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산줄기를 떠받치는 창원 대산(725.9m). 서쪽으로는 여항산, 광려산을 두고 동쪽으로는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창원의 진산이다.
대산은 주로 인접한 광려산과 엮어 내서읍 쪽에서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산&길 팀은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마무리 지었다. 남쪽으로 펼쳐지는 마산만의 아름다운 해안선. 사방을 두루 살피면 무학산과 상투봉, 여항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정상 조망이 일품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 때 묻지 않은 등산로는 오랜만에 잠든 모험심을 일깨운다.
낙남정맥에 우뚝 솟은
해발 725m 창원의 진산
진동 앞바다와 산줄기…
발아래 풍경이 발길 잡고
참싸리꽃·난장이바위솔…
야생의 자연이 눈길 잡아
■무등산이 여기도 있네 창원시로 바뀐 '대산'을 부르기가 아직 힘들다. 도시가 광역화된다는 것에는 덩치가 커지고 인구가 는다는 장점 이면에, 작고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아픔이 분명히 있다. '창원 대산'이라고 검색하니 의창구 대산면 관련 내용만 줄줄이 쏟아졌다. '마산 대산'이라고 해야 이 첨단기기도 잘 알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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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는 황홀했다. 낙남정맥에서 갈래친 산줄기들이 경쟁하듯 기세 좋게 뻗어 나간 곳에 그리움처럼 푸른 바다가 있다. |
어쨌든 대산 산행은 태봉에서 시작했다. 조선 왕조 태실이 있어 태봉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창원에서 고성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다. 새 도로가 나면서 시내버스가 서는 곳은 한적했다. 그래서 주차하기도 좋았다. 태봉 버스정류장에서 창원 대산 원점 회귀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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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대산 원점 회귀 산행 중에 만난 칡꽃 |
태봉 버스정류장~태봉고 앞 등산로~무등산~전망바위~517봉~광산먼등~대산~시루봉 능선 들머리~내추마을 갈림길~364봉~태봉재 사거리~시루봉(448m)~등대산(397m)~창원 황씨 묘~남양 홍씨 묘~좌측 능선 하산~태봉 버스정류장까지 10㎞를 7시간 동안 걸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취재 기자의 걸음이 워낙 느리기도 했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이 만만찮기에 그랬다. 해발 700m가 넘는 산의 물리적 높이도 한몫했다.
태봉고등학교를 보며 올라가다가 학교 정문 맞은편 능선에서 들머리를 찾았다. 좌고우면할 것 없이 오르막을 오른다. 봄부터 여름내 자란 풀과 나무가 짙었지만 산길은 뚜렷했다. 소나무가 울창하다. 일단 오름길 한고비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여유가 생긴다.
무등산은 그냥 평범한 봉우리다. 노란 표지에 누군가 무등산이라고 써 놓았다. 표지가 없었으면 지나칠 뻔했다. 무등은 계급이 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뜻으로 풀어본다. 주위가 평평하고 완만하니 어느 것이 봉우리인지 고개인지 분간할 수 없다.
■활짝 핀 난장이바위솔  |
난장이바위솔 |
유달리 큰 리본이 있어 자세히 보니 한전에서 단 송전탑 주변 산불 신고 당부 내용이다. 일단 크기부터 다른 산행 리본을 압도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송전탑을 지나자 제법 된비알이 시작된다. 태봉고 입구에서부터 대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내내 오르막이긴 하지만 극도로 가파른 길은 없었다. 점점 고도를 높이며 묵묵하게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 가까워진다.
특이하게 긴 의자가 서너 개 있는 넓은 평지다. 진동면의 한 단체가 세운 표석엔 광산(광산먼등)이라고 해 놓았다. 낙남정맥 주 능선에 올라선 것이다. 넓게 보아 대산은 커다란 정상부를 갖고 있어 '광산'도 대산으로 보는 것이 맞겠는데 굳이 별도의 산 이름을 붙여 놓았다.
주변에 참싸리꽃이 붉다. 이른 봄에 피는 땅비싸리나 조록싸리, 광대싸리와 달리 참싸리꽃은 이맘때부터 늦은 가을까지 꾸준하게 진분홍 꽃잎을 피워낸다. 동행한 여영산악회 김태영 회장이 싸리꽃 옆에서 소녀처럼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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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활꽃 |
싸리 꽃밭을 지나 대산 정상을 향해 성큼 다가선다. 발아래 펼쳐진 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바다를 향해 우렁차게 뻗어나간 대산의 줄기들. 시루봉으로 힘차게 갈래친 산줄기는 등대산에서 태봉으로 스며든다. 진동 앞바다는 몽환적인 안개 속에 가렸고, 섬인지 땅인지 신비로운 풍경은 산꾼을 희롱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발아래 또 꽃이 있다.
난장이바위솔이다. 한두 포기가 아니고 군락을 이뤘다. 일제히 꽃을 피웠는데 그 위세가 대단하다. 지난여름 긴 가뭄을 잘 이겨냈으니 이렇게 만개할 수 있었겠다. 대산 정상에서는 화개지맥 상투봉과 내서읍 쪽 마을이 잘 보였다.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과 광려산 여항산으로 뻗은 낙남정맥의 산줄기가 위풍당당하게 이어지고 있다.
■등대산 스러진 돌탑  |
참취꽃 |
하산 코스로 잡은 시루봉 능선은 올랐던 무등산 능선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광려산으로 가는 길이 워낙 좋아 시루봉 능선 초입을 찾기 위해 바짝 신경을 썼다. 정상에서 목재 계단을 지나 10분 정도 내려서면 왼쪽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인다. 여영산악회 리본이 달려 있다. 제법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취꽃이 하얗게 피었다. 봄철 나물꾼의 손길을 피해 귀하게 피운 꽃이라 더욱 예쁘다. 능선에 들어서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안심이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코스라 그런지 야생의 흔적이 그대로다. 금방 땅을 파헤친 듯 멧돼지 놀이터도 있고, 등산로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기도 하다.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지만 묘한 모험심이 발동한다.
흐릿한 내추마을 갈림길을 지나 계속 능선으로 간다. 태봉재를 지났다. 시루봉 올라서는 길에 밑동에서 여덟 갈래로 자란 신기한 굴참나무가 있다. 산 아랫마을에서 설치했을 텔레비전 안테나가 있다. 얼마나 방송이 보고 싶었으면 이 높은 곳에 안테나를 세웠을까. 물론 지금은 케이블이 집마다 이어지니 필요 없는 시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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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갈래 굴참나무 |
송전탑이 또 나오더니 이내 삼각점이 있는 시루봉이다. 시루봉에서 원점 회귀를 위해 왼쪽 능선으로 방향을 돌린다. 골짜기 아래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 확인하니 채석장이다. 다시 갈림길이다. 이번에도 왼쪽 능선으로 가야 한다. 누군가 막걸리 빈 병을 나뭇가지에 거꾸로 꽂아 두었다. 접어드니 등대산이다. 정상은 돌탑 몇 기가 있는데 반쯤 스러진 것도 있다. 돌탑은 세우기도 무너지기도 한다.
태봉 마을로 내려선다. 창원 황씨 묘를 지나 곧장 능선을 따라가다 남양 홍씨 묘를 지나면 좌측을 택한다. 오른쪽 길은 과수원 담장에 막혔다. 경사가 심한 묵은 밤나무밭을 유격하듯 10분 정도 길을 만들면서 내려가니 마을이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유튜브 :
https://youtu.be/IThPa4EOKwA |
▲ 창원 대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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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대산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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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봉버스정류장에서 창원 대산 산행을 시작한다. 태봉고등학교 교문 맞은편에 등산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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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가 울창한 능선을 한참 올라가면 광주 무등산과 한자가 똑 같은 무등산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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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으로 가는 길엔 송전탑을 두 번 지난다. 하산할 때도 송전탑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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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 가기 전 만난 봉우리. 광산먼등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낙남정맥 주능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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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이다. 이름처럼 주변 봉우리 가운데 제일 높다. 전망이 두루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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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남정맥을 따라 하산 분기점으로 간다. 나무 계단이 좋다. 왼쪽 능선으로 하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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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추곡저수지가 보인다. 왼쪽 능선에 높은 봉우리가 가야할 시루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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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석장이 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태봉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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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루봉 삼각점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한참 걸어 등대산에 도착했다. 작은 돌탑이 반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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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 아래 마을에서 설치한 텔레비전 안테나. 지금은 소용이 없어져 방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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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하산로는 개척산행 수준이다. 남양 홍씨 묘를 지나 좌측 능선으로 곧장 하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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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봉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산도 높지만 길도 험해 오랜만에 진한 산행을 했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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