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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통일교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기 위해 문선명 왔다는 교리를 내세웠다. 정명석은 기존 교회에서 채워지지 않은 신앙적인 갈급함을 통일교에서 해소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통일교로 옮긴 정명석은 문선명 주도 아래 유효원이 집대성했다는 원리강론에 심취했다. 성경을 재해석하는 방식과 종말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익혔다. 정명석이 통일교에 심취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통일교의 중심 교리이자 사상적 토대였던『원리강론(原理講論, Divine Principle)』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드소마 대한민국 3편 : 대한민국에 뿌리내린 통일교 세계관‘ 에서 언급했지만, 통일교의 근간이 되는 원리강론은 당시 최고의 엘리트라 불리던 유효원이 집필한 교리서로 성경에 대한 독자적 해석을 바탕으로 인류 타락, 예수의 사명, 구속의 실패, 그리고 새로운 재림주(문선명)의 출현에 이르는 구원의 섭리를 재구성한다. 원리강론에는 하나님이 창조 때부터 ‘이상 가정’을 이루기 위해 인간을 지으셨는데, 성장 기간 중 성적 관계를 맺는 ‘타락’을 저질러 하나님의 뜻을 저버렸고 그 결과 인류는 ‘사탄의 혈통’ 아래 놓이게 되었다고 기술한다.
성적 타락 중심의 인간론은 통일교 교리의 핵심이며, 이후 재림주의 역할과 성적 정결 회복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토대가 된다. 통일교에서 행하는 ‘축복결혼식’(Blessing Ceremony) 이른바 영혼의 결혼식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의식은 단순한 결혼식을 넘어 타락한 인류가 사탄의 혈통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혈통으로 전환된다는 영적·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통일교 교리에 따르면, 인간은 아담과 하와의 성적 타락으로 사탄의 혈통 아래 놓이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모든 인류는 타락한 자손이 되었다. 예수의 구속은 영적 구원에 불과했기에 육적 구원을 완성하려면 새로운 재림주가 필요한데, 바로 그 인물이 문선명이다. 문선명과 그의 아내 한학자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참부모’로 간주한다. 이 부부의 주례와 승인을 받아 결혼하는 행위, 즉 축복 결혼을 통해서만 인류는 진정한 구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 아래 통일교는 수십 년간 집단 결혼식을 주관했다. 처음 보는 상대와의 결혼이 강요되거나 교단이 결혼 상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 거행되는 영혼 결혼식이 성사되기도 했다. 사탄의 씨를 끊고 하나님의 씨를 잇는 신성한 사명으로 여겨졌으며, 영혼의 결혼식이야말로 진정한 영혼의 전환점이라 여겼다. 교주의 절대적 권위를 제도화하는 종교적 수단으로서 문선명 부부가 신도들의 결혼을 결정짓는 유일한 권위를 갖고 있었기에 신도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조직에 전적으로 종속되었다.
이러한 통일교의 교리는 정명석이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명석은 통일교 시절 경험한 ‘혈통 복귀’ 사상과 성적 순결을 통한 구원 개념을 차용해, 자신만의 교리 체계를 구성했다. 문선명이 이상 가정을 강조하고 부부를 중심으로 구원을 말했다면, 정명석은 자신을 영적 신랑으로 규정하고, 여성은 자신과 성관계를 해야 정결해진다고 주장한다. 통일교의 축복결혼식이 신도들의 신앙과 삶과 성적 정체성까지 지배하는 구조를 띠었다면, 정명석은 그 유산을 토대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종교적 폭력 체계로 구체화했다.
사이비 단체의 위장 전략
사이비 종교단체 대부분은 본래의 이름을 숨기고 ‘기독교’가 포함된 단체명을 사용한다. 당당하게 이름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못하는 것도 사이비 종교단체의 특징이다. 이는 정통 개신교 신앙과 유사해 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위장 전략이다. 정명석의 JMS는 기독교복음선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참고로, 추후에 다룰 예정인 안상홍 증인회는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로, 세월호 참사 때 이름을 알린 유병언의 구원파는 기독교복음침례회로, 박옥수 계열의 구원파는 기쁜소식선교회로 대부분의 기독교, 복음 그리고 선교와 같은 단어를 조직 이름에 포함해 마치 정통 기독교 교단인 듯한 모양새를 취한다.
이런 전략은 일반 신자와 신앙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이들 단체는 포교 초기 단계에 자신들이 교회가 아니라 단순한 성경 공부 모임이나 기독 문화 단체인 것처럼 소개하며,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교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신도를 확보해 나간다. 처음부터 이단이나 신흥종교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존 교회의 용어와 분위기를 차용함으로써 신자들의 인지적 혼란을 유도한다. 나아가 기성 교회는 타락했고 진짜 복음은 우리가 전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라는 정체성은 유지한다.
단체명으로는 이 단체가 사이비 종교단체인지, 기존의 기독교 교회인지 구분이 어렵다. 신천지, JMS, 구원파 계열 단체들 모두 이와 같은 전략을 사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정명석(JMS)을 따르는 단체명이다. JMS는 Jesus Morning Star의 약자라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명석(Jung Myung Seok) 본인의 영문 이니셜이다. 통일교의 원리강론에서 차용한 교리를 더 은밀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신도들에게 적용했다. 1980년대 초부터는, 예수의 구원이 실패했기에 새로운 시대에 자신이 메시아로 태어났다는 주장을 본격화하며 기독교복음선교회를 창설했다.
정명석은 예수는 구원 사역에 실패했다는 통일교의 교리를 발판 삼아, 그 사명을 이어받아 완성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제2의 통일교를 만든다. JMS는 뿌리부터 통일교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집단이다. 정명석이 통일교에서 활동했던 경력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그의 종교적 사고방식과 조직 운영 방식과 교리 체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양 집단 모두 교주를 신격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통일교가 문선명을 ‘참부모’, ‘재림주’로 숭배했다면, JMS는 정명석을 ‘재림 예수’, ‘성령이 함께하는 구원자’로 숭배한다. 이는 단지 상징적 표현이 아니라 신도들로 하여금 교주에게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체계의 근간이다.
교리 구조도 유사하다. 통일교는 예수의 구원이 실패했고 문선명이 이를 완성하러 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JMS는 기존 교회와 목회자들은 모두 타락하여 단죄해야 하며, 정명석만이 참된 진리를 계시할 수 있는 존재라 주장한다. 이처럼 기존 기독교 전통에 대한 전면 부정과 새로운 메시아에 대한 교체 논리는 양측이 공유하는 중심 교리 구조다. 포교 전략 역시 유사하다. 통일교는 ‘CARP’라는 대학생 조직을 통해 청년층을 포섭했는데, JMS 또한 캠퍼스 운동 동아리, 미술·음악 모임 등 문화적 매개를 활용해 대학가에서 청년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쳤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종교 단체임을 감추고 ‘문화 교류’ 또는 ‘자기 개발 프로그램’처럼 위장된 명칭을 통해 신입 신도와 접촉했다.
다만 JMS는 통일교보다 외형적으로는 정통 기독교에 가까운 언어를 사용하고, 한국 사회의 종교적 정서를 의식해 교리를 더욱 정교하게 감추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문선명이 부인과 함께 ‘이상 가정’을 강조하며 가족 중심 구조를 만들었다면, 정명석은 자신의 ‘영적 신부’ 개념을 이용해 다수의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자행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범죄 양상이 더 은밀하고 교묘했다. JMS는 통일교의 교리적·조직적 틀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보다 폐쇄적이고 은밀하며 교주 중심성을 강화한 형태로 독자적 확장을 이룬 유사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 할 수 있다.
JMS의 흥망성쇠
JMS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외에서 수만 명의 신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 지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조용한 확산의 이면에는 정명석의 절대적 권위와 신격화 그리고 그에 기반한 수많은 성범죄가 있었다.
정명석은 여성 신도에게 자신을 “영적 신랑”이라 칭하며 “정결 예식”, “영적 구원”,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목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다수가 미성년자, 외국인, 종교적 헌신자였으며 반복적 범죄는 내부에서 오히려 “영광된 은혜”로 포장되었다. 피해자들이 침묵을 강요받은 이유는 조직적 통제, 세뇌, 그리고 2차 가해 구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7년, 정명석은 해외 도피 중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되었고 2008년 한국으로 송환돼 성범죄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가 출소한 이후에도 비슷한 범행은 반복되었고 2022년 재수감, 2023년에는 1심에서 징역 16년 추가 선고를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다수의 피해자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채 증언에 나서면서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다큐는 JMS가 단순한 종교 단체가 아니라 교주에 의한 성범죄 조직이며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임을 강력하게 고발했다.
현재 JMS는 정명석의 실형 선고 이후에도 해산하지 않고 활동 중이다. 내부 신도들은 여전히 정명석을 “억울하게 누명 쓴 하나님의 사람”이라 믿고 있으며, 외부에서 ‘기독교 문화 단체’나 ‘예술 단체’로 위장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God the Creator’, ‘월드미션체육회’ 등의 브랜드를 통해 대학가에서 청년 포교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영적 깨달음”이라는 이름 아래 정명석을 찬양하고 있다. JMS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얼굴을 하고 우리 주변 곳곳에 암약해 있을 뿐이다.(옮김)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