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했다. 하루가 지나 평화로운 연평도 마을이 쑥대밭이 된 사진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지난 정권 10년 동안 , 너무나도 태평스럽게 세월을 보냈다. 북한에 주적이 상존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햇볕만 쳐다보았고 그 햇볕에 가려진 그늘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친 결과였을 것이다. 북한은 햇볕의 우산 밑에서 한편에서는 웃음을 보여주며,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갈고 닦았다. 햇볕이라는 미명하에 장사정포, 직사포, 곡사포에 실탄을 채곡 채곡 쌓아두는 광경을 애써 외면했다.
북한이 무기를 비축하고 항상 일발장전의 태세를 만들도록 내 버려 두었던 지난 정권의 햇볕 정책이 남한 정권의 상황 변화와 함께 오늘의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전시에 민간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시 국제법에서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전범으로 국제사법 재판소에 회부 될 정도로 중범죄 행위 임은 부인 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먼저 맞았다. 언제나 먼저 얻어 터지고 나서 허둥지둥, 갈팡질팡 하다가 원님 떠난 뒤에 나팔을 불었다. 어제도 그랬다. 13분이면 수 백발의 포탄이 날아오고도 남는 시간이다. 초기 13분 동안 연평도의 해안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뒤늦게 대응 사격을 했다고 한다. 군대의 생명력은 기동력에 있다. 순간 대응 기동력이 이토록 늦었으니 밥만 먹고 세월만 보내 별을 단 장군들이나 그 장군을 지휘해야 하는 병역 미필들이 만들어 낸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을 상기 해 보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떤 대응자세를 취했는지... 지난 천암함 사건 때도 허둥지둥, 갈팡질팡, 했었다. 그러한 장면이 왜 반복되는지 군 경력을 보면 알 만도 하다.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쳤다. 적의 선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배의 화력을 집중 시켜 초토화 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억지력일 것이다. 상대는 백발을 퍼 부었는지 수 백발을 퍼 부었는지 그것마져 불확실 한데도 대응사격이 고작 80여발 이라고 한다. 권투에서 아주 강한 어퍼컷이나 훅을 정통으로 한 대 얻어 터지고 나서 비실비실 거리면서 스트레이트 한 방을 반격한 꼴과 무엇이 다를까.
분통 터지는 소리는 또 있었다. “ 확전 하지 말고 상황을 잘 관리 해라 ” 연평도의 민가가 불이 붙어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 덮고 있는데도 무엇을 잘 관리 하란 말인가. 전시 상황에서 예하 부대 지휘관을 지휘 해야 할 병역 미필이 이런 말을 했다. 분통터지는 소리가 아니라 분노를 일깨워 주는 소리였을 것이다. 연평도의 민가가 이미 잿더미가 된 어젯 밤 9시 이후에는 2배 3배의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발언을 했다. 이미 원님 행차가 아니라 나팔 소리마져 사라진 뒤였다.
마치 영화 나바론 처럼 북한의 대포들은 깍아 지른 절벽에 굴을 파서 각종 대포들을 숨겨 놓고 각 진지마다 한 개의 대포에는 언제나 즉각 발사 할 수 있도록 365일 실탄을 장전 해 놓고 있다는 사실을 국방 당국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첨단 장비에서는 질적으로 북한을 능가하는 우리 무기체제에도 그런 대응 장치를 해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즉각 응사가 나오지 않아 피해를 더 크게 키웠고 상황을 조기에 끝내지도 못했다.
어쩌면 이랬을 것이다. 공격을 받은 현지 부대에서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보고 받은 상급 부대는 또 다른 상급 부대에 보고했을 것이고 , 그 상급부대는 장관에게 보고했을 것이며 , 장관은 총리, 청와대에 보고 했을 것이며 , 보고를 받은 병역 미필 들은 지하 벙크로 가면서 또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며 , 지하 벙크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상황을 잘 관리 해라” 라는 요상한 지침이 시달되는 과정까지 13분의 시간은 너무도 길었고, 연평도는 너무나 멀리 있었던 것이다.
정말 참담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안 가진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매번 먼저 얻어 터지고 반격다운 반격 한 번 못해보고 또 다시 잊혀질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려야 하는지, 강제로 옷을 벗길 사람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상상을 해 본다.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연평도의 해안 마을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는데도 과연 상황을 잘 관리 해라 라는 소리가 나왔을까. 아니면 아주 박살을 냈을까...문득 떠 오르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