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너의 집 앞으로 다가갈 때
외양간에서는 어미소가 선 채로 송아지를
막 떨어뜨리고 있었다.
내가 마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송아지는
비척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더니
일어서서 겅중거렸다.
정오의 빛을 반사하는
갓 태어난 송아지의 털빛이란!
암소의 다리 사이로
기분 좋은 바람이 흘러 돌아나가고
여울에는 돌사과가
향내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허리까지 우거진 잡초들,
풀벌레들이 소리 높여 울다가
갑자기 그치는 적막 속에서
너와 입 맞추기 위해
멈춰 섰다.
미술관 소음 회화 앞에서
음향을 듣기 위해 단추를 누르듯이
모자를 한껏 젖히고.
강이 하늘에 걸리고
낮달이, 물고기들이 그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4.12.07. -
여름은 생명력으로 충만한 계절입니다. “여울에” 떨어진 “돌사과”의 달콤한 “향내”가 사방으로 퍼지고, 소리 높여 짝을 찾는 풀벌레들로 풀숲은 소란하기만 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연인의 집으로 향하던 화자 앞으로 송아지 한 마리가 막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비척거리며” 겨우 일어난 송아지는 “정오의 빛”을 받아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 짝을 찾고 열매를 맺는 뜨거운 한낮, 막 사랑에 빠진 화자와 생명력 넘치는 한여름 정오의 풍경이 겹쳐져 절정의 순간을 빚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