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에서 영산을 거쳐
삼일절이 지난 토요일 아침은 꽃샘추위가 닥쳐 빙점 아래로 내려간 기온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근교 산행을 나설 일정들이 기다린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며칠 쑥이나 전호를 캐느라 산야를 누볐더니 볕에 얼굴이 거뭇하게 그을리고 손등이 거칠어졌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싶은데 북면 온천장보다 부곡 온천이 목욕비가 싸고 물이 더 따뜻해 마음에 끌렸다.
설을 쇠기 직전 부곡으로 목욕을 한 차례 다녀왔다. 그날은 새벽 일찍 어둠을 뚫고 북면으로 나가 창녕읍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창녕 읍내 송현리와 교동의 고분군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진흥왕 순수비와 석탑까지 살피고 수구레국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귀로에 부곡 온천장을 찾아 몸을 담갔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삼월 초에 다시 부곡으로 가려고 길을 나섰다.
부곡은 하루 일정으로 길을 나서 여러 차례 다녀왔다. 가는 길을 본포까지 시내버스로 나가 거기서 본포교를 걸어서 건너 임해진 벼랑이나 수다에서 인교를 거처 부곡까지 갔다. 때로는 신석기 시대 선사유적 박물관이 있는 비봉리에서 고개를 넘어 온정리로 가기도 했다. 근래는 북면 내산에서 오곡을 거쳐 창녕함안보 공도교를 건너 길곡에서 청암을 거쳐 온정리로 가 보기도 했다.
이번에는 동마산병원 앞으로 나가 칠원과 칠북을 거쳐 강가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기로 했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아침 일찍 옷차림을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101번 시내버스로 동마산으로 나가 농어촌버스로 갈아타 서마산에서 칠원으로 갔다. 주말이라 학생이나 회사원이 타질 않아선지 차내는 한산했다. 칠원에서 교외로 나가니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칠북 덕암을 지날 때는 차창 밖은 복숭아와 포도 과수원이었다. 매화가 저물고 나면 연이어 피어날 복사꽃이 흐드러지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마을이다. 광려천이 흘러와 낙동강에 합류하는 소랑교 건너 둑 너머 둔치는 강나루 생태공원이다. 가을에 심어둔 청보리밭에는 북녘으로 귀향을 앞둔 기러기들이 먼 비행에 필요한 열량을 확보하느라 마지막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골 소규모 초등학교와 사학재단 중학교를 지난 이룡 농협에서 내려 강변으로 나갔다. 칠서 강나루 생태공원 서쪽에서 자전거 길을 따라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지나는 낙동강 교각 밑에서 5호선 국도에 놓인 강심의 다리를 걸어 지났다. 남지로 건너가 읍내 시가지로 가질 않고 둑길을 따라 계성천이 들판으로 흘러온 남송교를 건넜다. 남지와 송진 사이에 놓인 다리라 남송교인 듯했다.
송진리 강가에 쇠나루공원이 나왔다. 등 뒤로 따스한 볕을 받는 두 아낙이 나물을 캐고 있었다. 노거수 느티나무 아래 쑥인지 냉이인지 뭔가 있는 듯했다. 마을에서 벼농사 뒷그루 마늘이 싱그럽게 자리는 들녘을 지나 찻길 노변 달해짜장짬뽕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매워 먹기에 힘이 들었다. ‘달해’는 달과 해를 이른 식당 이름이고 달해짬뽕에는 익힌 낙지와 홍합이 얹혀 나왔다.
식후 도천에서 멀지 않은 영산면 소재지까지 진출했다. 영산에는 삼일절이면 향토축제로 삼일민속문화제가 열렸다. 3•1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제례에 기원을 두고 중요무형문화재 쇠머리대기와 줄다리기가 펼쳐진다는데 연희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노변 장터에는 각설이 품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연지 공원에서 부곡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온천장으로 갔다.
부곡 온천에 닿아 한 호텔에 딸린 대중탕을 찾아 들었다. 마금산 온천을 들릴 때면 첫새벽 길을 나서 목욕 먼저 하고 산행이나 산책으로 하루를 보냈다. 부곡 온천을 갈 때는 도보 이동에 걸린 시간이 반나절 산책을 마쳐 상당한 열량을 소진했다. 넓은 대중탕에서 온탕과 사우나실과 냉탕을 오가면서 절차 따라 목욕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더니 기분이 상쾌하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24.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