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2017. 5. 10.)
우리 모두가 들었던 말이다. 매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특히 이 대통령의 취임사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사회개혁이라는 변화는 그처럼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특히 박근혜의 사면을 놓고 화가 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그것이 지난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에서 결과로 드러났다. 나는 그렇게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촛불 참여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정권을 교체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권을 교체하면 그 사람들이 사회개혁을 이어나갈 것 같은가.
그렇다면 서울을 보라. 비록 박원순 시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지만 그가 추진하던 일들이 정말 무의미했는가. 잘 생각해보라. 아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현 시장이자 박 시장의 전임 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개혁인가. 그래서 마음에 드는가. 그가 몰두하고 있는 일은 전임시장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며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바람직한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라.
나는 가급적 노골적인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윤석렬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생각을 해보라. 그 사람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나오겠는가. 기껏해야 김종인 같은 사람의 뒤로 숨는 일밖에 더하겠는가. 그걸 인재를 등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인재를 등용하는 것도 등용하는 사람의 통치철학이 있어야 제대로 된 등용이 가능하지 않은가. 작금의 사태를 보라. 그렇게 모인 선거단이 정치 참모들이 된 상황을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중구난방이 아닌가. 그렇게 모이면 어떤 사람이 들어가도 오합지졸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이든 국가든 변화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변화란 언제나 무질서를 초래하고 그것이 다시 가라앉고 정리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의 경우에는 개인의 변화와 같은 일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의 변화도 더디기 마련이거나 힘든 것처럼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디고 더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후 다시 왕정복고가 되었다. 그렇다면 프랑스대혁명은 말짱 도루묵이었는가. 아니다. 프랑스대혁명은 인류 역사에 깊이 갈라진 틈(chasm)을 만들어냈다. 역사가의 말처럼 프랑스대혁명 이후에는 어떤 사람도 더 이상 인간을 밟고 다니는 도로(pavement)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촛불혁명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은 인류 역사의 또 다른 위대한 혁명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명예혁명이었으며 또 다른 무혈혁명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대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왕정복고도 일어날 수 있고 그보다 더 실망스런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프랑스대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촛불혁명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이 명확해지지 않는가.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언급되었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계속해서 추구되어야 한다.
그 일을 국힘당과 윤석렬에게 맡기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차기 정권을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현 정부의 결과에 불만이라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철회되어야 한다. 왕정복고가 꼭 필요한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거쳐 다시 우리 사회가 사회변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증폭될 희생양들까지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하지만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던 사람들에게 권력이 쥐어지면 그들이 폭군이나 귀머거리로 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제발 정신을 차리자. 사회의 변화에 앞서 개인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을 해보라. 집값이 올랐지만 집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스스로 집값을 내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사회는 개인의 이익이 첨예한 정글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저절로 높아지는가. 아니다. 개인에게도 관성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는 개인에게서보다 더 바꾸기 어려운 관성이 존재한다.
그 관성이 꼼짝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 균열이 일어날 수 있고, 어느 순간 작은 힘에도 그것이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는 꾸준히 변화되어나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의 초점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은 촛불혁명이 틀렸으니 다시 이전 정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생각해보라. 태극기부대가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촛불혁명 덕이다. 사랑제일교회가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변화의 한 단면이다. 박근혜 정부였다면, 이명박 정부였다면 그들은 최소한 물대포에 날라갔을 것이다. 왜 이렇게 중요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가.
나는 이재명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선택은 고유한 각자의 권리이다. 다만 촛불혁명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조급하게 결과에 연연하고 거기에 분노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가. 집값이 전부인가. 일자리가 전부인가. 자신의 처지와 이익에 따라 사회 전체를 판단하지 말고 우리 시대의 문제가 무엇이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
그런 후에 차기 정부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하자. 촛불혁명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을 이어가고 완성해나갈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자. 나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지하고 침착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회가 변화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미국은 2년 전 총선 때부터 이미 대선을 준비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치솟는 통일 열기를 막고, 또 갈수록 약해지는 자신의 힘을 보강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동맹이 절실했던 미국은 친미·친일 적폐들의 부활을 기획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뿔뿔이 흩어져있던 보수를 하나로 통합시켰으며 해외에서 마라톤이나 하던 안철수를 갑자기 귀국시켰다. 그렇게 야심 차게 준비한 총선이었으나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촛불 국민의 거센 항쟁에 패배를 맛봐야 했다.
미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승인’정책으로 더욱 꽁꽁 묶어두면서 적폐들의 반격을 조종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캠프가 되고 언론과 검찰들을 내세워 진흙탕 대선을 만들면서 본부장 비리로 얼룩진 자신들의 후보를 철저히 엄호했다. 막판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안철수 사퇴까지 끌어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이번 대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총동원했다.
그런데 그런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0.73% 차이였다. 무효표보다 적은 표차로 그야말로 간신히 이긴 것이다.
2. 0.73%의 의미
위대한 우리 국민은 이번에도 절묘한 선택을 했다.
우선 민주당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미국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그 좋은 평화통일 선언들을 이행하지 못하고, 180석이나 안겨줬어도 적폐들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개혁에 미적거리고 서민의 생활은 돌보지 않는 기득권 민주당을 철저히 심판했다.
미국과 윤석열에게도 강한 경고를 보냈다. 1%도 되지 않는 표차는 적폐들에 보내는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다. 한마디로 날뛰지 말라는 거다. 지켜보겠다는 거다. 이명박은 취임 2개월 만에 광우병 촛불을 만나서 청와대 뒷산에서 불안에 떨었는데 윤석열은 본부장 비리가 이미 많으니 취임 전에 그런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청와대 뒷산에 굿당을 차릴지도 모르겠다.
3. 윤석열 대통령 시대
입에 올리기조차 싫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다. 과연 한국은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난장판, 전쟁판이 될 것이다.
우선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할 것이다.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날뛸 것이며 당장 문재인, 이재명 수사에 착수하여 구속하려 들것이다. 진보·민주 진영을 갈라치고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진보당 해산에 버금가는 폭압을 펼칠 것이다. 광화문에 차 벽이 세워질 것이다.
친미·친일이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엔 미국마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굴하게 굴 것이며 일본과는 자위대와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전국의 소녀상들은 하나둘 철거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요구대로 더 자주 열릴 것이다.
전쟁의 기운이 온 한반도를 감쌀 것이다. 작전권이 없는 주제라 자신이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 쓴 입맛을 다시며 더러운 큰소리만 뻥뻥 칠 것이다. 이미 뱉은 ‘주적, 선제타격, 사드 재배치, 북한 최고지도자 험담’에 더해 더욱 극악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경제는 무너지는 미국경제와 더불어 살아날 가망이 없을 것이며 윤석열 정권은 미국과 기업의 편에 서서 서민들의 피를 쥐어 짜낼 것이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며 수없이 많은 노동자가 더 많이 죽어나갈 것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더욱 교묘해지고 검찰이 수시로 민주노총을 압수 수색을 하는 광경이 도래할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재등장하고 문화는 경색될 것이다. 김건희가 공언한 대로 온갖 진보 유튜버들에 대한 탄압이 ‘합법적’으로 무자비하게 펼쳐질 것이다.
4. 윤석열의 운명
그러나 윤석열의 운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선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가 않다. 전쟁 나면 미국에 제일 먼저 전화할 거라고 했지만 그가 그토록 믿는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아프간에선 야반도주했고 우크라이나에선 불구경하면서 역시 큰소리만 치고 있다. 북한이 9차례 발사한 미사일을 유엔 차원에서 문제로 삼으려고 5차례 회의를 소집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이 올라가면 무기도 팔아먹고 깡패 두목 해 먹기에도 좋은 일이지만 정작 전쟁이 벌어진다면 본토로 날아오는 ICBM을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막상 전쟁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의 도를 넘는 행동은 자칫 이승만·박정희와 같은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
다음으로 적폐들의 힘이 예전 같지가 않다. 오죽했으면 윤석열을 내보냈겠는가. 보수에서조차 창피해할 정도이고 온갖 비리로 얼룩진 자다. 트럼프의 출현이 미국 몰락의 표상이듯이 윤석열의 출현은 한국 적폐 몰락의 표상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을 마치고 결국 비리로 감옥에 갔듯이 윤석열의 감옥행은 필연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무엇보다 촛불 국민의 힘이 강력하다.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우리 국민이다. 이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대선 결과를 놓고 첫날 울분에 쌓여있던 국민들은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비리의 왕초인 윤석열을 특검해야 한다며 취임 전에 감옥에 보내자는 글들이 SNS에 올라온다. 기존 언론은 못 믿겠다며 진보 유튜브를 응원하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5. 3월과 4월
북한은 곧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다른 나라의 위성에 대해선 아무 말 안 하는 미국이지만 북의 위성에 대해선 온갖 난리를 피울 것이다. 윤석열도 날뛰고 기시다도 날뛸 것이다. 미국은 허세를 부리며 오커스며 쿼드며 파이브 아이즈며 한바탕 굿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미 연합군사훈련! 한반도는 삽시간에 전쟁 접경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국으로 날아오는 ICBM을 직면할 미국이 과연 전쟁을 결심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평화의 촛불을 들 것이다. 그 평화의 촛불에 윤석열도 타고 미국도 탈 것이다. 윤석열은 5월 취임식도 못 해보고 물러날 수도 있다.
6. 촛불이 이긴다
우리 국민들은 투쟁을 좋아한다. 투쟁하는 세력을 좋아한다. 미국과 적폐들에 질질 끌려다니는 민주당은 이번에 심판당했다.
이 땅의 자주와 민주, 평화통일을 사랑하는 세력이 자신의 안위는 뒤로하고 앞장에 서서 싸울 때 촛불은 크게 호응할 것이다. 그 촛불이 뭉쳐 민주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촛불이 이제 이 땅에서 외국군대를 몰아내는 광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온갖 전쟁을 몰고 다니던 미국이 마침내 결정적 패배를 맞이하는 장면이 한반도에서 펼쳐질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 성향 강했던 2030, 두 후보에 표 균등히 나눠주며 결과적으로 尹 당선 견인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기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피 말리는 초박빙 접전 끝에 3월10일 새벽 제20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개표 결과 초반에는 이 후보가 줄곧 득표율 3~6%포인트 차이로 윤 후보를 앞서나가는 듯했지만, 격차가 점점 좁혀지더니 개표율 50% 시점에 윤 후보가 1위로 올라서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포인트 이상 더 벌어지지 않은 채 윤석열 48.6%, 이재명 47.8%로 득표율 0.8%포인트 차, 득표수 약 25만 표 차이로 윤 후보가 그야말로 신승을 거두었다. 역대 대선 사상 가장 근소한 득표율 차의 승리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여의도로 출발하며 지지자들 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10일 서울 여의도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尹 호남에서 12.9%, 李 TK에서 22.3%…지역 아성 뚫어
25만 표의 역대 최소 표차를 보인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서울과 충청 지역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와 ‘보수의 텃밭’ 영남의 강고한 지지 기반에서 비롯됐다. 서울은 진보진영이 지리멸렬했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역대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50.6%라는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이 후보를 5%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윤 당선인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이 후보에게 각각 5.5%포인트, 1.8%포인트 차이로 패하면서 50만 표를 뒤졌다. 하지만 서울 지역 승리를 통해 수도권에서 잃은 표심을 19만 표로 줄이고, 영·호남에서 20만 표를 만회하면서 충청에서 17만 표 차이로 승기를 잡았다.
보수진영 후보인 윤 당선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역시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포함하는 영남 지역이었다. TK에서 윤 당선인은 73.9% 득표율로 22.3%를 득표한 이 후보에게 5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으며, PK 지역에서도 57.7% 대 38.2%로 이 후보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을 더 얻었다. 이 후보 역시 비록 영남 지역에서 크게 밀렸지만, 역대 대선 사상 TK 지역에서 진보진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TK에서 진보진영 후보로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던 후보는 20.2%를 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PK 지역에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40%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38.4%를 이 후보가 깨지는 못했지만 이에 거의 근접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득표율 30%를 목표했던 호남 지역에서 12.9% 득표율로, 84.6%를 얻은 이 후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보수진영 후보로는 호남에서 대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얻었던 10.5% 득표율 기록을 넘어섰다.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보수진영 어느 후보도 10% 득표율을 넘기지 못했던 호남에서 윤 당선인이 극심한 진영 대립 상황에도 호남 표심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남에서 윤 후보는 250만 표를 잃었지만 영남에서 270만 표를 더해 영·호남을 통틀어 20만 표를 더 얻으면서 수도권에서 잃은 19만 표를 만회할 수 있었다.
20대는 李에 2%p, 30대는 尹에 2%p 지지율 더 높아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 지역은 ‘충청의 아들’ 윤 후보에게 이 후보보다 5%포인트 더 많은 50.5% 과반 이상 득표율을 안겨줌으로써 초박빙 선거에서 윤 당선인이 승기를 잡는 데 든든한 원군이 되었다. 하지만 ‘충청의 사위’인 이 후보도 45.4%의 득표율로 2017년 대선에서 40%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충청에서는 윤 당선인이 결국 17만 표를 더 얻으며 대선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강원 지역도 윤 당선인이 54.2% 득표율로 전통적인 보수 지역의 표심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04년 ‘탄핵 총선’ 이후 보수진영 국회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제주에서는 이 후보가 52.7%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42.7%를 얻은 윤 당선인보다 4만 표를 더 얻었다. 이번 대선을 지역별로 보면 윤 당선인은 서울·충청·TK·PK·강원에서, 이 후보는 경기·인천·호남·제주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세대 간 대결 양상도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2030세대가 주목을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표심을 살펴보면 “40대와 50대에서는 이재명”, “2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윤석열”을 더 강하게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다만 30대는 어느 후보를 더 지지하는지 예단하기 어려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번 대선은 20대에서 10%포인트 정도 더 많은 표심을 얻고 있는 윤석열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예상하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 당일 발표한 지상파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는 대선 D-7일 시점에 종합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크게 달랐다. 20대에서 이재명 48%, 윤석열 46%로 이 후보가 오히려 2%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30대를 비롯해 그 외 연령대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는 앞서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와 대체로 유사했다. 결국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0.6%포인트 차(윤석열 48.4%, 이재명 47.8%) 초박빙으로 나온 출구조사와 선거 D-7일 전에 2~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여론조사 격차를 밝힐 수 있는 열쇠가 바로 20대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40대와 50대 연령층에서는 분명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에 60대 이상에서는 윤 당선인 지지가 강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에서는 윤 당선인과 이 후보에게 표를 균등하게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를 보면 20대에서는 이 후보가 2%포인트 앞선 반면, 30대에서는 윤 당선인이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보면 20대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좀 더 높았더라면 더 여유 있게 승리할 수 있었겠지만, 2030세대의 선택은 절묘했다. 윤 당선인은 2030세대로부터 기대했던 만큼 득표율을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윤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은 2030세대다. 역대 대선을 되돌아보면 2030세대가 늘 진보진영에 표를 몰아줬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에 고르게 표를 던짐으로써 초박빙 승부에서 윤 당선인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세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상황이 바뀌면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나타난 2030세대 표심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엇갈린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 2030세대의 남성은 윤 당선인을, 여성은 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58%가 윤 당선인을 지지한 반면 여성의 58%는 이 후보를 선택했다.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달라지는 양상은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대 남성은 윤 당선인 지지가 53%인 데 비해, 여성의 50%는 이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후보별 지지가 정반대로 나뉜 것은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선거에 전략적으로 이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만세를 부르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윤-안 단일화 효과, 특정 후보 유불리 단정키 어려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도 초박빙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였다. 단일화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단순 비교함으로써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후보 단일화가 윤석열과 이재명 두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을 총결집시키는 데 도화선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과정에서 조사한 정권교체 표심은 48.7%로 윤 후보의 득표율(48.6%)과 거의 일치했다. 정권교체 표심을 총집결시켰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론 진보진영의 지지자들을 이재명 후보 쪽으로 총결집시키는 효과도 나타났다. 2030세대 여성층과 부동층에 머물러 있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이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가 어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20대 대선은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 간 대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영남과 호남의 지역적 편향의 표심이 10년 전이나 20년 전과 비교해도 그 모습 그대로다. 그나마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서 윤 당선인이 호남에서, 그리고 진보진영 후보로서 이 후보가 TK에서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건 의미 있는 결과다. 그동안 지역 갈등보다 더 심각했던 세대별 갈등 구조는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2030세대가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떠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해 ‘젠더 갈등’과 같은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비호감 대결’로 점철된 선거 과정에서 진영이 갈리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지만, 과반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윤 당선인과 이 후보 모두 선거운동 마지막 날 국민통합을 외쳤듯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상생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첫댓글 제2의 촛불집회가 꿈틀거리고 있다
개표기가 선출하는 세상에 무엇을 말한들 백약이 무효지요.
수개표로 가지 않고서는 기득권 뒤집기란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