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NC를 제외한 8개 팀은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기나긴 대장정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LG는 2년 연속 개막 2연승을 거두며 ‘신바람 야구의 부활’을 예고했다. 롯데 역시 3년 연속 한화를 재물 삼아 개막 2연승을 거머쥐었다. 두산도 폭발력 넘치는 타력으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삼성에 2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인 삼성, SK는 2연패로 좋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한화는 야구전문가들의 예상이 때론 맞는다는 걸 사직 2연전에서 증명했다. KIA와 넥센은 난타전 끝에 1승 1패를 주고받으며 상위권 팀 후보다운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스포츠춘추>가 시즌 1주차(3월 30~31일)를 되돌아봤다.
랭크 1위 : 두산 / 주간 성적 : 2승 (공동 1위) / 시즌 성적 : 2승, 승률 1.000 (공동 1위)
시즌 1주차 두산 투타 성적(용어설명 OPS=출루율+장타율, ERA=평균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 QS=퀄리티스타트)
‘적지’ 대구에서 두산은 이틀 동안 16안타로 삼성 마운드를 맹폭해 16득점을 올렸다. 16안타 가운데 홈런은 2개. 놀라운 건 홈런 2개가 모두 만루홈런이었다는 것.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홍성흔은 7타수 2안타 타율 2할8푼6리 3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김현수는 두 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1홈런(만루) 4타점을 기록했다.
‘젊은 야수진’의 중심인 허경민은 수준급 타격과 수비를 선보였다. 두산엔 허경민 외에도 민병헌, 박건우, 박세혁 등 언제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젊고 능력있는 야수가 많다.
두산 외국인 투수 게릿 올슨은 3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으로 조기강판했다. 한국 데뷔 무대라 긴장했는지 전체적인 제구가 높았다. 삼성 타자들도 “변화구 구사능력은 좋아 보였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돼 공략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우, 정재훈이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것이야말로 개막 2연전에서 두산이 얻은 최대 성과다. 지난 시즌 냉랭했던 더그아웃 분위기가 올 시즌엔 훈훈하기만 하다.
랭크 2위 : 롯데 / 주간 성적 : 2승 (공동 1위) / 시즌 성적 : 2승, 승률 1.000 (공동 1위)
시즌 1주차 롯데 투타 성적
최근 5년간 롯데는 3번(2008, 2011, 2012년)이나 개막전에서 한화와 만났다. 결과는 6전 5승 1패로 롯데의 압도적 우세. 2013년에도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두 팀은 사직구장에서 또 만났다. 롯데는 내심 ‘개막 한화전’의 행운이 올 시즌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였다. 아니나다를까 행운의 여신은 롯데 쪽에 미소를 지었다.
롯데는 한화를 상대로 이틀 연속 대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기록했다. 승리도 승리지만, 원체 극적인 승리라, 팀 분위기는 ‘작전주’가 개입한 것처럼 하늘 모르고 치솟은 상태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은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5 1/3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2경기 연속 구원등판한 김사율은 뒷문을 꽁꽁 걸어잠그며 행운의 2승을 거뒀다.
한편 롯데 사직구장은 2경기 연속 만원관중 동원에 실패했다. 롯데는 “지역경제가 좋지 않고, 상대가 한화이며, 무엇보다 벚꽃놀이철이라 기존 야구팬들이 구장을 덜 찾은 것 같다”며 흥행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글쎄다. 2011, 2012년에도 롯데의 개막전 상대는 한화였고, 지역경제 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며, 벚꽃은 해마다 이맘때 피었다. 흥행 부진의 이유를 외부가 아닌 구단 내부에서 찾는 게 옳지 않을까.
랭크 3위 : LG / 주간 성적 : 2승 (공동 1위) / 시즌 성적 : 2승, 승률 1.000 (공동 1위)
시즌 1주차 LG 투타 성적
지난해에도 LG는 대구구장 개막 2연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 당시 언론은 ‘올 시즌 LG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10년 만의 포스트 시즌도 가능할 수 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시즌 결과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전은 어땠을까. 지난해와 똑같았다. 우선 ‘적지’인 문학구장에서 ‘삼성’처럼 강팀인 SK와 만나 역시 ‘2연승’을 거뒀다. 그렇다고 시즌 결과까지 동일할 것 같진 않다.
개막 2연전에서 LG는 업그레이드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김재현 SBS ESPN 해설위원은 “LG가 약점을 상당 부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선발 우규민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3, 4, 5번 선발이 암울했던’ LG 선발진의 숨통이 트였다. 셋업맨 정현욱은 LG에 7, 8회가 더는 악몽의 시간이 아님을 깨닫게 해줬다. 포수 현재윤의 등장도 ‘포수 기근’에 시달리던 LG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였다. 정주현, 문선재의 활약도 ‘점진적 세대교체’를 실행하는 LG 구단엔 좋은 뉴스였다.
LG 팬들은 제발 이 흐름이 시즌 후반기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랭크 4위 : KIA / 주간 성적 :1승 1패 (공동 4위) / 시즌 성적 : 1승 1패, 승률 0.500 (공동 4위)
시즌 1주차 KIA 투타 성적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동열 KIA 감독은 “나지완을 주목하라”고 했다. 나지완의 타격 컨디션이 무척 좋은데다 이순철 수석코치의 지도를 받아 타격 메커니즘이 ‘확’ 달라졌다는 게 이유였다. 이 수석도 “올 시즌 우리 팀 최고 슬러거는 최희섭, 이범호, 김상현도 아닌 바로 나지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나지완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팀 내 타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정규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지완은 30일 광주 개막 넥센전에서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력을 이끌었다. 31일 넥센 2차전에서도 나지완은 4타석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안정된 선구안을 과시했다.
나지완 외에도 개막전에서 2루타 2개를 신고한 최희섭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타선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2번 김주찬이 타율 4할2푼9리, 출루율 6할로 맹활약 한데 반해 1번 타자 이용규는 타율 1할2푼5리도 다소 부진했다는 점이다. 만약 KIA 테이블 세터진이 제실력을 발휘한다면…다른 팀들에겐 악몽의 순간이 될 것이다.
랭크 4위 : 넥센 / 주간 성적 : 1승 1패 (공동 4위) / 시즌 성적 : 1승 1패, 승률 0.500 (공동4위)
시즌 1주차 넥센 투타 성적
강력한 우승 후보 KIA를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만 따지자면 넥센이 2경기 모두 우세했다. 특히나 타선만 보면 개막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이다.
테이블 세터진만 해도 그렇다. 1번 장기영은 타율 3할3푼3리, 출루율 5할을 기록했고, 2번 서건창은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 출루율 5할, 1타점, 2도루로 맹활약했다.
중심타선 역시 3번 이택근이 타율 3할7푼5리 2타점, 4번 박병호가 타율 2할8푼6리 1홈런 2타점, 5번 강정호가 타율 2할8푼6리, 2타점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하위타선에서도 9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한 이성열이 분전하며 전체 타선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김병현이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는 건 좋은 뉴스였다. 넥센은 불펜진만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창단 이래 최강 팀이 될 것이다.
랭크 6위 : 삼성 / 주간 성적 : 2패 (공동 6위) / 시즌 성적 : 2패, 승률 0.000 (공동 6위)
시즌 1주차 삼성 투타 성적
개막전 4경기에서 선발로 외국인 투수를 내보낸 팀은 6개 팀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롯데(송승준)와 삼성(배영수). 개막 2연전 모두 선발을 외국인 투수로 내보낸 팀도 두산, 한화, SK로 3개 팀이나 됐다. KIA, 넥센, LG, 롯데는 개막 2연전 가운데 한 번만 외국인 선발투수를 활용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은 개막 2연전에서 외국인 투수 대신 내국인 투수를 선발로 올리는 강수를 뒀다.
외국인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이유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류중일 감독은 내국인 투수 2명에게 개막 2연전을 맡겼다. 결과는 2년 연속 개막전 2연패. 같은 2연패라도 올 시즌 2연패는 뒷맛이 좋지 않다는 게 대다수 야구전문가의 생각이다.
랭크 6위 : SK / 주간 성적 : 2패 (공동 6위) / 시즌 성적 : 2패, 승률 0.000 (공동 6위)
시즌 1주차 SK 투타 성적
30일 LG전에서 SK는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7회까지 LG에 4대 2로 앞서다 8회 대거 5실점하며 4대 7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SK가 7회 이후 역전을 허용하는 건 좀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기록만 봐도 지난해 SK는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54승 1무 5패로 승률 9할1푼5리를 기록했다.
31일 LG 2차전을 앞두고 이만수 SK 감독은 "정우람이 입대하고, 박희수, 박정배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불펜진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박희수, 박정배가 복귀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길밖엔 없다“고 말했다.
비록 개막 2연패의 쓴맛을 봤지만, SK는 2승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의 호투와 이명기, 한동민, 조성우, 김경근 등 젊은 야수들의 활약이 그것이다. 특히나 젊은 야수들이 돋보였다.
이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이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주전을 정할 것"이라며 무명의 젊은 야수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 감독은 내심 젊은 야수들의 활약이 기존 야수들의 분발을 유도하는 자극제가 되길 바라는 눈치다.
랭크 6위 : 한화 / 주간 성적 : 2패 (공동 6위) / 시즌 성적 : 2패, 승률 0.500 (공동 6위)
시즌 1주차 한화 투타 성적
예견된 사태가 벌어졌다. 시즌 전부터 한화 불펜진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평을 들었다. 가뜩이나 베테랑 불펜투수 박정진은 컨디션 난조로 1군에 합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임기영, 송창식, 안승민의 기량 향상이 눈에 띈다”며 “불펜싸움도 해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화 불펜진은 개막 2연전에서 사사구 10개(볼넷 8개)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들의 노고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2경기에서 팀 타율 3할1리를 기록한 타선이다. 그리고 고졸 신인 포수 한승택의 선발 출전이다. 김응용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었다면 개막 2연전에 고졸 포수를 주전으로 기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당장 한화를 우승으로이끌 순 없을지 몰라도 팀 리빌딩만은 확실히 추진할 것이다. 그것이 한화가 김 감독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