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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천 건너편에서 바라본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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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경 삼척 죽서루
“진주관(眞珠館) 죽서루(竹西樓) 오십천 나린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가니.”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죽서루를 이렇게 노래했다. 여기서 진주는 삼척의 옛 이름이고 진주관은 삼척의 객관이다. 죽서루는 진주관에 딸린 부속건물이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이 죽서루 주변으로 관아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임무를 띤 관리나 유람하는 시인묵객들은 이곳에 들러 시를 짓고 흥취에 빠져들곤 했다.
고려시대 처음 건립돼 조선 태종 때 재건된 2층 누각인 죽서루(보물 제213호)는 누각 동쪽 대나무 숲에 죽장사(竹欌寺)가 있어 죽서루라 불렸다 하고, 또 명기 죽죽선녀(竹竹仙女)의 집 서쪽에 있어 유래한 이름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얼마나 이름이 높았나 하면, 고려 때 이승휴(李承休·1224~1300년)는 “이 고을은 높은 누각 때문에 매우 유명해졌구나” 하고 노래했고, 조선시대에는 삼척부사 허목(許穆·1595~1682년)이 “관동팔경 중에 죽서루가 으뜸”이라고 치켜세웠다.
죽서루는 동해안 팔경에서도 두 개의 계곡형 명소를 뺀다면 강가에 있는 유일한 명소다. 또한 영동지방에 누정은 셀 수 없이 많아도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것은 삼척 죽서루와 강릉 경포대 근처의 해운정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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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서루 위층 내부. 누각에 앉아 대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옛 시인의 흥취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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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명성을 드날렸던, 오십 굽이나 휘돌아 감으며 흘러간다는 오십천 물가 층암절벽 위에 지은 죽서루에 오르면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두 눈에 든다. 고려 때는 김극기를 비롯해 이승휴·안축 등이 흔적을 남겼고, 조선시대에는 이이·양사언·정철 등 내로라하는 당대 명사들이 이곳에서 남긴 시가 수백 편에 이른다. 물론 이제 세월이 변해 죽서루에 올라 시 읊는 나그네도 드물고, 진주관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객을 맞아주는 아리따운 삼척 명기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2층 누각에 앉아 20개의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댓잎 바람을 즐기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죽서루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오십천 건너편 강 언덕. 죽서루를 벗어나 엑스포타운으로 접근하면서 오십천 물가에서 한 번 죽서루를 올려다보는 일을 잊지 말자. 관동팔경을 화폭에 담은 겸재 정선도 여기에서 죽서루를 감상했다. 오십천 죽서루 근처에는 은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낚싯대를 준비했다가 수박향 은은한 은어 잡이에 한번 도전해보자.
>> 숙박
죽서루 주변에는 숙박 시설이 없다. 삼척해수욕장의 낙원모텔(033-576-0811), 삼척비치여관(033-576-0163), 해변타운민박형콘도(033-576-0301), 맹방해수욕장의 덕산장(033-572-4753), 양지터민박(033-573-1365) 등 삼척의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모텔이나 민박 등 숙박시설이 많다. 장호항 근처에 용화관광랜드모텔(033-573-6321), 모텔민박(033-572-9888) 등의 시설이 있다.
제8경 삼척 환선굴과 대금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삼척은 죽서루 때문에 유명세를 떨쳤지만 21세기에는 석회동굴, 특히 대금굴 덕분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삼척 지역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은 모두 50여 개. 그 중에서도 환선굴·대금굴·관음굴 등이 분포하고 있는 백두대간 덕항산 기슭의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제178호)는 삼척이 ‘동굴의 왕국’임을 알려주는 귀중한 보물이다. 현재 개방된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 두 개뿐인데, 환선굴은 1997년 개방 이후 840만 명, 대금굴은 2007년 6월 개방 이후 2년 만에 약 46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특히 대금굴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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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미학을 지닌 대금굴. 개인은 인터넷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드높다.<사진 삼척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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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은 예약이 필요없지만 대금굴은 반드시 인터넷 예약을 해야만 관람이 가능하다. 두 개의 동굴을 모두 보려면 대금굴 예약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면 된다. 보통 때는 대금굴(어른 1만2,000원) 표를 끊으면 당일에 한해 환선굴(어른 4,000원) 무료입장이 가능했지만, 성수기인 7월 25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따로 표를 끊어야만 한다. 따라서 피서철에 둘을 모두 보려면 개인당 무려 1만6,000원이 든다. 4인 가족이라면 5만 원이 훌쩍 넘는 액수다.
이런 고가임에도 대금굴은 예약조차 쉽지 않다. 매월 1일 실시하는 다음달치 예매가 시작 5분 만에 매진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의 개인 손님이 주말에 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여행사나 주변 상가에서 단체표로 싹쓸이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개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높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동굴 보호를 위해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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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척 환선굴.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석회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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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은 예로부터 알려져 있던 동굴이 아니다. 삼척시가 2000년 삼척 세계동굴엑스포를 앞두고 탐사작업을 벌여 그 존재를 확인한 뒤 7년 만인 2007년 개방했다. 무려 5억3000만 년이란 오랜 세월 어둠 속에 묻혀 있으면서 개방 전까지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덕에 폭포와 종유석·석순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은하열차’라 불리는 모노레일을 타면 동굴 외부는 인공통로를 따라 610m 달리고, 내부에서는 인공터널을 통해 140m 지점까지 들어간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높이 8m의 거대한 폭포를 비롯해 크고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폭포 및 광장 지역’이다. 동굴폭포의 화려한 색상이 아름답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이어 ‘종유석 지역’에 들면 막대형·기형 종유석, 동굴방패, 동굴진주 등 다양한 종류의 석회동굴 생성물이 휘황찬란하다. 전혀 훼손되지 않은 덕에 감동은 곱절이 된다. 개방 구간의 마지막 코스는 ‘호수 지역’. 연장 60m, 수심이 8~9m에 이르는 동굴호수는 신기함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관람시간은 모노레일 승차시간을 포함해 약 1시간30분. 동굴을 빠져나올 땐 마치 비밀의 극락세계를 엿본 느낌이다. 이래서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그리 높은가?
>> 숙박
환선굴 입구에 신기파크(033-541-5600), 한성여관(033-541-9988)을 비롯해 골말민박(033-541-1554), 관음굴민박(033-541-1624), 통방아민박(033-541-1662), 형제민박(033-541-1640), 환선민박(033-541-1592) 등 십여 군데의 숙박시설이 있다.
첫댓글 우리가 태여난 강원도 정말 아름답지요 혹시 강원도에서 초청하는 고향방문단을 갔다오셨는지요 안 갔다오셨으면
다음 기회에 꼭 한번 다녀오세요 정말 많이 변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