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참 흐뭇하고 포근하게 지냈다.
주말마다 일정을 미리 잡아서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하지만
어제,그제는 특별한 여행이 됐다.
아주 오랜만에 보고싶었던 친구들을 찾아봤고
가보고싶었던 곳에 가보기도 했다.
날씨도 좋았고 옛동무들과의 만남이 그렇게 포근하기도 했다.
18일 일요일은 개령초등학교 개교 95주년 총동창회가 열린다고
1년 후배인 총동창회장이 달포전부터 꼭 오라고 보챘다.
어릴때부터 예쁘고 공부 잘하던 여자 동기생도 친구들 모아서
함께 오라고 애교를 피웠다.
나대로는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까지 전화해가며 친구들을 독려했다.
그리고는 통일호를 예약하고 올라오는 편은 한충남군에게 부탁해서
고속버스표를 확보했다.
느긋하게 토요일(17일) 오전 11시 30분에 영등포역에서 새마을호에 올라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기차가 김천역에 가까워질 때 창밖에 서부성결교회라는 큰 교회가 보였다.
그 교회에 가면 반가운 친구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 교회마당에서 같이 놀던 동무가 목회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김천 평화동 어디서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데다 우리가 놀던
교회가 성결교회였기 때문이다.
김천역에는 한충남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그 교회로
가보자고 부탁을 했다. 그 교회는 중학교 때 내가 하숙하던 안갑돈선생님
(나에게는 친척 형님) 후생주택 입구 집 정구지밭 끝부분에 있었다.
교회에서 나오는 신자로 보이는 여인에게 "이교회가 혹시 양규식목사님이
목회하는 곳입니까?"하고 물으니 맞단다. 여인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에서
기다리는데 나타난 사람은 분명히 어릴 때 친구 규식이다.
반가운김에 "나 알아보겠나" 하니 "아다 마다요"하고 존대말을 한다. 나는
`아차 목사님에게 내가 반말을 했구나"하는 생각에 자세를 고쳐 "오랜만입
니다"하니 목사관으로 가잔다. 40여년만에 만난 점잖은 목회자 친구와 잠시
회포를 풀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맹용택군이 큰길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오느냐는 것이다. 바로
백옥동으로 가서 맹군과 함께 김종수군 집으로 향했다.
"전화해봐야 소용 없어, 가면 있어"하는 용택이 말에 따라 포도밭으로 가니
과연 종수는 새로 산 포도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고 있었다.
종수의 집은 꿈속에서나 그리던 무릉도원 그대로였다. 집앞 넓은 복숭아밭의
복사꽃은 막 지고 있었지만 집 주위가 온통 꽃밭이었다. 튜립, 꽃잔디를
비롯해 가지가지 꽃들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종수가 직접 지었다는 목조주택은 푸른 숲과 꽃밭 속에 묻혀있었다. 전면은
통유리로 지어서 넓은 산야가 품안으로 들어오고 거실은 2층까지 트여서
마음까지 후련하다.
다락방이 넓어 "내가 오면 여기서 자면 되겠네" 하자 종수는 "그럴거 없어,
옆에 별채가 있는데 방 둘에 거실도 있어" 한다. 찾아오는 친구들을 묵게할
요량으로 지었단다. 별채도 꽃에 둘려있었다.
전혀 백옥동 사람같지 않은 계수씨가 맛있는 과자를 내어오니 내외간의
마음 씀씀이가 속세의 인간들이 아니다.
"야, 만규한테 가보자!"하니 "그라까?" 하더니 이내 전화를 걸어 바꿔준다.
"만규야 바쁜데 가도되나, 환영하나?"하니 만규왈 "프랑카드는 만들 수 없지만...?" 한다.
곧장 만규집으로 향했다.
황금동을 돌아, 새래를 지나 조마면을 통과하고 성주쪽으로 들어가는데 길은
잘 내놨다만 산은 점점 더 깊어진다. 증산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니 청암사로
들어가는 안내판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꺾어들어 산속으로 올라가길레 이제
거지반 다왔는가 했는데 계속 올라간다. 화전민이나 살 것 같은 마을을 지나
또 올라가 산 꼭데기인가 싶은 곳에 만규가 자랑하는 `보비 존슨"과 `벤 존슨"이
보이고 만규가 마당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종수집에서 한시간가량 걸렸다.
충남이 뭇쏘가 수고했다.
만규내외의 환영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방이 여럿 있고 거실이 넓다.
"우리가 오면 거실에서 자면되겠다"고 했더니 "방 많이 있는데 왜 거실에서
자느냐"면서 일단 환영할 뜻을 밝힌다. 방에 자리를 잡으니 곧 구기자와
더덕을 더한 머루주가 나오고 방금 빚은 쑥떡이 두 접시 가득 나온다.
나물무침까지...술맛 좋고 떡맛 좋고, 친구인심 순후하고....
하늘 가깝고 공기 좋고 물 좋고....여기도 무릉도원이다.
여름에는 모기도 없단다.
만규는 떠나는 우리에게 두릅과 취나물을 한보따리 싸준다. 얼마나 귀한 것을...
충남이와 종수에게 나누어 가져가라고 했는데도 한사코 나에게 준다.
고맙다 친구야...얼마나 힘들게 산을 돌아다니며 모았을텐데...
<다음날 저녁 10시40분께 집에 도착해 보따리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손을 씻는데
마누라가 비명을 질렀다. 나물에서 자벌레가 한마리 나온 것이다. "이게 바로
무공해라는 증거"라고 자랑했다. 친구야 잘 먹을게...>
저녁먹고 가라고 붙드는 것을 한사코 뿌리치고 서둘러 나와 지례를 거쳐
이청화네 동네 상좌원을 거쳐 이의달군이 유지로 자리잡고 있다는 마을 지나
직지사로 돌아 백옥동에 두 친구 내려주고 평화동에 당도하니
충남이 부인이 문앞에서 기다린다.
낮에 감포에 가서 회를 사왔다고 굳이 회에다 한잔 더 하란다.
감포가 어딘가? 경주 지나 바닷가...세월 참 좋다.
내륙 김천에서 감포로 회먹으러 간단다. 하여튼 살기 좋아졌다.
내일은 개령에서 친구들 만나야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런 친구들을 저에게 주시고 오늘 하루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게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충남이, 용택이, 종수, 만규, 좋은 친구들 고맙네!!!
복 많이 받으시게!!!
첫댓글 진기야...복잡한 도시생활을 잠시떠나 고향에서 여러친구들과 함께 좋은 하루를 보냈구먼...종수집이 자연친화적이고 좋아 보이고, 충남이는 작년에 보았는데 종수는 졸업후 처음이네... 우리나이에 이제 산수좋은곳 찾으면서 세월 보내는것이 제일 아닌가...
진기야 ! 주말에 정말로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돌아 왔구나...고향 산천을 돌아 "신식 농부"의 집을 돌아 "무릉도원"만 골라서 다녔구나... 자네 글월과 친구들 사진만 보아도 울산의 "공해"가 희석 되는것 같구나... 고맙다!
나이들수록 고향산천이 그리워지는건 왠일일까, 고향은 언제나 어머니 품속같이 따스하고 포근한것, 게다가 오랜만에 만난 정다운 친구들, 산 기슭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꽃내음 물씬 풍기는 초야에 뭍여 두릅나물 꺽어다가 살짝데쳐 초장에 찍어먹는 꿈같은 농촌생활... 아~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아무나 그렇게 안돼여~
송설2613 카페 성지로 발도둠 하겠구나 좋은 모습 자연 고맙게 잘 보았다. 술한잔 그나 하니 더욱 좋았겠다...............
징기야!~ 정말 뜻깊은 고향방문을 했구나.. 그림같은 종수의 전원주택이며 만규의 소박한 정을 듬북 느끼며 얼매나 고마웠겠나? 근데 궁금한건 계속 잘자리만 챙기는 너를보니 안타갑기도하다..
좋은 여행 축하하네...참으로 보고싶은 친구들을 맘껏 만나고 다녔구나...개령학교가 아흔 다섯살? 100주년을 눈앞에 두었네...자네 훌륭한 모교를 사랑하는 맘이 참으로 아름답구만...양규식 목사님 참 선한 목자일세...좋은친구야!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