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두고봐. 언니가 느꼈던 배신감, 상실감. 똑같이 되돌려줄게."
때는 가을, 10월이었다.
학교로 통하는 긴 산책로를 둘러싼 나무에게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지금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있을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이 긴 산책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산책로의 몇 없는 사람중, 한 소녀도 있었다.
저 멀리서 학교를 향해 걷고있는..
"자, 우리반 전학생이 하나 왔다. 들어오렴."
시끌시끌했던 교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모두 앞문으로 시선을 모았고, 이내 앞문이 열림과 동시에 한 소녀가 들어왔다.
"오오! 예쁘잖아!"
남학생들은 휘파람을 불었고, 여학생들은 입을 삐죽였다.
"자, 이 학생의 이름은 자금성. 금성아, 할말 있으면 해."
자금성..
이 이름을 듣는 순간 아이들은 모두 폭소를했다.
"푸하하하. 이름이 자금성이래!!"
"야하, 자금성은 내가 매일 시켜먹는 중국집 이름이잖아!"
"이런 바보야, 자금성은 중국에 있는 성 이름이야."
제각기 떠드는 아이들.
금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내 이름은 왜 이따구야.'
선생은 당황한듯 수습을 하려 했으나 쉽게 폭소는 가라앉지 않았다.
금성은 아랑곳하지않고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보다시피 자금성. 금성의 뜻은 성 이름이나 중국집 이름이 아니라 별 금성. 날 건드리면 죽음을 맛보게 해주겠어."
꽤나 위협적인 어투와 표정.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혀 무서움거리가 되지 못했다.
150이 간신히 넘는 키, 그리고 가냘픈 몸매.
그렇기에 아이들은, '똥폼 잡고있네' 라는 생각 뿐이었다.
금성은 눈살을 한번 더 찌푸렸으나, 아이들에겐 귀여운 소녀로 보일 뿐이었다.
"아참, 내일부터 금성이 머리 물 빼고 오렴."
선생이 금성의 머리를 보며 말했다.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호박색머리.
그녀의 머리는 왼쪽눈을 완전히 가리며 흘러내렸다.
그리 긴 머리는 아니었으나 금성의 키가 워낙 작은지라 더 길게만 느껴졌다.
금성은 선생을 노려봤다.
"싫어요."
선생님은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아하하, 금성아. 저 뒷자리로 가서 앉으렴."
당황한 선생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금성은 고개를 가볍게 까닥거린 후에 뒷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금성의 옆자리에는 한 남자아이가 책상에 기대어 자고있었다.
'뭐야, 이건 또..'
금성은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다시 폈다.
'뭐..그놈을 찾기 위해서라면 인맥을 넓히는것도 좋겠지?'
금성은 옆자리 남학생에게 말을 걸기위해 그 아이를 톡톡 쳤다.
그 아이는 깊게 잠들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금성은 조금 더 쎄게 그 아이를 쳤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금성은 발로 그 아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뻐억]
복도를 지나가던 다른 아이들까지도 쳐다볼만큼 커다란 소리였다.
아이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 창가 맨 뒷자리인것으로 보아 꽤나 문제아 같았다.
'뭐야, 안 일어날거야? 한번 더 걷어 차?'
금성이 발을 올리려는 순간,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씨발, 너냐?"
벌써부터 반 아이들은 눈을 가리거나 엎드려있었다.
아마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것을 예감한듯 했다.
"어. 야, 너 이름이 뭐냐?"
금성은 태연하게 남자아이의 눈을 보며 말했다.
남자아이는 기가찬듯 금성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보아하니 전학와서 날 모르는 모양인데, 한번만 봐준다. 앞으로 날 건드리면 남자여자 가리지 않고 죽여버린다."
가까이 있었던 아이들이 벌벌 떨만큼 위협적인 어투.
아까 금성이 했던 협박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정작 금성 자신만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나만 물어보자, 반가온이 몇반이냐?"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은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너 따위가 가온이를 어떻게 알아?"
금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금성이 참지 못하는것이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깔보는것.
두번째로 자신의 키를 얕잡아 놀리는것.
세번째로 자신과 자신의 언니를 무시하는것.
금성이 '너 따위'라는 말을 들었으니,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 니가 명령이냐?"
남학생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들은 모두 벌벌 떨면서,
"저 여자애 미쳤나봐."
를 연발했다.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너 따위?"
금성이 사뭇 위협적이게 말했으나, 남학생은 위축되지 않았다.
"불만이냐? 난쟁이같은게.."
금성의 얼굴이 빨개졌다.
또 한번 더 자신이 치를 떨도록 싫어하는 말을 했다.
금성이 참지 못하고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빠악]
"어,어억.."
남자는 비틀거렸다.
아마 턱을 맞았으니, 턱뼈가 나가거나 머리가 심하게 흔들릴것이다.
금성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
남학생은 저 멀리 나가 떨어져버렸다.
아이들은 모두 입을 쩌억 벌렸다.
150이 간당간당한 여학생의 파워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정윤학을.."
"저 쬐그만 여자애가..?"
아이들은 혼란스러운듯 상황을 판단하기 바빴다.
금성은 신경쓰지 않고 남자아이의 손을 밟아 비틀며 말했다.
"다시한번 말한다. 반가온이 몇반이냐."
윤학은 끙끙대며 말했다.
"으...3반.."
금성은 발을 치우고 윤학에게 얼굴을 밀착시키며 말했다.
"자, 이제 학교 시덥잖은 일진따위를 데리고와 나를 밟을 예정이지?"
윤학은 턱뼈가 나갔는지 계속 끙끙대기만 했다.
"실컷 밟으러 와. 하지만 난 시덥잖은 일진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는거지. 귀찮게 하면 죽어."
금성은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을 쥐고 책상에 박아버렸다.
그리고 몰려있는 구경꾼들을 향해 말했다.
"나 성깔 별로 안좋..."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아이들은 쫙 비켜섰다.
금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길래..?'
그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금성의 눈이 마구마구 흔들렸다.
'반...가온..'
"어이, 정윤학. 학교 망신이다. 일어나."
남자는 윤학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학은 엉거주춤 일어나서 비틀거렸다.
남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윤학을 가볍게 들쳐메었다.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금성과 눈이 마주쳤다.
"흐음...내 친구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지. 기대해."
남자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금성은 멍하게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반...가온?"
금성은 한숨을 쉬었다.
곧 수업종이 치고, 금성은 교과서를 펼쳐들었다.
'언니, 복수해줄게...언니가 아니면 들어오지도 않았을 학교야. 공부따위가 내 앞길을 막을순 없지.'
금성은 당연하다는듯 책을 베개삼아 엎드렸다.
그리고, 수업을 하던 선생은 한심하다는듯 중얼거렸다.
"블랙 또 한명 추가.."
금성은 수업 내내 들떠있었다.
이 학교 세력들이 곧 자신을 치러 올거라 예상했고, 그렇기에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기뻤다.
하지만 학교가 파할때까지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또한 금성은 가온이 자신을 찾아올거라 믿고있었다.
분명 기다려 라고 했으니.
하지만 아무도 금성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금성은 현재 상당히 실망한 상태였다.
"저기..."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금성에게 한 여자아이가 말을 걸었다.
금성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거기에 위축된 여자아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옥상에...기다리고 있을거래.."
금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하하하..기분이 아주 좋잖아?'
금성의 표정을 본 여자아이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우, 우리학교 애들 잔인하기로 유명해... 안가는게 조, 좋을걸...?"
여자아이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금성은 피식 웃으며 자신보다 10cm는 족히 커보이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괜찮아. 옥상이라고 했지?"
금성은 자신을 겁에질린 눈으로 보는 여자를 뒤로하고 옥상으로 뛰어갔다.
옥상 문을 여는 순간, 상당히 난해한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으,음..'
스무명은 가까이 되어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섞여 쇠파이프를 들고있었다.
금성은 머리를 글적였다.
"뭐야? 이 꼬맹이가 윤학이 턱을 그따위로 만들어놨단 말이야?"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금성은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170가까이 되어보이는 늘씬한 미녀였다.
금성이 제일 싫어하는 여자의 부류였다.
'제기랄! 키는 또 왜 이렇게 큰거야.'
남자들은 킬킬거렸다.
"뭐 어때. 겁만 주려고 온거니.. 우리들은 낮잠이나 자야겠다. 니들이 처리해."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금성을 맡기고 자신들은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그들을 구경했다.
금성은 기분이 상했다.
'키 작은게 죄란말이야!'
금성은 입을 삐죽이다 자신을 둘러싼 여자들을 훑어본다.
"니가 자금성이냐? 이름도 개같은게.."
순간 금성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금성은 다시 표정을 편다.
'뭐 어때...한꺼번에 밟아주지 뭐. 지금은 흥분하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니가 우리 윤학이를 건드렸단 말이지.."
그중 키가 제일 큰 단발머리 여학생이 금성의 이마를 검지로 눌렀다.
금성은 픽 웃었다.
단발머리는 당황한듯 금성을 내려다봤다.
"이년이 안 굽히네? 야, 시작하자."
열 몇명쯤 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이 동시에 금성에게 덤벼들었다.
금성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후회하게 해주겠어... 날 잘못건드린거야.."
금성은 앞서오는 여자의 배를 걷어찼다.
아무래도 여자이다보니 행동반경이 느리고, 아무렇게나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렇기에 조금더 싸움이 일찍 끝날것 같았다.
'이 쇠파이프만 없었어도..'
금성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야했기에 많이 버거웠다.
한 여자의 쇠파이프를 뺏어 여자의 목을 쳤다.
여자아이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2명 아웃'
금성은 자신의 뒤를 방어하기위해 필사적이었다.
확실히 여자이다보니 급소를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한번에 나가떨어졌다.
여자들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한꺼번에 금성에게 몰려들었다.
'제기랄..'
금성은 쇠파이프를 피하며 공격을 가했다.
'난 주먹이 더 편한것같아.'
금성은 쇠파이프를 버리고 주먹으로 여자아이들의 명치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나가떨어지고, 구경하던 남학생들은 금성을 향해 덤벼들었다.
'하아..내가 뭐하러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워야하지?'
금성은 뒷걸음질을 쳤다.
남학생들은 그게 자신들에 대한 두려움이라 판단하고 의기양양하게 금성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나 금성은 피식 웃었다.
남학생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춤거렸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남학생들은 하나 둘 차례차례 쓰러져버렸다.
금성은 입에 비릿한 미소를 담았다.
"으,으윽...어떻게.."
마지막으로 쓰러진 남자가 중얼거렸다.
"밥먹고 하는짓이 이짓이니까...너희들은 내 상대가 못 돼."
금성의 손에는 자그마한 통이 들려있었다.
그 통 안에는 뭉툭하지만 날카로운 침들이 들어있었다.
금성은 급소를 잘 알고있었기 때문에, 생명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급소에만 침을 날렸다.
하지만 아이들로썬 그게 뭔지 알리가 만무했다.
"깨어나려면 좀 오래걸릴테니...깨어나면 밤이겠군."
금성은 옥상 문쪽으로 몸을 틀었다.
"...."
옥상문에는 한 남자가 비스듬히 기대있었다.
"넌....반가온?"
금성은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봤다.
"하하,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그것보다도 참 강하네. 21:1 이라.. 방금 그건 뭐였지?"
금성은 말없이 그 남자를 노려봤다.
"이런. 나한테 무슨 좋지않은 감정이라도 있는건가?"
"....."
금성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 그렇게 노려보시나? 하아, 자금성?"
가온은 금성의 이름표를 쳐다보았다.
'아니, 내가 지금 적대감만 표현할때가 아니지..'
금성은 심호흡을 두어번했다.
"후아...반가온? 만나서 반가워."
금성은 억지로 입 주위의 근육을 잡아당겼다.
물론, 본인은 그게 엄청나게 경직된 미소라는것을 몰랐다.
금성을 빤히 보던 가온은 픽 웃었다.
"난 명찰도 없는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맹추자식.. 일년동안 니 이름만을 씹어왔다. 날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하하. 잘생겼다고 소문이 파다하잖아.."
"그런가? 하하하. 너같은 미녀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군."
'하아...아구창 썩겠군.'
"이 버러지들은 니 친구들인가?"
금성이 화제를 돌리기위해 쓰러진 스물한명을 가리켰다.
가온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럴리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붙어다니던 친구들이었지 않아? 역시, 배신도 쉽게 때리는군.'
금성은 가온에게 보이지 않게 미간을 좁혔다.
가온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린 잘 맞을것 같은데, 친구나 먹을까?"
금성은 또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물론."
금성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친구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금성의 속을 모르는 가온은 금성의 손을 덥썩 잡았다.
'웩. 손 닿았어.. 손 썩겠다.'
금성은 속으로 부르르 떨었다.
금성은 가온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애를썼다.
한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적이 없는지라 어떻게 남자를 다뤄야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최대한 기분을 누르고 눌렀다.
혀에서 맴도는 욕을 삼키느라 애도 썼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옷가게에 들러서는 가온이 입으라는대로 입어줬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인형이냐? 버러지새끼.'
가온이 그녀를 레스토랑에 데려갔을땐 이렇게 생각했다.
'사치야, 사치. 지구상에는 니 하루 용돈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빽빽하다고. 망나니자식.'
가온과 집에 돌아오는길에는 혼자 빈정댔다.
'콱 불량배나 나타나서 이 쓰레기 데려가버려라. 하늘은 왜 이런 쓰레기를 살려두는거지?'
금성은 빈정대느라 몰랐지만, 벌써 금성의 집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오늘 정말 즐거웠는데?"
가온은 긴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가온의 매끄러운 이마가 달빛을 받아 빛났다.
'인정하긴 싫지만 더럽게 잘생겼군.'
금성은 또한번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시 애교스러운 표정을 짓곤 말했다.
"가온아.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
가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 그냥 사귀어버릴까?"
금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빨리 넘어올줄이야... 역시 오는여자 안막고 가는여자 안막는군..'
금성은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
"응? 가온아, 진심이야?"
가온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미친놈...'
금성은 베시시 웃으며 가온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넣었다.
순간 가온이 움찔했다고 느꼈다면 과민반응이었을까?
'설마, 카사노바 반가온이 여자랑 팔이 닿았다고해서 움찔하거나 하진 않겠지.'
금성은 가온을 향해 웃어보였다.
가온은 금성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금성아, 우리..사귈까?"
'역시 하루만나고 사귀자고 하는군. 예쁘면 다 된다는건가? 진실된 사랑이라곤 찾아볼수가 없군.'
"정말? 거짓말 아니지?"
'제발 꿈이길 빈다.'
가온은 금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금성은 환호하는척 하며 가온을 껴안았다.
"그럼 우리 1일이다?"
"응, 가온아."
'기대해. 이제 고통이 어떤건지 알려주지..'
다음날, 금성은 학교에서 가온을 만났다.
금성은 가온을 향해 미소지었고, 가온은 가던길을 흠칫 멈추었다.
"안녕? 좋은아침!"
금성은 최대한 애교스러운 행동을 취했다.
그러나 정작 가온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금성을 쳐다봤다.
'뭐야? 벌써 실증난건가? 이러면 안되는데..'
금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가온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 너는 어제 그..."
금성은 어이가 없어 가온을 바라봤다.
그럼, 자신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자가 많단말인가?
예상은 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어제 그 라니.. 나 금성이잖아."
"니 이름이 금성이었냐?"
헙, 금성은 숨을 들이켰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걸, 하며 중얼거렸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여자가 많다니..
"인상 찌푸리니까 알아보겠네. 어제는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더니?"
'이, 이건 뭐야?'
금성은 뒤돌아서서 황당한 표정을 마음껏 지었다.
가온은 이상한듯 눈썹을 치켜떴다.
"가온아! 무슨소리 하는거야? 니 여자친구 자금성이잖아!"
금성은 정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여.자.친.구 라는 말을 썼다.
그러자 가온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뭐야? 자긴 프리랜서라는거야?'
금성은 가온의 찌푸림을 '나는 누구의 남자친구도 되기 싫어. 난 자유라구!' 로 받아들였다.
"뭐야... 또 반가온이야?"
가온은 의미모를말을 중얼거렸고, 곧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뒤에서 누가 금성을 껴안은것이다.
금성은 본능적으로 그 사람의 팔을 잡아당겨 바닥에 눕히고 급소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금성아.."
금성은 깜짝 놀라 곧 그 사람을 일으켰다.
'뭐야?'
그 남자는 가온이었다.
가온은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뒤에서 놀래켜준다는게.. 반가이 인사해라. 내 여자친구 자금성."
'반..가이?'
금성은 깜짝놀라 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앞의 남자는 쓴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반가온, 여자 그만 껴라.. 그리고 자금성. 반가온이랑 가까이 하지 마라. 너만 상처받는다."
가온은 표정을 구기며 가이를 노려봤다.
가이는 피식 웃으며 뒤돌아섰다.
"명심해라.."
금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상처받을건 내가 아니라 반가온이야.'
가온은 금성의 어깨를 돌려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한 뒤 말했다.
"반가이말 신경쓰지마. 원래 헛소리 잘 하는 놈이야."
금성은 어깨를 들썩였다.
'뭐, 난 진심이 아니니까. 반가온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리고 다시 애교스런 목소리를 내었다.
"상관없어. 과거는 중요치 않으니까."
가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밝게하곤 금성의 손을 잡았다.
"금성아, 몇반이야? 데려다 줄게."
금성은 생긋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응, 5반.."
순간 한쪽눈이 긴 속눈썹에 덮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눈을 크게 뜰때에는 몰랐지만, 눈을 낮게 뜨니 참 몽환적인 눈빛이다.
한순간이었지만, 그 표정과 눈빛이 세상에 동떨어진 여자의것이라 여겨질만큼 쓸쓸해보였다.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간 깨어질것만 같았다.
절대 열아홉의 여학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하지만 그런만큼 아름답기도 해서, 가온은 정신을 놓고 말았다.
"가온아?"
금성이 부르는 소리에 가온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 어?"
"데려다 준다며.."
"아..미안..딴 생각을 조금 했네. 가자."
가온은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봐 허겁지겁 교실로 향했다.
금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온을 따라갔다.
"금성아, 수업 마치고 데리러올게."
"응, 가온아! 수업 잘 듣고!"
금성은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귀엽기는 귀여웠는지, 지나가는 학생들이 모두 금성만을 쳐다보았다.
물론, 귀여운 표정 뿐만아니라 머리카락 색이나 키도 한몫했다.
금성이 교실로 들어서자 반이 술렁였다.
"뭐야, 쟤 반가온 여자친구야?"
"쟤가 윤학이 턱 부러뜨려놨잖아."
"이젠 몇일가려나? 내기할래?"
금성은 신경쓰지않고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역시, 학교는 내 체질이 아니야..'
금성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엄청난 문제를 일으켜 학교측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입학한지 2개월도 채 되지않아 자퇴를 했다.
그 일대 최고의 싸움꾼이자 문제아 자금성.
금성이라는 이름으로 성별을 판별하기 힘들어, 모두가 우락부락한 덩치의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금성을 보고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금성은 키와 외모에 맞지않게 당찼다.
'마녀' 라고 말한다면 그 일대의 모든 사람들이 벌벌 떨 정도였다.
그 명성과 다르게 실제로 금성의 얼굴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뭐, 그런걸 모르는게 훨씬 편해.'
반 아이들 모두가 금성을 피했다.
어차피 금성은 상관도 없는 일이었지만.
아이들 모두는 어제 금성의 무용담을 몇번이고 들은 상태였기때문에, 금성을 무서워했다.
피치못하게 금성에게 무언갈 말하거나 전해줘야할 상황이 생기면 할일만 하고 멀리 도망가버렸다.
'나원참.. 어제 좀 맞아줄걸 그랬나?'
금성을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아니지. 학교생활이 훨씬 수월해질거야.'
수업중인데도 불구하고 금성은 늘어지게 기지개를켰다.
수업을 하던 선생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금성은 책상위에 축 늘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전학생이네. 나연아, 들어와."
금성은 머리를 글적이며 생각했다.
'또 전학생이야? 거참..'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또 전학생이에요? 어제도 왔잖아요."
"5반 학생수가 부족해서 그런다, 임마."
결국 5반은 학생수 미달로 전학생을 이틀에 두명이나 허용해버렸다.
"마현고에서 전학왔네. 인사해라 나연아."
나연은 자신을 인사하기 위해 뭐라 이야기하는것 같았지만, 금성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바로 전의 마.현.고 만이 귀에서 울렸다.
자신이 몸담았던 고등학교.
마녀로 불리었던...
마현고등학교
'휴, 골치아프게 됐군. 이게 알려지면 애들은 날 더 피할테고, 반가온은 나에게 실망하겠지?'
나연은 반 아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금성과 눈이 마주쳤다.
워낙 튀는 머리색에 예쁜 외모라 뒷자리에서도 눈에 띄었다.
나연은 금성을 보자 온몸이 굳어졌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금성을 쳐다봤다.
차라리 검은머리와 평범한 얼굴이었다면, 이렇게 뇌리에 깊게 박히진 않았을텐데.
금성은 후회를 하며 나연을 째려봤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입.닥.치.고.있.어.'
라고 말했다.
나연은 겁먹은듯 살짝 몸을 떨었다.
선생은 정말이지 눈치가 없었다.
"어? 나연이랑 금성이랑 아는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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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시작 ]
● 마녀를 사랑한 소년 # 01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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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9 19:0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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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네요~ ^^ 다음편 기대할게요~
감사드려요, 하하;
ㅋㅋㅋ재밌게읽었어요,^.^~반가온 웬지 가식적인 이미지인거같애요,담편이 기대되요^.^
감사드려요~
ㅋㅋㅋ선생님바보! ㅋㅋㅋㅋ 암튼넘흐재미꾸요다음편두 고고싱~~~!><><
좀 비실비실한 선생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