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왕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주택이 유난히 많이 밀집되어 있는 마을에
오래된 세탁소가 있다.
아주아주 많이 오래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한 15년밖에 되지않았다.
남자 주인이 워낙 가꾸지 않아서였다.
그곳 주인은 머리도 빗지 않은것 같은 산발로 또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9시면 문을 연다.
그래도 손님은 왕이기때문에 항상 양치질은 제대로 해둔다.
주인은 폰시계를 한번 쳐다보고 가계에 걸려있는 벽걸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 시계 약이 다 되었군..어제 불금이라 더 마셨더니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4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자사람 손님이 들어온다.
그녀역시 세수를 제대로 안한건지 뿌시시한 얼굴로 잘 열리지 않는 구식 미닫이 문을 옆으로 힘껏 제쳐열고는 눈에 눈꼽을 덜 땐
면상 그대로 드리민다.
" 저, 어제 맡긴 원피스 다 됐나요?"
" 아~ 다 됐어요.. 여기.."
여자사람손님은 정장원피스를 한번 훑어보고는 만족한듯한 표정으로 호주머니에 꾸깃꾸깃한 돈을 지불하고 재빠르게 세탁소를 나간다.
" 결혼식이 있나보군.."
7부츄리닝에 뿌시시한 얼굴과 머리.. 빨간 머리띠로 대충 앞머리를 올빽하고 나타나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그녀..
세탁소주인이 볼때 15년전 그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 벌써 15년이라니.. "
자신역시 40대 중반이었다.
그는 기지개를 쫙 펴고 머리를 대충 정리한 다음 어제 남은 과제를 하나씩 수행하기로 했다.
" 어디 보자.."
그는 어제 하다남은 베이지색 남성바지 하나를 들고왔다.
새옷인데 통일자바지를 슬림하게 체형에 맞게 줄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바짓단만 줄이면 되었다.
차라리 통일자바지를 환불하고 새것으로 사입으면 그게 더 나을거지만
마을사람들은 희안하게도 이 아저씨에게 맡기면
뭔가 옷을 디자이너에게 맞춰입은듯한 느낌을 받는것 같았다.
은근히 인정받고 있었다.
그 동네가 그리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거의 그동네 토박이들은 아저씨의 단골이되었고,
새로 이사온 사람도 한번 맡겨보면 거의 단골이 되었다.
아저씨는 세탁에서부터 옷수선까지 옷에 대해 혼자 연구를 많이하고 또 그만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었다.
아저씨는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곳에 가게를 내었다.
그리고 젊을때 꿈이 있었다.
바로 디자이너였다.
누구든 사연이 있듯..
아저씨도 꼭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가서 디자이너가 안된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다. 사정은 다음에 ㅋㅋ
아저씨는 한번씩 케이블 방송같은곳에 외국 프로에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결승전을 벌이는 것을 자주 즐겨보았다.
혼자 집에 들어가 쿠션을 베고 맥주와 감자칩이 아닌 그냥 삶은 감자 고구마를 베어물면서
아주 흥미롭게 집중해서 보곤했다.
그리고 누가 우승할지도 턱턱 맞추었다.
한 두번째 정도의 대결만 봐도 결승에 누가 될지 다 맞추었다.
이번 시즌엔 한사람이 특출나보여서 더 빨리 맞추었다 ㅋㅋ
그는 역시 우승했다.
그의 재능은 몇편의 시즌을 거쳐왔지만,
거의 모든 우승자들을 모아놓고 보아도 일등할것 같은 실력자였다.
물론 그는 재능은 있었지만,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여 발탁되지 못한 숨은 인재였다.
' 어떻게 나랑 취향이 비슷해.. 나도 그렇게 만들었을꺼야.. 푸훗.. 나도 나가면 인정받을수 있지않을까..푸훗..'
아저씨는 머리로 지혼자 말하고 지혼자 마음속으로 웃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라디오하나 켜놓지 않고
옷을 박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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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이와 만나다 -
" 여보세요! 아 알았어요..어제 불금이었잖아요.. 지금 일어났어요"
한 20대쯤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자다가 전화를 받으며 일어났다.
그는 반쯤 뜬눈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샤워를 하고 멀끔한 얼굴로 튀어나왔다.
" 9시 30분.. "
그는 시계를 확인하고 머리를 수건으로 박박 닦았다.
옷방이 따로 있는지 그는 옷을 다른방에서 찾았다.
다른방에는 방보다 큰 옷장이 있었다.
옷장안으로 들어가다싶이 하더니만 그 안에서 온가지 옷들을 들쑤셔대고 있었다.
" 헤헤.. 이거면 되겠지.."
그는 빈* 남색과 흰색의 배색이 어우러진 스트라이프 카라 티셔츠를 손에 움켜쥐고는 다리미로 다렸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다림질..
결국 탔다...
" 아 이런 !! 안돼!"
그동안 애낀다고 많이 입지 않은 빈* 티셔츠였다.
아니 아낀다고가 아니라 사실은 그나마 그나이에 비싼 티셔츠 하나 샀다고 중요한날 입어야지 했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
" 어휴.. 어쩌지.. 부자들만 보이는 곳인데.."
그는 빠르게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더니 전화를 걸었다.
" 아줌마. . 어떻해요.. 아줌마가 부탁한일 좀 곤란하게 됐네.. 비싼옷이 .. 타버렸더.."
" 그 빈*? 그거말고 없어? 워낙 거기가 귀부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니가 천대받을까봐 그러지.."
" 그냥 너이키꺼 입고갈까?"
" 티?"
" 엉.."
" 어휴.. 다른알바생 찾아봐야겠다.."
" 아.!! 아냐아냐.. 이제 생각해보니 어떤 디자이너한테 산옷이 있네.. "
뻥이 절로 나왔다.
" 누구?"
" 음.. 이름이 뭐더라.. 암튼 진짜야.."
" 음.. 그래 그거라도 입고가.. "
" 고마워.. 일당 10만원 꼭줘야해!!"
" 알았어.. 중소기업사장아들정도로는 보여야 될텐데.."
" 걱정마.."
그의 알바는..
결혼식 하객 알바였다.
일당이 쎈이유는..
바로 코코호텔에서 할만큼 돈많은 부자라고 한다.
아까 소개시켜준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아웃소싱 팀장이었다.
친구가 알바할 의사가 없냐고 몇차레나 물었고, 그는 처음엔 탐탁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대학교 다니면서 여~~러군데 쓸데가 워낙 많아서 하기로 했다.
" 중소기업회장아들 23살 친구 역활이야...너보다 두살많으니까 조금 늙어보이도록 부탁해. 그리고 12시전에 도착하도록..
거기 아이가 워낙 내성적이라 말이 없기때문에 거기 다른사람들이 뭐물을때 빼고는 그아이에게 말걸지마.. 내가 미리 보내준
그 아이 얼굴이랑 이름등등 다 숙지하도록하고."
그는 며칠전 아웃소싱회사에서 받은 메세지를 다시한번 찾아본뒤
급하게 자신의 옷장으로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급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세탁소로 향했다.
10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미친듯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는 멀리서부터 아저씨를 외치면서 갔다.
" 아.. 아저씨.."
벌써 입구에 도착했다.
문을 옆으로 미니 역시 안열릴줄 알았다.
있는 힘껏 거세게 여니 문이 드디어 떨어져나갔다.
' 헉..'
아저씨는 다림질을 하다가 동그란 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 음..."
" 헤헤"
" 음..."
" 헤헤.."
인상좋은 아저씨가 설마 자신에게 고장난문을 고쳐놔라고 할리 없다 생각했다.
" 헤헤.."
" 그래.. 원상복귀 하도록.."
" 네?!! 아니.. 이건 오래되서 원래 잘 안열리잖아요.."
" 누가 돈들이래? 니가 다시 제자리로.."
그는 문이 문제가 아니라고 금세 깨닫고 아저씨의 말을 끊고 자기 말부터 했다.
" 아.. 알았어요 나중에 와서 할게.. 아저씨 나 셔츠하나 멋지게 만들어주라.. 응?"
" 어디서 반말햐.. 옆에 봐.. 저거 다하고."
옆에는 산더미같은 과제들이 밀려있었다.
" 안돼! 나 오늘 알바첫날이야.. 나 오늘 코코호텔에 간단말이야.. 옷이없어 흐앙.."
아저씨는 코코호텔이란 말에 약간 당황한듯했다
" 어디? 서빙하냐? 서빙하는데 웬 셔츠가 필요해.."
" 서빙아냐.. 두시간만 개기면 15만원생겨.."
" 흐미.. 놀고먹고 돈버네.."
" 아잉.. 근데 옷이 없어.. 거기 다 부자들만 와서 나 머리 드라이도 넣고 가야되.. 바지는 있는데 셔츠가 없어.."
" 셔츠 암꺼나 입고가라. "
" 왜 돈을 그리 많이 주겠어? 부티나는옷 입어야해.. 아저씨 혹시 여기 명품셔츠같은거 없어?"
" 손님옷에 절대 손대지 마라. 내가 가만안둔다.. 이를꺼닷!"
" 아.. 알았어.. 어트케.."
" 흠.. 니가 몇년만에 알바를 한다니 너의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내가 좀 도와주지.. "
아저씨는 한쪽 구석에 있는 박스를 꺼냈다.
박스를 여니 멀리서 척봐도 오래된 문양의 옷들이었다.
안에는 몸빼부터 시작해서 저렴이와 아니면 아주 오래된 디자인들이 수두룩했다.
음.. 보자..
그의 별명이 괜히 구제왕이 아니였다 ..
[저의왈: 이것은 패션왕을 따라한게 아닙니다 ㅋㅋ
누구나 구제옷으로 짜집기를 할수 있지요..]
" 아.!! 쫌!!"
그는 지쳤다는듯이 소리를 지르고 폰시계를 급히 확인한다.
" 벌써 10시야!!"
아저씨는 어느 식당에서 냉면 배달시켜먹고 안돌려줬는지 스댄대짜밧그릇을 꺼내더니만
" 훠이!!! 훠이!!! 물럿거라!!"
그곳엔 소금이 담겨있었다.
" 앗.. 뭐하는짓이야!!"
" 구제옷이라 소금과 고추가루를 섞어서 뭐붙은것들을 후차야돼..(후차야돼 =내쫒아야돼..)
"아앗.. "
그는 앙탈을 부리며 한짝 문이 떼져있는 사이에 궁디를 붙였다.
" 어디 신성한 손님걸음하시는데 궁디를 갖다대니! 훠이 훠이!!"
고추가루가 첨가된 소금을 머리에 몇번 맞더니만 정신을 차린듯
" 나갈래.."
" 좋아, 한때 디자이너를 꿈꾸던 소년의 순수한때로 돌아가 댓가없이 너를 돕기로 했다!"
" 패션왕 따라하게? 구제로? 싫소.."
" 이 구제들은 다 이 동네 사람들꺼라 괜찮아. 성격괜찮은 분들꺼 위주로 놔뒀어 히히.."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문지방에 앉아 바깥쪽으로 몸을 틀더니 이내 엎드려 버렸다.
" 드르릉....... 커커커.. 드르렁.."
" 후훗. 자식 니가 일어났을땐 완성이다.기다려봐라.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자 이거야!"
아저씨는 신이 난듯 손님들의 옷들을 다 밀어버리고는 40분만에 완성하리라는 다짐으로 보라색 몸빼바지와 노랑색뻔떡거리는
아주 오래되보이는 원단과 카라티셔츠등등을 꺼내들었다.
" 히히히히........"
아저씨는 마치 유아로 돌아간듯 보였다.
첫댓글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