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 1979 제작
미국 | 드라마 외 | 2018.01.24 재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57분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말론 브란도, 마틴 쉰, 로버트 듀발, 프레드릭 포레스트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각색 및 연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중 하나인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작품이며
두 영화인 모두에게 <대부> 이후 대표작이자 197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과 음향 부문을 수상한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화 중 하나입니다.
<대부> 리뷰 참고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화려한 영상미,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 그리고 몰입감 넘치고 너무나도 사실적인 전쟁 묘사는 다른 전쟁 영화에서는 감히 그려내지 못했던 베트남 전쟁의 잔인함과 광기를 보여줬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군 공수부대 소속 윌러드 대위는 커츠 대령 암살 임무를 받는다. 철저한 기밀 속 금지구역인 캄보디아를 향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그는 서로 죽고 죽이는 정글 같은 전쟁 상황에 점차 피폐해져 간다. 마침내 커츠 대령의 은신처에 도착한 윌러드 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선과 악 그 경계가 무너진다
원제목 'Apocalypse Now'에서 'Apocalypse'는 요한의 묵시록을 뜻하며 요한의 묵시록에 나타난 종말의 이미지와 맞물려 세기의 멸망(종말) 또는 그에 준하는 대재앙이나 재난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는데 영화 속 '현재'(미국)의 침략과 살육과 광기, 그에 대한 공포와 절망 등을 함의하며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터 속 지옥이 아닌 현실세계(미국)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화면에 꽉 찬 전쟁의 광기와 허무, 베트남에서 몰락한 프랑스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잔류 프랑스인들의 미국 폄하, 의미 없는 전쟁으로부터 도피한 커츠 대령을 암살 하러 가는 윌라드 대위의 여정, 플레이보이 모델들의 위문공연과 킬고어의 서핑으로 대표되는 미국 대중 문화와 베트남 전쟁의 냉혹한 현실의 병치를 통해 느껴지는 서구 문명과 동남아시아 원주민 문화의 충돌, 그리고 그 충돌의 파괴적인 결과는 명분 없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늪에서 거의 20년의 허송세월을 보낸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요소입니다.
베트남 전쟁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비인간화되는 과정으로 묘사하며 마을 학살 장면속 미군의 걷잡을 수 없는 폭력성과 광기의 극대화는 전쟁의 도덕적 대가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강렬히 상기시켜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바탕으로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 영화는 인간의 도덕성과 야만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드나들며 자신의 본성에 맞서 싸우는 내면의 싸움을 주제로 탐구하는 단순한 전쟁 영화 그 이상이며 주인공 벤자민 L. 윌라드 대위가 관객에게 인류의 본성과 문명의 대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성찰적인 여정으로 끌어들입니다.
출연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은 이 전쟁 걸작의 화룡점정이며 마틴 쉰이 연기한 윌러드 대위의 도덕과 정의라는 사선에서 드러난 심리적 불안함과 두려움을 돌파하고 이겨낸 터프함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커츠 대령의 신비로움과 공포가 내재된 강렬한 카리스마
그리고 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킬고어 대위의 "나는 아침에 네이팜탄 냄새가 너무 좋아"라는 충격적인 대사를 통해 비춰진 광기의 극치는 인간이 전쟁의 공포에 직면했을 때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입니다.
이 작품은 미군 그린베레의 고급장교인 월터 커츠 대령이 의문의 편지를 사이공의 MACV(남베트남 원조 미군 사령부)로 보내고 베트남 정글 속에 잠적후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자 커츠를 제거하기 위해서 파견된 특수작전팀 소속 윌러드 대위의 독백과 함께 윌러드의 팀이 그리는 행적을 추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윌러드 대위의 여정은 단순한 육체적 여정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 '어둠의 심연'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안에 있는 어둠과 맞서면서 공포와 광기의 상징인 커츠의 암살을 통해 왕국의 종말을 막습니다.
마지막에 커츠를 죽인 윌러드가 커츠를 숭배하던 현지 부족민들에게 새로운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커츠 대령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가 발하는 카리스마가 압권인데 영화 전체에 흐르는 광기는 40여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봐도 소름이 끼칠 정도이며 제작진들마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서서히 미쳐갔고 이를 직접 경험한 코폴라 감독도 영화를 "악몽 속에서 만든 것 같았다."라고 회상할 정도였습니다.
커츠 대령의 캐릭터는 이 작품의 중심 주제를 대변하며 '어둠의 심연'에 들어가 광기와 타협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의 의지는 관객에게 전쟁속 도덕성의 한계에 대한 물음표를 던집니다.
<말론 브란도 전기> 참고
<디어 헌터>, <플래툰>, <풀 메탈 자켓>과 함께 베트남 전쟁을 대표하는 최고의 반전 영화중 하나이지만 코폴라 감독은 민간인들 헬기로 죽이는 장면을 예를 들며 이 영화가 반전영화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디어 헌터> 리뷰 참고
<플래툰> 리뷰 참고
<풀 메탈 자켓> 리뷰 참고
필리핀 로케 촬영중 발생한 태풍 피해, 출연진과 제작진을 괴롭히는 건강 문제, 늘어나는 영화 예산 등 코폴라 감독은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했고, 이는 화면에 그려진 재난과 다를바가 없었는데 여러 면에서 코폴라 감독의 여정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윌러드 대위의 여정처럼 느껴지며 코폴라는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을 넘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탄생을 이끌었습니다.
제작비는 총 3,150만 달러인데 지금으로 치자면 2억 달러 이상급 제작비이고 연도를 생각하면 엄청난 모험이었는데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 CG없이 제작하자면, 거의 <아바타> 수준의 제작비는 동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작에만 무려 3년 이상이 소요되어 상당한 흥행에도 불구하고 코폴라 감독에게 큰 피해를 안겼고 1975년 제작 시작 당시 14세였던 로렌스 피쉬번이 나이를 속여서 17세 배역을 맡았는데 영화 제작이 끝난 1978년 실제로 17세가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코폴라가 1975년 11월부터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로버트 레드포드, 알 파치노, 스티브 맥퀸, 제임스 칸, 잭 니콜슨에게 배역을 제안했지만 맡은 역할이 자기와 맞지 않는다면서 거절당했고 열 받은 코폴라는 여태까지 받은 오스카 트로피 다섯 개를 창문 밖으로 집어던졌고 이 중 네 개가 박살난 뒤 캐스팅에 지친 코폴라 본인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원주민들이 물소를 도축하는 장면과
마틴 쉰이 임무에 나서기 전 호텔방에서 거울을 깨는 장면 모두 실제 상황이었고
촬영 막바지에 엄청나게 살이 쪄 나타난 브란도가 자신만의 해석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대본을 무시하고 즉흥 연기로 일관했던 일화
데니스 호퍼가 현지 마약에 빠져 촬영 내내 해롱거린 일화
해리슨 포드의 단역출연 등 에피소드도 가득한 작품이며
당시 마틴 쉰의 어린 아들이 엑스트라로 잠깐 출연하는데 그가 바로 찰리 쉰이고 이 사실을 영화 ‘못말리는 람보’에서 패러디했고 세월이 흘러 또다른 베트남전 반전 걸작 <플래툰>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지옥의 묵시록> OST
'Fortunate son' by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지옥의 묵시록> 최고의 명장면 1
과거의 장면을 떠올리는 오버랩(Overlap) 기법을 통한 오프닝 장면은 역대 최고의 영화 오프닝 장면중 하나입니다.
<지옥의 묵시록> 최고의 명장면 2
헬리콥터 부대가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The Ride Of The Valkyries)'을 틀면서 베트남 시골마을을 쑥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가운데 가장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으로 평가받는데 이 곡은 '히틀러가 찬양했던 바그너의 노래와 어울러져 시골마을을 폭격하는 미군은 민간인 학살을 일삼은 나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도적인 반영이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전쟁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들려줍니다.
이 장면에 동원한 헬리콥터들은 모두 필리핀군 장비였고 독재자 마르코스의 협조 아래 영화를 촬영할 수 있었는데 미군은 같은 편 군인을 죽인다는 설정 때문에 협조를 안 해줬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최고의 명장면 3
I Love the Smell of Napalm in the Morning.
난 아침의 네이팜 냄새가 좋아...
킬고어 중령이 단지 서핑보드 타기에 방해된다고 숲을 네이팜탄으로 불바다로 만드는 것에 기뻐하는 모습에서 전쟁의 광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름끼치는 장면입니다.
로더리고 영화 글 모음 1000
첫댓글 올려주신 베트남전쟁 4대 걸작 중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입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