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OverSense님 글 읽다가 갑자기 떠올라서 즉흥적으로 써봤네요 ㅋㅋㅋ
(모티브 제공해주신 OverSense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수비수 강민수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강민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 : 그는 자동문이다.
한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다가 현재 내가 지지하는 팀인 울산의 수비수인 강민수에 대한 글이 올라왔었다. 우리팀 선수였기에 나는 주저없이 그 글을 눌렀는데, 강민수의 수비력이나 집중력에 대해서 문제점이 있으니 너무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나와 같은 울산팬이었고, 다른 팬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수비수 강민수라는 선수에 대해서 말이다. 대부분 축구팬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나조차도 이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었으니까). "수비수 강민수는 자동문이며, 수비가 항상 불안하다."는 그러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쌓여 탄생한 고정관념 말이다. 그래서 이 참에 강민수에 대해서 얼마나 오해와 편견이 쌓여있는 지, 왜 그렇게 됐는지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
강민수, 1986년 2월 14일생으로 모교인 고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에 전남으로 입단하면서 프로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에게 출전기회는 오지 않았다. 당시 신인이었던 점과 그당시 전북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던 노장 김태영과 주전인 강철,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인 김진규가 동일 포지션에서 경쟁하고 있었던 점이 그 이유였다. 그렇다보니 강민수는 2004년에 입단한 후, 그 해에 단 한 번도 정규리그에 단 1분도 뛰질 못한 채, 프로 첫 해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2005년 허정무 감독이 전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강민수의 입지도 바뀌었다. '허카우터'라는 별명답게 허정무는 신예인 강민수에게 기회를 주면서 본격적으로 그를 키우기 시작했고, 그의 육성에 보답하듯이 강민수도 어느덧 전남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잡게 되었다. 결국, 2007년 전남이 FA컵 우승을 달성하는 데 있어 큰 공을 세우면서 미래가 밝은 젊은 수비수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국가대표 호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도리어 강민수의 커리어에 독으로 작용할 줄은 그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전남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에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핌 베어벡은 세대교체작업을 진행하던 차에 강민수를 국가대표로 깜짝 발탁시켰고, 강민수는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뤘으나(당시 반더바르트의 2골로 2대0 패배했던 경기), 실질적인 데뷔전은 메이저 대회인 2007 아시안컵이라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 2007 아시안컵은 한국 국가대표 축구역사상 좋지 않은 기록 중 하나로 남아있는데(3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초빈약한 공격진으로 제대로 된 득점하지 못했던 걸로 악명이 자자했었다(그리고 룸싸롱 파문도 연달아 일어나 오점을 남겼다). 그 와중에 핌 베어벡이 한국의 플랫4 라인(=4백)을 완성시킨 게 유일한 소득이었다. 그 중심에 강민수 또한 포함되어 있었지만, 강민수에 대한 평은 그렇게 썩 좋지 못했다. 전남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공을 걷어내기 급급하는 등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이었다(국가대표 울렁증을 가진건가..). 그렇다보니 보는 사람들도 강민수가 불안해보였고,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침이 바짝바짝 말랐던 것이다. 이 대회 이후로 강민수에 대한 안좋은 편견이 자리잡혔다고 본다.
그 이후로 강민수는 2008년 전북의 정인환과 트레이드되어 최강희 감독 휘하로 들어갔으나, 국가대표의 여파 때문인지 거기서도 성장통을 겪으며 본격적인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다. 잘하는 듯 하면서도 순간순간 불안한 면모 때문에 실점을 초래하는 안좋은 버릇이 생겼고, 이를 본 최강희 감독도 참 난감해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전북에서 한시즌만에 강민수는 다시 둥지를 옮겨 이번에는 제주로 이적했다. 제주에서의 커리어가 현재까지 강민수에게 헬게이트와 같은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아있는데, 당시 센터백 듀오였던 조용형과 함께 일명 자동문 수비로 굳혀지면서 28경기에 44실점이라는 최악의 수비력을 선보이면서 '완전한 자동문'이라는 별명이 생겨버렸다(대표적으로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8대1로 털렸던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런 실수를 범했다보니 강민수는 1년 만에 수원의 배기종과 트레이드되어 수원으로 이적하였고, 그가 수원으로 감과 동시에 조용형은 '포스트 홍명보'라는 별칭답게 다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마치 '강민수가 문제였다'라는 분위기를 의도치않게 만들어냈다(으휴..).
이후 강민수는 수원에서 이정수의 대체자로 기용되었으나, 수원에서도 여의치 않았고 머지않아 주전에서 단숨에 후보로 밀려나버렸다. 이러한 경기력으로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뽑히지 못할 줄 알았으나, 허정무호의 황태자인 곽태휘가 본선을 앞두고 십자인대파열로 출전할 수 없게 되자 그를 대체하여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당시 그가 뽑혔을 때 대부분 한국 팬들이 쌍욕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팬들의 우려와 달리 강민수는 본선무대에 단 한 차례도 뛰지 못한 채,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 이후, 차범근 감독 뒤를 이어 윤성효 감독이 수원 감독이 되었고, 그는 강민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그의 역량을 터뜨리는가 싶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 강민수는 '그냥 그런' 수준에 머무르면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그리고 강민수는 2011년 새해가 되자마자, 울산의 오범석과 트레이드가 되어 팀을 또 옮기게 되었다. 이러한 행적 때문에 강민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항공 마일리지처럼 쌓였던 게 아니었나 싶다.
오해와 편견을 딛고, 마침내 강민수는 진화했다.
(당시 '호구 트레이드'라는 오명을 쓰면서 나를 비롯해 대부분 울산팬들에게 욕먹었던 오범석-강민수 트레이드. 지금 되돌아보면 이건 윈윈이었다. 사진출처 OSEN)
그동안 강민수가 보여준 것 때문에 나를 비롯하여 울산 팬들은 강민수가 울산으로 온다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의 표시를 보이며, '2010년 블랙홀'이었던 김치곤에 이어 또하나의 블랙홀이 되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었을 정도다. 아무리 곽태휘가 울산으로 왔다하더라도 제주에서 조용형과 함께 섰을 때처럼 곽태휘마저 그렇게 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안에 떨었으니 이정도면 강민수에 대한 편견이 어느정도였는지 대충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가지를 간과했던 점이 있었는데, 바로 강민수-곽태휘 라인은 이미 울산 이전에 전남에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점이다(이 라인이 참고로 전남 FA컵 우승멤버 라인이다).
노련하고 완벽한 리더인 곽태휘의 리딩에 따라 강민수는 전남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빠르게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아갔다. 비록 후반기에 이재성의 활약 때문에 서브로 밀리긴 했으나, 2011년에 보여줬던 강민수는 분명 우리가 알던 '자동문' 혹은 '불안함의 대명사'로 불리었던 강민수가 아니라 든든한 벽수비였다. 곽태휘 못지 않게 빠른 발을 가져 공격에서 수비로 가담할 때 누구보다 빨랐으며, 가끔씩 전방으로 이어주는 롱패스는 제법 날카로웠다. 그리고 가끔씩 장신과 점프력을 이용한 헤딩골도 터뜨리면서 김호곤 감독의 선택에 100% 부응하는 모습이었다. 2011년 시즌 리그 30경기 중 21경기 출전 2골, 이것이 작년 강민수의 스탯이자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확실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곽태휘라는 든든한 동료의 영향력도 있지만, 그동안 실수를 하면서 축적되었던 경험이 이제서야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기대 이상으로 센터백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풀백으로 변신한 모습마저 성공작이다. 우어- 민수야!!! +ㅁ+)
올시즌, 이재성이 곽태휘의 파트너로 낙점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강민수는 올시즌 첫경기이자 빅매치였던 동해안더비의 선발로 나오게 되면서 모든 이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당시 포항의 경기력이 완전하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강민수의 수비력은 그 날 아주 빛났었다. 그의 수비력은 그 뒤의 경기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경남전이나 성남전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고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쉴새없이 압박하는 능력은 분명히 뛰어났다. 울산팬들의 기대이상으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올시즌 더 놀라운 것이 하나 있었으니, 강민수의 풀백 소화 능력이다. 현재 울산의 레프트백은 최재수 말고는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 백업멤버로 강진욱이 있지만, 강진욱의 경기기복은 상당히 심한데다가 요근래에 들어서 수비력이나 공격가담이나 너무 어정쩡한 모습에 상대방의 돌파의 빌미를 제공하는 블랙홀인지라 영 미덥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전인 최재수는 부상 때문에 찾아온 일시적인 슬럼프인지 작년처럼 공격적인 오버래핑이 나오질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인마크가 좋고 발이 빠른 강민수를 풀백으로 돌리는 실험을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는 성공작이다. 지난 제주전만 하더라도 제주의 측면공격을 틀어막으면서 대범하게 드리블하면서 오버래핑하던 모습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 덕분에 풋볼리스트가 선정하는 베스트 11에 뽑히는 영광까지 누렸다(너도 이제 오셔로 진화하는거냐!! 강오셔!!)
울산으로 오기 전까지 강민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상당히 쌓여있었고, 그러한 빌미를 강민수 본인이 상당부분 제공했던 것도 맞다. 하지만, 울산 소속으로 뛴 이후부터 더이상 '자동문'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과거이야기 혹은 잘못된 이야기로 봐야할 것이다. 어느덧 울산의 든든한 핵심선수로 진화하며 울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강민수, 이제부터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너님, 화이팅이염!!
첫댓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노련해지는 강민수
역시 수비수는 경험인 것 같아요. 강민수의 케이스를 보면.
수원시절에도 꽤나 했던거 같은데
그냥 보통 정도랄까요?
가끔 번뜩이는 수비는 정말 깜짝 놀라고는 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선수에여ㅋ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실 너무 일찍 발탁됐던 게 독으로 작용하긴 했죠. 홍정호처럼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은데, 그런 케이스가 보통 쉽지 않죠ㅠ
민수찡 만세
수원에서 수비형미들로 나올때 패싱력보고 오줌지릴뻔했죠.....ㄷㄷㄷ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 강민수 선수는 중앙수비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수원시절 수미에서 뛰는거 보고 '강민수 선수가 저런 능력도 있었나?'라고 놀랬었고, 요즘 울산에서 풀백으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걸 보면, 확실히 수비적인 능력은 최소 '평균' 이상(국대급)이라고 보는데, 말 그대로 '부담감' 때문에 중앙에서 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보거든요... 이건 경험으로도 어떻게 안되는것 같기도 하고;;;
암튼 한때 강민수 선수 무지 싫어했던(?) 저로써는 그래도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ㅋ;;;
ps. 갠적으로 피지컬좀 더 키웠으면;;;
패싱력은 정말 좋았던.. 가끔 큰 실수해서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은듯 해요.. 근데 결정적인 수비도 잘하는데 쩝..
의외의 발 기술을 지녔음. 수비 벗겨내는거 볼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대박 ㅎㅎ 2007 아시안컵때 부터 알고 있긴 했다만
강민수 수원에서 괜찮지않았나요?? 수원팬으로서 시즌초반말고는 맘편히본기억이 더 많아서요..
저는 오해와 편견이라기 보다는 그때그당시에는 잘못했던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해서 지금의 모습이된거지 그때도 지금처럼 했었는데 우리가 못한다고 지탄했던게 아니죠.
저랑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ㅎ 요즘 경기력 보면 그냥 한 명의 국대 출신으로서 울산 수비의 한 축을 당당히 맡고있다는 느낌 ~
헉 강민수선수가 86년생이엇군여...동안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