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 제작
영국 | 드라마 | 12세이상 관람가 | 183분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라이언 오닐, 마리사 베렌슨, 패트릭 매기, 하디 크루거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가 1844년에 출판한 피카레스크 소설 <배리 린든의 행운(The Luck of Barry Lyndon)>을 원작으로
역사상 최고의 영화 감독중 하나인 스탠리 큐브릭이 1975년에 만든 특유의 미장센, 깊이 있는 재현, 흥미진진한 스토리 그리고 당시로는 획기적인 촬영기법과 테마음악으로 더욱 유명한 영국 7년 전쟁 등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휘말리는 아일랜드 출신의 한 청년의 인생을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화려함과 전장의 치열함으로 그려낸 걸작 역사 서사물입니다.
18세기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 친척인 노라 브래디를 사랑하고 있던 청년 레드먼드 배리는 그녀가 영국 장교 존 퀸과 약혼하자 그에게 권총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에서 이긴 배리는 그대로 더블린으로 달아나지만, 도중에 강도를 당하고 만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던 그는 영국군에 입대해 7년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데...
영화의 내용은 18세기 유럽을 무대로 레드몬드 배리라는 인물의 파란장장한 일대기이며 7년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아일랜드인 레드몬드 배리가 영국군, 프로이센군을 떠돌며 파란만장한 유랑의 삶을 사는 레드몬드의 이야기인 1부와 린든가문의 귀족 미망인과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이루며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2부로 구성되어 있고 공을 세우고 '배리 린든'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 것과 그로 인해 합류한 상류층에서 어떻게 몰락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이언 오닐이 연기한 주인공 레드몬드는 미워할 수도 선호할 수도 없는 인물인게 완전 사악한 악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로운 인물도 아닌, 적당한 속물에 기회주의자이며 바람둥이고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출세의 도구로만 이용한 인물인데 그럼에도 자신의 아들에게는 매우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였고, 대신 양아들에게는 아주 못된 인물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야망과 가족 관계 사이의 갈등은 이야기의 중심이며 레드몬드의 야심 찬 사랑 추구가 결국 절망으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사랑과 야망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사랑에 치인 청춘에서 야망에 사로잡힌 남자로 변하는 배리의 모습은 인간의 감정과 본성의 복잡함에 대한 가슴 아픈 성찰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이 18세기 로코코 시대 영국 귀족문화로 데리고 들어간듯한, 스냅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한 폭의 회화 같은 장면들이 연속되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으며
중세시대 그림을 보는듯한 카메라 앵글과 조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배경들과 소품, 의상은 현대의 작품들 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되었는데 특히 이 극치에 오른 영상미와 영화속 클래식 음악과의 앙상블은 한 인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명성,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허망함을 극대화시킵니다.
<The Beauty Of Barry Lyndon>
<배리 린든>은 현대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과 촛불만을 사용한 작품으로 유명하며 이는 그때의 느낌으로 가야한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지론으로 현대 조명기기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으며, 촛불만을 이용하기 위해 NASA와 자이스에서 달 뒷면을 촬영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조리개 계수 0.7짜리 렌즈를 썼고 그 결과 초점이 맞는 영역이 매우 작아짐으로써 이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카메라 구도가 정말 섬세하며 각 장면에 맞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데에 가장 적절한 구도를 사용했으며 한 나라의 도심지와 그 나라의 촌지가 갖고있는 매력을 담아 18세기 유럽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유럽의 복잡한 사회적 규모와 계급을 파헤쳤으며 또한 18세기를 풍미했던 의상과 패션을 언급 안 할 수 없는데 시대별 의상의 묘사는 그저 눈부시며 군인들의 정교한 드레스부터 신사들의 정장, 숙녀들의 브링블링한 의상까지 그 시대의 패션 감성을 놓치지않고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배리 린든> OST Sarabande - Handel
영화의 주요 테마로 쓰인 헨델의 하프시코드 조곡 D단조, 사라방드가 유명하며 굵은 음과 가늘면서도 섬세한 선율이 공존하는 특징은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사라방드는 18세기, 즉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지만 헨델이 작곡한 것이 아닌 이전부터 전해져오던 노래들을 모은 일종의 모음집으로, 헨델의 버전이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았을 뿐이며 사라방드의 유래에 대해서는 16세기 멕시코의 한 문헌에서 '사라반다' 라는 말이 기록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당시 멕시코는 아즈텍 문명이 스페인에게 종속 및 식민화 되고 있었고 즉, 영화의 배리처럼 귀족이 아닌 보잘 것 없는, 귀족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하등하고 비천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하등하고 비천한 노래가 스페인으로 넘어가 스페인에 널리 퍼지고 특히 궁정에서도 춤을 추는 데 즐겨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마치 영화 속에서 배리가 린든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귀족 사회에 발을 디딘 것과 오버랩되지만 그 영광도 오래가지는 않았는데 귀족들의 음악이 되어버린 사라방드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교회의 막강한 권력으로 금지시켜버리며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잠깐 사라지는 것처럼 이야기 속 배리가 상류층 사회에서 몰락하는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각자 취향대로 좋아하는 감독을 천재라고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이 천재였다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며 1964년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1968년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1971년 <시계 태엽 오렌지> 이른바 SF 3부작은 오늘날 봐도 시사하는 메세지가 상당히 강하고 당시로서는 혁명에 가까운 촬영기술을 통해서 빛과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영상미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점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합니다.
SF 3부작 세 편이 연달아 크게 히트하고 작품성까지 인정 받으며 절정의 시기를 누리다가 60년대에 4편을 연출했던 그가 70년대에는 불과 2편의 영화만 연출하는 등 연출속도가 상당히 줄었는데 이는 계속 걸작 행진을 벌인 그에게 이후 차기작이 다소 부담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리뷰 참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리뷰 참고
<시계 태엽 오렌지> 리뷰 참고
18세기 역사 서사극 연출은 그의 커리어중에서도 독특하지만 이미 1960년 고대 로마 서사극 <스파르타쿠스>를 통해서 대서사극 연출을 한 바 있고 제작자 겸 주연인 커크 더글러스와 커다란 마찰로 스탠리 큐브릭은 자기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배리 린든>의 경우는 스탠리 큐브릭이 직접 각색까지 담당하고 제작도 하여 완전히 자기만의 영화로 만들어냈고 1957년작 <영광의 길>에서 보여주었던 반전성향을 <배리 린든>에서도 18세기 형 전투장면을 거의 인해전술같이 무모한 죽음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줍니다.
<스파르타쿠스> 리뷰 참고
<영광의 길> 리뷰 참고
제4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 편곡, 의상, 미술상을 수상한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답게 복식, 구도, 연출 등 모든 영역에서 당시 최고 수준급이지만 다소 느린 진행과 3시간이라는 상당히 긴 분량의 러닝타임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고 연출작 중 가장 심심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스탠리 큐브릭의 최고작으로 뽑는 등 매니아들도 많습니다.
대형 작품이다보니 스타급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조건하에 제작비를 지원받았는데 <러브 스토리>로 스타덤에 오른 라이언 오닐과 세기의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물망에 올랐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먼저 선호한 인물은 로버트 레드포드였지만 그의 거절로 라이언 오닐에게 배역이 돌아갔는데 아쉽게도 라이언 오닐은 <러브 스토리> 만한 인기작을 만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고, 로버트 레드포드는 <스팅>이 대박을 치면서 꽃길만 걷게 됩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라는 너무 방대하고 느릿한 전개, 평이한 내용을 타파할 만한 수려하고 아름다운 화면과 굉장히 깔끔한 편집, 많은 대사 보다는 세련된 연출에 더 치중된 느낌이 강하며 제작비 아낄 줄 모르는 스탠리 큐브릭의 특징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에 대한 여러 차례의 재촬영, 오랜 기간의 촬영기간 소요 등 예산을 훌쩍 초과했고, 라이언 오닐은 반복되는 재촬영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라이언 오닐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대사보다 내레이션의 대사가 더 길다는 것을 알게되자 스탠리 큐브릭에게 장난삼아 내레이션 역할을 요구했는데 그것이 스탠리 큐브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이후 두 사람은 다시는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리 린든> 명장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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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탠리 큐브릭은 정말 현대영화의 초석을 다진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