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깜깜한 밖을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지를 꺼내어 읽습니다.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즐겨 봅니다
처녀가 가방을 내리고 청포도를 꺼내어 먹으면서 나 보고도 자시라고 합니다.
"와 이 가을에 청포도라니 !"
나는 청포도 한 알을 따서 입에 넣고 혀로 눌러 단물을 먹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육사님의 청포도시가 생각이 나서 읊어 봅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고장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닮은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손은 흠뿍 적셔도 좋르련
아이야 우리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내가 시를 마치자 그동안 아무 말이 없던 처녀가
"어머나 이육사님의 청포도 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에요"
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시인이셔요?"
라고 합니다.
"아닌데요"
"그럼 작가세요?"
'아닌데요"
"그럼 화가세요?"
"아닌데요"
그동안 말이 없던 철옹성같이 무겁던 처녀의 입에서 질문이 쏟아집니다.
"그럼 뭘 하시는 분이세요?"
"뭐 하는 사람같이 보이나요?"
"제가 몰라서 묻잖아요?"
"아 그렇군요, 저는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어요"
" 아 역시 예술가시네요"
그때부터 우리는 서울 상봉터미널에 도착할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