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3시 13분쯤 대구축산물도매시장서 화재
점포 40곳 중 5곳 전소···다른 곳도 피해 극심
지난 2001년 개장해 최근 폐쇄 결정나기도
1일 오전 3시 13분쯤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축산부산물 도매상가에서 불이 나 점포 5곳이 전소되고 소방추산 2천389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진은 이날 오후 1시쯤 상인들이 불에 탄 점포를 보며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 박성현 기자
"참담한 심정입니다."
1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검단동 축산물도매시장 부산물 도매상가에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상가 주위로는 꿉꿉한 탄내가 풍겼고 불에 탄 집기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새벽에 일어난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도, 다행히 불길이 닿지 않았던 상인들도 하나같이 허공을 응시하긴 마찬가지였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3분쯤 이곳 도매상가에서 불이 나 전체 40개 점포 가운데 5곳이 전소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소방추산 2천389만원의 재산피해가 나고 오전에는 일부 점포들의 전기가 끊겼다.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도매시장 직원 신모(52) 씨는 "당직근무 중에 밖에서 굉음이 나 나와보니 점포 2곳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소방대원들이 오기 전에 큰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다른 점포까지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상인들의 근심은 더 깊어졌다. 이들은 최근 도축장 폐쇄가 결정된 데 이어 불까지 나자 살아갈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1년 개장해 전국에서 유일한 공립 도축장인 이곳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폐쇄가 결정됐다.
점포가 불에 탄 한 상인은 "여기 나와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침부터 점포 앞을 지키고 있다"며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못하게 되니 앞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전소된 점포 5곳을 포함해 약 10곳의 점포가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30곳 중 일부도 화재 흔적이 역력했다. 온종일 그을음을 닦아낸 상인들의 손과 마음도 검게 물들었다.
오전에 끊겼던 전기가 오후에 가까스로 복구됐지만 상인들의 침울한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상인 조모(59) 씨는 "코로나19 때부터 점차 손님이 줄더니 폐쇄 얘기가 나온 뒤부터는 상가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이번 화재로 얼마 없던 손님도 끊길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화재가 난 장소 인근에 상인들이 임시로 거처할 수 있도록 몽골텐트 2동을 설치하고 생수 등을 준비했다.
정정호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소장은 "상인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