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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웜(Blueworm)-28
52.
지영은 눈보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불안해 할 여유도 없었다. 지영은 이 길이 제임스가 알려 준 남쪽으로 제대로 가는 길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달렸다. 그때 먼 앞쪽에서 조명탄이 터지며 불꽃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지영은 깜짝 놀라 속력을 줄이고 앞을 유심히 보았다. 헬기가 500미터쯤 앞에서 서서히 착륙하고 있었다. 지영은 그 헬기가 적인지 아군인지 얼른 판단이 되지 않았다. 리쎗펀 회장도 헬기를 탄다 하였고, 좀 전까지는 지영이도 헬기로 저 북쪽 끝까지 가지 않았던가. 지영이 주춤하는 동안 헬기에서 3명의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과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내려 지영에게로 달려왔다.
"지영아! 엄마야. 지영아!"
"아아아. 엄마! 어엄마-"
"지영아."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선애는 스키두에서 내린 지영을 얼싸 안았다. 지영은 말을 못하고 흐느켜 울기 시작했다.
"지영아!"
"엄마! 엄마가 어떻게 여기있어? 지영이 엄마가 맞아?"
"그래. 니 엄마 김선애야. 얼마나 힘들었니. 지영아."
"엄마~"
그제서야 엄마를 확인한 지영은 선애의 품에 안겨 울고 말았다.
"엄마. 제임스 아저씨는? 아저씨 총에 맞았단 말이야."
선애는 그 말을 듣자 겁이 덜컥났다. 그때 구조대원이 지영을 받아 헬기 안으로 당겼고 다른 한사람은 선애의 스키두와 짐을 눈위로 내려놓았다. 동시에 지영이가 타고왔던 스키두가 추격자의 총에 맞아 펑하는 소리와 불꽃을 내며 폭발하였다. 헬기는 떠날 준비를 하며 구조대 요원들은 신속히 지영을 보호하여 헬기로 데려왔다.
"김지영 박사님. 어서 떠나야 합니다. 추격대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엄마. 엄마는 어떻해요? 왜 같이 안타요. 엄마!"
"지영아. 어서 가. 너는 중요한 할 일이 있어. 내가 제임스 아저씨와 같이 돌아갈께. 어서 가. 어서."
"엄마. 나도 안가요. 저도 남아서 같이 있을거예요. 엄마."
헬기는 서서히 이륙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 한 구조대원이 조명탄과 탄약을 든 가방을 선애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구조요원은 급히 지영을 헬기에 태웠다. 그저서야 사태를 파악한 지영이는 출입문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엄마. 어떻게해. 엄마! 어떻게 내가 엄마를 두고 떠난단 말이야!”
“지영아. 엄마 걱정말고 어서가. 그리고 백신을 빨리 만들어. 나는 제임스 아저씨 데리고 돌아갈께. 지금 제임스 아저씨가 저기 오고있다. 지영아.”
지영은 그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헬기가 이륙하자 추격자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주춤하였다. 옆에서 날아 온 총탄에 두 명이 사라져 버렸기때문이다.
53.
제임스는 헬기가 지영의 앞쪽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분명 구조대일 것이라 판단하였지만, 추격자를 제거하는 것에 조급하였다. 그때 헬기는 기수를 낮추어 지영의 앞쪽에 착륙하려 하는 것 같았고 동시에 총성을 들었다. 제임스는 스키두를 언덕에서 눈덮힌 해변으로 방향을 틀어 최고 속력을 다 올렸다. 눈내리는 희미한 시야로 헬기가 착륙하는 것 같았으며 추격자가 사격을 하며 헬기로 접근하고 있었다. 제임스와의 거리는 약 800미터 정도였다. 그때 헬기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스키두가터지는 폭발음소리가 들렸다. 헬기와 추격자와의 거리는 약 1.5키로 정도. 그들은 헬기마져 폭파할 작정같았다. 그 조준 안된 채 발사된 막총알에 지영이 다칠까 걱정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제임스는 스키두 핸들에 두 발을 올렸다. 그리고 M16을 가장 앞에 달리는 놈에게 조준하였다. ‘피융’ 소리와 함께 앞 선 놈이 스키두와 함께 눈 속에 처 박혔다. 두 놈이 주춤하며 속력을 줄이고 뒤를 보며 사격을 하였다. 이제는 제임스와 그들은 대각선이었고 헬기는 제임스와 도 가까웠다. 더 사격할 시간을 줘서는 안된다 판단한 제임스는 스키두를 멈추고 눈바닥에 내려서 앉았던 의자 상단부에 거총을 하고 다시 조준사격을 하였다. 원샷 원킬이 되어야 했고 그는 그대로 이행했다. 선애는 스키두에 시동을 걸고 의자에 앉았다. 그들이 계속 쫏아오면 우측으로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머지 두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조금 옆에 제임스의 스키두가 보였고 스키두에 기대어 앉아 있는 제임스를 보았다. 선애는 스키두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54.
“제임스!”
선애는 소리쳤다. 제임스는 꿈결같이 선애의 목소리를 들었다. 죽어서도 그녀를 잊지 못해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거라 생각했다. 그때 희미해진 기억을 깨우는 사람이 있었다. 눈을 떠 보니 선애가앞에 있었다.
“선애야.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여기를...”
“제임스. 저예요. 김선애.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정신차리세요.”
“지영이는? 지영이는?”
그가 희미한 목소리로 지영을 찾았다.
“방금 헬기를 타고 갔어요. 걱정하지마세요. 우리 걱정만 하면 돼요.”
“아. 안돼. 전화기를 두고 가야하는데...”
그때 머리위에서 헬기소리가 들렸다. 가던 헬기가 돌아왔다. 헬기는 착륙하지 않고 머리위 2미터쯤 공간에 떠 있었다. 그리고 지영이 목소리가 들렸다.
“제임스 아저씨.전화기 여기있어요. 던질게요. 어머니. 잘 받아요.”
김지영 박사가 현명하고 냉철하였다. 제임스가 분명 헬기에 타지않고 마지막을 해결할 것이라 생각했다. 제임스가 선애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뒷좌석 밑에서 지영의 빽을 꺼냈다.
“선애야. 어서 이 빽을 지영이에게 전해줘야 돼. 그리고 휴대폰을 가지고 와. 어서. 시간이 많지 않을거야.”
선애는 헬기에 같이 타려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뭔가 할 일이 아직 있구나 생각했다. 선애는 얼른 가방을 들고 달려가 헬기를 향해 던졌다.
“지영아. 잘가. 나중에 만나자!”
“예. 어머니. 조심하세요.”
헬기는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날아갔다.
“선애야. 휴대폰을 열어봐. 어서! 그리고 전화 온 것을 확인해.”
제임스는 급했다. 그러나 선애는 제임스의 가슴에 붉게 물든 피를보고 놀라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선애야. 어서!”
제임스의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선애는 지영이가 준 휴대폰을열었다.
“아무것도 없어요.전화 온 것이 없어요.”
“놓치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 그리고 어서 이리로 와서 뒤에 타. 출발해야 해.”
선애는 뭔가 두려웠지만 옆에 함께 죽어도 좋은 제임스가 있으므로 마음을 단단하게 추스렸다. 그리고 얼른 가져온 빽들을 스키두 뒷좌석 바닥에 던지고 의자에 앉아 제임스 가슴을 두 팔로 감싸안았다. 밖으로 베어 나온 피는 얼었다. 선애는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임스는 선애가 의자에 앉자 핸들을 돌려 북쪽을 향해 달렸다. 눈보라속을 뚫으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선애야. 꽉잡아. 그리고 핸드폰을 잘 봐.”
선애는 제임스의 말을 듣자 한 손을 풀고 가죽장갑속에 핸드폰을 넣었다.제임스는 눈 앞이 희미해 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전화가 와야한다. 아니면 그가 들어가 폭약을 터트려야 한다는 각오를 했다.
“제임스! 잠깐만요. 전화벨이 울려요!”
제임스가 스키두를 세우자 선애가 휴대폰을 제임스에게 주었다.
55.
“키스토니우스! 정문으로나가. 우측 나무숲 옆 작은 창고에 스키두가 있어. 타고 동쪽으로 계속 달려. 퀘벡경찰이 오고 있을거야. 시간없어. 어서가! 내가 엄호할테니.”
벨라리우스는 연구실들 사이에 있는 창고에서 키스가 엄폐물로 삼아 그 뒤에서 적을 향하여 사격하고 있는 드럼통과 적재물이 있는 곳으로 뛰어와 이층계단으로 아카보총을 겨눈 채 키스에게 말하였다.
“아니야. 놈들이 주춤하고 있으니 같이가자!”
그 말과 동시 계단 위에 숨어 사격준비를 하고 있던 놈들의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밖으로 탈출하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건물 위에서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벨리스는 키스를 보았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의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유탄이든 직격탄이든 둘 중에 하나의 총알을 맞은거다. 아테네에서 제임스가 쏜 총알은 넓적 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부분은 이미 응급조치와 치료를 기내에서 받았고 붕대를 메었기 때문에 그 곳은 아니었다.
“키스! 괜찮아?”
“난... 괜찮아. 당신은?”
“난 괜찮아. 준비가 끝났어. 이 휴대폰으로 김 박사에게 전화하면 모든게 끝나. 김 박사는 내가 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그러니 어서 빠져 나가자.”
그 때 위에서 총탄이 쏟아지며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놈들 다 죽여! 한놈도 살려 내 보내지 마라! 너희 둘은 옥상에서 회장님을 엄호하며 보호해라. 지금 출발하신다. 빨리 움직여!”
영어로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아문젠 장군일 것이다. 그는 초조해 할 것이었다.
“벨리스. 그 전화 이리줘. 내가 마지막을 만들겠다. 어서. 그리고 당신은 빨리 밖으로 나가. 알았지?”
그는 벨리스를 건물 밖으로 밀며 엄호사격을 하였다. 그리고 벨리스가 주춤하며 준 전화기를 받아 ON 하였다. 벨리스가 건물밖 벽 옆에서 키스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 기둥에 기댄 채 윗층을 향하여 엄호사격을 하였다. 벨리스의 엄호사격 속에 키스가 보턴을 누르면서 절뚝거리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56.
제임스는 선애가 준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숨을 몰아 쉰 후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약 2초 후 ‘땡’하는 전자음이 들렸다. 제대로 전송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임스는 선애를 꼭 안았다. 그리고 둘은 북쪽을 바라보았다. 눈발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한 시야는 그래도 흐릿하였다.
57.
벨리스는 키스가 밖으로 나와 전화를 한 후 안전한 곳으로 가서 사격을 하자 그 사이 건물 옆에 보이는 작은 창고로 달려가 스키두를 꺼내 키스에게로 왔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여 키스에게 빨리 스키두에 탈 것을 권했다. 그러나 키스와 그들의 총격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지금쯤 폭파가 시작되어야 했다. 그는 좌 우측에서 공격하기 시작한 놈들에게 사격하며 키스를 불렀다.
“키스! 어서 이리와. 빨리 스키두에 타라!”
그는 그 말과 함께 키스에게로 달려가 그를 뒤로 밀었다. 그리고 엄호사격을 하였다. 키스는 절뚝거리며 스키두에 탓다.
“키스! 그대로 정문을향해 달려가. 그리고 30번을 센후 다시 김지영 박사에게 번호를 보내라. “
“당신은?”
“나는 다시 들어가 전화기를 확인하고 돌아오겠다. 나는 나갈 수 있으니 내 생각말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라! 지금 가라!”
그는 스키두가 부르릉하며 굉음을 내며 출발하자 좌 우측과 건물 정면을 향해 자동발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낮추어 재빨리 제3연구실로 들어갔다. 테이블아래 전화기는 닫혀있었다. 그는 즉각 전화기를 ON으로 해 놓고 작동에 이상없음을 확인하였다. 그는 전화기를 테이블 아래 벽쪽에 놓고 다시 돌아 출입문 옆에 붙었다. 이제 20을 새는 동안 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것이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정면에 기다리고 있는 두 놈에게 사격을 하며 달렸다.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달렸다. 정문을 넘는순간, 뭔가 몸을 때리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하며 쓰러졌다.
키스는 멀리 건물 옥상에서 쏘는 총알이 스키두 옆에 박히는 것을 보며 자작나무와 캐네디언 파인트리 사이를 뚫고 달렸다. 벨리스가 걱정되었지만, 그는 정보요원임을 생각하고 숫자를 셋다. 26, 27, 28, 29, 키스는 휴대폰에 켜진 ON을 손가락으로 밀어 넘겨 나타난 번호를 누르고 보내기를 눌렀다. ‘ 띠웅’하는 전자음이 들렸다. 다시 보내진거다. 뒤를 돌아보니 그는 어느새 낮은 언덕위에 있었고 건물은 언덕아래 나리는 눈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