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웜(Blueworm)-32
62.
그시각, 아시아 각국은 정체불명의 블루웜에 의하여 사망한 환자들의 상세한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며칠 전이었다. 지금 현재시각에 비에트남, 중국, 타이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한국등의 국가들에서는 근 두달 전 보다 배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동, 남아시아 국가마다 한 편에선 백신을 찾아 헤매며 다른 한 편에서는 숙주인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 운동은 물론 유사한 증상이라고 추정되는 사육돈을 불살라 버리고 있었다. 캐나다 엘버타와 호주, 그리스 러시아 미국등에서 수입되는 돼지사료를 전면 수입 중단하였으며 소고기와 닭고기 등에서도 발생 가능하다는 추정으로 육류식용을 잠정 중지할 것을 권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자 수출국의 사육협회와 그 부속협회등이 해당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수출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종사자들의 데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블루웜에 의한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시위와 데모대들은 연일 해당 정부 수뇌부의 무능에 반기를 들며 책임과 해결책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들 각국의 육류업계는 총체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 그 마지막 희망들은 세계 미생물학회 본부가 있는 토론토로 몰려 들었다.
상황은 심각하며 급박해지고 있었다. 그들 위정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무고한 인명의 사망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자꾸 지체하면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문제되는 것은 블루웜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체 안의 적당한 곳에서 침잠하여 그곳을 숙주로 삼아 새로운 형태로 번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미란다 켈러 박사의 이야기는 섬뜩하기 까지 하였다. 오늘도 점 점 확대되는 재앙적 피해와 조우한 후 그들 각국 연합 공동연구 팀의 대부분은 회의실을 나와 휴계실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쇼파에 앉았다. 누구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좀 차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한가한 시간이 주어질 정도여서는 안되는 상황인 줄 모두가 알고 있었다.
63.
제임스는 관통당한 부위와 가슴의 통증이 사라진 것에 대하여 놀랐다. 뭔가를 주입한 것 같았다. 그는 눈 위에 앉아 멀리 얼어붙고 눈내려 덮힌 허드슨 만을 보고 있는 선애 곁에 앉았다. 그리고 한 팔을 선애의 어깨에 두르고 꼭 안았다. 안겨오는 선애의 입술을 찾아 키스를 하였다. 뜨겁고 깊게.
“선애야. 당신 나에게 뭔가를 주입하였지?”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통증이 사라져서 생각한거야. 당신 밖에는 이렇게 만들 것이 없거든.”
“제가 토론토를 떠나 올 때 혹시나 해서 마약성분이든 강한 진통제를 정 박사에게 부탁해서 가져왔어요. 물론 주사기도 당연히. 우선은 아퍼지 않아야 이곳을 떠날 방법을 찾을 수 있잖겠어요? 그래서 당신 모르게 주사했죠. 잘했죠? 뭐... 잘못되었어요?”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내가 아는 김선애는 이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여전사가 다 되었어. 문제없어. 결론은 잘했다는 거야.”
“다 당신이 배워준 내공 덕이잖아요. 차분하게 당황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면 의외로 해결의 길은 바로 가슴속에 있다 라고 누가 말씀하셨죠? 제가 누구예요.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자 김선애 아니예요? 대답 좀 해보세요? 저는 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어요.”
“아니. 아니. 그러지마. 죽다니. 그럴일은 평생 없을거다. 다 잘했어. 이제 차분하게 방법을 찾아보자. 더 추워서 동사하기 전에.”
“저는 요. 당신을 꼭 안고 이곳에서 동사라도 하고 싶은 걸요.”
“어휴~ 됐네요. 선애야~.”
제임스가 일어나자 선애가 따라 일어나며 물었다.
“이제 어떻하죠?”
“우선 저쪽에서 스키두를 찾아 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돼. 그리고 이곳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짐을 꾸려 남쪽으로 가야 돼. 더 눈이 쌓이기 전에. 걱정하지마. 나는 몇 년 전에 컨테니어 트럭을 구입하여 퀘벡 북쪽으로 해서 허드슨 만을 건너 누나붓을 지나 옐로우 나이프를 거쳐 벤쿠버로 돌아봐야 겠다 생각하고 지도를 많이 봐 두었거든. 그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짐작할거야. 또한 지영이가 우리를 찾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수도 있어.”
이야기를 듣던 선애가 갑자기 놀라며 옷의 주머니들을 뒤졌다.
“내 전화기. 아- 제임스. 내가 전화기를 어디에다 떨어뜨렸는가 봐요. 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는데 없어요. 어떻해요.”
울듯하며 안타까워 제임스를 쳐다 보았지만,어떻게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선애야. 현재는먹통이지만 이 전화기가 무슨 역활을 해줄거야. 걱정하지마.”
그는 리쎗펀을 폭발시켰던 애칭 에스티라고 불리는빨간색 전화기를 빽쌕에서 꺼내 보이고는 다시 집어 넣었다. 그는그렇게 해서라도 선애를 안심시키려 애썻다.
“여보. 제임스! 저 북쪽 폭발된 곳에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요?”
“응. 그생각도 해봤는데, 멀고 위험해. 지금쯤 캐나다 군이나 경찰들이 수색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들과 만나면 좋을 것 하나도 없어. 우리는 조용히 이곳을 떠나 토론토로 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길이야. 그것을 위해 끄나풀을 찾아 볼거야. 당신은 쉘터에서 불을 계속 피우고 몸을 좀 녹히고 있어. 나는 먼저 당신이 가져 온 것들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고 주변을 돌아 볼테니.”
“안돼요! 저도같이 행동할거예요. 저는 하늘에 맹세했어요. 이제는 죽어도 당신 곁을 안 떠난다고요. 아셨죠? 그렇게 해주세요. 네?”
“그래. 이제돌아가면 우리가 함께 사는 방법을 찾자.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살아서 토론토로 가야돼. 지영이가 우리를 걱정하지 않고 백신을 만드는데 전념하여 속히 완성하여야 하는데...”
제임스는 선애가 쉘터에 불을 피워 연기를 낼 수 있게 젖은 나무와 마른나무들을 모아 놓고 아직은 불편한 다리를 절룩이며 헬기가 앉았던 곳으로 천천히 갔다. 그곳 주변에 곧 수색대가 올 것이라 생각하니 초조하였다. 선애는 쉘터 중간에 불을 피웠다. 젖은 소나무와 나무들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선애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챙겨 밖으로 옮겨 놓았다. 제임스는 지체할 수가 없음을 느끼고 부서진 스키두에서 스키 두개와 의자를 찾고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겨 돌아왔다. 제임스가 선애에 의하여 실려왔던 스키두는 깨스(게솔린)를 다 사용해버려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을 분해하기 보다는 폭파해 버렸던 스키두의 것들이 더 사용하기에는 좋았다.
“선애야. 자어서 떠나자. 눈보라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곳으로 부터 멀리 떠나야 돼.”
“예. 대강챙겼어요.”
제임스와 선애는 흔적을 거의 없애 버리고 스키위에 의자를 올려 썰매를 만든후 단단하게 묶고는 선애를 앉게하고 빽쌕 두개를 연결해 만든 밧줄을 끌고 눈 벌판을 걷기 시작하였다. 뒤 돌아 보니 금세 눈보라에 의하여 발자국은 지워졌다. 멀리만 떠난다면 그들의 흔적을 찾기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주머니에 넣어 둔 지영이에게서 받은 전화기를 만져 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생명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보라는 심했고 온도는 내려가고 있었다. 선애가 걱정되었다. 그는 틈틈히 얼굴을 쪼그리고 앉아있는 무릅사이에 넣고 추위를 견디고 있는 선애에게로 가서 얼굴과 다리며 온 몸을 주물러 주었다. 말없이 참고 있는 선애를 본 제임스의 눈에 눈물이 고여 금방 뺨으로 흘러내렸지만, 얼어버렸다.
“선애야. 견딜수 있겠어? 졸면 안돼. 선애야!”
그는 말없이 크고 검은 눈을 뜬채 멍하니 제임스를 바라보고 있는 선애를 보자 온 몸이 격정으로 불타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여인을 어떻게든 살려내어야 한다 고 다짐하였다.
“제임스.”
선애가 입을 열어 조그맣게 말하였다.
“응. 선애야. 나 여기있어.”
“여보! 제임스. 나 당신하고 같이 있을거예요. 영원히. 그러니 날 떠나지 말아요.”
얼마나 그것을 걱정하였으면 지금 이 순간에 그 말부터 먼저 나올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선애야. 내 잡은 손 놓치마. 내가 당신 손 꼭 잡고 죽을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쌓인 눈을 헤치며 나아갔다. 다리에는 감각이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었다. 겨우 50미터 정도 앞의 시야가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그때 저 멀리 희미하게 검은 숲이 보였다. 분명 육지였다. 이제 그는 50 발자국 정도 가서는 멈춰서서 스스로 진통제를 목에 놓고는 선애를 안고 온 몸을 주무르며 자극을 주길 반복하였다. 눈덮힌 숲이 바로 앞에 보이자 그는 선애를 업었다. 그는 허리에 밧줄을 둘러 매어 썰매와 빽쌕을 끌면서 등에 업은 선애를 추스렸다. 가슴의 통증이 움직일 때마다 자지러질듯 놀라게 하였다. 제임스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선애는 그의 등뒤에서 따스한 온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제임스의 등이라 안심하고 그의 목을 안았다. 제임스는 이제 선애가 같이 있으므로 염려를 놓았다. 숲 가까이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에는 여름에는 보트낚시 겨울에는 얼음낚시나 스키두를 시작하는 헛(Hut)이 틀림없이 있다. 제임스는 선애를 다시 추스리며 말했다.
“선애야. 조금만 참아. 이제 사람이 있는 곳에 왔다. 아마도 저곳 어디에 쉴 곳이 있을거야. 눈뜨고 있어. 알았지?”
“으흐흥~ 여보. 나 졸려요. 잘래.”
그 말을 들은 제임스도 힘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질질 끌다 시피하며 걸어 온 다리도 너무 무거웠다. 파인트리숲 사이로 검은색 헛과 쉘터가 보였다. 사람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들이 케네디언 경찰이든 적이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선애를 가슴에 꼭 안았다. 그리고 무릅을 꿇고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온 몸으로 선애를 감쌌다.
64.
장작이 타는 소리에 제임스는 눈을 떳다. 실내를 덮게 하느라 알미늄 바케스안에 장작 불을 피워놓고 있었다. 제임스의 머리맡 옆에 선애가 쪼그리고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옆 긴의자에 낮선 두 사람이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여자였다.
“제임스! 정신드셨어요? 말 좀 해봐요?”
“선애야. 여기가 어디야?”
“얼음낚시하던 이 사람들이 저희를 구해주셨어요.”
제임스는 일어나려다 비명을 질렀다. 총알이 박혀있는 옆구리에 통증이 왔다. 다리는 무겁고 감각이 없는데 통증은 움질일 때마다 깊게 느껴졌다. 그들과는 1.5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여기가 어딥니까?”
제임스가 고개만 돌려 그들에게 물었다.
“아. 말을할 수가 있군요. 여기는 피와눅(Peawanuk)입니다. 온타리오 북쪽이지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남자가 궁금해 하며 천천히 말을 했다.
“그러면, 무소니(Moosonee)는 어느 쪽이며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아. 무소니? 정확히 말하면, 동쪽으로 2시간 그리고 남쪽으로3시간 반정도 가면 됩니다. 그러나 그런 몸으로 스키두 없이는 갈 수가 없어요.”
제임스는 이제 감을 잡았다. 이곳의 위치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 때 선애가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지쳐서 탈진상태에 긴장이 풀리며 기절을 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와 남자가 선애를 안아서 제임스 옆에 뉘었다. 제임스는 걱정이 되었다. 응급을 요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나는 제임스 리입니다. 이 사람은 제 와이프 김선애. 휴대폰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토론토로 전화해야 합니다.”
“여기있습니다만,이 지역 이외에는 통화가 안됩니다. ”
난감하였다. 그 전화나 제임스가 가지고 있는 전화나 지역 스테이션이 없는 곳에서는 터지지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애를 살폈다. 손바닥을 이마에 대고 한참을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마냥 이러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음을 느꼈다. 그는 의자옆에 있는 빽쌕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지영이가 던져 주었고 리쎗펀을 없애버린 에스티였다. 이미 밧데리는 다 하여 파워가 꺼져 있었다. 그가 준 휴대폰은 제임스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구형이었다. 그는 주머니의 지갑에서 100불을 꺼냈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 밧데리가 필요합니다. 혹시 고장이 나면 수리하십시요.”
그는 누운채 스위스 아미 다목적 칼로 그의 휴대폰에서 밧데리를 꺼내 그의 것과 접선하였다. 빨간색 휴대폰은 성능이 현재 판매되는 것들 중 최신형이라 하였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동안 제임스는 그들이 지켜보는 사이에 연결을 해서 파란불이 켜지도록 했다. 그러나 악천후와 지형의 험난함으로 인하여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잠깐 그 파란불이 들어오는 순간 토론토의 글로벌 미생물학회 상황실의 벽에 붙은 대형 모니터 한 면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분명 그 지역에서 발신되고 있는 휴대폰 신호이었다. 그러나 그 위치추적 신호가 누구의 것인가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