며 팔며/ 감자가 앉으면 감자를 먹으며 팔며
까막까치나 두더지 돝벌기가 와서 먹으며 먹는 대로 두어두고
도적이 조금 걷어가도 걷어가는 대로 두어두고/ 아, 노왕, 나는 이렇게 생각하노라
나는 노왕을 보고 웃어 말한다
이리하여 노왕은 밭을 주어 마음이 한가하고/ 나는 밭을 얻어 마음이 편안하고
디퍽디퍽 눈을 밟으며 터벅터벅 흙도 덮으며/ 사물사물 햇볕은 목덜미에 간지로워서
노왕은 팔장을 끼고 이랑을 걸어/ 나는 뒷짐을 지고 고랑을 걸어
밭을 나와 밭뚝을 돌아 도랑을 건너 행길을 돌아
지붕에 바람 볕에 울파주에 볕살 쇠리쇠리한 마을 가리키며
노왕은 나귀를 타고 앞에 가고/ 나는 노새를 타고 뒤에 따르고
마을끝 충왕묘蟲王廟에 충왕을 찾아뵈러 가는 길이다
토신묘土神廟에 토신도 찾어 뵈러 가는 길이다
오리들이 운다
한종일 개울가에/ 엄지오리들이 빡빡/ 새끼오리들이 빡빡.
오늘도 동무들이 많이 왔다고 빡빡/ 동무들이 모두 낯이 설다고 빡빡.
오늘은 조합목장에 먼 곳에서/ 크고 작은 낯선 오리 많이 들왔다.
온몸이 하이얀 북경 종 오리도/ 머리가 새파란 청둥오리도.
개울가에 빡빡 오리들이 운다/ 새 조합원 많이 와서 좋다고 운다.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
송아지들은 송아지들끼리 잡니다/ 좋은 송아지들은 엄마 곁에서는 아니 잡니다
송아지들은 모두 엉덩이들을 맞대고 잡니다/ 머리들은 저마끔 딴 데로 돌리고 잡니다
승냥이가 오면 범이 오면 뿔로 받으려구요/ 뿔이 안 났어도 이마빼기로라도 받으려구요
송아지들은 캄캄한 밤 깊은 산 속도 무섭지/ 않습니다
승냥이가 와도 범이 와도 아무 일 없습니다
송아지들은 모두 한데 모여서 한마음으로 자니까요.
송아지들은 어려서부터도 원수에게 마음을 놓지 않으니까요.
앞산 꿩 뒷산 꿩
아침에는 앞산 꿩이/ 목장에 와서 껙껙/ 저녁에는 뒤산 꿩이/ 목장에 와서 껙껙
아침저녁 꿩들이 왜 우나?/ 목장에 내려와서 왜 우나?
꿩들도 목장에서 살고 싶어 울지/ 꿩들도 조합 꿩이 되고 싶어 울지
의성어 ; 가즈랑, 사르릉, 쪼로록, 삐삐, 쩡, 쨩쟝, 푹푹, 출출이, 응앙응앙, 쌀랑쌀랑, 별별, 솔솔, 장글장글, 빡빡, 껙껙
의태어 ; 솔솔, 껌벅, 살랑, 흥성흥성, 뽀노얀, 뿌우현, 씨굴씨굴, 채국채국, 디퍽디퍽, 터벅터 벅, 사물사물, 쇠리쇠리,
토속어와 꾸미는 말, 솔직한 감정을 나타내는 말 ; 쓸쓸한, 지치운, 달디단, 시퍼러둥둥, 나지막한, 이즈막하야, 호젓한, 눈질, 주먹질, 내믕새, 쥐잡이, 숨굴막질, 북벅하니, 쌀뜰한, 쓸쓸한, 습내, 누긋한, 딜옹배기, 북덕불, 한탄이며, 문창으로, 화로, 두레 방석, 물쿤, 개비린내, 하늬바람, 도적괭이, 홰냥닭, 쌈지거리, 기지개, 대들보, 소 시랑, 파리한, 가을밤같이, 설게 울은, 마당귀, 시름도, 따시한 햇귀, 매끄러운 밥, 단샘, 아득한, 시름, 옛 한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승냥이, 도야지, 섬돌, 구 신집, 잘망하니, 척척한 맛, 샛말갛기도 샛맑았다, 토방, 질화로, 약탕관, 약사발, 아 득하니, 깜하야, 몽둥발이, 눈구덩이, 양지 귀, 능달 쪽, 산 멍에, 눈틀, 들쿠레한, 우물둔덩, 아배, 왕사발, 새끼사발, 하수구레, 수수하고 심심한 것, 자욱하니, 더북 한, 살틀하니, 고방시렁, 함지, 넘너른히, 쓸쓸히, 고조곤히, 짜릿하다, 서러워 한 다, 아린 가슴, 아물거린다, 가슴이 메이는, 서럽게한다. 슬퍼한다, 서글퍼서, 쓸쓸 한 저녁, 미덥고 정답고, 물 닭이소리, 단 이슬, 볕살, 아득하니 슬플 것, 버들개 지, 술렁거리고, 수선거리고, 들떠들고, 흥성거려, 저마끔
◈백석의 시와 동시에는 토속어가 많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말, 움직임을 효과 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많다.
5. 권정생의 동화, 동시 살펴보기
권정생 (1937.9.10~2007.5.17)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
196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종지기가 되었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 월간《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 수상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1984년부터 교회 뒤편의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작품 생활을 하였 다.
2007년 5월 17일 작고
2009년 3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
저서로는 동화에 《강아지 똥》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한티재하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깜둥바가지 아줌마》 등과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 몽실 언니
살강 마을, 곁방살이, 날품팔이, 시름시름
1. 아버지를 버리고
냉이 꽃이 하얗게 자북자북 피었다.
몽실은 소꿉을 싼 치맛자락을 꼭꼭 오불쳤다.
밀양 댁의 손에 잡혀 종종걸음으로 끌려갔다.
그렇다고 어머니 말을 고분고분 들어주지도 못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옹배기에 부었다.
2. 다리병신
영득이는 온 집안의 귀염둥이였다./ 김씨는 능청스레 소리치며 말했다.
3. 어머니와도 헤어지고/ 눈자위가 씀벅거리고 코가 찡하게 더워 왔다.
4. 새어머니 북촌 댁
기차를 타고 살강 마을이 있는 정거장에 내렸을 땐 벌써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
갑자기 가슴속에 싸늘한 바람이 스치더니 목 줄기가 꼬장꼬장 굳어 버렸다.
어둑한 땅거미 속에서 정씨는 약간 쑥스럽게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정씨는 울면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댓돌 끝에 오도카니 앉아 눈물을 짓기도 했다.
5. 까치 바위 골 할아버지
한 마장 아니면 두어 마장씩 사이를 두고 엉성한 움막 초소가 세워지고 번갈아 밤을 지새며 지키는 것이었다./ 몽실이 아버지 정씨도, 헌 옷을 겹겹이 껴입고 화롯불을 담아들고 움막으로 나갔다./ 12번 째 움막에서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 왔다.
몽실은 그래도 도리질을 했다./ 몽실은 눈에 함빡 물기를 머금었다.
6. 인생이라는 것
가물가물한 남폿불을 걸어 놓고 모두가 열심이었다.
최 선생은 물어 놓고 옹기종기 앉아있는 학생들을 둘러봤다.
북촌 댁은 보리밭 매기, 감자밭 매기 삯일을 했다.
7. 새어머니의 슬픔
몽실은 세차게 설거지를 했다. 그릇을 부시고 솥을 가셨다.
몽실은 도리질을 하면서 다래끼를 메고 산으로 갔다.
8. 동생 난남이
난남이는 젖을 먹었기 때문인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10.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노랫소리가 구슬퍼서 그런지, 별빛이 아롱아롱 물기를 가득 머금고 몽실의 눈으로 흔들리며 내려왔다./몽실은 팔을 뒤로 돌려 손깍지로 업힌 난남이를 꽉 옥죄면서 다부지게 물었다.
의용군 아이는 잠깐 들먹이던 어깨를 추스르면서 대답했다.
11. 꿈속의 두 어머니
마을과 마을로 이런 소문이 귀엣말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노란 바가지에 찰랑찰랑 물을 담아 몽실에게 내밀었다.
12. 찾아간 개암나무 골
사람들은 다시 옛날처럼 오순도순 살고 싶었다./ 저기 산모롱이만 돌아가면 거의 닿을게다.
13. 난남이와 영순이
몽실은 아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가까스로 화물 열차를 타고 그 조그만 시골 정거장에 내렸을 땐 그지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었다./ 동쪽으로 길게 뻗은 뒷산 산기슭도 그대로다.
몽실의 그 까만 눈에 방울방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살이 포동포동 찌고 분홍빛의 볼을 가진 귀여운 아기였다.
김 씨가 돌아올 날이 자꾸만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이 벌써부터 조바심을 일으켰다.
밀양 댁은 그렇게 말하면서 영순이를 안고 둥개둥개 어르는 것이었다.
14. 다시 헤어진 어머니
이제 조금 있으면 영순이처럼 일어나서 걸음마도 할 거여요.
난남이는 걷어차인 채 소리 질러 울고 밥그릇들은 수라장이 되었다.
장골 할머니가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며 몽실을 달래주었다.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떨어져 쌓였고, 그걸 갈퀴로 긁으면 소복소복 모아진다.
삼거리 마을 쪽 서산으로 해가 너울너울 숨으려고 했다.
15. 검둥이 아기
난남이는 어기적어기적 걸으면서 비질을 했다.
몽실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16. 돌아온 아버지
난남이는 재우쳐 물었다./ 몽실이는 찬거리를 사들고 부랴부랴 꽃 파는 애한테 갔다.
17. 구걸하는 몽실이
난남이는 눈을 실룩거리며 울상이 된다./바람벽을 줄곧 바라보는 사이에 눈물이 괴어올랐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다./ 집들을 얼기설기 대충 꾸며 세운 집들엔 호롱불이 켜져 있었다.
19. 모두모두 내 동생
난남이는 어둑어둑한 처마 밑 봉당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20. 자선 병원을 찾아서
몇몇 조무래기 아이들이 빵 굽는 구경을 하면서 모여 있었다./ 몽실은 두루두루 살폈다
21. 아버지의 죽음
몽실은 살며시 일어나 미닫이 사이 문틈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몽실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했다.
22. 모두 다 떠나가고
난남이는 아주 으스대고 다녔다.
23. 가파른 고갯길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때였다./ 기덕이 엄마의 눈까풀이 씀벅거렸다.
이윽고 몽실이 절뚝거리며 그 산모퉁이를 돌아가고 가랑잎들이 황톳길에 뒹굴며 남았다.
싸리비
싸리비로 뜰을 씁니다./ 말끔히 말끔히/뜰을 씁니다./ 한 묶음/ 다발로 묶인
포기포기 싸리나무들은/ 모두 산에서 자랐습니다./ 푸른 잎과 보랏빛
꽃을 피우며/싸리나무들은/ 별빛이 반짝이는 봉우리에서
꿈을 꾸면서/ 자랐습니다.
그 꿈이 한 자루/ 싸리비가 된 것입니다./ 싸리나무들은/싸리비가 좋았습니다.
아침마다/ 깨끗이 깨끗이/ 풀을 쓰는 것으로/ 즐겁습니다.
산딸기
산딸기 따 먹으며/ 칡잎에다 한 움쿰/ 따로 쌉니다./ 젤 잘 익은 것만/ 골라 쌉니다.
꼴망태 이고 지고/ 돌아갑니다.
걸으면서 분이는/ 동생 용복이가/ 냠냠 먹을 것을
걸으면서 돌이는/ 할아버지가/ 호물호물 잡수실 것을/ 생각 합니다
달팽이 3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간다.
목이 메어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아기 찾아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 자국이/ 길게 길게 남았다.
해바라기
누런 황토물이/ 우리 집을 갖고 가 버렸다./ 앞 냇들 벼논도/ 텃밭 고구마도
그래서 우리는/ 떠나야 했다. /아버지는 할머니/ 등에 업으시고/ 어머니는 아기 업고/ 동생 손잡고/ 돌밭 길을 말없이/ 걸어갔다./ 이만치 오다가/ 가만히 한 번/ 돌아 봤더니/ 언덕 위에 살아남은/ 해바라기 두 포기/ 노랗게 살포시 꽃을 피우며
-돈 벌거든 다시 오너라 / 괭이 사 갖고 /삽 사 갖고 / 돌아오너라.
물총새
물총새가 날아간다. / 비가 줄줄 쏟아지는데 / 물총새가 쪼꼬맣게 날아간다.
언덕 밑 둥지엔 / 아가들이 / 입을 쫙 쫙 벌리고 / 엄마한테 먹이를 받아먹는다.
빗줄기가 줄줄 쏟아지는 날 / 엄마 물총새가 / 물고기 (먹이)를 입에 물고
쪼꼬맣게 날아간다.
의태어 ; 꼭꼭, 찰랑찰랑, 방울방울, 둥개둥개, 너울너울, 어기적어기적, 바들바들, 털썩, 실 룩거리며, 엎치락뒤치락, 으스대고, 씀벅거렸다, 절뚝거리며, 호물호물, 허둥지둥, 새근새근
의성어 ; 냠냠, 쫙쫙, 줄줄
고유어 ; 곁방살이, 날품팔이, 시름시름, 자북자북, 소꿉, 오불쳤다, 종종걸음, 고분고분, 두 레박, 옹배기, 귀염둥이, 능청스레, 눈자위, 씀벅거리고, 어둑어둑, 꼬장꼬장, 땅거 미, 쑥스럽게, 소맷자락, 넋두리, 댓돌, 오도카니, 한 마장, 움막, 겹겹이, 화롯불, 어렴풋하게, 도리질, 함빡, 가물가물, 남폿불, 옹기종기, 삯일, 설거지, 그릇을 부시 고 솥을 가시다, 다래끼, 새근새근, 아롱아롱, 손깍지, 옥죄면서, 다부지게, 추스 르면서, 귀엣말, 바가지, 오순도순, 산모롱이, 꿋꿋이, 가까스로, 산기슭, 포동포동, 조바심, 어르는, 걸음마, 수라장, 질금질금, 갈퀴, 소복소복, 재우쳐, 찬거리, 부랴 부랴, 구걸, 바람벽, 괴어올랐다, 땅거미, 얼기설기, 호롱불, 어둑어둑, 처마, 오도카니, 조무래기, 두루두루, 미닫이, 소스라치게, 으스대고, 땅거미, 산모 퉁이, 가랑잎, 말끔히, 한 묶음, 다발, 포기포기, 한 움쿰, 꼴망태, 보퉁이, 황토물, 텃밭, 살포시, 부랴부랴
◈권정생의 동화에는 고유어 사용이 제일 많고, 의태어 사용이 다음이다. 의성어는 동시에 가끔씩 사용하였으나 동화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6.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야하는 이유
말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 한마디로 인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말 은 상황에 따라,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평상시 사용하는 우리말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아름다운 우리말이 자꾸 사라져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찌아찌아족처럼 말만 있고 글이 없는 까막눈별 사람들이 지구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리한 글을 선정해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고자 중국과 영국, 한국의 대표를 초대해 이 중에서 어떤 글이 적합한지 알아보게 된다. 결과는 자모음 24자로 모든 글자를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문자에서 하나의 소리만 나는 등 여러 장점으로 한글이 선택된다.
이러한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동화와 동시를 많이 읽고 쓰면서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말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