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시민 소통과 문화의 장이 될 '명품 광장'이 오는 5월 탄생한다. 사진은 부산진구 양정동 송상현공 동상 자리에서 바라본 송상현광장 조성 공사 현장.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규모나 공간 활용도 면에서
- 서울 대표 광화문광장 능가
- 국내 최대 규모 도심 광장
- 문화·다이내믹부산·역사
- 3가지 테마 열린마당 조성
- 5월이면 준공, 시민에 개방
- 조성중인 부산시민공원 연계
- 동천재생 시너지 효과 기대
광장은 여러 사람이 모이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유럽의 옛 도시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번창했지만 근대의 도시는 광장의 문화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현대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의 문화를 벗어나 보행자 시민을 위한 새로운 광장을 필요로 한다. 옛 광장의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는 현대적인 새로운 개념의 광장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서울의 광화문광장이 대표적이다. 광장다운 광장이 없던 부산에도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자 소통과 문화의 장이 될 광장이 곧 탄생한다. 올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송상현광장이 그것이다.
■문화와 휴식, 역사의 광장
송상현광장이 들어서는 곳은 예전 송상현 동상이 있던 부산진구 양정동 송공삼거리에서 전포동 삼전교차로까지의 구간이다. 현재 이곳은 주변 도로공사를 대부분 마치고 가림막을 설치한 채 광장 조성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던 8차로의 중앙대로 자리에 들어서는 광장은 길이 700m, 폭 45~78m, 전체 면적 3만4740㎡로, 길이 550m, 폭 34m로 1만8000㎥인 서울 광화문광장을 넘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송공삼거리에서 서면 방향의 기존 8차로 도로를 송상현광장 양옆으로 변경해 광장 남쪽은 4차로, 북쪽은 7차로 규모의 새 도로를 개설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광장 조성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송상현광장은 송공삼거리의 동상 자리 인근이 역사 체험 및 기념공간인 '역사마당'으로 조성되고 여기서부터 서면 방향으로 시민의 활동과 휴식 공간이 될 '다이내믹 부산마당', 공연과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할 '문화마당' 등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8600㎡ 넓이의 역사마당은 고지도 모양을 본뜬 바닥분수와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였던 송상현공 동상 기념광장, 모너미 고개를 재현한 역사의 숲으로 구성된다. 1만5750㎡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다이내믹 부산마당에는 잔디광장과 화강암 판석을 깐 포장광장, 산책로 등이 들어서고 거리응원이나 시민행사, 루미나리에 축제 등 대규모 인원이 이용할 수 있는 행사 공간으로 활용한다. 문화마당엔 땅을 7m 깊이로 파서 4020㎡ 넓이의 반지하형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 공연을 열고 평소에는 인라인 스케이터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부산의 품격 높일 부산만의 광장
최근 찾은 송상현광장 공사 현장은 대부분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고 분주하게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있었다. 역사마당 부분에서는 '역사의 숲'에 심은 키 큰 나무들이 가림막 위로 솟아 있는 모습만 볼 수 있다. 문화마당 자리엔 야외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한창 땅을 파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로 확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간 송상현광장은 전체 공정 중 절반 정도가 이뤄져 역사마당과 다이내믹 부산마당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2월엔 포장광장과 실개천, 산책로, 바닥분수 등의 설치와 송상현 기념광장 조성이 끝나고 이어 야외공연장을 마지막으로 5월이면 송상현광장이 시민에게 공개된다.
송상현광장 일대는 부산시의 주 교통축으로 상습적인 정체가 일어나는 곳이었다. 송상현광장은 이곳의 교통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도시환경을 만들고 보행자를 우선으로 고려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대 도시의 필요조건을 갖추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포동 쪽 4차로 도로 맞은편에는 옛 군수사령부 자리에 2012년 준공한 양정라이온스공원이 쉼터의 역할을 보완한다.
사실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어울릴 열린 공간, 즉 광장의 존재는 최소한의 기준이면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모를 거쳐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송상현광장의 인문학적 가치가 높다. 부산만의 소중한 공간으로 부산시민공원과 연계해 동천재생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가치를 부여했다.
# 광장에 무엇을 담아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 달라져
- 양쪽 4차·7차로로 차량 쌩쌩
- 도로 사이 끼어 접근성 떨어져
- 민간단체가 관리 운영 맡고
- 문화·예술 공연 등 적극 유치
-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송상현광장 문화마당 조성 조감도. 문화마당은 땅을 7m 깊이로 파 반지하형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열 계획이다.
송상현광장은 규모나 공간 활용도에서 서울의 광화문광장을 넘어서는 광장이 되리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산지가 많은 부산에서 평지에 이만한 규모의 공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송상현광장의 존재 자체에 가치 부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송상현광장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낮아질 수도,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일부는 송상현광장 양쪽으로 폭 수십m의 4차로와 7차로 도로가 놓여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대한 교통섬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서울의 광화문광장이 주변에 세종문화회관이나 교보문고와 같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문화시설과 정부기관, 기업들이 들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과는 달리 송상현광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송상현광장의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한 충실한 준비와 운용이 필요하다. 강동진 교수는 "광장은 주인이 없는 공간이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축제나 이벤트를 열 수도 있겠지만 문화 NGO와 같은 시민사회의 참여를 활성화해 문화와 예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송상현광장의 관리와 운영을 부산시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단체가 맡고 시민 기부를 통해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도 주문했다. 그는 "준 공공 성격의 단체가 송상현광장의 유지, 관리를 맡을 필요가 있다. 또 시민의 기부를 받고 광장 바닥의 블록에 이름을 새긴 뒤 앞으로 이들을 초청해 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여는 등 새로운 광장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