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 가이 스탠딩의 신작!
공유지의 약탈은 어떻게 불평등을 낳았는가
자본주의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대안으로서 공유는 이제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환경파괴와 경기침체의 대안으로 공유경제가 생겨났고, 디지털·환경·소득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공유가 논의된다. 전작 『기본소득』으로 현대적 삶의 양식의 근본을 전환하는 통찰을 선보인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공유지의 약탈』에서 더욱 전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공유에 대한 종합적 탐색을 시도하고 인간과 자연과 미래가 공생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공유지(commons)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적·물리적 환경을 포함해 우리가 공유하는 공적 부(富)를 가리키는 것으로 상당히 폭넓은 개념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특허와 저작권, 사회 기반시설, 인터넷과 방송 전파 같은 무형의 문화적·공적 자원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근대 초기에 영국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 인클로저로 본격화된 공유지의 약탈은 오늘날 땅·물·공기 같은 자연부터 도로·교통·치안 등의 사회제도, 문화 전통과 개인정보까지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약탈 속에서 이제는 본래 우리의 것이던 공유지에 대한 기억조차 빼앗겼다. 이 책은 왕정 시대에도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권리를 명시했던 「삼림헌장」과 「마그나카르타」의 정신을 바탕으로 공유지의 현대적 의미를 환기한다. 또한 자연·사회·시민·문화·지식 분야에서 최근 수십년간 격화된 공유지 약탈의 실상과 함께 그에 맞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저항운동을 전한다. 소수 독점세력의 손에 탈취당한 공유지를 회복할 필요성, 현재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지의 관리, 이를 지속하기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와 공유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사고하고, 공유지 기금을 통한 공유지 배당으로 미래를 모색한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기존의 사회복지나 경제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형태의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 전지구적 팬데믹,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등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상황에서 ‘공유지의 회복’이 우리의 삶을 지켜줄 수 있을지 한국 사회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장 삼림헌장
2장 공유지, 공유자, 공유화
3장 자연 공유지
4장 사회 공유지
5장 시민 공유지
6장 문화 공유지
7장 지식 공유지
8장 공유지 배당을 위한 공유지 기금
에필로그
부록 공유지 헌장
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가이 스탠딩 (Guy Standing)
1977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 대학 소아즈SOAS(동양아프리카학)칼리지 국제개발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교수연구원으로 있으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설립자이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 밖에도 영국의 베스 대학,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내시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고, 1999년부터 2006년 3월까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사회경제보장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했다. 노동경제학, 노동시장정책, 실업, 노동시장 유연성, 구조조정, 사회적 보호 관련 분야에서 폭넓게 많은 글을 써왔다. 최근에는 프레카리아트 계급의 부상에 주목하며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정책과 숙의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일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본소득』, 『프레카리아트 헌장』,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 계급』, 『지구화 이후의 일』 등이 있다.
역 : 안효상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회당 대표와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버클리 자유언론운동」등을 썼고, 저서로는『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공저, 2014),『세계사 콘서트: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다시 읽는 역사의 명장면들』(2014),『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2013) 등이 있다. 역서로는『대전환의 세기, 유럽의 길을 묻다』(2018),『기본소득: 일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2018),『1960년대 자서전』(2008),『세계를 뒤흔든 독립선언서』(2005)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공유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
공유지의 기본 정신은 13세기의 「삼림헌장」과 「마그나카르타」를 소환한다. 전국토가 왕의 것이던 전제정 시대에도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권리를 보장했던 「삼림헌장」은 왕실 숲에서 가축을 방목하고 사료를 채취할 권리, 각종 목재와 석재를 채취할 권리를 명시했고 이는 보통법(common law)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숲과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관리할 감독관을 임명해 현대의 공유지 관리자, 즉 공유자(commoner) 개념을 세웠다. 공유자는 공유지에 접근할 수 있고, 생계나 생활방식을 공유지에 의존하며, 공유지의 관리·보존·재생산에 참여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우리는 모두 공유자라 할 수 있다. 공유지는 공유자들이 참여하는 집단적인 활동(공유화, commoning)을 통해 존재한다. ‘공유자가 공유지에서 생계권을 갖는다’는 것은 ‘태곳적부터’ 각인된 사회적 기억으로서 우리의 권리이자 공유지의 원칙이다.
이 책은 근대에 인클로저가 해당 지역의 광범위한 빈곤을 낳았듯이, 최근 수십년간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긴축을 앞세워 추진한 현대적 인클로저, 즉 공유지의 약탈이 불평등을 증대하고 사회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20세기에 자본주의 국가가 세운 방침, 즉 노동을 행하는 사람만이 공유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정당한가? 공유의 권리는 모든 공유자에게 있지 않은가? 본래 주어진 권리이자 원칙에 비추어 우리는 다시금 질문을 던져야 함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사영화와 식민화, 무차별적으로 약탈당하는 공유지
최근 수십년간 격화된 공유지의 침탈은 너무도 광범위해서 모든 부문,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지역과 도로, 광장을 매각해 도심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쇼핑몰을 짓거나 상업 행사를 위한 임대 공간을 만드는 것은 현대의 대표적인 ‘공적 공간의 사유화’(POPS, privatization of public spaces)다. 거대 자본이 소유한 이런 공간은 대중이 그 공간에서 하는 모든 행위(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사진 찍는 등의)를 규제하고 통행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특색을 없애며 필연적으로 사회적·정치적 활동의 제약을 낳는다. 물 공급과 운영을 사기업이 담당하면서 나빠진 수질, 고층빌딩과 광고판에 침식당한 하늘, 소음공해와 대기오염 사례 등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빼앗긴 공유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많은 경우 사영화된 공적 공간의 소유자는 외국 자본-다국적 기업이며, 이들은 지역사회와 공유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으면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수당까지 챙긴다. 이것은 공유지의 식민화다.
더 직접적인 사례는 국민건강서비스(NHS,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로 대표되는 사회 공유지의 사영화다. 대처 정부에서 시작한 사영화로 2018년이 되자 NHS는 “더이상 국립화된 공공서비스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194면)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설립한 병원재단들은 최저비용 입찰가를 벌충하려 서비스 질을 떨어뜨렸고,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진의 과로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의 의료사고로 이어졌다. 노인 돌봄·우편·대중교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공적 부문의 사영화는 빈곤 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부터 삭감했고 시 외곽일수록 대중교통 운행횟수가 줄면서 취약계층의 이동과 생활의 불편이 커졌다. 민영 교도소 증가, 치안 업무 사영화에 따라 법률구조 서비스도 사영화되면서 절차를 모르고 사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 반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관대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영리병원 설립을 둘러싼 논란, 심심찮게 불거지는 버스 노선 통폐합 논란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한편 교육은 교육‘산업’이, 예술은 창조‘산업’이 되어 값을 매겨 이윤을 내야만 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적자가 나면 정부는 지원금을 깎고 민간에 팔아 영리를 추구한다.
정보 공유지의 침탈에서 최근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기업의 발전 속에서 개인정보의 관리와 소유권, 빅데이터의 소유권 및 그 수익의 배분, 더 나아가 플랫폼의 소유권 및 운영에 관한 문제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히 유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월드와이드웹의 발명자 팀 버너스리는 소수의 플랫폼이 특정 아이디어와 견해가 웹상에 보이고 공유될 수 있는지 통제하도록 두는 것은 “웹을 무기화”할 수 있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우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음모론이 성행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이 사회적 긴장을 부추기고, 외부 행위자가 선거에 개입하고, 범죄자가 개인 데이터를 훔치는 것을 보아왔다.”(341면) 2012년 구글은 구글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버락 오바마의 캠페인을 타깃 유권자 집단에 전달함으로써 선거 승리를 뒷받침했다고 자랑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사람들이 보는 것의 99%가 진실이며 가짜 뉴스는 극히 일부라고 공언했을 때조차 그 포스트에 가짜 뉴스가 붙어 있었다. 공유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는 이처럼 무수하고 일상적이다.
공유지 기금을 통한 공유지 배당과 기본소득
공유지 침탈의 다양한 사례는 공유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유지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속하며 우리 모두는 집단적 부에 대해 공정한 몫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유지의 상업적 이용과 개발에 대한 부담금을 주 원천으로 하는 공유지 기금(Commons Fund) 조성을 제안한다. 크게 석유·천연가스·광물처럼 고갈되는 (비재생) 자원, 숲과 같이 보충할 수 있는 공유지, 공기·물·아이디어처럼 고갈되지 않는 공유지로 나누어 그 성격에 따라 부담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투자정책에서 생태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고갈될 수 있는 공유자산의 자본가치를 보존하며, 미래 세대가 공유지로부터 현세대와 동일하게 이득을 얻는 분배정책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비슷한 성격이며 이미 모범 사례도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서방 정부가 했던 장기적 사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예일 것”(386면)이라 했던 노르웨이 기금은 북해 유전에서 나온 수익을 기금으로 조성해 이전 5년간의 투자수익을 매년 분배하면서도 자본을 보호한다. 이 기금의 운영은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단일 자원을 바탕으로 기금을 조성,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은데, 저자는 여기서 나아가 “모든 공유지 이용에 대해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공유지 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모두에게 공유지 배당을 하는 데 사용하자”(389면)고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상속세와 토지가치세를 포함해 기업이 자연자원(공기·광물·물)과 지식재산권을 포함해 법적·금융적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에 물리는 부담금, 탄소배출세, 금융거래세, 대기 및 수질 오염에 대한 부담금, 풍력 발전 수입, 디지털 정보 및 주파수 이용에 물리는 부담금 등 엄청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공유지 기금은 모든 공유자에게 동등하게 배당된다. 공유지 배당은 실제로 기본소득이며, 공동체의 모든 합법적 거주자에게 소득·지출·가족관계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되는 소액의 정기적 지불금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기본소득은 사회정의의 문제”이고, “우리의 부와 소득은 우리 자신이 하는 어떤 것보다 우리 공동의 선조들이 했던 노력 및 성취와 훨씬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사적 상속을 허용한다면 사회적 상속도 받아들여야 하며, 기본소득을 우리의 집단적 부에 근거한 사회배당(social dividend)으로 간주해야”(414면) 하기 때문이다. 부록 ‘공유지 헌장’은 이러한 공유지 운동의 가치와 원칙, 추구할 방향을 간명하게 집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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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공통재 등 다양한 역어에서 보듯 공유지는 미확정 개념이다. 대안적 생산 방식이자 수단으로서 공유지가 자본주의와 양립 가능한가, 공유지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앞으로 논의할 것이 많다. 특히 기본소득으로서 공유지 배당은 근대사회가 구축해온 화폐경제와 노동-소유 패러다임을 뒤엎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다. 이론적 쟁점은 현실의 운동 속에서 정련된다. 저자는 국제적인 농민운동 조직 ‘농민의 길’(La Via Campesina)과 ‘38도’(38 Degrees) ‘아바즈’(Avaaz)의 활동을 비롯해 우리나라 충남 보령시 장고도의 기본소득 실험(8면)을 소개하면서 공유지 운동의 이해를 돕는다.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이자 저자의 전작 『기본소득』의 역자이기도 한 안효상이 「옮긴이의 말」에서 공유지 논의의 이론적 배경, 실천적 쟁점을 충실히 소개하고 참고문헌을 붙여 깊이를 더했다.
추천평
우리의 공유지를 지키기 위한 명확하고도 우아한 주장
- 『가디언』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
- 『파이낸셜타임스』
통찰력 있고 간결하며 대담하고 변혁적이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 대니 돌링 (옥스퍼드대 지리환경학과 교수)
이 명확하고 급진적인 설명은 커먼즈의 수호를 요구하며 수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중요하다.
- 브라이언 이노 (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