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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는 살아있다 / 김지명
며칠째 계속해서 비를 뿌리던 구름은 칠월의 하늘을 덮어놓았다. 지루한 장마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던 날 앞집 친구 이혜숙은 외출을 못한다고 했다. 그림자처럼 함께하던 친구가 수영을 못 간다 하여 박순자도 집에 있었다. 박순자는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굴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오후에는 밖으로 나갔다. 박순자는 혼자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심해지므로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마음이 울적해서 우산을 쓰고 동명 불원을 거쳐 평화공원으로 걸었다. 비 오는 날이라 공원 의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주차한 차 안에는 쌍쌍이 앉아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무화과 꽃처럼 외부로부터 은폐된 것처럼 차 밖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 안에는 사랑의 꽃을 피우면서 차를 흔들었다. 박순자는 우산을 들었지만, 미친 비바람에 옷을 젖었다. 비를 맞고 돌아온 박순자가 앞집 초인종을 눌러 친구에게 옷이 젖어서 못 가니 놀러 오라고 했다. 앞집 친구 이혜숙은 박순자와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그녀들은 거의 날마다 수영하러 다니면서 수다로 세월을 지워가고 있었다. 이혜숙은 우산도 쓰지 않고 빗줄기 사이로 앞집에 들어서는 순간 비명이 들렸다.
박순자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남편 최상기가 침대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박순자는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밖에서 비명을 들은 이혜숙은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가슴을 억제하면서 거실에 들어서니 박순자는 보이지 않았다. 긴장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순자야?” 하면서 방으로 들어서니 남편은 엎드린 채 피를 한강처럼 흘리고 죽어있고 친구는 기절해 쓰러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리끝이 서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 화목하던 가정에 벼락이 떨어지다니 이혜숙은 멍하니 창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누군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넘어온 실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있을 때 빗소리는 더욱 슬프게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소방서에 연락하여 침대가 벌겋게 타고 있다고 했다. 경찰서에 연락하여 부엌칼이 심장에 뿌리를 박고 서 있으니 피비린내가 진동을 친다고 했다. 112신고 접수자는 알았다며 곧 가겠다고 했다. 태양은 무서워서 구름 속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구름은 슬퍼하며 눈물을 계속 흘렸다.
용호지구대 경찰차는 비 내리는 용호로로 앵앵거리며 미끄러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급하게 달려왔다. 불을 번쩍거리며 달려온 김명태 형사는 동명로170번길 93번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대문은 열린 채 주위에는 그림자 하나 얼른거리지 않았다. 소방차들도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도착했다. 죽음의 현장을 본 차지태 형사반장이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감식과에 연락하여 검시관을 불렀다. 형사들은 죽은 모습을 자주 봤으나 이 사건처럼 잔인하게 죽은 자는 처음 보았다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급하게 달려온 119구급대원 최미숙 간호사는 쓰러져있는 여자의 혈맥을 짚어 보더니 살아있다고 했다. 동료직원과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겼다. 안개가 깔린 용호로로 파란불을 번쩍거리며 쏜살같이 달려 성모병원으로 갔다. 병원응급실에서 안정제를 맞은 박순자는 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중에 살인사건 현장을 지키던 차지태 형사반장이 감식반[鑑識班] 요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순자의 친구 이혜숙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시신을 지키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을 가장 싫어하는 정지철과 김재규 두 의사가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시신을 점검했다. 피비린내가 진동을 치자 김재규 의사가 소독약으로 냄새를 처리하였다. 침대 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엎어져 죽어있는 시신을 뒤집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에 예리한 칼끝으로 난도질당했다. 감식과 김재규 의사가 사진기로 섬세하게 찍었다. 부엌칼의 손잡이와 현관 방 문고리 등 범인의 손이 갈만한 곳엔 모두 지문을 조사하였다. 방바닥에 발자국의 크기와 모양, 모든 조사를 끝난 검시관은 구급차로 시신을 영락공원 영안실로 옮겨 냉동 보관하였다.
김명태 형사는 이 사건을 적극 수사하겠다고 했다. 형사들은 휴일이 없고 밤낮이 없으니 데이트할 시간도 없다. 박순자는 남편의 죽음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친인척에게 연락하지 못하고 정신병자처럼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다. 앞집 친구 이혜숙이 집안을 환기해 주었기에 박순자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딸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면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생에게 전하라고 했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날 박순자는 친인척에게 전화하여 남편의 죽음을 눈물 섞인 음성으로 전했다.
구름이 그치더니 날씨가 맑아졌다. 해가 서산 가까이 달려갈 때 수영천에 뿌리내린 무지개는 곱디고운 색깔을 자랑하지만, 박순자의 집에는 슬픔에 젖어있었다. 박순자는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잠이 오질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박순자는 혼자 집에 있을 때 범인이 지켜보고 해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감식반 김재규 의사가 부검하기 전에 사망자 가족에게 서명을 받으려고 불렀다. 금정구 선두구 1494-1번지에 영락공원 영안실에서 부인은 눈물을 억제하면서 부검을 허락한다고 서명했다. 부인은 철저하게 검시해 달라고 간청했다. 의사가 냉동실에서 시신을 꺼내어 외상부터 내부까지 철저히 조사하였다. 이튿날 가족 앞에 감식과 부검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김재규는 의사생활 삼십 년을 했지만, 이토록 잔인한 행동은 처음 보았다고 했다. 사망자는 식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보아 목을 졸려 죽인 것 같다고 검시관이 말했다. 사람을 죽여 놓고 얼굴에 날카로운 흉기로 난도질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검시관도 궁금해하였다. 보험사기를 노린 것도 아닌데 무슨 원한관계라서 이토록 잔인하게 죽였을까? 사망자에게 부엌칼로 심장부위를 찔러 놓았으니 검시관도 더욱 신경을 써서 검사하였다. 사망자는 칼에 찔리는 순간 반응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신체 부위에 상처가 생기면 그 주위에 근육이 몰려 굳어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사망자의 집에서는 어디서도 지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흉기로 사용한 부엌칼에도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범인으로 보이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시결과를 끝낸 김재규 의사는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였다.
부산은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려 끈적거리던 날 최상기의 시신을 인수받았다. 영락공원 영안실에 일가친척들이 죽음의 소식을 듣고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도봉스님을 모셔와 염(殮)을 하는데 가까운 집안 어른들이 뒷일을 도왔다. 온 얼굴에는 껍질을 벗겨 내듯 난도질당해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도봉스님은 사망자에게 새로 만든 삼베옷으로 갈아입히고 온 얼굴을 붕대로 감싸고 입속을 솜뭉치로 막았다. 스님은 염을 돕는 집안 어른과 시신을 관 속에 넣고 염불을 시작하였다. 염을 완료한 집안 어른이 입관 행사가 끝났다고 했다. 조용하던 영안실에 슬픈 가족 친지들의 울음이 방안을 꽉 매웠다. 곡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영안실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달려온 아들 최하라는 상복도 입지 않고 엎드려 관을 치며 통곡했다. 최하라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여 울고 또 울었다. 뼈대 있는 김씨 가문의 주춧돌이며 27대 장손이었기 때문이었다. 남매 상주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밤을 새워 손님을 받았다. 아들은 집안 어른과 상의하여 아버지를 화장하기로 했다. 조문을 온 주민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장이 죽었다고 애석해 하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사흘 동안 조문객은 밤낮으로 줄이 이어졌다.
사흘 후 시신은 천이백 도의 고온에서 불탔고 뼛가루 몇 조각만 남았다. 한순간 녹아내려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모든 장례절차를 끝내고 일가친지들은 헤어졌다. 뼛가루를 봉지에 담아 대마도 앞 바닷물에 풀어놓고 물고기들에게 먹이로 보시하였다. 가족은 가정으로 돌아와 미래의 삶을 설계하였다. 딸이 집으로 와서 엄마랑 함께 살고 싶지만, 사위의 지장을 옮길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딸 최명희 사위와 직장 때문에 떠나고 아들 최하라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떠난 가정에는 박순자만 홀로 남아 외로운 갈등의 삶이 시작되었다.
김명태 형사가 며칠 후 사망자의 집에 들러 박순자를 만났다. 김명태 형사가 부인에게 수사 과정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명태 형사는 부인에게 남편의 여자 관계를 물었다.
“통화하던 여자 있던가요?”
“아니요, 전혀 아는 바 없어요.”
“부부 관계는 원만한가요?”
“네 힘들어도 맞추어 주는 편입니다.”
얼마나 센지 변강쇠보다 더 강한 사람 같아요. 남편은 하루라도 안 하면 죽는 줄 알고 덤벼들었지만, 나는 많이 하면 죽는 줄 알고 한사코 반항하였지요. 그런데 지천명으로 넘어가니 아주 부드럽게 대하더군요. 부인은 농담도 잘하시네요.
“퇴근 시간이 일정하던가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시계추처럼 움직였어요.”
“최근에 술을 자주 마셨나요?”
“아니요.”
김명태 형사가 사망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휴대전화번호는 010-38**-287*입니다.”
집 전화번호는 051-622-84** 번입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네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형사는 사망자의 부인 집에서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은 밝았다.
김명태 형사는 묻지도 않은 집 전화는 왜? 가르쳐 주는지 의문이 생겼다. 골목 모서리의 작은 가게 앞에서 주민과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사망자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주민은 하나같이 예절이 바른 사장이었다고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반상회 하는 날엔 부부가 함께 참여하여 분위기를 향상시키며 늘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사장의 죽음에 가족과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주민이었다. 초상이 끝날 때까지 가족처럼 상가(喪家)에서 도와주었다. 듣고만 있던 김명태 형사도 아까운 사람이었구나 하고 고인에게 고개 숙여 애도를 표했다.
김명태 형사가 박치기 과장을 만나기 위해 회사로 찾아갔다. 정밀기업은 낙동강 언저리에 삼락공원 못 가서 사상공단에 있었다. 회사주변 습지에는 부들이 소쇄지 꽂기처럼 가늘고 긴 꽃대 위에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꽃집에서도 보기 드문 꽃이라서 한참을 바라보다 회사에 들렀다. 박치기과장은 사장을 대행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박치기 과장은 김명태 형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형사가 박치기의 사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과장에게 몇 가지 질문했다.
“사장과의 관계는?”
“매형입니다.”
“사장이 죽는 날 어디 있었나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회사를 떠나본 일이 없습니다.
“혹시 박치기과장이 의심할 사람은 없나요?”
“매형이 워낙 좋은 성격이라서 의심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사는 과장의 눈빛이 수상하여 수없이 질문하고 또 다르게 물어보았다. 조금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김명태 형사는 경찰서로 오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정밀기업 사무실에 들렀다. 사장의 비서 겸 경리담당이었던 오미자 아가씨를 만났다. 경리는 지은 죄도 없는데 왜 찾아왔는지 놀라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김명태 형사가 오미자 경리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회사 사원이 몇 명 되나요?”
“모두 오십 명입니다.”
“퇴사한 사원이 있나요?”
어떤 이유든 회사에서 쫓겨난 직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입사한 이후로는 아직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아주 좋은 분이라 모두 한 가족처럼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자기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일에도 사장님은 일일이 찾아뵙고 같이 웃어주고 함께 슬퍼해 주었습니다.
형사는 아무리 조사하여도 사망자와 연관되는 어떤 것이라도 발견하지 못하고 원점에서 맴돌고 있었다. 김명태 형사는 추상관 검시관과 업무를 마치고 주점에 마주앉아 검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서 대화했다. 그 순간 형사의 등 뒤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에게 사장이 되게 해 달라고 해라”
너는 지도력이 강하여 회사도 잘 이끌어 나갈 친구다.
“내가 무슨 사장 자격이 되나?”
우리가 힘써줄게, 잘 해보라고 지금까지 잘하듯이 매사에 성실하잖아 ···, 살며시 뒤돌아보니 정밀기업 박치기 과장이 나와 등을 맞대고 앉아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사는 고개를 돌려 검시관에게 귓속말로 알렸다. 과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지켜보자고 했다. 추상관 검시관은 눈치를 채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술을 마셨다. 형사는 박치기 과장과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일일이 메모하였다.
형사는 정밀기업 회사에 전화하여 오미자와 통화를 했다. 퇴근 후에 해운대 하얏트호텔 뒤 태양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범인을 잡도록 도와준다면 반드시 보상할 것이라고 형사는 덧붙였다. 오미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치기과장이 누구와 만나고 어떤 통화를 하는지 수시로 연락하라고 했다. 특히 회사 직원과 은밀히 만나는 여직원이라든가 자주 술자리를 하는 남자직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오미자는 온 힘을 다해 알아보겠다고 했다. 형사는 오미자로부터 받은 사장전화번호를 추적조사 하였으나 별다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형사는 오미자를 찾아가 과장의 정보를 알아본 것이 있는지 물었다. 오미자는 박치기과장의 명령에 따라 회사 통장을 개인 명의로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사실은 금전적인 결재는 과장이 알아서 하므로 사장과 다름없었다. 형사는 경리에게 과장의 신상정보를 가리켜 달라고 했다. 김명태 형사는 경리에게 전해 받은 정보를 가지고 태양은행 서면 지점장을 만났다.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며 박치기의 정보를 보여주면서 협조를 부탁하였다. 지점장은 직원을 불러 박치기의 거래 명세서를 하나도 남김없이 조사하라고 했다. 은행에서 박치기의 개인적은 금전거래는 아주 저조하고 미세하였지만, 회사통장은 크게는 오천만 원씩 두 번이나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게 언제쯤 되는지 형사가 물었는데 육 개월 전이라고 했다. 담당형사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 사망자의 집 주변만 맴돌고 이었다. 김명태 형사는 박순자네 집으로 찾아와서 조사할 것이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순자는 형사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수사 과정을 물었다.
“형사님 단서를 찾았나요?”
“죄송합니다.”
“그러세요.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주세요.”
“곧 법정에 세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사하러 온 형사는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당혹스러워했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데가 있는가? 물었다. 박순자는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자신의 신분을 보장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형사는 동생이 어떻게 하여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갈 형편이 못되어 집에서 놀았어요. 불량배와 어울려 다니기에 내가 대려다가 회사에 취업시켜 주었다. 요즘은 정신 차리고 일을 잘하는가? 했는데 가끔 껄렁패와 만나 술자리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사는 박순자의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건달패와의 만남이라···. 며칠 전에 술집에서 대화하던 그들이 범인이라고 단정하였다. 부인 잘 알겠습니다. 참고하여 수사하겠다고 하고는 사무실로 왔다. 형사는 박치기와 만나는 사람을 찾는데 전력을 다했다. 형사는 박치기 과장을 만나 질문을 했다.
“회삿돈으로 다른 곳에 사용한 사실이 있나요?”
“아니야 전혀 없습니다.”
“오천만 원씩 두 번이나 지출되었던데?
“사장님의 결재를 받아 자재대금으로 지급하였습니다.”
주 거래회사인데 확인해 보십시오.
“술친구는 자주 만나요?”
“자영업 하는 친구들입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회사 운영하니 재미가 있나요?
“아니요 생각보다 어렵네요.”
형사는 박태수를 멀리하고 시내로 왔다. 태양은행 서면 지점에 들러 박치기 통장에서 지출한 계좌번호를 추적하여 거래회사를 확인했다. 신라금속 회사에 찾아가 정밀기업에 대해 물었다. 신라금속 사장은 박치기 과장을 대단히 호평하였다.
박치기 아내는 식당에 일당제로 일하는데 공휴일은 더 바쁘다며 서둘러 나갔다. 박치기는 7월 17일 공휴일이라 급하게 연인의 집으로 갔다. 여인은 같은 회사직원이면서 박치기를 남편처럼 사랑하고 있었다. 여인은 늘 고마워하며 빌린 돈을 못 갚아 걱정하였다. 박치기과장은 연인에게 아파트 전세금으로 일억을 빌려주었다. 거래하는 회사에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하고 오천만 원씩 두 번이나 빌려주었다. 박치기과장은 어음 결제일이 돌아오면 거래회사 두 곳에서 돌려막기 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전전긍긍하였다. 여인은 나이가 많아 혼기를 놓치고 혼자 살면서 박치기 과장을 남편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내성적이며 말이 없는 여인은 박치기 과장에게 어서 진급하여 최고의 경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치기 과장은 내가 언제 사장 한번 하겠는가? 여인은 말을 되받아 성실하면 되겠지요, 하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라고 했다. 박치기과장은 여인과 뜨겁게 인생을 즐기며 살았다. 그렇게 즐기고 다니던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휴대전화기가 침대 틈에 끼어있었다. 다른 남자가 자고 가면서 흘린 것인가 하고 가져왔다.
휴대전화기가 의심스러워 만지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미자 경리가 결재서류를 들고 박치기 과장에게 오니 자리가 비어있었다. 책상 위에는 투박한 휴대전화기가 보여 이상하게 느낀 오미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다. 오미자는 비밀리에 김명태 형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김명태 형사는 급하게 달려와서 박치기 과장의 사무실에 들렀다. 과장에게 휴대폰이 몇 개인가 하고 물었다. 집도 하나고 아내도 하나이듯이 휴대전화도 하라고 강조했다. 자꾸 부인하자 형사는 휴대전화기를 꺼내어 오미자가 전해준 번호를 눌렀다. 서랍에서 벨 소리가 들리자 과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사가 소리 나는 전화기를 보자고 하자 박치기 과장은 서랍에서 휴대전화기를 끄집어냈다. 가지고 박치가 과장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형사계 사무실에 들렀을 때 분위기가 아주 삭막하였다. 박치기 과장은 긴장하면서도 사실을 부정했다. 검시관을 불러 전화기를 주면서 지문을 채취하고 그 번호로 통화한 사람의 음성내용도 분석하라고 하였다. 형사는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내용을 알아보았다. 박치기와는 전혀 통화내용이 없었다. 지문 결과 여자의 지문이 나왔다. 문자 메시지와 음성을 정밀 분석하여 범인을 찾기로 하고 박치기 과장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포폰으로 전해온 문자 메시지에는 “위험한 공사금액 일억” 이라고 적혀있었다. 세 시간 후 문자를 넣었다. 7월 24일 오후 6시 23분에 범일 전화국 앞 공중전화 케이스 옆 화단에 쪽지를 보라고 했다. 사내가 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배낭을 갖고 7월 25일 오후 7시에 남천동에서 연지 방향 83-1번을 타라고 했다. 자성대 정류장에 내려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곁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사내는 저녁노을이 곱게 물든 서쪽 하늘을 쳐다보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83-1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내다보면서 공사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버스는 자성대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내는 배낭을 의자 위에 내리자마자 한 여인이 배낭을 나란히 노고 앉았다. 사내가 여인을 바라보니 키가 늘씬하게 크고 얼굴은 달걀형으로 순수한 한국형 미인이었다. 아가씨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여인이 일어나면서 배낭을 바꾸어 많은 사람 사이로 사라졌다.
사내는 젊은 청년에게 감시당하는 줄도 모르고 사라져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군침을 삼켜보지만, 눈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았다. 배낭을 어깨에 메려고 하니 무거워 쉽게 다루지 못했다. 무거운 배낭을 여인으로 생각하고 가슴에 품고 집으로 와서 열어보니 오만 원짜리 지폐로 천장이 들어있었다. 봉투에는 사장 집에서 회사까지 자주 다니는 길과 차량 번호, 사진과 부인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확인하고 모두 소각해버렸다. 사내는 남구 동명로170번길 주변에서 손수레에 채소를 싣고 며칠 동안 장사를 했다. 사장이 출퇴근하는 시각에 맞추어 골목에서 채소를 파는 척하면서 동태를 살폈다. 이른 아침에 기다리기를 여러 날 사장의 얼굴과 차량을 확실하게 눈여겨보았다.
사내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최상기와 유사한 놈을 구했다. 등치가 좋고 강하게 생긴 최상기를 다시 팔아먹으려고 유사한 놈을 구야만 했다. 밥도 사주고 목욕을 시켜주면서 옷도 새것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사내는 노숙자에게 일만 잠시 도와주면 돈을 많이 준다고 속였다. 공사가 시작되는 날 길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내는 아침 일직 차 안에서 사장의 집을 바라보면서 노트북으로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부인이 외출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노트북 문자 보내기에서 부인의 휴대전화 번호로 사장에게 보냈다. 집에 일이 생겼으니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말고 즉시 오라고 했다. 사장은 놀라서 급하게 집으로 왔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사내와 노숙자는 대문이 열리는 순간 급하게 뛰어들어 사장을 집으로 밀고 들어갔다. 노숙자가 사장을 끌어안자 사내는 미리 준비한 마취제로 사장의 입을 막았다. 마취된 사장을 노숙자와 함께 거실에 옮겨 눕히고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노숙자에게도 마취하여 놓고 사장이 입은 회사 의복은 노숙자에게 입히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노숙자의 옷은 사장에게 입혔다. 사내는 노숙자를 침대에 올려놓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메스 날로 얼굴에 난도질하였다. 주방에서 식도를 가져와 옆구리를 찔러놓고 밖으로 나왔다. 마취되어 거실에 쓰러진 사장을 업고 승용차에 실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사내는 승용차를 황령산 중턱 숲 속으로 이동하여 사장의 손발에 끈으로 묶고 입에는 테이프로 발라 자루에 담았다. 차를 몰고 영도 영선동 선착장 언저리에 주차하고 배를 기다렸다. 십일 밤 아홉 시 이십 분이 넘었다. 잠시 후에 배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자루에 담긴 사장을 옮겨 실었다. 배는 비를 맞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사장이 타던 승용차는 민주공원 주차장에 세워놓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사내는 문자로 “공사 끝남”이라고 보냈다. 내일 09시에 범일전화국 앞 공중전화통 옆에 은행에서 설치한 현금인출기 위로 보라고 했다. 사내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감시카메라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바닥을 보니 작은 메모지가 보였다. 펼쳐보니 “상기는 살아있다.”라는 단편소설을 반드시 세 번을 읽고 그 책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8월 13일 오후 일곱 시 반에 동부경찰서 옆 공중전화 상자에 놓으라고 메모 되어 있었다. 사내는 13일 아침 여권이든 여행용 가방을 준비하면서 빠진 게 없나 확인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오후 일곱 시 반에 동부경찰서 앞 공중전화기에 책을 놓고 돌아서는 순간 여인이 아저씨 책을 잊었네요, 하면서 다른 책을 전해 주면서 십팔이라고 하였다. 사내는 돌아서서 책을 펼쳐 십팔 페이지를 보았다. 볼펜으로 이렇게 메모되어 있었다. 민주공원 매점에서 우측으로 두 번째 의자 밑에 있는 열쇠를 가지고 부산역 7번 보관함을 열어보라고 적혀있었다. 사내는 지난번 보았던 그 아가씨가 또다시 나타나자 자신을 고용한 경영주라 생각하고 미련을 갖지 않았다. 민주공원 매점에서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왔다. 우측 두 번째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열쇠를 집었다. 마음이 바빠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갔다.
7번 보관함을 열어보니 은행에서 필요한 모든 서류가 들어있었다. 태양은행 초량지점에서 서류를 직원에게 전했다. 한 참을 확인한 은행직원이 열쇠를 주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은행직원이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금고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금고에 두 개의 열쇠 구멍이 보였다. 먼저 은행직원이 열쇠를 열고 사내에게 열어보라고 했다. 사내는 열쇠로 금고문을 열고 안에 있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서명란에 사인하였다. 사내는 밖으로 나와 공항으로 가면서 가방을 확인하였다. 백 달러짜리 지폐로 다섯 다발이 담겨 있었다. 사내는 여권을 챙기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출국 검사대를 거쳐 이 층에 오른 사내는 밖으로 내다보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았다. 잠시 후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국가감식 부에서 엄희숙 여인의 지문과 같다고 연락이 왔다. 김명태 형사는 엄희숙의 신상을 찾아 주소를 복사하여 여인을 찾아갔다. 아파트에 혼자 사는 삼십 대 후반 아가씨였다. 형사가 여인을 검거하여 조사하였는데 끝까지 부인하였다. 여인은 경찰서 대기실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정밀기업회사원이라고 했다. 형사가 다잡아 묻자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박치기의 과장의 애인이었다. 사장을 무엇 때문에 무엇으로 왜 죽였는가 하고 형사는 섬세하게 물었다. 엄희숙은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거금 을 누구에게 주었는지 따지고 묻자 엄희숙은 실토하였다. “상기는 살아있다.”라는 책이 서랍에 있는데 책장마다 범인의 지문이 있다고 했다. 박치기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아파트 전세금으로 빌려준 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었다고 두덜거렸다. 형사는 왜 죽이려했는가 하고 물었다. 염희숙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치기가 사장이 되면 세컨드로 살려고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사장을 죽이고 기업을 뺏으려는 파렴치한 여자였다. 형사는 청부살인자의 지문으로 전국에 수배하여 찾았지만, 사내는 출국하였으므로 잡지 못하고 귀국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상기는 팔다리가 노끈에 묶이고 입은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다. 상기는 온몸이 묶인 채 자루에 담겨 어디론가 이송되었다. 삼복이 멀어져 가는 어느 날 무인도에 도착한 상기가 자루에서 나왔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고요한 밤에 파도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안내자 따라 한참을 가다가 희미한 가로등 아래 회사 간판이 붙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입구에는 대성산업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상기가 보기엔 포로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계가 아주 삼엄했기 때문이었다. 경비초소에 근무자는 총을 가지고 있었다. 탈출을 못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교도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찍어내는 공장이었다. 야간에도 수십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다. 공장 밖에는 주민이 보이지 않고 출퇴근하는 배도 없는데 공장의 근로자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였다. 긴장한 몸으로 안내자의 발걸음 따라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안으로 따라가니 안에는 또 다른 공장이 있었다. 세상에 은폐된 곳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안내자는 여기에 들어오면 살아서 나가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섬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은 개미허리만큼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였다. 열심히 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바로 처형된다고 했다. 호적이 없는 사람으로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었다.
섬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장은 겉으로는 생필품 제조 공장으로 허가받아놓고 실제는 마약을 더 중점적으로 제조하는 공장이었다. 조직도 대단하여 국제적인 단체라고 근로자가 말하였다. 최상기는 끌러가는 날부터 주방에서 뒷일을 하면서 노예처럼 살았다. 숙소는 이 층 시멘트집으로 되어 군대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한 막사에 삼십 명이 생활하였다. 노예생활로 일 년을 넘게 살았다. 말복이 지나던 날 태풍이 세상을 뒤집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강풍은 허리케인보다 더 무섭게 남해안 섬을 스쳐 가고 있었다. 나무가 넘어지고 막사 안으로 물이 흥건하게 고이고 있었다. 경비실 유리가 다 깨어지고 문이 바람에 날려 가버렸다. 정전까지 되어 불안한 밤이 시작되었다. 최상기는 노예처럼 일하는 근로자 속에서도 인기도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최상기 곁에는 네 명이 조직이 되어 항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초소의 창문이 바람에 날아가고 번개 벼락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경비는 비를 맞으며 경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최상기가 탈출을 시도하려다 경비가 나타나자 응급 결에 몸을 숨겨서 엉덩이를 까고 변을 보는 체했다. 경비는 비바람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어 보지 못하고 스쳐 간 틈을 이용하여 행동을 개시하였다. 최상기가 죽음을 걸고 민첩하게 포구 쪽으로 뛰었다. 네 명도 함께 뛰었다. 파도는 4~5m의 높이로 치닫고 있었다. 통통배에는 모터가 없고 바다 위에 한 잎의 낙엽 같은 배만 있었다. 다섯 명이 물속에 몸을 넣어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배를 밀면서 헤엄쳤다. 작은 배양 옆으로 두 명씩 상기는 뒤에서 밀면서 헤엄쳤다. 비바람에 의하여 뒤집힐 듯 휘청거리며 파도는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있을 때 섬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에게 쏘는 줄 알고 뒤집혀진 배 안으로 들어갔다. 비바람은 배를 뒤집고 우리는 배를 바로 세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 실종되었다. 바람이 최상기 일당을 살렸다. 포구로 들어갔으면 주위를 지키는 조직에게 잡혔을 것인데 최상길이 배를 조정하여 멀리 떨어진 외딴곳으로 파도가 밀어내고 있었다. 사투는 세 시간 이나 계속되었다. 또 한 명이 실종되었다. 최상기가 실종자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뭍에 도착하기 직전에 또 한 명이 실신하여 구제불능이었다. 파도는 산더미처럼 밀려오고 남은 두 명은 배를 뒤집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최상기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배의 꼬리만 잡고 생사를 건 사투를 계속하였다. 끝까지 목숨을 지키지 못하고 끝내 세 명은 실종되었다. 결국, 역부족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눈에서 멀어졌지만, 지독한 놈과 최상기는 무사히 육지에 닿았다.
죽어있는 오징어처럼 축 늘어져 조금도 걸을 수 없었다. 바위틈에 파고들어 바람을 피하면서 잠시 정신이 들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오솔길 지나 비포장도로로 달려갈 때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보이면 최상기와 지독한 놈은 숲 속으로 숨었다. 자동차가 사라진 후 비바람을 헤치며 다시 뛰었다. 최상기와 지독한 놈은 젖은 러닝셔츠와 팬티뿐 신발도 없었다. 몇 시간을 뛰고 걷고 하여 마산 진동까지 왔다. 발바닥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해변의 주택가에 승용차가 눈에 띄었다. 최상기가 작은 유리를 깨자 지독한 놈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 전선 껍질을 벗기더니 시동을 걸어 부산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출입금지 간판을 치우고 마창대교를 지날 때는 거친 바람에 차가 날아갈 듯 위험하였다. 최상기가 운전자에게 부산 거저리에 있는 검찰청으로 가자고 했다. 물에 빠진 생쥐 모습으로 검찰청 숙직실에 들렀다.
최상길이 검찰청으로 들어가니 숙직원은 간첩인 줄 알고 놀라고 긴장하여 덜덜 떨었다. 검사는 최상기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고 불안해하면서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신상을 조사해 보라고 했더니 최상기가 사망자 명단으로 나타나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사건을 소상히 알리면서 그놈들을 일망타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니까 숙직원은 그때야 긴장을 풀었다. 급하게 오느라고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를 주인에게 허락도 없이 가져왔다고 최상길이 실토하였다. 검찰청 숙직원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생사를 건 탈출이 이렇게 끝나자 긴장이 풀려 두 사람은 피로에 지쳐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발에는 붕대를 감고 병실에 누워 잠에 취해있었다.
두 사람은 사망자로 되어있어 바로 집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같은 방법으로 당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최상기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집 부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아내는 출근하는 사나이의 팔짱을 끼고 대문 밖으로 나와 배웅하였다. 박순자는 남편을 잃은 지 일 년이 넘어가자 우울증이 밀려와 생각을 바꾸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유부남을 만나 가끔 잠자리도 함께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최상기가 납치된 지 이 년도 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죽이려 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순자는 누구세요? 하면서 대문을 열었다. 죽었다고 초상까지 치렀던 최상기가 박순자 눈앞에 나타났다. 박순자는 최상기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귀신에 홀린 듯 정신이 돌아버렸다.
검찰은 현장 확인을 위해 최상기를 데리고 섬으로 갔다. 해경은 작은 섬의 포구를 지키며 섬을 경계하였다. 경찰 두 중대는 공장을 에워싸고 공장 내부의 조직원을 검거하였다.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으로 반격전 벌이는 자를 사살하고 나머지를 모두 체포하였다. 살인범과 국제적인 마약범을 잡았다. 놈들의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현직 공무원이 연루된 무서운 조직원들이었다. 공직자의 소수가 철저하게 관리를 돕고 있었다. 미꾸라지가 한두 마리가 펄 속에서 장난을 친 것처럼 온 도랑물을 흐리게 한 셈이다. 돈에 울고 웃으며 돈으로 죽이고 살리는 삶이 현존하는 인간들이다.
12.12.13
원고지 : 82.2장
에이포 :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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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명이님
워요..^^
소중히 올려주신 장문의 추리소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추워지는 날씨 건강 챙기시구요...
고운밤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다시 또 만날 그날까지 안녕~
한참 읽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편한밤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