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사는 집 현관문주위에 핀 자주 달개비 꽃입니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화사하게 핀 달개비 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시멘트바닥과 문 벽의 좁은 틈 사이로 올 봄부터 난초 잎처럼 긴 잎을 곧추세워
현과 주위 세 곳에서 새벽부터 피운 꽃잎은 아침에 보랏빛으로 활짝 피었다가
*저누리 때면 꽃잎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자연적으로 핀 꽃이라 꽃 명을 몰랐는데 페이스북에서 김성호시인께서 알려주었습니다.
*저누리: 강원도 원주에서는 점심과 저녁 중간시간을 저누리, 혹은 제누리라 합니다.
달개비 꽃말과 전설 : 외로운 추억, 짧은 즐거움, 순간의 즐거움.
옛날 어느 곳에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성실한 남편의 외모도 출중하였지만,
부인의 미모는 그 화사함이 눈이 부실지경이었기에
소문은 금세 온 고을로 퍼졌습니다.
고을 사또가 미모의 소문을 듣고,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런 소문이 떠 돌까?
궁리와 궁리 끝에 꼬투리를 잡아 금실 좋은 부부를 관아로 불러들였습니다.
사또가 불러들인 부인의 모습을 직접 바라보니 과연 소문이 자자한 대로
부인의 미모는 실로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첫눈에 반해버린 사또는 금세 흑심이 생겨 부부에게 없는 죄를 만들어
남편을 감금 해놓고 부인에게 사또의 말을 들으면 남편을 풀어 준다며
달래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갖은 방법을 모두 써보았지만
부인은 사또의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부인의 냉정한 외면에 욕심과 화를 참지 못한 사또는 그만
남편에게 엄청난 죄명을 덮어씌워 극형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억울하게 죽자 부인은 대성통곡을 하며 남편을 묻어주고
남편의 무덤 옆에서 슬픔을 견디지 못해 그만 부인도 죽고 말았습니다.
이듬해인 따스한 봄날 남편의 무덤가에 아름다운 봄꽃이 피었는데
그곳이 바로 부인이 슬피 울며 죽었던 그 자리였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부인과 남편의 억울한 죽음의 영혼을 달래주고자 제를 올려주고
부부의 억울한 죽음을 달랜다는 의미로
무덤가에 핀 꽃 이름을 달개비 꽃이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덤가에 핀 달개비 꽃은
아침에만 화사하게 활짝 피었다가 12시가 넘으면
꽃잎을 돌돌 말아 아름답게 핀 꽃잎을 삼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눈부신 아름다움이 죽음을 부른 화근이라 꽃잎에 원한이 맺힌 까닭일까요?
아름다운 꽃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뽑혀 행여 무덤마저 잃게 될까
화사하게 핀 꽃잎을 돌돌 말아 꾸역꾸역 삼키는 저 달개비 꽃
전설이 너무 애처로워 달개비 꽃을 보는 제 마음이 울컥울컥 슬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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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내용은 다음카페에 떠돌아다니는 내용을 조금 더 애절하게 표현하고자
본문의 내용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글 수정자| 소군 강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