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이가 없다.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끌려오더니, 세상에! 이젠 나더러.. 뭐? 주군이라구?
-저기 아저씨, 지금 국회의원이 나랏돈을 빼먹고, 돈이 없어서 남의 나라 돈 빌려쓰고 있는 이 판국에 정신이 있으신 겁니까?
주군이라요? 전 그저 아주 평범한 15살 여중생일 뿐이라고요.
-네, 물론 지금 주군께서는 모르실 겁니다. 하늘의 법칙이 그러하니까요.
으아.. 이사람 지금 머라구 중얼거리는거야?
-당신은 수만년전 저의 주군의 환생이십니다.
..... +++ 참나! 주군의 환생은 또 뭐야? 정신나간 사람이군..
-이봐요. 저는 무교라고요. 특히나 사이비는 믿을 생각 전혀 없습니다.
-싸.. 싸이비라고요?
-그래요, 지금 당신이 하고있는 짓이 싸이비나 할 짓이 아닙니까?
-짓.. 짓이라고요? 오오.. 주군이시여,, 수만년을 속세에서 지내시는 동안에 험악한 인간의 말을 배우셨군요. 으어어.. 이럴수가!
-마치 정말 제 수하인 것처럼 행동하는군요. 그럼 당신은 무슨 영적인 존재라도 되시나요? 어떻게 제가 당신의 그 주군인가 뭔가의 환생이란 걸 그렇게 확신하죠?
-영적인 존재요? 하하하하.. 전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안됩니다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는 제 모든걸 걸고 내기를 할 자신있습니다.
하하하. 뭐? 지가 인간이 아니라고?
-하! 그러세요? 그렇게 자신있으시면 어디 그렇게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보세요. 누가 믿나.
더이상 당신과 이야기하는 건 시간낭비겠군요. 전 이만 가보겠어요.
-앗. 주구운.....!! 제발 가지마세요...
으윽.. 눈까지 반짝이며? 할머니 왠지 조금 무서워져요..
-제.. 제발 그냥 가게 해주세요. 그런 얘기는 정신병원에서 실컷 하시든지요!
-악! 안되욧!!
크억! 이 사람이 이젠 감히 누구 손을 잡는거야?
나의 보호본능은 순간적으로 그의 두 손을 안으로 꺽었다.
-아악~!!
-이 나쁜 사람! 주먹맛좀 봐라!
-퍼어억!
가벼운 주먹지르기였음에도 불구하구 그 사람은 뒤쪽 벽을 향에 날라가 그만 벽에 찐한 키스를 하고 꼬꾸라지고 말았다.
쳇! 별것도 아닌게!
-이봐! 니가 날 여자라고 무시한 것 같은데, 조심하라고!
인물은 반반하게 생겨가지구, 그렇게 할짓이 없냐? 빨리 제정신 차리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국가와 민족의 평안을 위해 근면 성실하게 열심히 살란말이야.
너 같은 녀석들 때문에 나라가 이모양이지, 난 가겠어.
난 그를 등진체 출구를 찾았다. 왠지 맘에 걸려 힐끗 뒤돌아보니, 그는 그 자세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쬐끔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뭐 무슨상관이야! 저런사람은 정신 좀 차려야 한다구!
난 유쾌한 마음으로 나가는 문을 찾아본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문 같이 생긴 것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전까지는 신경을 안써서 잘 몰랐지만, 이곳은 창도, 문도 .....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회색빛 감도는 차가운 벽들만이 이 공간을 감싸고 있을 뿐이였다.
-어라? 그럼 내가 어떻게 여길 들어온거지?
아니.. 내가 내 발로 들어오진 않았지.. 저 사람한테 끌려온거잖아? 아! 제길! 뭐 이런데가 다있어?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난 쓰러진 그 사람에게 돌아갔다.
-저기 이봐..
-끄으응..
전혀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신음소리섞인 숨소리는 들렸으므로 죽은 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기절한 모습이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나이는 20살은 안넘은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이 사람 굉장히 살결이 희다.
뭐 이런남자가 다있어? 기지배같이 희멀건해가지구.
난 내가 처한 이 급박한 현실을 망각한체 무슨 미술관의 작품을 자세히 감상하듯이 내 주먹에 쓰러진 한 남자를 이런 저런 각도로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흠.. 뭐 내스타일은 아니지만 키두 크구 늘씬(?)한게 꽤 여자들 따르게 생겼군. (횡설수설~!)
우와.. 다리 무지길다!! 반만이라도 나좀 나눠주지. (횡설수설~!@~!@)
와.. 엉덩이두 무지 쪼그맞다. 마늘 두쪽이야! 마늘 두쪽!! (아닛.. 넘어서는 안되는 경계를 넘어가다닛!)
그러다 내 시선의 문득 그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엑! 그야말루 기지배다. 귀공자같이 얇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턱선에 오똑한 콧날, 체리빛나는 고운 입술,
진하지도 안고 옅지도 않은 딱 예쁘게 지어진 쌍커플, 속눈썹, 그리고 깊은 바다같은 젖은 갈색의 눈동자. 눈동자... 눈동
-주군께서도 그렇게 제 눈을 바라보곤 하셨죠.
악! 언제 깬거지? 세상에! 날 이상한 놈으로 오해하겠군.. (이상한 짓을 했잖아!)
-하.. 그렇게 당황해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별로 안아팠어요.
칫.. 기절까지 했었으면서.. 잘난척하기는....
-난 당황한 적 없어. 미안해서 온 것도 아니야. 날 이런 이상한데로 끌고 왔으면 다시 돌려보내주는게 수하로서의 예의가 아니겠어?
-아 그렇군요.
팟!
뭐야 이건? 꿈인가? 어떻게.. 이럴수가
밝은 빛이 날 감싸고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았을때 그곳은 이미 그 벽들만 있던 곳이 아니였다. 푸른 잎들과 새들의 노래에 활기가 넘치는 태양이 눈부신 그곳은 바로! 우리 동네였다.!!!
그리고 옆에는 그 끈질긴 청년이 빙긋이 웃으면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인정하신 거군요.
-뭐.. 뭘?
-예? 저보고 수하라고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아.. 그런일이 있었던가?? 글쎄?
생각했던대로 멍청하군. 바보아냐? 지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누가믿겠어?
-어째든 고마웠어. 데려다줘서. 난 이만 집에 가볼래.
-앗.. 챠린님!!
챠린? 자기 주군이라는 사람의 이름인가?
그가 놀라서 허둥대고 있을 동안 난 이미 저기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뒤돌아섰다.
-제발 정신차리고 살라........ 아앗!
끄아아.....!! 찐드기같은 놈! 그도 날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따.
-정말 피라밋보다 더하군.. 날 따라오겠다고? 그럼 어디한번 달려보자구!
나는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날은 바람한점 없는 날이였지만 칼같은 바람이 내 귓볼을 스쳐지나갔다.
지가 인간이 아니라면 몰라. 날 따라오지는 못할껄. 난 내가 두려울 정도로 너무 빠르니깐!
오랜만의 전력질주였다. 학교에서도 난 일부러 빨리 달리질 않았으니까.
어디까지 달렸을까. 정말 난 정신없이 달렸다. 이쯤하면 그사람도 포기했겠지. 난 승리의 환성을 질렀다.
-와~ 상쾌하다. 오랜만에 달려보니깐 기분 최곤데!
-그러세요? 저도 오랜만에 달려보니까 좋은데요?
크아아악!! 이.. 이게 누구야? 이.. 이인간~!!
난 그와 나란히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끼이이익~!!
-왜그러세요? 난 좀더 달리고 싶은데. 주군가 같이 못달려 본지도 어언 몇천만년이 지났다구요.
왠지 저사람이 날 가지고 놀고있는 느낌이야.ㅜ.ㅡ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보다도 빠르다니...
-어떻게 이렇게 빠르지?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어 달린 거니깐, 빠를수 밖에요. 그보다도 챠린님의 속도가 무지많이 줄은 것 같은데요? 이게 전력질주는 아니였죠?
크으으.. 저 요망한 입을 어떻게 해주고 싶다아!!
-그만 둬! 그만두자구! 챠린은 뭐야? 바람의 정령은 또 뭐야? 이건 마치 만화속 이야기 같잖아. 날 더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그냥 보내줘. 난 집에 가야한단 말이야.
-챠. 챠린님...
흥.. 그렇게 불쌍한 표정 짓는다구 누가 동요할줄 알어?
-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엑!
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군.
-그럼 어떻게 할건데?
-집까지 따라갈겁니다.
-안돼.
-싫어요.
-니가 무슨 투정부리는 애기냐? (나보다 나이도 많이 먹었으면서.)
-아니요.
-니집에 가.
-집 없어요.
+++++++
-야! 너 지금 내 인내심 시험하는거야?
그는 이내 눈망울을 글성거린다.
나의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려는 심산인가 본데, 난 결코! 절대로 모성애 따위 때문에 이사람 같은 불쌍한 남자를 내 집에 대려오지는 않는다구!
하휴휴휴휴휴휴!!! 너의 주군이라던 사람이 참으로 불쌍하다. 이런 놈도 수하라구 데리고 다니구..
-몰라! 마음대로 해.
으.. 결국 내 입에서 이 말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시고 아름다우신 차린님!!
-그래, 위대하고 아름다운건 맞는데 ..... 내 이름은 챠린이 아니야. 난 시우야. 유시우.
-네, 시우님. 제 이름은 아진입니다.
으아. 시우! 넌 이제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흑흑 .. 저녀석은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 난리지..? 자기 주군의 환생이란 사람이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데..ㅠ.ㅠ
어째든.. 정말 무지무지 부담된다. 나보다 나이 한 5살은 더 많아보이게 생겼는데, 난 이대로 계속 반말을 써야 하는 걸까? 부담된다.
저 사람을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여기 옆동네가 바로 정신병원인데.. 신고할까? 실직해서 정신히 나간 사람일지도 몰라. 요즘 실직한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저사람의 가족은 무지 걱정할거야. 얼굴에 핏기가 없고 빼적 마른게 몇일은 굶은 사람 같군. 우선 밥을 먹이자. 그럼 제정신으로 돌아올지도 몰라.
아잇. 지금 내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지? 정말 저인간 때문에 미치겠군. 정말 길잃은 개처럼 열심히 날 쫒아오네. 아직두 싱글벙글이야. 정말 저사람은 날 주군으로 믿는 걸까? 다른 생각이 있는거 야냐?
생긴것과 다르게 아주 나쁜사람일지도 몰라. 어쩌면..... !! 에잇. 바보같은 생각 말자. 저 생각없어보이는 얼굴을 봐. 정말 불쌍한 사람같다. 우리 할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잖아. 불쌍한 이를 도우라고..
벌써 해가 져 가네.. 저사람한테 많이 붙잡혀 있었나 보군. 배고프다. 빨리 집에가서 라면끓여먹어야지. 어제 계란 한판 샀으니깐 오랜만에 풀 옵션으로 해먹는 거야. 근데 김치가 얼마나 남았지?
어제 다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잉.. 라면먹고 싶다. 어? 서서히 우리집이 보이는 구나. 가자마자 물끓여 놔야지! 와~ 사랑스런 나의 집이여...
난 낡은 버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젹여서 열쇠를 찾아냈다.
삐그닥.. 챠앙....
구린 철소리를 내며 버스의 문이 열렸다.
-라며어언~!!@
나는 소리를 치며 부억으로 달려갔다. 부억이라고 해봤자 의자 두개 위로 나무판자를 얹고 그 위에 버너 한개와 부탄가스 몇통, 이나간 그릇 몇개, 검게 그을린 양철냄비 두개가 전부였다.
우리집, 이곳이 나만의 보금자리이다. 벗겨진 페인트칠 사이로 드러나온 붉은빛을 내뿜는 녹슨 철이 기나긴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20년 전만해도 서울 시내를 신나게 달렸을 시내버스. 이곳의 나의 집이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숲속에 버려둔 이 버스는 저녁노을이 비추면 꽤나 운치가 있다. 그리고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곳,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집이다.
난 익숙한 솜씨로 냄비를 들고 뒷마당에 받아둔 빗물을 한바가지 뜬다. 재빨리 버스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너에 불을 키고 물을 끓인다.
-빗물로 요리를 하세요?
아차. 세상에! 라면생각에 저 아진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까맞게 잊고 있었다.
난 아닌척 태연하게 대꾸해 준다.
-응. 어릴때 부터 그랬어. 난 할머니한테 요즘 비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매일매일 설명해 줬는데도 할머니는 못알아 들으시더라구.
그런데, 이상한건 지금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난 자꾸 빗물에 애정이 가는 거 있지?
-....
-기다려. 곧있으면 맛있는 라면이 완성되니깐~!
-저기 시우님.
-왜그래요 아진님?
난 라면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아진이라는 사람과 유치 뽕짝을 맞춰준다.
-아니. 시우님. 저에게 님이라뇨?
-넌 별의 별거에 난리구나. 장난이야. 걱정하지마. 절대 널 존경하거내 해서 님이라고 한 거 아니니깐.
-그래도..
-자꾸 그럴래? 너 그러다가 갈굼을 당하는 수가 있다.
-..... 차린님은 저에게 아진님이라고 한 적은 없었어요.
또 시작이군.
-특히나 챠린님께는 절대 반말같은건 못쓰죠. 그건 절대 금기사항이니깐요.
-아. 그래서 내가 너한테 반말쓰는게 자연스럽구나.
-네?
-몰라. 괜히 부담스러웠어. 니가 나한테 존댓말 쓰는게..
-그럼 반말쓸까요?
-절대 금기라매?
-시우님이 바꾸면 되죠.
-꿈도 꾸지 말아랑.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당~
짜식. 내가 만약에 진짜 너의 주군이였다면 방금 네가 한 그 말은 결코 그냥 넘어갈 사항은 아니였을꺼다.
-시우님.
-왜?
-근데요. 원래 이러고 살으셨나요?
-...+ 왜? 뭐가 어때서?
-집이 너무 지저분해요.
-사람이 사는데 어느정도는 지저분해야지 안그래?
-저기.. 시우님이 말씀하시는 그 어느정도의 제한은 없는가봐요?
쿵!
-말이 지나치다아!
기껏 불쌍히 여겨 대려왔더니 이래저래 말이 많군.
사실 그럴만도 하다. 청소라고 해본지가 언제더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는 내가 청소한 날을 기억해내느라 짐땀을 빼고 있는 동안. 그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물건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
-쳇. 짜식! 그래두 밥값은 하려구 ....
그녀석은 나에게 싱긋이 웃어보인다. 어쭈. 쬐끔 마음에 든다.
쨍그랑!
-뭐 뭐야?
-죄.. 죄송해요, 시우님..
으이구.. 그럼 그렇지. 내가 니 사고칠줄 알았어.
아진은 이내 눈물을 글성인다. 아이궁.. 내가 미쳐요...ㅠ.ㅠ
아. 제길.. 또 망상에 빠져들려고 한다. 난 감상에 젖어 주저리 주저리 거리는 걸 싫어하는데.
-혼자 사시는 걸 보니깐 부모님과 할머님은 돌아가신건가요?
윽.. 내가 궂이 말 안해도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보는군.. 눈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자식.
-아니. 틀렸어. 아빠, 엄마는 멀쩡히 살아계지구, 할머니는 3년전에 돌아가셨구..
우리 엄마아빤. 내가 아주 어릴적 이혼했거든. 각자 새살림 꾸리고 살어.
-....
-난 할머니랑 이곳에서 살았어. 이 버스에서. 나와 할머니는 이 버스를 무지 좋아했지.
힛.. 이 버스 사실은 여기 있던거 아냐. 산속에 누가 버려뒀었는데 나랑 할머니가 같이 여기로 옮겨가지고 왔지. 사실 우리 할머니, 무지 장사였거든. 한대 맞으면 그냥 뻗어버린다니깐.
-저기 시우님..
-왜? 너무 내 얘기가 감동적이냐?
-아.. 아니여.... 음식이 타는 것 같은데요..
-으아아아악!!!
황급히 냄비를 향해 뜀박질 쳐 뚜껑을 열어보지만.. 이미.. 라면은..... 도저히 면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뿔어 쌔카맞게 냄비에 눌어붙어 있었다.
제길! 이를 어째!! 내가 저녀석의 꽴에 빠져서.. 으그그그..!! (엥? 뭔말이여? ) 내 라며어언.. 돌려줘!!
난 아진의 목덜미를 잡고 마구 흔들어 대며 통곡한다.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풀옵션 초대용량 라면이였는데..
-물어냇! 물어냇! (라면의 죽음?에 정신이 나간...@.@)
-넷? 네에... 아.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리세요~!@
-엥.?...
아진은 간신히 나의 팔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간다.
-조금만 기다리세요오오오오오!!
아진의 목소리가 여운이 되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부글부글부글...
-시우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이래뵈도 요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깐요!
음~ 부대찌개 냄새가 온 버스안을 가득 채운다. 냄새만 맡아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그런데 아진. 이거 다 어디서 났어?
-길거리로 조금 나가다 보니깐 정육점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가져왔어요.
-가져와?
-네.
음.. 뭔가 .. 어딘가 좀 이상했지만.. 난 무지 무지 배고팠으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아지인~ 빨리.. 나 배고파..
-네네.. 이제 다 됐어요..
아진은 아직도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 있는 냄비를 탁상위에 놓았다.
그가 뚜껑을 열자 말로 형용할수 없을 만큼 무지 먹음직한 향기와 함께,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붉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잘 익은 고기! 앗. 쇠고기다. 쇠고기!!
-와아아~
나는 숟가락을 들고 나먹어 주십쇼 하고 춤을 추고 있는 큼직한 고깃덩이를 과감히 떠서 입안에 넣는다.
꿀꺽..
아아.. 감동.. 쇠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였다니..
-아진! 최고야!!
-뭘.. 이깟 부대찌개 가지고... 제가 살고있는 곳에서 이정도는 실력도 아니죠.
-진짜? 어딘데? 거긴 요리사들만 모였나봐!
-네 맞아요. 거긴 음식가거든요. 괭장히 유명한 곳이죠..
-아아.. 거기야! 내가 꿈에도 그리던 낙원이!!
-하..하하.. 그러세요?
-어딘데? 나 꼭 데려갈꺼지? 나 꼭 갈꺼야.
-물론이죠. 하지만 막상 말씀드리면 또 절 갈구실지도 몰라요.
-응?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이계가 아니에요. 마계죠..
-푸아아악!!
그만 나는 입에 가득 물고있던 아까운 궁물을 아진의 면상에 퍼붇고 말았다.
-케.. 케엑.. 마계라고?
-.. 맞긴.. 맞는데요.. 그전에 휴지좀 주실래요?
-앗.. 미안 아진.
그는 내가 건네준 휴지를 재빨리 손에 둘둘 감아 얼굴을 닦는다. 내가 밷은 거지만.. 무지 더럽다.
-니가 인간이 아니라고 하던건.. 그럼.. 넌..
-전 인간이 아닙니다. 마족이죠.
으아. 또 시작이다. 이건 무슨 소설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어짜피 시작된 일, 나는 스스로를 정신병원의사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해 차근차근 물어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