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텃밭 무변 꽃밭
삼월 첫째 일요일이다. 새벽잠을 깨 어제 낙동강 강가 창녕 도천 쇠나루 공원을 지나다 본 나물을 캐던 여인을 소재로 시조를 남겼다. “쇠나루 언덕배기 봄볕이 번져가자 / 오염원 염려 없을 강변을 장터 삼아 / 아낙 둘 앉고 엎디어 나물 캐기 바쁘다 // 멀리서 바라보니 쑥인지 냉이인지 / 향긋한 찬거리를 제 발로 손수 채집 / 식탁에 가득할 봄내 가족 건강 지킨다” ‘쇠나루 두 아낙’
아침 식후 산행과 산책을 겸한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101번 시내버스를 탔다. 마산역 근처에서 내려 광장으로 오르니 주말 아침 매번 펼쳐지는 노점엔 봄내가 물씬한 쑥이나 머위가 보였다. 볕 바른 텃밭에 움이 터 자란 초벌 부추도 잘라 나왔다. 계절과 관계없이 빚어 파는 손두부와 도토리묵이 먹음직했지만 내가 사줄 여건이 되지 못했다.
김밥을 한 줄 마련하려 번개시장 들머리로 가니 휴일 아침이라 손님이 붐볐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가장 인기 좋은 콩국 가게는 자리가 없어 서서 먹는 분들도 있었다. 선지국밥과 함께 김밥을 말아 파는 식당도 손님이 넘쳐 손이 바빠 김밥을 싸 줄 여건이 되지 못해 돌아섰다. 그 곁에 부추전을 구워 파는 할머니의 전을 하나 사서 배낭에 넣고 진전 둔덕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밤밭고개부터 낯익은 근교 풍경이 펼쳐졌다. 구산면이나 삼진 방면으로는 가끔 산행이나 산책을 다녀오는 코스다. 엊그제 난포 연안으로 나가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을 캐 왔고 그 이전 서북동에서 베틀산 허리로 난 임도를 따라 걸으면서 남향에 자란 쑥과 전호를 캐 식탁에 올렸다. 반송시장 횟집을 지나다 산 두 마리 도다리가 향긋한 내음을 돋보이게 했다.
진동 환승장에 들렀다 나온 버스는 해병전적비를 지나 오서에서 진전천을 따라 양촌과 일암을 거쳐 대정으로 들었다. 의산보건진료소를 지난 원산에는 허물어진 분교 터에 현대식 학교급식 연구소가 완공되어 있었다. 술인방을 지난 골옥방에서 운행 시간을 맞추느라 20여 분 멈췄다가 기사는 다시 시동을 걸어 종점 둔덕으로 향했는데 내가 산골 마을에서 마지막 손님이 되어 내렸다.
마을 앞에서 군북 오곡으로 넘는 자동찻길 따라 걸었다. 여러 해에 걸쳐 임도가 찻길로 확장 포장되어 새롭게 뚫다시피 하는 길은 차량이 한 대 다니질 않고 행인도 없었다. 둔덕 본동에 딸린 작은 마을 오실에서 예각으로 꺾인 찻길에서 개울이 흘러온 골짜기로 내려가 봤다. 작년까지 머위가 자생했는데 냇바닥의 흙이 빗물에 휩쓸려 가 생태계가 바뀌어 개체수가 현저히 적었다.
냇바닥에서 머위를 캐다가 산비탈로 옮겨가 머위 움을 몇 가닥 캐 보태 자동찻길을 따라 걸었다. 미산령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임도로 들어 호젓한 길을 걸었다. 봄이면 길섶에 피어나는 양지꽃이나 구슬붕이와 같은 꽃은 아직 철이 일러 볼 수 없었다. 영아자를 비롯한 취나물 자생지도 아직 움이 트는 기미를 볼 수 없었다. 취나물 가운데 버들분취는 비교적 일찍 움이 터 자랐다.
임도에서 가시덤불을 헤쳐 산언덕 숲으로 올라섰다. 아무도 모르는 거기는 이른 봄 피는 복수초 군락지로 혼자만이 찾는 비밀의 화원이기도 했다. 복수초는 부엽토를 영양분 삼아 가랑잎을 비집고 꽃대를 밀어 올려 노란 꽃잎을 펼쳐 반겨주었다. 들판에 무리 지어 핀 민들레처럼 백여 송이가 될 듯해 장관이었다. 복수초 잎맥은 독성이 있어 짐승도 사람도 먹지 못해 온전한 듯했다.
깊은 산중 복수초가 핀 황홀한 현장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숲을 빠져나와 미산령으로 향해갔다. 고갯마루 정자에 올라 번개시장에서 마련한 부추전으로 열량을 벌충하고 북향 비탈 임도를 걸었다. 응달에는 비가 눈이 되어 내렸는지 잔설이 남아 있었다. 골짜기를 빠져나간 곶감 산지 파수는 농부들이 감나무 가지를 잘랐다. 봉성으로 가서 함안역에서 무궁화호로 창원으로 복귀했다. 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