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소>의 참여형 콘텐츠 ‘질문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생존자, 유가족의 글을 싣습니다. 잊혀서는 안 될 사회적 참사,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또 생각해야 할까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이지현(25) 씨 동생 이아현(23) 씨가 여러분의 질문을 읽고 답변을 드립니다. (~10월 29일 일요일까지)
안녕하세요, 23살 이아현입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사랑하는 큰언니를 잃었어요. 저희 가족은 갑자기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겨우 버텨내고 있어요. 1주기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10월이 되니 하루하루가 더 힘드네요. 원래 잘 안 우는데, 29일이 다가오는 걸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저희 가족의 지난 1년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답답한 상황이 정리된 게 아무것도 없으니 제대로 슬퍼하지도, 쉬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삶 전부요. 사실 전 일상을 지켜내기 바빠서 주위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시민 단체나 국회의원 등… 유가족에게 도움을 주려고 묻는 거겠지만, 막상 주위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곤란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참사 후로 저와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하나밖에 없거든요. 저희 언니요. 많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같은 마음이겠죠?
큰 언니 밑으로 저와 여동생, 남동생이 있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까지 저희 가족은 다섯 명이에요. 전라북도 한 지역에서 부모님은 9년 정도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셨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햄버거예요. 웃기게도 부모님 가게보다, 다른 가게 햄버거를 더 좋아해요. 언니는 제가 기운 없을 때 햄버거를 사주곤 했는데, 요즘 그 생각이 많이 나요.
보고 싶은 큰 언니 이름은 이지현입니다. 저보다 두 살 많아요. 언니는 예비 신부였어요.원래 대로라면 작년 12월에 결혼해서 고등학생부터 사귄 형부와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거예요. 작년 10월은 언니가 한창 결혼 준비한다고 바빴던 시기예요. 참사 전날에는 웨딩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찍은 사진 중에 언니가 드레스를 입고 풀밭에 앉아 있는 사진이 있어요. 그 사진을 보면 언니가 숲 속 어딘가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엄마도 그 사진을 참 좋아해요. . . (생략)
언니와 찍은 ‘인생네컷’이에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20대 여성 같죠? 다행히 지난 1년 동안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거나 그런 시선을 받은 적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말을 안 했거든요. 주변에 제일 친한 친구들이나 본가 쪽 사람들 아니면 대학교 친구들은 거의 몰라요. 그래서 일상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측은한 눈빛을 보낸다거나 그러지 않아서요. 날 애처롭다거나 안쓰럽다거나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는 건 오히려 더 싫어요. 알게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길 바라요. 여러분도 절 그냥 편하게 대해줄 수 있으시죠? 가끔 친구들이 위로 해주면 고맙긴 한데 오히려 그런 위로를 받았을 때 마음이 막 말랑말랑해져요. 그럼 전 약해져요. 다잡은 마음 또 다시 다잡아야 되니까 그때마다 힘들어요.
부모님한테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엄마랑 아빠는 올해부터 서울에 자주 가서 집회도 하고 추모도 해요. 유가족 협의회 분들과 친해져서 엄마는 특히 유가족분들을 많이 의지하고 있으시고요. 아빠는 아직 마음이 어려운 것 같아요. 언니 사진을 들여다 보는 걸 아직 힘들어 해요. 지난주 일요일에 아빠한테 저녁에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그날 전주 분향소 다녀와서 유가족분들이랑 저녁 먹고 술을 좀 많이 드셨대요. 원래 술을 잘 안 드시는 분인데 말이죠. “작은 딸 뭐해?” 하다가 갑자기 엉엉 우시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순간 심장이 덜컥했어요. **다시 작년 10월 29일 그날 아침으로 돌아간 듯이 아빠가 우는데, 왜 우는지 말 안 해도 전 알죠. “집 앞 CCTV를 보는데 지현이(큰 언니)가 집에 안 온다”. 저도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아빠는 저한테 미안하다고, 딸한테 전화해서 괜히 아빠가 더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가족 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는 아빠라서 그날이라도 마음껏 울 수 있게 같이 목 놓아 울었어요.
언니 빈 자리를 제가 어떻게 채우겠어요. 그래도 힘이 되는 딸이 되고 싶어요. 엄마가 우리 가족 중에 언론 인터뷰를 도 맡아 하고 계셔요. 맨날 전화할 때 마다 “엄마 인터뷰하느라 전화 못 받았어~” 이러시고 그래서 오늘 언니 이야기하는데 마음이 힘들었다고 이야기도 하시고, 그런 말 들을 때 엄마 대신 제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진짜 컸어요.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언니가 저보다 셋째 동생을 더 좋아했어요. 자매들끼리 그런 거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맨날 셋째 동생 보다 더 잘 하는 거 언니한테 어필했어요. “내가 쟤보다 잘했다~ 그치?” 이렇게요. 이번에는 완전 같은 마음은 아닌데 여동생은 아직 힘들어서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하니까, 제가 한다고 한 것도 있어요. 지금 언니 이야기를 제가 하지 않으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또 없을 수 있잖아요. 최근 나온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https://www.yna.co.kr/view/AKR20231025076500005)라는 신간에도 인터뷰이로 참여했어요.
이 글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탓하는 댓글이 달리지 않기를 바라요.
SNS에서 사람들이 “그냥 놀러 갔다가 그런 건데 왜 유난이냐”는 식으로 말하는 게 진짜 제일 싫었어요. 왜냐하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에 고등학생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이태원을 찾았어도 사고가 생긴 걸 왜 개인을 탓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심지어 저희 언니는 지하철에서 내린 지 30분 만에 그 앞에서 바로 그랬는데… 그런 댓글 볼 때마다 하나하나 다 따지고 싶은데, 그럴 땐 그냥 핸드폰 꺼버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이니까요. 1년 동안 희생자 이야기를 관심 가지고 깊게 볼 생각도 없으면서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들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특히 포털 사이트 기사에 달리는 댓글 봤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요.
무섭지만 언니를 위해 용기 내서 여러분과 댓글 소통 하려고 해요. 이태원 참사를 다들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 글을 읽어주신 이유도 알고 싶어요. 날이 추워지니 언니의 소식을 들었던 그날이 생각나요. 아마 평생 제 몸은 10월 29일에 반응하겠죠?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단풍이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지만 그건 말이 안 되니까, 단풍이 오면 언니가 왔다고 생각해주세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저희 언니를 함께 기억하게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해. 이태원 맛집에서 밥먹고 '사람들이 모여있네? 뭐 재미있는거 하나보다.' 라는 마음으로 발을 디뎠을 수도 있는거고, 말마따나 분장하고 재미있게 놀자라는 마음으로 참가했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책임자를 찾고 엄중히 처벌해야지.
부모님 심정이 어떠실지 진짜 가늠도 안 돼서 글 읽다가 눈물 남.. 심지어 행정 부재로 백명 넘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재난당한 수준인데 할로윈 가져다 붙이면서 개개인한테 잘못 뒤집어 씌우는 인간들 때문에 유가족들 가슴에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 제대로 추모하지도, 추모 받지도 못하고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냔 말이야
첫댓글 사람이 몰리는 걸 알았고 매년 해오던 축제라 몇명이 오는지 통계데이터도 있었는데 대비를 안한건지 못한건지.. 윤석열은 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건지.. 책임자들은 왜 풀려나는건지... 다 대답이 없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해. 이태원 맛집에서 밥먹고 '사람들이 모여있네? 뭐 재미있는거 하나보다.' 라는 마음으로 발을 디뎠을 수도 있는거고, 말마따나 분장하고 재미있게 놀자라는 마음으로 참가했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책임자를 찾고 엄중히 처벌해야지.
잊지않을게요 ㅠㅠ
너무 슬프다 진짜..하
부모님 심정이 어떠실지 진짜 가늠도 안 돼서 글 읽다가 눈물 남.. 심지어 행정 부재로 백명 넘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재난당한 수준인데 할로윈 가져다 붙이면서 개개인한테 잘못 뒤집어 씌우는 인간들 때문에 유가족들 가슴에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 제대로 추모하지도, 추모 받지도 못하고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냔 말이야
아…….진짜 마음 찢어질거 같아ㅠㅠ 피해자 탓하는 새끼들 다 없애버리고싶다
정말 슬프고 속상해… 잊지않고 기억할게요 어떻게 그 마음들 다 감히 헤아릴수나 있겠어….
너무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