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민 서울신문 문체부 기자] "머그샷"
스코티셰플러는 남자 골프 세계1위다. 올해 미국프로골푸 (PGA) 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네 차례나 했다.준우승도 두 번 했고, 모든 대회에서 25위 안에 드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낸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때 체포 소동을 겪으며 '머그샷'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까지 찍었다. 사연은 이렇다. 2라운드 경기에 나서기 위해 새벽녘 대회장으로 향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대회장 인근 도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셰플러는 사고를 수습하던 경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차를 몰았다는 이유로 연행된 것이다. 구치소에 잠시 수용됐다가 풀려난 세플러는 경기 시작 시간에 빠듯하게 대회장에 도착해 출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 셰플러를 응원하는 한 갤러리가 인상에 남았다. 그는 그새 촬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셰플러의 머그샷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머그샷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이고 조상권 문제가 불거졌을 수도 있을 텐데, 셰플러는 딱히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않았다. 미국에선 경찰에 체포되거나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거나 단기형을 선고 받은 경우 구치소에 수용된다. 이과정에서 범죄 혐의 종류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머그샷을 찍고 일반에게 공개된다. 미국의 정보자유법 (정보공개법)에서 머그샷을 공개정보로 분류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8월엔 도널드 트럼프가 전. 현직 미국 대통령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머그샷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으로 기소된 트럼프는 애틀랜타에 소재한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서 체포 절차를 밟았다. 이전 세 차례 기소에선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머그샷을 피해 갔지만, 이때는 구치소 측이 원칙을 고수해 촬영이 이뤄졌다. 변호인단이 미리 검찰과 합의해 트럼프는 보석금 20만 달러 (약 2억 7000만 원)를 내고 20분 만에 풀려났지만, 트럼프의 머그샷은 예외 없이 곧바로 공개됐다.
투럼프는 자신의 SNS에 머그샷을 올려 반나절 만에 수천만 조회 수를 올렸다고 한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한 발 더 나아가 티셔츠, 모자, 머그잔, 텀블러, 포스터, 차량 스티커 등 머그샷을 활용한 기념품을 판매해 단기간에 수백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니 미국은 정말 머그셧이 일상화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올해 1월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되며 제한적이지만 머그샷이 공개되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특정강력. 성폭력 범죄 피의자에 한정해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했는데, 이때도 피의자 동의 없이는 머그셧 촬영과 공개가 어려웠다.
이때문에 공개가 결정되면 현재 모습과 거리가 먼 신분증 사진이나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검거 당시 사진 등으로 머그샷을 대체하곤 했다. 이제는 특정강력. 성폭력범죄에 더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내란. 외환, 폭발물 사용,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중상해. 틋수상해, 조직. 마약범죄 피의자 및 피고인까지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확대되고 동의없이도 머그삿 촤령과 30일간 온라인 공개가 가능해졌다.
머그샷 공개는 범죄 예방과 억제,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워에서 이뤄졌다. 물론 인권 침해와 2차 피해 우려도 뒤따른다. 수사 과정에서 머그샷이 공개됐는데, 재판 결과 무죄가 나온다면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볼 수 맀다. 우리 사회에도 머그샷이 남용되지 않는 선에서 올바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