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參會 제 283차 산행기 ( 정다운 금정산 )
☆일시: 2010.9.17.10:00~14:50 (점심12:30~13:20)
☆참가: 국은,춘성,아산,연암,태화,남계.매일생한.
☆간길: 금정산남문입구초소-자연생태학습연못-수박샘골-남문-휴정암-보리밥집-제2망루-성벽길-남문버스정류소-온천장지하철역
부산의 화려했던 명소 온천장이 어떤 한쪽에서는 금정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만남의 장소가 된듯하다. 온천장 지하철역입구에는 배낭을 맨 중늙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뛴다.
안 죽었으면 살아있고 살아 있으면 만난다는 아산의 명언처럼 우리는 7명이 만났다. 춘성표 양념이 들어간 모닝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다들 맛이 좋다고 하니 커피아지매가 우리들의 입맛을 잘 짐작한 모양이다.
아산이 교섭하여 7명이 만원주고 남문 초소 앞에 내렸다. 동문쪽 능선과 남문쪽 능선을 잇는 도로 위 구름 다리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입구에서 둥지산장까지는 목책난간과 나무판보도를 만들어 놓았다. 이 길은 낯익은 길이고 정이 깃든 길이다. 수 없이 많은 내 발자국이 찍혀 있고 내 숨결, 내 체온이 배어 있는 길이다.
급정차한 버스기사가 `개새끼`하며 고함을 지르자 놀란 승객들이 창밖을 보니 정말 개 한 마리가 놀라서 뛰어가자 모두 웃었다고 한다. 진실을 말 해야 통한다는 이야기를 춘성이가 했다. 기사가 욕쟁이가 아님이 증명 된 셈이다.
앉으며 `아야,` 계단 오르며 `아야` 하는 소리를 하지 말자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소리에 옆에 있던 미국인이 `웨 아유 고`라고 했다는 장면도 있었다고 하니 웃고 넘어갑시다.
一笑一小 一怒一老 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사는 것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고, 건강하게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면 웃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92년 버스교통사고로 실명한 김포 덕포진 교육박물관장 `이인숙`씨는 감동과 감사의 봉인을 풀 수 있는 비밀번호는 웃음이라고 했다. 웃음 없이 어떻게 사람을 만날 것이며, 어떻게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좌절 했던 나는 웃음을 되찾으면서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남문주변의 습지에서 흘러내려 오는 시냇물이모여 생태보존이 될 수 있는 연못을 곳곳에 만들어 잘 관리하고 있었다.( 산림관리인이 상주 하고 있었음) 깨끗하게 잘 닦아 놓은 평상에서 남계가 준비해온 송편과 야쿠르트를 잘 먹고, 그 빈 통에 연암이 잘 익은 매실주를 채워 주어 한잔씩 잘 마셨다. 술, 떡, 음료수 까지 잘 먹고 마셨다고 다들 감사 한 마음이고 베푼 사람 또한 흐뭇하다.
한 노인이 땅을 파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물었다.`거기서 뭐 하세요` `예 망고 나무를 심으려고요. 예, 망고를 따 드시려 구요. 아니 이제 나는 그때 까지는 못 살지. 그럼 뭐 하러 나무를 심으세요? 나는 여태까지 남이 심어서 열린 망고를 충분히 따 먹었어. 이제는 내가 망고 나무를 심어야 할 차례야.`
백로가 지나면서부터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새벽과 기운이 서늘해지는 저녁 밤에는 일년을 애타게 기다린 귀뚜라미들이 구애의 세레나레를 `귀뚜르르,귀뚜르르` 하고 맑게 울려 오드니 들에는 어느새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 할 걸/----/이 모든 순간이 다아/꽃 봉오리 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 봉오리 인 것을/
(정현종 시 - `모든순간이 꽃 봉오리 인것을` 에서- )
오늘의 코스 대장은 국은이다. 수풀이 욱어진 오솔길로 들어섰다 간간이 오르막이 있어 차츰 땀이 나기 시작한다. 수박골로 가는 길이다. 나무 그늘 사이로 부는 9월의 바람결은 땀방울을 가셔주고 코 끝을 싱그럽게 해 주지만 햇볕은 따끈따끈하다.
이 햇살이 날 곡알을 여물게 하고 밤송이를 벌려 알밤을 토실토실하게 할 것이니 오늘 우리가 흘리는 이 땀방울은 결실의 풍요로움이다.
수박샘의 물은 시원했다. 부적합의 不자는 누군가 희미하게 지워 놓았다. 그래도 우리는 한 바가지 씩 마셨다. 모두들 건강하니까!
외동딸이 밴도를 싸서 아비에게 주며 `아버님, 물 좋고, 정자 좋고, 반석 좋은 곳에 가셔서 잘 잡숫고 오십시오` 하고 보내드렸다. 영감은 밴도를 지고 종일 다니다 지쳐서 그냥 집에 돌아 왔다 그리고, 딸에게 `얘야, 네가 잘못했다. `고 뉘우치고 다음날부터 딸의 혼처를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춘성의 이야기다.
만물을 창조한 神 이 행복을 어디다 감추어 놓을까를 고민했다. 산꼭대기에 걸어놓을까? 깊은 바다 깊은 곳 모래 속에 숨겨 놓을까? 하다가 아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 놓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며, 지혜 있는 인간만이 찾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하니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진리 인가보다.
야시고개( 야시가 이쪽, 저쪽아래를 기웃거려보는 언덕배기를 야시고개라고 국은이 말해줌)에서 야시 같은 이방 마누라 이야기다.( 춘성) 인물이 반반한 이방마누라를 탐낸 삿또가 이방에게 내기를 걸었다. 음컴한 삿또는 만냥을 걸고 돈이 없는 이방은 삿또의 강요에 못 이겨 할 수없이 마누라를 걸었다. 첫 번째 문제는 문지방에 선 삿또가 `내가 방으로 들어가겠느냐, 밖으로 나겠느냐 이다. 이는 삿또 제 마음이니 이방이 질것은 뻔한 이치요, 두 번째 문제는 해가 뜨는 동쪽에서 해지는 서쪽까지는 몇리냐고 물으니 이방이 알수없어 또 지고, 세 번째는 삿또 제 불알이 몇냥이냐고 물으니 이방이 어찌 알 수 있으랴. 내기에 진 이방이 새달 보름까지 마누라를 삿또에게 보내야 하니 밥맛도 없고 잠도 못자 끙끙 앓아대는 속을 마누라가 무슨 일이냐고 꼬치꼬치 캐물어 전후사정을 알게 되었다. 마누라가 보름날 몸단장을 곱게하고 삿또를 찾아갔다. 삿또와 내기를 다시 하기로 하고 삿또가 이기면 약속대로 수청을 들 것이며 삿또가 지면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하였다.
첫 번째 문제에서는 삿또가 밖으로 나간다. 안으로 들어오면 내 새끼다. 라고 하니 삿또가 진것이고, 두 번째 문제에서 내가 친정가는 길에 해 뜰 때 출발하여 해질때 도착했으니 6십리다.고 하니, 삿또가 재어 본 것도 아니라서, 할 말이 없었고, 세 번째 문제의 답은 우리집에 소를 잡았을 때 불알을 30냥 받고 팔았으니 30십냥이다고 하니 삿또 불알 을 내다 팔수도 없으니 삿또가 곰짝 없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야시같은 이방마누라의 기지가 발휘된 재미난 사설을 춘성이 신나게 읊었다
언제나 조용한 휴정암을 지나 보리밥집으로 갔다. 고개 위 1번 주막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이 길손의 마음을 잡아 흔든다. 채소 갈리는 주모가 올라오라는 듯 은근한 유혹을 보내는데,보리밥집에 예약해 놓지 않았으면 발길을 옮길 것도 같은 마음이었다.
보리밥집 아지매의 친절 또한 정이 넘친다. 오랜만에 왔다며 약간의 원망이 비친 듯한 몸 부딪힘에 아산은 싫지 않은 얼굴이고 파전 맛이 특별하다는 말의 성찬을 솟아냈다. 고향의 장맛은 여전하고 즐겨 마시는 생탁 맛은 금정산에서도 그 맛이었다. 팔월염천에 먹었던 된장, 보리밥맛도 변함이 없었으니 금정산 남문의 인심도 여전하구나.
바쁜 일 이 있는 국은은 케이블카 타고 먼저 내려가고 우리 여섯은 뒷 풀이 산책삼아 성터길로 들어섰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고, 식물들은 자연에 순응하고 때를
놓치지 않는다. 만물은 머지않아 겨울이 다가 올 것을 알고 제 갈 길을 준비한다. 마지막 남은 햇살이 강열하건만 억새는 속대를 피워 올렸다.
빗긴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가을 바람소리/ 은은히 들린다./ /여름 내 달구어진/ 정열도/ 사랑도/ 하이얀 세월 속에/ 너울 너울 흐른다/---(중략 )
( 국은 박석현 시집-은빛 수첩 중- 억새의 눈물에서)
선현들의 얼이 묻힌 성벽을 따라 제2 망루에 올랐다. 대갈통을 조심하며 돌담에 올라서니 저 멀리 고당봉이 눈앞에 있고 온천장시가와 동래 읍성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외적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파악되니 수성에 한치의 착오가 있었으랴. 진정 망루가 있어야 할 위치였음이 절감된다.
비오면 사태 나고 깎인 비탈길은 미끄러우니 등산객의 안전 또한 위험하다. 토사 실려 내려가는 것도 방지하고 풀숲이 무성하여 둔덕이 보존되도록 등산금지 하는 휴식년제로 가기보다는 목책계단을 설치하여 주변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
부담 없이 낮 익은 금정산 남문 등산길을 이목, 저목 빠짐없이 섭렵하며 장장 3시간 30분을 걸었다. 피곤하지 않도록, 적당히 쉬어가며 즐겁게 걷게 한 두분 사무라이(국은, 연암 )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산삼회가 가는 곳은 언제나 웃음과 즐거움이 있음을 확신한다.
첫댓글 거의 완벽한 재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꽃 봉오리 ~ 과거는 가버렸고 내일은 확약이 아니지요. 오직 현재만이 의미가 있지요. 현재여 네가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되어다오 ~ 김춘수의 꽃의 한 부분을 차용해보았어요. Now, Here! 지금 여기서 그대의 모든 것을 꽃피우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데도 인생은 없다. Nowhere!
참 좋은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오늘 나하고 함께 있는 친구가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지요. 만물이 익어 숙성되는 이 좋은 계절 우리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입시다.
망고나무 심는 노인 처럼 농익은 삶을 살아가는 산삼회원님의 금요산행이 정겨워 보입니다. 현장감 넘치는 산행기를 올려 준 매일생한님 수고하셨소. 동참한 듯 즐거웠다오.
격려와 성원에 감사하며, 늘 함께 있는 듯한 느낌으로 든든합니다. 열심히 꾸준히 이어 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