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루카18,1-8)
기도는 심장과 심장의 만남이다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이시고 우리는 자녀입니다. 자녀는 아버지께 떼를 쓸 권한이 있습니다. 그분에게 나의 바람을 말씀드리고 조를 수 있다는 것은 특권입니다. 우리는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면서 깨우치는 것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께서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십니다. 먼저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는 지혜가 주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여러 가지로 표현합니다. 흔히“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화라는 개념을 잊고 삽니다. 진정한 대화는 서로를 존중해 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있을 때 이루어지고, 상호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자기 이야기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대놓고 화내는 것을 대화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통보입니다. 때로는 협박도 하고 흥정도 합니다. 그러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다른 한쪽은 듣기만 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독백입니다. 기도는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것입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기도에 대해서‘심장과 심장의 만남’이라고 합니다.“하느님은 우리 심장의 고요함 속에서 말씀하시고 우리는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다음에 우리 심장이 충만해진 채 우리가 말하고 그분께서 귀 기울여 듣습니다. 이것이 기도입니다.”그분이 말씀하시면 내가 듣고, 내가 말하면 그분께서 귀담아 들으십니다. 그분은 듣고 최선의 방법으로 응답하십니다. 내 기도가 미약하다고 생각될 때에도 꼭 듣고 계십니다. 기도는 서로 친밀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십니까? 저는 제 뜻을 접고 당신의 뜻에 저를 맞추겠습니다”(알퐁소).
기도는 하늘의 열쇠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게 되고 약속된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됩니다. 또한, 기도는 세상의 기둥입니다. 세상의 온갖 유혹에도 굳건히 설 수 있는 능력이 거기에 있습니다. 기도는 영혼의 힘, 호흡입니다. 음식을 먹어야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듯 기도를 해야 영혼의 힘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호흡을 멈추면 죽은 것입니다. 그러니 기도는 지속성이 있어냐 합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지 않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이 기도하지 않으면 영혼은 힘을 잃고 맙니다. 기도는 낙심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샘이요, 치료제입니다. 기도는 의로움의 승리이고 하늘의 삶을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얻으려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더 많이 베푸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모든 기도는 그냥 건성으로 해보는 기도가 아닐진대, 반드시 응답받습니다. 그러므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끈질기게 간청해야 합니다. 확실히 들어주시도록 계속 졸라야 합니다. 졸라댈 용기가 필요합니다”(프란치스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만이 아니라 천 번 만 번 거절을 당해도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열릴 때까지 두드리지 않으니까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문 안에는 반드시 그 문을 열어줄 손이 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두드려야 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주님이 먼저 문을 두드리십니다. 묵시3,20 “들어라. 내가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내면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보다 먼저 문을 두드리시고 기다려 주시는 분을 잘 만나야 하겠습니다. 속이 시끄러우면 빛으로 오시는 그분을 만날 수 없습니다.
야고보사도는 말하고 있습니다.“조금도 의심을 품지 말고 오직 믿음으로 구하십시오. 의심을 품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흔들리는 바다물결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예 주님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야고1,6-7)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믿음으로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청하십시오. “무엇이든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청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1요한5,14)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내가 이루어 주겠다”(요한14,14).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기도하며 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기만 하면 그대로 다 될 것이다”(마르11,24). 그러므로 믿음으로 구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청하여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욕정을 채우려고 잘못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노선을 바꾸고 때를 기다리십시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아버지의 뜻을 행하시기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시고(마르1,35), 홀로 기도하시고(마태14,23), 밤 늦도록 기도하시고(마태14,23), 제자들을 데리고 함께 기도하시고(루카9,28) 음식을 잡수실 겨를도 없이 활동을 하시면서도 기도하셨고, 피땀을 흘리시면서가지 기도를 하셨습니다(루카22,44). 예수님께서 그렇게 기도하셨다면 우리야 얼마나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피아노를 잘 치려면 그만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또한 그만한 수고와 땀이 배어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도를 잘 하려면 그만한 정성과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기도를 함으로써 더 잘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는 생명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기도이든지 생명력이 있는 기도여야 합니다. 즉 기도가 온 삶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한 대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앵무새처럼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삶으로 말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6장 7절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 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야고보서 1장22절입니다. “그저 듣기만 하여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러니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가운데 기도의 열매를 맛보기 바랍니다.
자! 진흙땅, 기름진 땅, 모래 땅, 그늘지고 습한 땅이 있습니다. 어느것이 좋은 땅일까요? 벼에게는 진흙땅이 알맞고 땅콩에게는 모래땅, 버섯에게는 습하고 그늘진 땅이 알맞고, 배추에게는 기름진 땅이 알맞습니다.
그렇듯이 우리에게 알맞은 내면의 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알맞은 땅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에 알맞은 것을 심어야 합니다. 기도의 방법이 다양합니다. 다 좋은 것이지만 나에게 알맞은 것을 가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을 욕심 때문에 하고 있다면 그것은 진흙땅에 땅콩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유한 기질, 성향에 따라 하느님을 위해 잘 쓰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알맞은 고유한 기도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하면서 자기의 것을 찾고 맛들이시기 바랍니다. 묵주기도, 성체조배, 십자가의 길, 15기도, 9일기도 등등. 그러나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장 완벽한 기도는 미사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오늘 탈출기의 말씀을 보면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힘이 빠져 손이 무거워졌을 때 아론과 후르가 두 손을 받쳐주었습니다. 그래서 모세의 손이 해가 질 때까지 처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혼자 기도하다 지칠 때 누군가 함께해 주면 그만한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그러므로 함께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함께 기도하는 기쁨을 찾아보십시오, 함께 바치면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되고 만족스럽게 됩니다. 힘이 빠지면 다른 사람의 기도가 그 나약한 기도를 북돋아 줍니다.
어떤 수도자가 어른 수도자에게 여쭈었습니다.‘기도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분심, 잠념, 망상이 끓어오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그랬더니 “그런 것이 올테면 오라지”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됩니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분심에 빠지는 자신을 보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하느님께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약하면 할수록 주님께 의탁하는 겸손을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연약함 안에서 기도하십시오. 그분의 능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미루지 않는 사랑을 희망하며 마음을 다하여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첫댓글 나얀하면 할수록 주님께 의탁하는 겸손을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연약함 안에서 기도하싮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