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잡는 진화대鎭火隊
전주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두환
완연한 봄이다. 요즘 며칠간 화창한 날씨를 보이더니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졌다. 주변의 친구들은 봄나들이 꽃구경을 간다고 떠들썩한데 그러지 못하는 내 마음 안타깝기만 하다. 나 역시 손자손녀들 손잡고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형편이니 어찌하랴. 나는 2018년 2월 1일부터 전주시 덕진구청 ‘산불 진화대(鎭火隊)’로 선발되어 산불을 예방하는데 몸을 던지고 있다.
산불예방은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산림은 우리의 자원이다. 산림자원이라면 목재를 비롯해서 버섯, 열매, 산채나물 등 부산물이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기능도 있다. 일 년 중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봄과 가을철로 전체의 65%가 된다. 정부는 봄철에는 2월1일부터 5월15일, 가을철에는 11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5개월간을 산불방지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총력대응에 나선다.
전주시는 시청에 산불대책본부, 구청에는 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산불방지 체계는 크게 감시대와 진화대로 나뉜다. ‘감시대’는 담당지역 산봉우리초소에 올라가 관내를 살피면서 연기나 불꽃이 솟아오르면 무전기로 상황을 알린다. ‘진화대’의 주된 임무는 산불방지 및 계도이다. 평소에는 담당지역에 대기하다가 감시요원의 무전호출이 떨어지면 즉시 현지로 달려가야 한다. 현지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육하원칙에 의하여 상황실에 보고를 하고, 그렇지 않고 경미할 때는 화재발생제공자에게 경각심을 주고서 또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란, 구호(口號)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조그만 부주의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게 산불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 일이다. 나는 가끔씩 어머니를 따라 산골 밭에 갔었다. 그날따라 어머니는 옥수수와 서리태콩을 파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옆에서 놀던 나는 하루해가 지루해서였던지 밭 가장자리에 낙엽을 모아 놓고 불을 지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이던가! 불꽃이 점점 솟아오르더니 산으로 옮겨 붙을 기세였다. 어린마음에도 안되겠다 싶어, 솔가지를 꺾어 불꽃을 세차게 두드렸다. 불똥이 이리 튀고 저리 튀더니 금세 산으로 옮겨 붙었다. 깜짝 놀란 어머니는 저 멀리서 일하던 아저씨를 불러, 어렵사리 불길을 잡았다. 어머니가 얼마나 놀라셨는지, 연기를 마셔 ‘캑~캑~’거리는 아들은 아랑 곳 없이 호통을 치셨다.
“야, 이놈아, 봄 불은 여시불이여!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어쩔 번했어? 산을 태웠으면 너는 손을 묶어 경찰서로 끌려가야 했어!”
어린마음에 얼마나 놀랐던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지금, 내 승용차 뒤 트렁크 안에는 항상 등짐용물펌프, 방화용장갑, 방독면, 쇠갈퀴, 헬멧 등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관내에 산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진화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산불이 크게 번지면 산림헬기와 소방서에서 맡아하고, 작은 산불이면 진화대가 맡아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잔불정리를 하는 일이다. 갈퀴로 낙엽을 긁고, 바위사이를 살피며, 물을 뿌리는 등 꺼진 불이 되 살아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한다.
산불진화대로 근무를 하다보면 이 곳 저 곳에서 연기와 불꽃이 솟아오른다. 그럴 때면, 지체 없이 현지로 달려가야 한다. 대부분의 일들은 그해 수확한 농산물부자재나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일이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어느 날이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려는 참이었다. 덕진구청관내 왜망실 뒷산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비상전화였다. 앗! 뜨거워라 싶었다. 날은 깜깜한데 허겁지겁 당도해보니, 먼저 달려온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산불을 잡고 있었다. 다행이 작은 산불이었지만 잔불정리까지 마치고나니 저녁 9시가 넘어 있었다. 땀은 비 오듯 했지만, 산불 잡는 진화대로서 보람은 있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산불예방 안내문이 보인다. 산에 오를 때는 인화물질을 소지해서도 안 되고, 입산금지구역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
“입산금지구역 위반 시는 과태료 20만원, 인화성물질소유자 30만원, 산불실화자 3년 이하의 징역, 방화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라고 되어있다. 만일 산불을 발견했다면 ‘119, 112, 시․ 군․ 구청’으로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산불아, 꼼짝 마!”
나는 오늘도 ‘산불 잡는 진화대’가 되어, 소중한 산림자원을 지키는데 온 몸을 던지고 있다.
201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