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구조는 10평대 아파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구조에요. 혼자 살기에 좁지 않지만 필요한 것들을 다 넣기에는 또 넓지도 않은 집이라 처음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어떻게 할지 정할 때 참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집중해야 할 부분에는 집중하고 포기해야 할 부분에는 과감한 포기가 필요했어요. 제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일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홈 오피스 컨셉의 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매매한 이후 5년간 따로 방문한 적이 없었는데, 공사 전 실측을 위해 오랜만에 방문한 집은 제 기억과는 많이 달랐어요. 제 기억 속 모습보다도 훨씬 낡고 좁은 느낌이었거든요. 어떻게든 집을 최대한 넓어 보이도록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본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기준을 정했어요. 1) 최대한 밝아 보이도록 화이트 톤으로 통일할 것 2) 눈에 걸리는 디테일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 3) 자재의 종류와 색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 4) 단순한 형태에 약간의 컬러 포인트가 있는 소품들로만 포인트를 줄 것 현관 Before 공사 전 문을 열었을 때 보이던 집의 모습이에요. 가뜩이나 좁은 공간인데 벽 쪽에 붙어있는 가구들의 선도 울퉁불퉁하고 재질과 색감이 모두 제각각이라 더 어수선하고 좁아 보였어요. 주방과 큰 방 사이 가벽도 공간 분리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지만, 동시에 공간을 더 좁아 보이게 만들고 있었구요. 철거 후 목공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의 모습이에요. 아직 가구들이 들어오기 전이지만 확실히 불필요한 디테일을 없애고 선을 깔끔하게 맞추니 전보다는 훨씬 정돈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현관 After 인테리어 공사가 막 끝난 현관의 모습입니다. 현관에서 주방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갤러리로 가는 복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색을 최소한으로 쓰고, 눈길을 끄는 디테일을 최소화해 전체적으로 공간이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중간에 눈에 걸리는 부분이 없도록 상부장, 하부장과 신발장의 라인을 맞춰줬고, 바닥 타일도 현관, 주방, 큰 방, 베란다를 모두 같은 타일로 깔아줬어요. 천장 등도 현관부터 주방, 큰 방까지 일자로 이어지도록 라인을 맞춰주었구요. 화장실 양 옆에는 갤러리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주황빛이 감도는 COB 다운 라이트를 시공해 주었어요. 신발장 중간에는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마스크나 열쇠 등 작은 소품 등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어요. 물건을 두고 쓰기 편하기도 하지만, 신발장에 약간의 깊이감을 더해줘 현관을 조금 더 넓어 보이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주방 Before 인테리어 전 주방의 모습은 참 처참(?)했어요. 오래되어 낡았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좁은 공간 안에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아 안 그래도 좁은 주방을 더 좁아 보이게 만들고 있었거든요. 주방 디자인을 계획할 때는 한 가지에만 집중했어요. '무조건 심플하게' 주방 After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은 아니라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주방은 요리하는 공간보다는 큰방 겸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 같은 느낌을 내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서 상부장과 하부장 라인을 현관부터 일자로 맞춰줬어요. 특이한 점이 있다면 상부장을 2단으로 제작한 점인데요. 라인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제작한 거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수납공간도 더 넓게 쓸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
또 하나 신경 쓴 부분은 주방과 큰 방 사이에 따로 가벽을 만들어 준 부분인데요. 공간은 확실하게 분리해주면서도 원래 천장에 있던 가벽은 철거해 전체적으로 전보다 넓어 보이게 만들 수 있었어요.
냉장고나 다른 가전들이 들어온 뒤의 주방 모습이에요. 상부장 아래나 벽에 뭔가 달려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요리를 자주 해 먹는 편은 아니라 인덕션과 싱크볼도 작은 사이즈 제품을 골랐어요.
마찬가지 이유로 인덕션도 2구 짜리 제품을 구매했어요.
냉장고도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투 도어 제품을 구매했어요. 인테리어 계획 단계에서부터 미리 제품을 골라 둔 덕분에 현관부터 주방까지 딱 떨어지게 라인을 맞출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남은 공간에는 작은 홈 카페를 만들었어요.
비스포크 냉장고를 구매하면서 와인 셀러도 함께 구매했어요. 와인 뿐만 아니라 칵테일 재료들도 여기에 같이 보관하고 있어요.
거실 겸 큰 방 Before
공사 전 거실 겸 큰 방의 모습이에요.
가장 넓은 공간이지만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뒤에 가구와 오브제로 꾸밀 계획이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 단계에서는 특별한 디테일을 추가하지 않고 최대한 깔끔한 도화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따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벽 선반을 설치하기 위해 목공 단계에서 합판으로 미리 보강을 해뒀다는 점이에요.
거실 겸 큰 방 After
인테리어가 끝난 큰 방의 모습이에요
큰 방은 주로 일을 하면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큰 방에서 가장 큰 포인트가 되는 건 벽 선반이에요. 처음 제품 사진을 보고 '언젠가 꼭 설치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제품인데,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면서 드디어 설치할 수 있었어요.
선반에는 제가 존경하는 분들의 초상화와 자주 읽는 책들을 진열해두었어요. 보통 책은 전자책으로 많이 읽는 편인데,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은 따로 종이책을 사서 모으고 있어요. 모은 책들은 매주 바꿔가며 진열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 제가 가장 집중해야 하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들 위주로 진열하고 있어요. 눈에 자주 보이면 행동에도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 같거든요.
너무 책만 진열해두면 답답하고 심심할 것 같아 제가 좋아하는 오브제들도 함께 진열했어요. 이 중에서도 특히 애정하는 건 카우스의 피규어에요. 첫 눈에 보자마자 반해서 바로 구매한 피규어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공간에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워요.
벽 선반 앞에 책상을 둬서 일하면서 계속 선반이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어요. 일하기 싫을 때 진열된 초상화와 책을 보면 다시 동기부여가 되곤 해요.
작은 공간이지만 일하는 중간중간 커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는 만족도가 큰 공간이에요
사진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가습기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선반 아래에는 즐겨 마시는 술들을 놓아두었어요. 대부분 술은 따로 와인 셀러에 보관하고 있지만, 눕혀 보관하면 안 되는 술들이 있어서 그런 술들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만들어둔 공간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친구들이나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해 칵테일을 대접하는 게 취미거든요. 혼자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기도 하구요.
가장 좋아하는 건 진, 그 중에서도 봄베이 사파이어를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첫 잔은 봄베이 사파이어로 만든 진 토닉을 만들어 마셔요.
사진에 나온 토닉 워터는 토마스 헨리 제품인데요. 보통 편의점에서 파는 토닉 워터보다 단 맛이 적어서 진 맛을 즐기기 좋아요. 혹시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도전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진 다음으로는 버번 위스키를 좋아해서 버번 베이스 칵테일도 자주 만들어 마셔요.
가끔은 제 입맛대로 레시피를 변형시켜 칵테일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요즘 새로운 잭콕 레시피를 발견해 열심히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있어요. 사진에 나온 콜라는 코카콜라의 새로운 제로 콜라 제품인데, 마셔보니 왕꿈틀이 맛이 나더라구요. 잭콕을 타서 마시면 맛있을 것 같아서 한 번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큰 방에는 암막 커튼을 설치했어요. 새벽까지 일하고 느지막이 일어나는 올빼미 스타일이라 암막 커튼이 없으면 잠을 푹 못 자거든요.
책상 뒤쪽으로는 침대와 행거를 배치했어요. 일하는 공간을 우선시하다 보니 침대와 행거는 되도록 작은 제품으로 골랐는데요. 침대는 더블 사이즈나 퀸 사이즈를 살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결국 슈퍼 싱글 사이즈를 선택했어요. 억지로 좀 더 큰 사이즈를 넣으려면 넣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공간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질 것 같았거든요.
행거도 마찬가지로 작은 사이즈를 골랐어요. 집 밖에 잘 안 나가기도 하고, 본가도 서울이라 자주 다녀올 수 있어서 가능했던 선택인 것 같아요. 아직은 큰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어요.
작은 방 Before
작은 방은 이 집에서 가장 신경을 덜 쓴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독특한 공간이에요.
방음 부스가 설치되어 있거든요. 제가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방음 부스 설치가 꼭 필요했어요. 어차피 방음 부스를 방 안에 설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 단계에서는 바닥 수평을 잘 맞춰주는 것과 미리 에어컨 배관 공사를 해둔 것 말고는 따로 크게 신경 쓴 부분은 없었어요.
작은 방 After
오히려 작은 방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문이었어요. 보통은 방 안쪽으로 문을 열리게 하지만, 방음부스가 안에 있으므로 문을 밖으로 열도록 하거나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야 했는데요. 문을 바깥쪽으로 열게 하자니 현관이 좁아 불편할 것 같았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자니 애써 맞춰둔 현관 쪽의 깔끔한 라인이 망가질 것 같았어요.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차피 방음부스에 달린 문이 별도로 있으니 이 문만 가려주면 될 것 같아 문 대신 커튼을 설치하기로 했어요. 완성된 모습을 보면 커튼이 또 하나의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주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스튜디오 내부 모습이에요. 전체적인 집의 컨셉이 올 화이트니까 부스도 비슷하게 꾸며볼까 하다가 스튜디오는 바깥과 단절된 느낌이 강한 만큼 색다른 느낌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방과는 다른 느낌으로 연출하면 오가며 일할 때 분위기 전환이 될 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올 블랙으로 꾸미되, 집의 전체적인 컨셉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 화이트를 섞어 블랙&화이트 컨셉으로 꾸며봤어요.
컴퓨터와 음향 장비들까지 모두 들어온 모습이에요.
베란다 Before
인테리어 계획을 세울 때 베란다를 확장할지 참 많이 고민했어요. 넓은 집이 아니다 보니 베란다를 확장해 더 넓게 쓰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고민 끝에 확장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창고로 쓰기로 했어요.
베란다 After
결과적으로 지금은 확장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리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하더라도 실제로 생활하다 보면 잡다한 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베란다에 만들어둔 창고 덕분에 다른 공간을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거든요.
만약 베란다를 확장했다면, 손님용 의자 같은 물건들을 따로 보관하기 어려워서 집이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졌을 것 같아요.
세탁기와 건조기를 베란다로 옮겨온 덕분에 화장실을 넓게 쓸 수도 있었구요.
마치며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좁은 공간일수록 확실한 컨셉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제 인테리어 경험이 소형 평수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공사 과정이나 이 글에 적지 못한 인테리어 소품 정보는 제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게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