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날
오늘도 12시간을 못자고 새벽에 깼다. 이젠 12시간 자는거 포기다. 크크
새벽같이 떠나고 싶지만 그들과 아침도 같이 먹어야 한다.
일어나봐서 아프면 하산시켜야 되고 결정적인건 그들이 가져온 버너가 고장이다.
그래서 내 쿨맨 버너가 그들을 위해 희생을 한번 더 해야한다.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다녀오려는데 그들이 일찍 일어나서 취사장에 들어온다.
안깨우고 다녀오려 했는데...일출 욕심은 있었는지 알아서 일어났다.
함께 촛대봉에 올랐는데 잠깐 보이려던 해는 그만 먹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오늘도 일출은 꽝~... 그들과 아침을 먹고 한신계곡으로 하산시키고 난 세석을 떠난다.
10시가 다 되어 출발한다. 이곳에서도 늦은 출발이다.
장터목을 향해 가다가 서울에서 오신 누나를 능선에서 만났다.
누난 일행분과 세석쪽으로 오시고 있었다.
기쁨도 잠시 잠깐의 짧은 만남, 몇가지의 행동식을 주신다. 감사합니다.
천왕봉에 도착하니 약간의 눈발이 날린다. 오우~ 눈이 좀 올려나?
천왕봉의 북사면엔 금새 상고대가 피워버린다.
아직 올 겨울의 첫눈을 못봤는데 이곳에서 첫눈을 볼까 기대해본다.
천왕봉의 상고대.
천왕봉의 상고대.
그렇게 한시간 이상을 펑펑 눈이오길 기다려보지만 많은 눈은 내리질 않는다.
약간의 눈발만 맛배기로 보여줬을뿐이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중봉을 지나 하봉으로 내려서는 길목이다.
출입금지 표지로 막아놓은 곳을 어떻게 넘어갈까? 멋있게 넘어야 하는데...
스틱을 이용해 장대 높이뛰기 하듯이 뛰어버릴까?
아니면 덤블링으로 두바퀴 돌아 넘어버릴까?
고민끝에 덤블링으로 두바퀴에 반을 더돌아 넘어서 착지를 했다 크크크 뻥이야~
그렇게 넘고 싶었지만 묘기는 못부린다.
남들처럼 옆으로 살짝 돌아서 걸어갔다. 멋있게...흐흐흐
하봉 헬기장에서 지리99의 누구누구 두분을 만났다.
그분들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태극종주 나섰다고 하니 눈이 안와서 다행이라고 하신다.
천왕봉에서 눈올거 같아서 좋아했고 앞으로도 눈이라도 와서 눈길을 밟고 싶은 마음이였는데.
그분들과 하봉까지 같이가고 그분들은 초암능으로 향하고 난 계속 진행한다.
독바위 올라가니 전망이 좋고 비박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리가 맘에 들었다.
키만한 산죽길과 밧줄타고 내려가는 위험한길...조금전 지리99 분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왜 눈이 안와서 다행이라고 하셨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눈이라도 왔으면 힘들고 위험했고 포기까지도 생각해 볼만한 구간이였다.
하봉에서 본 천왕봉과 중봉.
독바위 전경.
독바위에서 본 하봉방향.
그렇게 위험한 구간을 몇 번 지나고 한참을 걸으니 새재에 도착했다.
술을 사러 배낭을 숨겨놓고 수통과 스틱과 랜턴만 들고 윗새재 마을로 하산한다.
내려서는중에 내 심장을 북치게 하는 놀람과 함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죽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동물이 아래로 내려온다.
내 키보다 더 크고 빽빽하게 우거진 산죽 속을 저 속도로 달릴수 있는 동물이라면?
저 속을 뚫고 달릴 정도면 힘이 엄청쌘 놈일 것이다. 얼마나 놀랬던지...무섭다.
그놈의 움직임이 멈출때까지 꼼짝 못하고 한참을 서있었다.
소리라도 내면 멧돼지인지? 곰인지? 뭔지? 알텐데 소리도 없다. 그저 무섭게 움직일뿐.
저놈도 나 때문에 놀래서 도망가는건가?
스틱을 서로 탁탁 부딪히며 소리를 내보고 소몰이 하듯이 워~워~ 소리를 지르며 내려간다.
온통 키만한 산죽길이라 아무것도 안보이고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와 공격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과 함께 조심스레 내려간다.
그렇게 몇분을 내려서니 작은 계곡과 만난다. 계곡의 물을보니 갑자기 충동이 일어난다.
알탕...씻고싶어진다. 이 겨울에 알탕 한번 할까? 헤~~
걸친 모든걸 벗어버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 뿌려가며 냉수 샤워를 했다.
거시기에서 머시기까지 뻑뻑 문지르니 엄청 시원하고 개운하다. 아~ 시원해~~~
우앙~ 내 거시기 땡땡 얼어 버린거 같다. 흐흐
군대때 겨울이면 얼음물에 알몸으로 들어가 군가 몇곡씩 부르고 나왔었다.
그때처럼 애써 안 추운척 콧노래를 불러본다. 안추운척만...흐흐
옷을 입고 내려오는 길에 점점 추워진다. 온몸이 덜덜덜 떨려온다. 윽~~~ 추워~
마을의 첫 번째 민박집에서 소주를 두병샀다.
아주머니께서 왜 그렇게 떠냐고 물으신다. 계곡에서 샤워했거든요. 덜~덜~덜~.
미쳣다고 그러신다. 이겨울에 계곡에서 샤워라니...
그리곤 이제 막 만든거라면서 따뜻한 두부와 김치를 주신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김치와 함께먹는 따뜻한 두부가 맛있다. 몸속 또한 따뜻해진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곤 고구마 찐 것 여러개를 봉지에 싸주신다....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물을채워 인사를 드리고 민박집을 나선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서 랜턴을 켜야만 한다.
그넘의 황소같은 동물...공격성은 아닐거라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새재를 오른다.
내 꼬라지는 완전히 각설이 꼬라지다.
머리엔 랜턴 두르고 한쪽 주머니엔 소주 두병 넣고 한쪽엔 고구만 넣고 허리엔 수통 차고 목엔
수건 두르고 수염은 덥수룩하고 양손엔 스틱...꼬라지가 완전히 각설이 꼬라지다.
각설이 술사들고 산에간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산속으로...크크크
물과 고구마와 술이 추가되니 배낭이 다시 검나게 무거워 버린다.
샘터가 없고 또한 겨울이라 계곡에도 장담할수 없기에 물은 3리터를 준비했다.
난 야간산행은 가능한 안한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어둠속의 길만 보는 산행은 싫다.
하지만 오늘은 야간산행을 하기로 한다. 최대한 왕등재 습지까지는 가고싶다.
가는 이길이 맞는 길인지...아닌듯도 싶고 밤이라 알 수 없어 무작정 길만 따라 나선다.
내려서며 억새밭이 나오길래 여기가 외고개구나 느낌으로만 느끼고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가니
왕등재 방향으로 가는거 같은게 맞긴 맞나보다.
잡목들이 우거진 곳을 만나고 길도 여러 갈래다.
랜턴을 끄고 공제선을 바라보니 직진은 작은 능선, 우회전이 왕등재 인 듯 싶다.
느낌만 믿고 왕등재 방향으로 우회전을 한다. 잡목숲을 지나니 바로 습지 다리가 나온다.
방향감각의 성공이다. 이곳에서 헤메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밤인데도 한번에 찾아왔다.
남들이 많이 잔다는 이곳 다리에서 나도 오늘밤은 자야겠다.
근데 물이 얼어버렸다. 춥긴 추웠나보다. 물을 따라놓으면 일분안에 얼어버린다.
서리가 내릴까봐 다리의 한쪽은 통행할수 있도록 비워두고 대각선으로 판쵸우의를 쳤다.
저녁과 함께 새재에서 사온 소주로 이밤도 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초승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지리의 4일밤을 맞는다.
오날
새벽에 쿵~쿵~쿵~ 소리에 잠이깬다.
시계를 보니 새벽4시가 조금 넘었는데 등산객이 지나간 듯 하다.
부지런도 하다. 이 새벽부터 산행이라니...또 한 무리의 쿵쿵쿵 지나는 소리.
잠이 다 깨버렸다. 지나는 산행객에게 물어보니 밤머리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럼 몇시부터 시작한거야?
어느 산악회에서 왔는데 앞으로 많은 인원이 올거란다. 에고~
잠자긴 틀린거같아 배낭을 꾸려서 다리를 떠난다. 아니나 다를까 우르르르 몰려온다.
능선을 올라 동왕등재로 가다가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해뜨길 기다린다.
날은 점점 밝아오는데 이미 떠오른 해는 먹구름에 가려져 안보인다.
오늘도 일출은 못봤다. 일출은 계속 꽝~
동왕등재에 서니 저아래 대원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의 웅석봉과 주변의 수철리 방향과 덕산방향의 조망이 좋다.
도토리봉으로 급하게 내려간다. 내려간만큼 올라야 하는데...많이 내려간다.
엄청난 낙엽들이 싾여 발목까지 빠지고 그냥 미끄러진다.
눈스키를 타는게 아니고 낙엽스키를 타게된다.
도토리봉에서 본 왕등재 능선.
도토리봉 가는 능선 좌측은 온통 벌목을 해버렸다. 무슨 이유인지...
내눈엔 멀쩡해 보이는 나무들인데...꼭 저렇게 베어내야 하나? 보기에 안좋다.
도토리봉 헬기장에 도착하고 밤머리재에 내려선다.
밤머리재엔 관광차로 단체로온 산악회 사람들이 많다. 일요일이라 산행객이 많군.
그리곤 파이팅을 외치며 웅석봉의 계단을 오른다.
난 이틀째 뒷간을 못가서 자꾸 방구만 나왔는데 나도 밤머리재를 떠나며 방구로 대신해서 파이팅을 외치고 밤머리재를 떠난다.
뿡~~~~~~~~~~~~!! 흐흐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을 오르는 등산객들.
힘들때일수록 더 힘쓰라...내 산행방식이다.
계단을 한번도 안쉬고 오르고 능선까지 올라서야 잠깐 쉰다. 이곳의 전망도 좋다.
능선따라 걸으니 앞서간 아자씨, 아짐들이 삼삼오오 앉아 시끄럽게 떠들며 놀고 있다.
옆에 있는거조차 싫어 바로 지나쳐 가지만 산행객들의 그런 분위기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가는길도 좀 비켜주면서 떠들고 걸었으면 좋겠다.
몇몇이 팀을이뤄 웃고 떠들면서 느릿느릿...뒷사람들 따라오는건 생각도 안한다.
어떤 산악회든 그 산악회 산악대장이 그런것쯤 교육시키고 입산했으면 한다.
내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나무랄순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웅석봉 헬기장엔 시골 장터의 국밥집 마냥 수십명의 산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웅석봉의 정상에 발도장을 찍으니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몸이 늘어진다.
마지막 고봉을 찍었다는 기분일까...긴장이 풀린걸까...바로 주저앉아 지리산을 바라본다.
내가 걸어온길...지내온 시간...되짚어본다. 다 보이진 않지만 눈에는 선하다.
그속에 힘들고 추웠고 외로웠던 시간들...뿜어대는 하얀 연기속에 아른아른 그려진다.
천왕봉은 수줍은 처녀마냥 구름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이질 않는다.
보이질 않아 어디가 지리산이고 어디가 천왕봉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쩌기요~
웅석봉 정상.
끝난게 아니다.
아직도 갈길이 먼데 다 이룬 듯이 주저앉아 버렸다.
가야할길을 쳐다보니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그런데 자꾸 마음은 늘어진다.
몇몇 사람들처럼 웅석봉을 마지막 찍고 가까운 곳으로 하산하고 싶어지는 유혹도 생긴다.
이마음 이대로...
하지만 태극무늬는 제대로 그어야겠지...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야겠지.
내 시작할때의 마음과 각오를 잃어선 안되겠지.
웅석봉을 뒤로한채 헬기장에 내려서고 샘터에가서 다시 3리터의 물을 채운다.
아무래도 산중에서 하룻밤을 더 자야할거 같아 물이 필요하다.
점심은 간단하게 거지 밥먹듯 씹지도 않고 해치우고 달뜨기 능선으로 향한다.
못다 씹은건 소가 되새김질 해서 씹듯이 나도 산행중에 그렇게 씹으면 되겠지? 흐흐
달뜨기 능선을 어느정도 걷다가 좌측사면 허리를 돌아 등산로가 열려있다.
그런데 이곳또한 엄청난 벌목이 이뤄지고 있다. 산청넘들은 벌목을 좋아하나?
TV를 보면 어느 나라엔 나무베기 올림픽이 있던데...도끼로 빨리 찍어 쓰러뜨리기, 톱으로 빨리
자르기, 빨리 도막내기, 전기톱 빨리 자르기...등등 그런 스포츠가 있던데 이곳넘들도 여기서
그짓거리 하나? 도토리봉도, 웅석봉도 여기저기 마구 베어냈다.
그곳을 그렇게 지나니 능선과 접하며 전망좋은 바위를 만난다.
전방의 천왕봉은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여전히 수줍은 색시의 모습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보지만 피사체를 인식하지 못해 초점을 못잡는다.
에잇~ 이넘의 고물 카메라야!
전망바위에서 본 웅석봉방향.
전망바위를 떠나 계속되는 벌목지대와 함께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에엥~~이게 뭐야?
고령토 채취장이 나온다. 잘못왔다. 산행내내 처음으로 알바를 한다.
이젠 지쳤나보다. 나의 방향감각도 점점 쇠퇴해 지는군.
그냥 웅석봉찍고 하산할걸 그랬나? 크크
다시 갈림길이 나올때까지 빽~~ 감투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왜 못봤지?
길따라 얼마를 가다가 낙엽속에 삐져나온 바위를 밟으니 바위가 굴러버린다.
그순간 난 육중한 배낭의 무게를 업고 슬라이딩을 해버린다. 아웃~~~
아~~ 쓰벌...미치겠다. 완전 앞으로 취침 얼차례 받아버리는군.
정말 지쳤나?...감각이 둔해진건가...그런거야? 정말 그런거야?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쪽팔려버린다. 누가 안봐 다행이지. 쩝~
낙엽이 많이 싾여 있는곳의 삐져나온 돌을 밟을땐 조심해야겠다.
박힌 돌인지 구르는 돌인지 알수가 없으니...암튼 계속되는 어리버리한 각설이!
계속 진행하면 갈림길을 몇번 지나고 우측과 좌측으로 꺽이는 능선을 따르면 감투봉을
지나고 임도를 만나며 더 진행하면 이방산이 나온다.
이방산까지 오는 몇 개의 봉우리를 넘을때마다 힘들다.
지치기도 했지만 수북히 싾인 낙엽들로 인해 미끄러워서 힘이 배로들어간다.
스틱에 지탱해보지만 미끄러짐에는 어쩔수가 없다.
웅석봉에서 이방산까지 오는데도 결코 짧은 거리만은 아니다.
마지막이라는 흐트러진 정신상태와 지친몸...정말 멀게 느껴진다.
이방산 헬기장에 발딛자 바로 주저 앉아 버린다. 아이고~ 더 이상 못간다.
감투봉에서 본 천왕봉.
감투봉에서 본 천왕봉.
이방산 정상석.
벌써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 조금만 가면 하산이고 태극종주의 막을 내리겠지만 광주로 갈 수 있는 차편도 없기에 덕산에 내려선다해도 민박이든 여관이든 밤을 보내야 한다.
이방산 에서의 하룻밤을 예상했고 물도 준비해왔기에 이방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리라.
시작의 밤을 바래봉에서 보냈듯 마지막 밤을 이방산에서 보내게 되는군.
바래봉도 그랬듯 이방산도 천왕봉이 잘보이는 헬기장 가장자리에 비박 자리를 잡았다.
저멀리 장터목의 불빛도 보이고 마지막 밤이 아쉬워지려 한다. 웬지 허전한 마음...
새재에서 사온 남은 술을 마시고 잠에 들려는데 비가 내린다.
비올 듯한 하늘이였지만 설마 했는데....역시나 마지막을 비로 장식하는구나.
많은 비는 아니지만 일어나 판쵸우의로 비막이를 친다.
그리고 지리에서의 5번째 꿈속으로 스르르 잠긴다.
육날
새벽에 눈을떠보니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흐리다.
졸린눈을 비벼가며 천왕봉을 바라보지만 흐릿한 날씨에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하산만 하면 되고 시간이 많다는게 너무 좋다.
그래서인지 자꾸 잠이 안깬다. 침낭 속으로 자꾸만 파고 들어간다.
몇일간의 피로가 이제야 몰리나보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며 잠을 청한다.
눈을떠 시간을 보니 허허~ 11시를 향해 달린다.
우와~~~ 이번에도 몇시간을 잔거야?
마지막날도 12시간 이상은 잔듯하다. 하!하!하! 대단하다. 대단혀~
정말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진짜 나만의 여유~~~좋다!
이방산에 본 천왕봉.
아침겸 점심을 먹고 이방산을 떠난다.
이방산 이후부턴 길이 있다가 없다가 한다. 거의 사람의 흔적이 없다.
있는데 낙엽에 싾여 묻힌거겠지.
겨우겨우 찾아다니면서 2시간 가량 진행하니 덕산의 뒷마을에 내려선다.
눈앞에 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천왕봉이 저 멀리 멀어지며 손짓을 한다.
마을을 지나 터미널까지 걸어오면서 고개는 자꾸 천왕봉만을 바라보며 걷는다.
아쉬움이겠지...
터미널에 배낭을 내려놓으며 태극종주를 마치고 이 무거운 배낭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캔맥주 두 개를 하산주로 벌컥 벌컥 마시며 나의 갈증을 씻어버린다.
캬~~~
하산길에 보이는 덕산면 전경.
하산길에 보이는 천왕봉.
덕산 뒷마을의 곶감.
곶감...맛나겠군...쩝~
덕산에서 본 천왕봉과 능선.
진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내 잠이 들었다.
이방산에서 12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잤는데도 또 잠이 온다.
진주 터미널에 도착 한줄도 모르고 자다가 겨우 깨어났다.
진주 경유 부산행이기에 안 깼으면 부산까지 갈뻔했다.
군에서 훈련복귀하면 짜장면이 먹고싶듯 터미널 옆 중국집에서 자장면 곱빼기를 시켜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양은 조금 부족한듯....크크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섬진강 휴게소 들를 때 잠간 깼고 광주 오는내내 또 잠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그저 피곤해서겠지...라는 생각뿐. 하루종일 잠이온다.
터미널옆 백화점에는 수많은 조명들이 건물과 나무에 장식되어 성탄절이 다가옴을 알린다.
성탄절 같은 분위기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년 겪어온 행사...몸에는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저젓들 마저도 심난해 보이고 낮설다.
몇일간 산행에 내 마음이 너무 편안했던 것일까? 저것들이 심난해 보일정도로...
택시 타고 집에 가는데 퇴근시간이라 많이 막힌다. 답답하다.
기사님 말로는 주말에는 꼼짝도 못하고 막혔다고 한다.
정말 조용한 시간들을 보내고 왔는데...역시 이곳은 지옥임을 느낀다.
몸은 비록 세상 그릇속에 들어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산중 그릇에 있다. 그곳에...
힘들었어도 마음만은 편안했던 5박6일간의 시간...눈을 감으며 접는다.
수염 깎고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이제 각설이에서 본연의 내모습을 돌아온다.
어설픈 각설이...
첫댓글 생생한 글 너무나도 잘읽었습니다....아!~~저역시 지금 마음은 오래전 기억들속의 지리산의 밤을 그리워하고,코끝이 찡한 마음에...자신과의 외로움.환상.방황.대자연.인간..그 능선..거친 호흡..알싸한 바람.산죽소리....느껴집니다..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유유자적... 닐리리 봉봉하며 외로움을 즐기는 모습을 잘 봤습니다.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흰고래는 12/24-26 일정으로 세석에서 1박하고 대원사로 하산계획을 세웠답니다. 눈을 만나고 싶은 욕심과 함께... ㅎㅎㅎ 늘 좋은 산행되시길... 감사합니다.
부럽다
지리산이 주는여유 멋진산행에 감사합니다,저도 꼭하고싶네요,잘보고갑니다.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언제가는 저도...^^
제가5박6일 걸어온 느낌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글 잘 읽었었습니다...님이 정말 부럽습니다...^^
왜, 산을 오르냐구요? 그곳에 산이 있기때문이죠...님의 태극 종주 후기 정말 잘읽었습니다...태극종주 코스를 자세히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꼭 한번 하고싶은데....
겨울이라 더욱 힘든 산행이었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주능선과는 다른 맛을 느낄수 있었네요.. 종주 축하합니다
멋지십니다........^^......지리산에서 첫눈맞고온 천사^^
동부능선은 올리지 맙시다.. 통제구간이니 혼자만 즐기세요..
저도 함 저질러 보고푼 충동이 마구마구 솟구침니다.......무진장 부럽슴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편까지 잘봤습니다. 딱 한가지 부럽습니다. 밤이 안무서운 님~~~~/ 전 산속에서 밤중에 무서워서 혼자 절~~대로 못잡니다.물론 제 외모를 알고 계신 분들은 잘 안믿지만/ ㅋㅋㅋ
님의글 재미있게 정말 잘 읽었습니다.......혼자서 즐거울수 있는 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 입안에서 녹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