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사 2루에서 올시즌 1호 끝내기안타를 터뜨린 두산 우즈가 동료들의 환호속에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답하고 있다.
3-3으로 팽팽하던 9회초 1사 만루. 해태 4번 산토스는 9회 등판한 지난시즌 구원왕 진필중으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3루주자 심제훈과 2루주자 김태룡이 홈을 밟아 5-3.
승부의 균형을 깬 해태는 9회말 곧바로 마무리 오봉옥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두산 타선은 잠실구장을 가득메운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끝까지 붙잡았다.
1사후 8번 홍원기가 오봉옥의 슬라이더를 왼쪽 담장너머로 날려 1점 추격. 다급해진 해태는 오봉옥을 내리고 최영완과 이병석을 투입해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두산은 계속된 1사 2루 찬스에서 2번 장원진의 우월 2루타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3번 우즈가 끝내기 좌월적시타를 터뜨려 시즌 개막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두산 진필중은 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하는 부진을 보였으나 타선의 도움으로 쑥스런 구원승을 챙겼고, 해태의 신임 사령탑 김성한 감독은 데뷔 무대에서 역전패의 쓴잔을 마셨다.
이만하면 '킬러 트리오'다.
우즈-니일-김동주로 이어지는 두산의 클린업트리오에서는 숫제 '살기'가 느껴진다. 상대 투수는 로진백을 만졌다, 발을 풀었다, 시간을 조금 끌 순 있겠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 지난해 '우-동-수'도 이렇게까지 중압감이 느껴지는 구성은 아니었다.
투수들의 숨통을 콱콱 짓누르는 역대 프로야구 최강의 클린업트리오는 5일 개막전에서 성능 점검을 마쳤다. 결과는 셋 다 합격점.
시범경기서 무릎 부상으로 부진했던 트리오의 첫머리 우즈는 정규리그 첫날부터 여우처럼 안면을 싹 바꿨다. 3회 가볍게 툭 밀어친 우중간 안타를 신고했고, 9회말 2사 2루에서는 좌익수 키를 훌러덩 넘어가는 끝내기안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까지 8개 구단 최강 4번이었던 김동주를 단숨에 5번으로 밀어낸 니일도 단순히 '시범용' 방망이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3회 우즈를 1루에 두고 1루 베이스 옆을 총알같이 꿰뚫는 2루타. 가장 공략하기 어렵다는 무릎쪽 공을 잡아당겼다. 철저히 주자의 뒷쪽으로 타구를 보내는 팀배팅은 여전했다.
김동주도 6회 2사후 오른쪽 담장 바로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로 '토종 간판'의 몫을 했다. 최근 '사구 공포증'으로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져 서는 것을 간파한 최상덕이 바깥쪽을 공략한 것을 그대로 밀어 장타를 만들어냈다.
왼손투수 파머가 팔꿈치 통증 때문에 당분간은 일주일 간격으로 선발 등판한다. 그렇다면 우즈와 니일 중 한명이 빠지는 날도 그만큼 줄어든다. 일주일에 한번 파머와 만날 상대투수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 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