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 용혜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래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1월의 시/이해인
https://www.youtube.com/watch?v=yG7eUEcN0bY
햇빛 좋다
바람 한점 없다
한해가 조용히 저문다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잠을 잤다
무슨 잠을 이리 잤을까?
어제는 특별히 한 일도 없었건만..
톡보내고 났더니 여덟시가 넘었다
오늘은 집사람 생일
집사람 보고 생신 축하한다며 말한다는게 깜빡
사골국물 데워 밥상 차리면서 생일이란게 생각나 그 때서야 축하한다며 편지를 주었다
방에서 나오며 축하한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금방 잊어 버렸다
이리도 깜빡이나
내가 미역국이라도 끓일 것을...
그냥 사골국물만 데워 밥 한술 했다
동물 챙기러 나왔더니 강아지들과 뻥이가 먼저 반긴다
같이 노는 걸 보니 어제 저녁엔 같이 있었을까?
두 마리를 보내 버리니 새끼들에 대한 애착이 생긴 걸까?
모르겠다
저리 새끼를 잘 데리고 놀았으면 좋겠다
새끼들은 사골 국물에 사료를 좀 섞어 주고 뻥이는 밥을 말아 주었다
병아리장 안에 들어가니 병아리들이 날 마구 쪼아댄다
배들이 많이 고팠나보다
싸래기를 여기저기 뿌려주니 정신없이 먹어댄다
빨리들 크거라
닭장 문이 꽁꽁 얼어 열리지 않아 물을 부어 녹인 뒤 열었다
싸래기와 미강을 버무려 주니 정신없이 먹어댄다
닭장 문앞이 너무 꽁꽁 얼어 있어 문이 활짝 열리지 않아
곡괭이를 가지고 와 얼음을 깨뜨리고 땅을 조금 팠다
문틀도 얼어 꽉 닫히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가져와 문틀의 얼음도 녹였다
어느 정도 문 여닫기가 괜찮다
겨울 되면 이런 것 한가지라도 신경쓰인다
집사람은 이젠 동물도 그만 키우란다
그동안 키워 본 것으로 만족하라고
그래 많이 키울 것이 없다
알이나 몇 개 받아먹도록 서너마리만 키워도 괜찮겠다
내년엔 동물 키우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겠다
동생들이 왔다
기러기와 오리 닭을 한 마리씩 가져 갈란다고
기러기와 오리는 숫컷을 잡아 주고 닭은 암컷을 잡았다
숫컷이 덩치가 더 크다
맛으로 따지면 암컷보다 떨어지지만 커서 고기가 많이 나오니 그런 점에선 괜찮다
조금만 달랬더니 사료값 많이 들었을 거라며 값을 다 쳐 준다
아이구 고맙기도 하지
오늘은 집사람 생일이라고 애들이 점심 하자고
동생들이랑 같이 식당으로
동생은 비아 닭집에 가서 기러기등을 손질해 간단다
기러기를 손질 한 곳을 잘 몰라 우리도 손질하는 곳을 가 봤다
비아 닭집 제일 끝 쪽 첨단 닭집에서 손질 한다
나도 다음엔 이곳에 와서 기러기를 손질해야겠다
우린 닭집에서 먼저 출발해 식당으로
네비에 의존해 찾아 가는데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헤맸다
네비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
겨우겨우 찾아 들어 갔다
작은애네는 먼저 와 있다
미리 자리를 예약해 두어 많은 분들이 기다리는데도 우린 자리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손주들이 예쁘게 인사한다
녀석들 귀엽기도 하지
뒤이어 큰애네도 왔다
민재 민서는 할머니 생신이라고 그림그리고 편지도 써 왔다
아이구 예쁜 녀석들
이런게 손주들 보는 재미지
집사람은 애들에게 용돈을 준다
만나면 이렇게 용돈이라도 주어야 더 좋아하겠지
동생들도 왔다
회와 초밥을 시켰다
이 맛있는 것에 술한잔은
막걸리가 없어 소맥으로
초밥과 회가 다 맛있다
식당 분위기도 좋고
엄마 생신이라고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
모두 애들 덕분이다
기분 좋아 많이도 먹고 마셨다
동생들이 손주들에게 용돈을 준다
오늘 돈을 넘 많이 쓴다
그나 저나 모두 고맙다
집사람 운전
잠만 쿨쿨
집에 오니 약간 술기 가신다
잠 한숨 잔 덕분일까?
집사람이 년말이니
옆집 임사장님과 식사하는게 어떠냐고
그래 가까운 이웃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지
전화하니 저녁에 기차로 정동진 해돋이 보러가신다며 8시까진 시간이 있단다
그럼 저녁이나 같이 하시자고
한해를 보내면서 옆집과 자리 같이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임인년 한해
난 무얼 했을까?
이리저리 떠오르는 기억들 헤집어 보아도 뚜렷이 갈무리 할게 없다
난 올 한해 무엇을 꿈꾸며 살았을까?
아니 꿈이란게 있었을까?
기억나는게 있다면
산짐승에게 키우는 닭들 잃어 속상해 했던 것과 잘 가꾼 고추에서 상상외로 수확 적은 것
모두 죽어 버렸다 생각한 가을 채소가 끝엔 넘 잘 되어 여기저기 나누어 준 것
또 한편으론 내 톡을 받았던 몇 지인들이
식상한 일상 이야기와 어쭙잖은 정치적 사회적 남의 이야기 옮김에 그만 작작 톡보내라며 나가 버린 일이
떠 오른다
또 일주일 걸러 한달 걸러 다니는 병원 신세
왜 이리 궂은 일만 머릿속에 감돌고 있을까?
아니
더 기분 좋은 일도 있지 않을까?
계절마다 지인들이 보내준 선물들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할 때마다 보내준 응원의 메시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막걸리도 빠질 수 없지
올 후반엔 집사람과 함께 파크 골프에 올인하기도
이런 저런 좋은 일도 많았는데...
아
세월은 그렇게 흐르는 것
술한잔 마셔 더 이상 상념을 이어갈 수 없다
임사장님과 김가네 가서 삼겹살에 술한잔
한해를 보내는데 이웃과 그대로 보낼 수 없다
임사장님은 소주
난 막걸리
술은 달라도 마시는 취향은 같다
우린 자기 주량에 맞추어 스스로 따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내 기분대로 마셔야 술맛이 난다
억지로 권하는 술은 맛이 없다
문사장 전화
흔히 먹기 귀한 걸 튀겼단다
그럼 한점하자니 올라가겠다고
임사장님에게도 귀한 것 가져온다니 같이 드시자니 저녁 8시 안에 오면 그리 하겠다신다
바로 올라 올 줄 알았는데 늦다
전화하니 내가 늦을 것같아 그때서야 튀겨 온단다
기다리며 하루 일과를 정리했다
문사장이 귀한 걸 가져 왔다
임사장님도 오시라고
노열동생도 올라왔다
서로 권하며 한잔
가는 한 해 이야기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고
세월이란게 그대로일진대
우린 왜 빠를까?
어리고 젊을적은 그리 더디던데...
그 땐 세상이 내 한주먹속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 모르는게 세월이구나
마시고 또 마시며 취해 버렸다
짙은 어둠
저 멀리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있다
님이여!
계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핸 님에게 깡충깡충 잘도 뛰는 흑토끼의 기운으로
건강 행복 평화가 늘 함께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계묘 새해 벽두
삼봉산 아래 송산골에서
기용위 큰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